지금의 소중함보다 내일의 희망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게 때론 좋다. 구원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는 훗날에 대한 희망을 더 크게 가졌다. 삶의 혼돈스러움이 준 의존성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미륵세계는 구원의 세상이다. 미륵불은 현존불이 아닌 미래불이다. 석가모니불이 미처 구하지 못한 중생들을 구원할 미래 부처다. 언제 어떻게 도솔천을 건너 세상에 올 지 아무도 모른다. 기다리는 마음이 미륵세상이다.질곡 같은 삶일지라도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 지금 이 땅의 삶은 여전히 어지럽다. 구원의 꿈을 놓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도 지금의 삶을 잘 사는 게 구원이다. 그 게 기다리는 마음이다.
강추위가 물러갔다. 곳곳에서 봄의 경보가 울리고 있다. 봄의 척후병들도 매복을 끝내고 있다. 서서히 남녘으로부터 기동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매화 소식은 벌써 완도에 닿았다. 청주는 아직 언감생심이다. 산수유 피기 전 봄꽃 주인은 언제나 매화다. 성질 급한 설중매(雪中梅) 한 녀석이 벌써 붉은 꽃을 피웠다. 그 덕에 하우스 안은 이미 그대로 남녘이다. 봄이 곧 터질 것 같다. 가지마다 준비를 하고 있다.청주의 봄기운도 힘을 내고 있다. 날선 추위를 물리치고 있다. 미호천변 양지바른 쪽 매화나무에도 소식이 왔다. 다닥다닥 가지마다 꽃망울이 부풀어 올랐다. 마음이 다시 달뜬다.
"산의 위대함은 거리를 둬야 보인다. 산의 모습은 직접 돌아보아야 알 수 있다. 산의 기운은 일출과 일몰, 정오와 자정, 태양이 비추고 비가 내릴 때, 눈이 오고 폭풍이 몰아칠 때, 여름과 겨울 그리고 다른 모든 계절을 겪어보아야 느껴진다. 이럴 때 인간의 생명만큼이나 강렬하고 다채로운 산의 생명에 다가가게 된다."-라마 아나가리카 고빈다.히말라야 고산을 걷는 일은 숨이 턱에 차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준다. 뭔가를 이루려 하는 우리 삶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 속에 히말라야는 늘 있다. 천천히 느리게 걷는 게 중요하다. 내게 1년의 하루하루는 어떠했나. 생산적이었나. 오늘 한 번 쯤 내 하루를 생각해 보자.
충주호 동쪽으로 산줄기가 육중하다. 하늘 선을 그리고 있다. 수려한 풍경이 비단결에 수놓은 비경이다. 이름에 걸 맞는다. 금수산으로 개명한 까닭을 알 거 같다. 산군은 거대하다. 울창한 소나무와 돌출한 기암이 그대로 산수화다. 바위 뒤로 솟은 날카로운 봉우리가 잘 어울린다. 서쪽으로 뻗은 봉우리는 수려하다. 동쪽 조망이 활짝 열린다. 울창한 수림과 험한 암릉이 이어진다. 정상에 올라선다. 날카로운 바위에 표지석이 박혀 있다. 북쪽으로 신선봉과 동산이 보인다. 동으로 소백산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남쪽으론 월악산이 날카롭게 지켜서 있다. 충주호가 잘 내려다보인다. 충주호반의 이름 모를 산들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지금 남녘에 가면 봄꽃을 만날 수 있다.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긴장을 푼다. 훈풍에 하나하나 꽃대를 올린다. 노란 복수초가 눈꽃 속에 핀다. 바람꽃은 무리 지어 정갈함을 자랑한다. 노루귀도 막 피어난다. 보송보송하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봄의 맥박이 곳곳에서 맥동한다. 곧 봄꽃이 팝콘처럼 튈 것 같다. 동백꽃은 정념의 붉은 빛을 다하고 떨어진다. 매화나무 가지 끝이 발갛다. 봄꽃들의 수런거림이 남녘을 점차 시끄럽게 한다. 봄은 분명히 가까이 오고 있다. 아직 폭죽처럼 터지지 않았을 뿐이다. 여린 꽃들이 조심스레 세상 구경에 나선다. 녀석들 보는 것도 색다른 봄 마중이다. 매화나무 가지에 새 한 마리가 앉는다.
무심천 풍경이 한가롭다. '푸드득' 물새 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해질 무렵 여러 마리 새가 떼 지어 군무를 한다. 먼 길을 떠나기 전 벌이는 의식 같다. 자연의 섭리를 생각한다.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떠날 목적지를 정했다. 무심천을 무심히 버리는 결단이 부럽다. 버림의 실천으로 얻은 자유로움에 박수를 보낸다. '푸드득' 물새 한 마리가 깨달음을 준다. 버리고 비우는 데 인색한 나를 책망한다. 무심천이 천천히 흐른다.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걷는다. 가슴이 뻥하고 뚫린다. 무언가가 아래로 쑥 내려가는 느낌이다. 잠시 걸음을 멈춘다. 한 동안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저 멀리 새가 난다.
입춘이다. 청풍호반 길로 발길을 돌린다. 겨울을 겨울대로 볼 수 있는 길이다. 봄의 길목에서 겨울을 음미하기에 딱 좋다. 사랑하는 이들끼리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숲과 호수를 따라 걷는다. 수려한 경관을 따라 자드락길이 자드락거린다. 뱃길도 여기쯤에선 주춤거린다. 둘이서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온 가족이 함께 가도 좋은 길이다. 새로운 명소다. 오늘도 저 아래서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린다. 청풍호반 길은 '스토리 텔링'과 '힐링'을 가미한다. 일상의 찌든 마음을 비운다. 길은 똬리를 튼 산촌들 곁을 멀미나게 넘나든다. 호변 마을이 물그림자로 비친다. 잃어버린 청풍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입춘을 경계에 둔 이즈음 적당한 산행지를 고르기가 참 어렵다. 폭설로 쏟아진 진한 겨울 풍경도 없다. 풍경은 황량하다. 깊은 산중의 풍경도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눈부신 설경도 1000m 이상 정상부 아니면 보기 어렵다. 빼어난 겨울 정취를 뿜어내는 곳이 어딜까. 날이 추울수록 서정이 더 짙어지는 곳은 없을까. 입춘 풍경이 돋보이는 곳이 어딜까. 알몸의 숲 너머로 짙은 서정이 새록새록 묻어나는 곳이 정말 있을까. 있다면 갈색만으로도 풍경을 선물할 수 있을까. 내일이 입춘이다. 춘 마곡이라 했다. 마곡사 풍경과 함께 백범 김구 선생의 젊은 날을 가슴에 담는 것도 좋을 법하다. 꽃이 피기 전 마곡사를 보고 와야겠다.
백화산은 백두대간의 산이다. 소백에서 내달려 연풍에서 잠시 멈춘 산이다. 이내 굽이쳐 이만봉과 희양산을 거쳐 속리산으로 내 달릴 기세다. 몇 해만에 보는 분지리 안말 앞 산과 들이 정겹다. 아침부터 햇살이 퍼진다. 구름이 빠르게 지나간다. 마을에서 보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장엄하다. 곧바로 길을 잡는다. 흰드뫼의 텅 빈 집과 축사가 을씨년스럽다. 대간 길이다. 황학산 삼거리에 눈꽃이 시리게 피었다. 위쪽으로 갈수록 풍경이 시원하다. 백화산 정상이다. 조망은 기대 이하다. 곧 평전치로 내려선다. 산새들이 떼를 이뤄 재잘거린다. 이내 덤불 사이로 낮게 날아간다. 쭉정이 하나가 '툭'하고 떨어진다. 하산길이 평화롭다.
마음 속 호수에 안개처럼 추억이 피어오르는 곳이 있을까. 지나간 시간들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중년의 추억을 남길 만한 곳이 있을까. 그런 곳에 가고 싶다. 대청호 결코 소양호에 뒤지지 않는다. 아침 안개는 낭만을 환기한다. 무시로 피어나 촉촉하다. 대청호는 아직 순백의 세상이다. 호젓한 빙판 위를 걷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겁다. 눈 위에 발자국은 곧바로 추억이 된다. 호수의 겨울 숲과 호반 전경은 고요하다. 안개는 기습적이다. 이른 새벽엔 더 짙고 몽환적이다. 되게 추운 날엔 수몰나무의 빈 가지와 억새에 핀 서리꽃이 참 예쁘다. 호반의 모든 게 마음을 붙잡는다. 뭍과 섬을 연결하는 수평감이 차분하다.
성무봉은 아직 등잔 밑의 산이다. 알짜배기 산객들만 찾는 산이다. 조용한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휴식처다. 내 마음의 보석처럼 숨겨 놓은 산이다. 꺼내 놓는 순간 환하게 빛을 발한다. 겨울철 근교 산행지로 제격이다.한 겨울 능선 길엔 벌거벗은 진달래와 철쭉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혹독한 바람에도 꽃봉오리를 조금씩 부풀리고 있다. 능선 길 내내 푸근하다. 가끔씩 터지는 조망은 넘치는 덤이다. 정상에 이르면 풍경이 호방하다. 청주시내 전경이 빼어난 절경으로 다가온다. 아득히 먼 구름 밑으로 분평동과 용암동, 산남동이 보인다. 자타공인 청주의 최고 전망대다. 오늘도 한남금북정맥 종주객 한 명이 잠깐 길을 에두른다.
바닥은 비교적 평평하다. 길을 따라 가면 자태가 예쁘다. 갈수록 풍경이 서로를 닮아간다. 옅은 갈색의 조화가 예쁘다. 같은 색끼리 만들어내는 겨울 한 낯 풍경이 오묘하다. 일요일 오후 청주 까치내 풍경이다. 바람이 분다. 거대한 갈대숲이 바람 소리를 낸다. 사각 사각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저 멀리 작천보에서 하얀 물결이 안길 듯 다가선다. 그 속으로 야생오리 떼가 날아오른다. 바라보는 시선이 고정된다. 천천히 갈대숲으로 들어간다. 하나씩 스치고 지나간다. 어느 길을 택해도 갈대의 향연이다. 발길을 방해하는 장애물도 없다. 하지만 때론 푹푹 빠지기도 한다. 어느 순간 혼자 누리는 행복이 온몸을 감싼다.
속리산은 50대 후반이나 60대 신 청춘들에게 남다른 공간이다. 신혼여행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수학여행의 불타는 정열이 머물던 공간이다. 적어도 달콤한 추억 한 자락쯤 묻고 있는 명소다. 세월이 한참 흘렀다. 추억의 장소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훌쩍 먹어버린 나이를 잊게 한다. 풍경은 그리운 조각들을 하나 둘 맞추게 한다. 더듬더듬 옛 기억을 맞춰나간다. 아련함이 밀려온다. 애잔한 공허가 온 몸을 감싼다. 추억은 언제나 들뜬 열화와 같다. 법주사 가는 길은 그리움이다. 한 겨울 말티고개는 옛 기억의 길이다. 굽어 돌아가는 고즈넉한 정취다. 희미한 옛 추억이 스멀거리는 앨범이다. 1월의 속리산 풍경이 하얗게 곱다.
그날 밤 안나푸르나 롯지 위로 쏟아지던 별들은 정말 총총했다. 얼마나 맑았던지 가슴까지 시렸다. 한밤중 별빛은 찬란했다.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평생 봐 온 별을 다 합친 것보다 많았다. 별은 사위가 칠흑처럼 어두워야 가장 빛난다. 겨울 밤 빛 공해가 가장 적은 마을이나 고갯길의 별이 아름다운 까닭이다. 밤하늘 별보기는 추운 겨울을 행복하게 나는 색다른 방법이다. 그만한 행복도 없다. 별빛 가득한 히말라야 밤하늘의 감동이 아직도 또렷하다. 서쪽하늘에 흐르던 은하수를 잊을 수 없다. 천근만근 무거웠던 마음과 몸의 무게도 가벼워졌다. 피로감도 씻은 듯 사라졌다. 밤하늘 별빛이 전해준 기운은 그만큼 컸다.
날씨가 좀 풀렸다. 그래도 여전히 춥다. 몸이 움츠러든다. 따뜻함을 갈구한다. 온기를 그리워한다. 펄펄 끓는 온천수를 갈망한다. 그 속에 푹 담그고 싶어 한다. 온천 산행의 계절이다. 온천욕에 방점을 찍었다면 가벼운 코스를 정해 산행하는 게 좋다. 무리할 필요가 없다. 게으름을 피워도 좋다. 느릿느릿 여유를 부리며 걸어야 제 맛이다. 겨울나무 사이로 산들바람 맛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그 바람에 실린 피톤치드가 상쾌함을 더 해 준다. 나름 운치까지 있다. 걷는 재미가 되레 쏠쏠한 덤이 된다. 이번 주말엔 어디로 떠날까. 온천 산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벌써 신열에 들뜬다. 묘한 기대감에 당장 행장을 꾸리고 싶다.
길은 세상을 설명하는 방법을 모른다. 다만 권할 뿐이다. 사람은 눈앞에 명백히 놓인 진리도 알지 못한다. 길을 걷다 보면 알 게 된다. 길이 권하는 세상보기다. 나와 세상은 한 몸이다. 결코 분리할 수 없다. 조각조각 나누면 사바고 하나로 합하면 화엄이다. 마음이 텅 비었다고 비존재가 아니다. 무아로 존재할 뿐이다. 화엄에 빠지면 화엄 삼매를 얻고 능엄에 빠지면 능엄 삼매에 들게 된다. 오늘 하루 느린 걸음을 통해 삼매에 들었으면 한다. 길과 세상은 다르지 않다. 총체적 관점, 전체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느릿느릿 여유를 부리며 걷는다. 비로소 내가 보인다.
텅 빈 고요를 만난다. 한 해 중 가장 한가로울 때다. 오전엔 온통 붉은빛으로 반짝인다. 오후 나절엔 은박지처럼 반짝인다. 일몰 때면 주황과 선홍의 빛으로 반짝인다. 달빛 희미한 깊은 밤에는 물결이 자그락거린다. 노동의 풍경마저 눈부시다. 되레 겨울이 더 바쁘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끝 간 데 없이 이어진다. 나른한 햇볕 속에서 풍경을 바라본다. 눈에 비친 볕은 차거나 맵지 않다. 너도바람꽃이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부드럽고 아늑한 마을 풍경이다. 오늘도 풍경에 계절이 잊힌다. 마음이 절로 순해진다. 자연미가 빼어난 것도 아니다. 기암의 경치를 보여주는 곳도 아니다. 현도면에 있는 대청호 아랫마을의 하루 풍경이다.
산세가 웅장하다. 거칠지는 않다. 험준한 바위가 앞을 막지도 않는다. 까마득한 절벽으로 길을 끊지도 않는다. 큰 굴곡이 없다. 길은 꾸준히 이어져 있다. 계곡이 아름다운 산이다. 민주지산이다. 이름 때문일까. 민주지산은 영동에서 가장 높다. 절대 만만하지 않다. 내가 찾은 날 산은 설국이었다. 신의 손길인 듯 아름다웠다. 눈은 부지런히 내렸다. 나무들은 하얀 눈꽃을 뒤집어썼다. 하루종일 설국의 풍경을 선물했다. 능선에 서자 칼바람이 몰려온다. 한기가 피부를 찌른다. 뼈까지 아프다. 정상은 이미 눈보라에 점령당했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거셌다. 다시 인간계로 내려선다. 길의 구분이 쉽지 않다.
주말을 그린다. 매주 가는 산이지만 겨울산행은 더 기다려진다. 1월이 주는 초월적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다. 겨울산행의 묘미는 누가 뭐래도 호젓함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적당히 조절하며 가면 된다. 느긋한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행 내내 홀로 가슴에 태양을 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사방이 확 트인 조망바위에 서면 가슴이 활짝 열린다. 운이 좋으면 불이(不二)의 경지도 맛볼 수 있다. 모든 번뇌를 벗어버릴 수 있다. 겨울산행은 해탈문을 지나 세상과 조응하는 일이다. 그 추상의 공간엔 언제나 고즈넉함이 있다. 때론 고독감이 몰려온다. 모두 기막힌 느낌이다. 기다려진다.
충주호의 겨울풍경은 정백하고 담연하다. 밤새 얼어붙은 충주호에 유람선이 뜬다. 쇄빙선처럼 얼음을 깨고 뱃길을 잡는다. 깨진 얼음 사이로 하얀 포말이 인다. 얼음조각들 위로 옥순봉이 수줍게 여성미를 드러낸다. 그 뒤로 구담봉이 우람하게 남성미를 치세운다. 눈 맞은 암봉들의 골격이 보디빌더처럼 각지다. 늠렬한 추위가 준 새로운 선물이다. 제비봉을 오른다. 정상까지 두세 시간 걸린다. 가풀막진 곳이 많다. 가파른 계단 길도 여러 번 이다. 들숨과 날숨을 급하게 반복한다. 땀과 함께 어느 새 8부 능선이다. 산 아래로 은빛의 얼음 호수가 보인다. 호반을 따라 첩첩의 암봉들이 도열한다. 까마득히 솟은 모습에서 격조와 품위가 묻어난다.
올겨울은 눈이 많다. 바람은 날 선 이빨처럼 날카롭다. 계속된 추위가 호수와 강가를 얼음세상으로 만든다. 가끔 떠가는 얼음조각들은 새로운 풍경을 창조한다. 혹한의 겨울이 그려낸 이색 풍경이다. 도담삼봉까지 두발로 걸어간다. 두껍게 언 얼음판이 아스팔트처럼 단단하다. 망설임 없이 얼음판 위로 올라선다. 삼도정까지 쭉 간다. 아이들의 미끄럼 놀이가 그칠 줄 모른다. 겨울여행의 알싸한 청량제다. 얼어붙은 설산(雪山)과 얼어붙은 강물이 화폭을 지배한다. 남한강이 단양을 휘감아 흐른다. 그 아래 충주호가 꽁꽁 얼어붙었다. 저 먼 동토(凍土)의 나라 풍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도 하얀 풍속화가 펼쳐진다.
충주호 호반 길엔 요즘 겨울 서정이 짙어진다. 시리도록 푸른 쪽빛의 겨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충주호는 추울수록 더 짙은 코발트빛을 띤다. 호반 길 위에는 흑백의 농담만으로 그려진 간결한 수묵화가 펼쳐진다. 얼어붙은 강변은 어린 시절을 떠올려준다. 겨울 빛에 물 억새가 반짝인다. 강 건너 눈 덮인 외딴 집 굴뚝에서 흰 연기가 낮게 피어오른다. 강변 마을에 하나둘 불 켜지는 모습이 정겹다. 동화 속 풍경 같다. 날아오르는 오리 떼의 푸드득 소리가 문득 현실감을 준다. 겨울 호수는 하늘빛을 닮았다. 푸른빛이 너무 선명해 시리도록 아름답다. 잔설을 밟으며 충주호를 내려다보는 맛도 괜찮을 법하다. 짙푸른 물색에서 겨울서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겨울 산의 매력은 눈이다. 겨울 산행의 백미는 눈꽃산행이다. 해발 1000m를 넘어야 제격이다. 그런 곳에 서야 환상적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최고의 눈꽃은 눈과 바람의 도움으로 완성된다. 하얀 능선에 뽀얀 운해가 겹치면 고요한 수묵화다. 명암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채도를 더할 까닭이 없다. 그 자체로 장엄한 아름다움이다. 겨울이 빚어낸 최고의 작품이다. 히말라야 고산준령의 것과 맛이 다르다. 겨울의 소백산엔 흰 눈과 함께 적요함이 깃들어 산다. 이른 새벽 운해로 덮인 부드러운 능선은 절절한 그리움이다. 순백의 설원 위로 겨울 하늘이 드러난다. 깨질 듯 푸른 최상의 풍경이다. 결코 덕유산에 뒤지지 않는다.
대청호가 얼었다. 금강물이 대청호에 이르러 하얗게 굳었다. 꽝꽝 흰빛으로 얼어붙었다. 소한 추위가 계속 맹위를 떨친다. 죽은 듯 고요하던 바람도 살아났다. 새파란 강물은 하얀 얼음판 밑으로 숨었다. 대청호 소전리 길에 생기가 돈다. 소전리는 오늘도 눈 속에 파묻혀 있다. 이따금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옛집들이 정겹다. 인적은 여전히 뜸하다. 한적하기 짝이 없다. 하루 딱 한 번 우편배달부의 빨간 오토바이 굉음이 적막을 깬다. 소전리 길은 단연 빼어나다. 겨울 정취로만 보자면 견줄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호수와 산골이 어우러져 운치 있다. 겨울이면 눈 풍경이 한없이 반겨준다. 조금만 머물러도 호수와 산과 풍경이 마음을 씻어 준다.
청주 수동은 해질 무렵 빛난다. 낙조의 빛을 받아 온 동네가 벌겋다. 골목길도 붉게 물든다. 한낮보다 해질녘 풍경이 훨씬 더 훌륭하다. 그곳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저녁나절 내내 북적인다. 한 겨울의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우암산 우회도로 전망대에서 보는 전경은 고혹적이다. 어스름 빛이 만들어내는 도심은 신비롭다. 저무는 해가 빚는 황금빛 풍경은 치명적 유혹이다. 사위를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는 해가 되레 난만하다.해가 진 뒤 야경은 창 가득 펼쳐진다. 도심 건물의 불빛으로 수동의 아름다움이 더 또렷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주가 푸른빛으로 일렁인다. 네온사인들이 낭만적으로 반짝인다. 수동은 그 사이 스토리를 만든다. 한 편의 '판타지'다.
[충북일보]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가 2년 연속 2만8천 명대를 유지했다. 귀농인은 지난 2013년 통계 공표 이래 최저치인 700명대까지 무너졌다. 인구 감소와 함께 의료·문화·교육 등 정주여건 문제가 지속되고 최근에는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없는 '식품사막' 현상까지 나타나며 귀촌·귀농 정책도 대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6일 통계청의 '2023년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귀촌가구는 30만6천441가구로 1년 전 대비 (-3.9%) 감소했다. 충북 귀촌가구는 2만2천931가구로 집계됐다. 충북 귀촌가구는 1년 전 대비 0.9% 증가했으나 2021년(2만4천116가구)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충북으로 귀촌한 사유는 직업(9천464가구)이 41.2%로 가장 많았으며 주택(5천198가구), 가족(5천36명가구), 자연환경(1천56가구), 주거환경(592가구), 교육(234가구)가 뒤를 이었다. 기타는 1천351가구였다. 전국적으로 귀촌한 인구는 40만9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만1천13명(-5.0%) 감소했다.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는 2만8천783명으로 1년 전보다 537명(1.9%) 증가했으나 6년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미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충북이 이 분야를 선도할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도내에 구축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인프라가 속속 가동 중이고,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는 구간이 확대되며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23일 충북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전파플레이그라운드-충북'이 최근 문을 열었다. 이 시설은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인 C-트랙에 자리 잡았다.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차량 시험에 적합한 전파시험 공간으로 조성됐다. 총 1천923㎡ 규모이며 국제 표준규격의 폐쇄형 시험시설이 들어섰다. 레이더 타깃 시뮬레이터, 신호발생기, 스펙트럼 분석기, 네트워크 분석기 등 전파를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도 갖췄다. 전파플레이그라운드는 외부의 전파 간섭이나 피해를 막고 다양한 융·복합 기기의 전파시험을 지원하는 대형 전파 차폐시설이다.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서 중부권 주력 산업인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드론용 탐지센서와 레이더 등 전자파를 활용한 제품 출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같은 장소인 충북대 오창캠퍼스에 둥지를 튼 자율주행자동차 테스트베드는 지난해 4월부터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충북일보] 보은군은 민선 8기 들어 최재형 군수의 군정 철학인 '군민이 행복한 도시형 농촌 보은'을 건설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정주 여건 개선, 귀농·귀촌 정책과 청년정책 추진, 휴식 공간 조성, 교육환경 확대 등 군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펼쳤다. 군의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엔 공무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군정을 이끌어온 최 군수가 있다. ◇ 지역 성장 동력 인구 유입 인프라 구축 민선 8기 반환점을 맞는 그는 지난 2년 동안 지역 활력 타운 조성과 농촌협약 등 인구 유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군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2024년 지역 활력 타운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8년까지 379억여 원을 투입해 보은읍 죽전리 일원 2만2천267㎡ 용지에 '보은 청년 all來(올래)'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군은 도시형 주거단지인 블록형 단독주택 70가구 조성, 생활 인프라와 생활 서비스 조성을 위한 커뮤니티센터 단지개발, 지역 브랜딩,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활력 타운과 연계한 온-누림 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