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박두했지만 누가 당선될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여당 후보로는 이재명이 확정적이지만 대장동 문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윤석열·홍준표 간의 경쟁이 격렬해지고 있어 한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점술에 의지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윤석열이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TV 토론회에 나온 게 발단이 돼 역대 대통령의 점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운(官運)을 알아맞히는 점술이 많지만 역학만큼 신통한 것도 없을 것 같다. 관이란 자동차로 말하면 브레이크와 같은 것이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브레이크가 듣지 않으면 흉기일 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관이 없으면 브레이크 없는 차처럼 툭하면 사고를 칠 수밖에 없다. 이를 나무에 비유하면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것과 같다. 아무리 큰 나무라도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드는 재목으로 쓸 수 없다. 불처럼 유용한 것도 없지만 화력을 조절할 수 없으면 재앙일 뿐이다. 적당히 불 조절을 할 수 있어야만 난방도 하고 요리도 할 수 있다. 불만큼 유용한 게 쇠다. 무쇠는 그 자체로는 아무 쓸모도
어느덧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나를 비롯한 친구들도 부모님 모시고 병원을 찾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주 동생한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숨 쉬기 힘들다며 집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해서 가는 중인데 그 후 통 전화연결이 안 되니 거리상 가까운 나한테 빨리 가보라는 연락이었다. 허겁지겁 가는 중에 별의별 상상을 하며 도착해보니 상황이 안 좋았다. 119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이 왜 이리 멀기만 한지. 갑자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어르신들한테 백세 시대에 걸맞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어릴 적 만해도 한 동네에 일가친척이 모여 함께 생활했었는데 지금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집안 사정을 훤히 알고 서로를 돕고 살던 그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숱하다. 어느 곳을 가나 출입통제가 엄격하다.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취해지는 일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지 갑갑한 마음이 비오기 전 우중충한 하늘빛과 같다. 엄마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함이 오늘따라 나를 더 움츠러들게 한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의료진을 믿고 마음으로 쾌유를 빌어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병실에 누워서 무슨 생각을 하며 보내고…
집 뒤에 있는 오래된 밤나무가 "툭," 알밤을 떨구는 소리를 낸다. 드디어 가을이 되었나 보다. 계절은 이름을 먼저 달고 오지 않는다. 거친 회갈색 가지에 연두색 잎이 보이기 시작하자 부지런히 달려오더니 봄이 되었고, 덥수룩한 누런꽃을 요란하게 흔들며 진한 밤꽃 향기와 함께 절정을 맞는다, 그 꽃들이 어느새 단단한 열매를 맺었나 보다. 불과 대여섯 달 만의 시간으로 결실을 만들어 가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매해 한결같이 사는 밤나무의 소명은 무얼까, 열매를 맺어 살아있는 것들을 먹이는 것이 그들 소명의 전부일 리는 없을 터, 그런데도 밤나무는 열매를 떨어뜨리며 자꾸 소리를 낸다. "툭!" 밤 떨어지는 소리에 가을이 익고, 단풍은 낙엽이 되고, 바람은 차가워져 거둔 것 없이 쓸쓸한 한 해가 또 가게 될 테지. 나에게 밤이 "툭" 떨어지는 소리는 다람쥐나 청설모의 처지와 다르지 않은 본능을 일깨우는 소리에 가깝다. 추운 계절이 오기 전 그 짧은 기간에 먹을 것을 모아두려는 마음 바쁜 다람쥐처럼 나도 모르게 장화를 신고 바구니를 들고 나선다. 밤새 밤나무를 흔들며 지나간 바람 덕에 아침이면 붉은 갈색의 커다란 알밤이 혼자 튀어나와 흙바닥을 뒹굴거리고, 좁은 밤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10년의 법칙'이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시기는 1987년 12월이다. 그해 6월 민주 항쟁으로 전두환 정권은 종말을 고했다. 무려 16년 만에 직선제가 관철된 셈이다. 보수·진보 10년씩 집권 1987년 12월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정권이 탄생했다. 전두환과 비슷한 군부의 집권이었지만, 노태우는 80년 대 이후 직선제로 선출된 첫 대통령이었다. 이어 1992년 12월 14대 대선에서는 김영삼 후보가 당선됐다. 한 때 김대중과 함께 박정희 군사정권에 대항했던 김영삼은 이른바 3당 합당을 통해 노태우를 잇는 보수정부로 출범했다. 직선제 도입 후 보수 세력은 딱 10년 간 대한민국의 정국을 주도했다. 보수정부는 더 이상 집권을 연장시키지 못했다. 15대 김대중 대통령이 탄생하면서다. 김대중은 호남세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DJP 연합'을 통해 정권을 창출했다. 완전한 공동정부는 아니었지만, 총리와 일부 장관의 경우 야당 출신을 중용했다.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아래로부터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람을 통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선거열풍
[충북일보]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발칵 뒤집혔다. 정부가 내년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비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에 떠넘기려 하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비는 그동안 전액 국비로 집행해 왔다. 느닷없이 지자체도 분담하라고 하니 반발은 너무 당연하다. 현재 상당수 지자체들의 재정은 백신 접종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3일 약 4천712억 원을 지자체가 부담토록 하는 정부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도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시행비용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접종비는 전액 정부에서 일반회계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부담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604조4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 시행비용의 경우 절반이 넘는 4천712억 원을 지방정부가 부담토록 했다. 전국 지자체들은 그동안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급기야 시도지사협의회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시도지사들은 성명에서 정부의 2022년 예산안에 포함된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비의 지방부담 방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방역관리 비용 및 국민지원금 등으로 지방의 재
늦여름 매미 김기남 충북대 명예교수 충북시인협회 얘야 아직도 울고 있니? 다른 친구들은 모두 먼 길 떠났는데… 이제 곧 찬바람 불 텐데 울기만 하다 숙제를 못 끝내면 이 세상에 온 보람은? 맴 맴 매~엠! 애처로운 매미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다 나는 세상 떠날 준비를 잘하고 있는가? * 매미는 수컷이 울고, 암매미를 만나 짝짓기 한 후 죽는다고 함
[충북일보] 알피니스트의 삶은 늘 고되다. 시간과 고도를 초월해 하늘과 맞닿은 곳으로 간다. 그리고 정점을 향한 인간의 염원이 그 곳에 닿는다. 어려운 과정을 완수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다. *** 현명하고 강한 산악인 조철희 충북 히말라야원정대 등반대장이 다시 정상에 섰다. 다울라기리(해발 8천167m), 하얀 봉우리와 포옹했다. 다울라기리는 세계에서 일곱 번 째 높은 산이다. 그는 히말라야 8천m급 14개 봉우리 중 5곳을 차례로 올랐다. 나머지 9곳도 계획대로 오를 예정이다. 조 대장은 충북산악인으로서 30년 이상을 살고 있다. 묵묵히 알피니즘을 실천하고 있다. 히말라야 14좌를 다 오른 충북산악인은 아직 없다. 그가 충북의 깃발을 하나하나 꽂고 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한계 극복과 몰입으로 결과를 만들고 있다. 그의 히말라야 14좌 도전은 치기(稚氣)가 아니다. 50대가 선택한 절박한 용기(勇氣)다. 이 산도 가보고 저 산도 가는 진짜 산악인이다. 옛날 영광에 묻혀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히말라야로 간 돈키호테'란 제목의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네팔로 떠나던 날 올린
밤낮으로 공기가 차츰 선선해져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가 가까워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기 시작한다. 환절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할 질환이 있는데 바로 국내 전체 사망원인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순환계통 질환이다. 순환계통 질환 중 '뇌혈관 질환'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다. 대표 증상은 편측마비, 언어장애, 두통 등이다. 또, '심혈관 질환'은 심장과 주요 혈관에 발생하며 갑작스런 가슴통증이나 식은땀·구토·현기증·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소방청과 질병관리청에서 조사·연구한 '급성심정지환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년간(2008~2019년) 심정지가 발생한 주요 장소는 가정이 1만1천898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공장소 5천544건, 그 외 5천222건이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심정지 상황을 마주할 수 있기에 올바른 응급처치 요령을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심정지 환자는 '4분'의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그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소생할 확률이 점점 낮아진다. 그렇다면 심정지 환자를 발견 시엔 어떻게 해야 할까? 심정지 환자를 최초로 목격한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1
금요일인데요. 사실 회사는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어 오늘은 쉬는 날인데 혼자 출근했습니다. 오전에는 몇몇 사람들이 왔다가고 또 다른 몇몇과 가까운 읍내에 가서 된장찌개를 먹고 시시콜콜 이야기도 나누고 돌아와 책상에 앉았습니다. 늘 그렇듯 메일을 확인하고 페이스북도 확인 한 후 페벗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고 오랜만에 안부 글도 남겼습니다. 그리고는 약간의 밀린 업무를 처리하려고 컴퓨터의 화면을 바꾸는 순간 일탈이 생겼어요. 의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일탈. 그게 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가끔 그랬으니까요. 나이가 반평생을 훌쩍 넘긴 지금 일상과 일상 사이 시나브로 끼어드는 일상 아닌 일상, 아니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린 일상과 일상 사이의 일상 그 일상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걸아니까 지금은 그냥 즐기고 있어요. 따지고 보면 미래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희망의 시간이고, 그래서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모든 미래도 현재의 행복을 위해 설계하는 것이니까 우리 모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현재에 사는 것이니까 오늘 이 일상 아닌 일상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상과 일상 사이에 끼어드는 일상은 늘 과
망각이란 잊어버리는 것, 잊을 수 없이 망각을 맹세하는 마음의 슬픔이여! 소녀 때 읽었던 어느 소설의 맨 앞 장에 적혔던 이 구절이 지금까지도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 슬픔을 같이 느낄 수 있었던 내 인생의 좋은 시절이었다. 이제 인생의 황혼 길에서 돌아보면, 구태여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잊혀지는 망각이라는 기능은 경우에 따라서는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분명,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라고 생각된다. 학창시절 시험 볼 때의 안타까웠던 기억들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밤 새 외운 것들을 잊지 않으려고 걸음걸이마저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신경을 썼건만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까맣게 잊어버리고 끝나는 종이 울릴 때까지도 끝내 떠올라주지 않던 야속 했던 그 일들이, 이제 돌이켜보면, 그러한 망각의 기능은 이처럼 복잡하고 무섭고 험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는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 남이 당한 일이지만 언제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들, 또 살아가면서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괴롭고 슬펐던 일, 분하고 억울했던 일, 또는 극도의 수치감 때문에 밤새 잠 못
[충북일보] 국회 세종의사당 시대가 열렸다. 마침내 정치와 행정이 만날 수 있게 됐다. 관련법이 발의된 지 5년 만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한 지 19년 만이다. 대선 정국에서 여야 논의가 급물살을 탄 덕이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운영위와 법사위, 본회의까지 일사천리였다. 행정수도는 그동안 미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세종의사당 건립을 계기로 완성할 수 있게 됐다. 법적으로도 완벽해졌다. 설치 근거법안 처리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혔다.· 세종의사당의 설치 필요성은 기존 정치와 행정의 이원화에서 비롯됐다. 행정의 비효율을 해소하고 예산낭비를 줄이자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여러 차례 발의에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자동폐기 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 21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여러 가지 행정적·사회적 비효율과 예산낭비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종의사당 설치만으로 비효율이 한꺼번에 개선되긴 어렵다. 모든 법과 제도가 그렇듯 결국 운영주체에 달렸다. 여러 중앙부처들이 세종시 이후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주요 정부회의가 여전히 서울에서 개최됐다
귀뚜라미 정진헌 건국대교수·충북시인협회이사 풀숲에서 바위틈에서 사랑을 위해 달빛으로 그리움을 흔드는 것이 어둠을 깨워 새벽이슬을 적시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풀벌레 소리 별이 되어 울어 본적 없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가 힘들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때는 3~4학년이다. 간단한 교과목과 놀이가 결합한 수업 방식, 4~5교시면 마치던 일과였던 1~2학년의 시기를 지나 3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크나큰 시련과 맞닥뜨리게 된다. 6교시까지 이어지는 수업, 늘어난 교과목 수, 분수 개념의 등장 등. 이때 가장 큰 시련은 바로 '사회'와 '과학'이다. 교과목 자체도 낯설지만 처음 보는 용어들로 인해 암기 과목이라는 생각이 드니 어려울 수밖에. 그래서 저학년 때 미리 준비해주면 좋은 과목이 '사회'와 '과학'이다. 선행학습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과학이 암기 과목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관해 탐구하는 과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 낯선 느낌을 없애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준비를 하면 좋다는 의미. 사회와 과학의 줄기는 '과학'으로 같다. 과학이란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이 왜 그럴까 생각해보는 것, 그 이유가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해보는 탐구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아이들은 사회와 과학을 재미있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과학이란 누구나 가져야 할 탐구 방식이자 세상을 향한 관심임을 알게 하기 위해 그림책 '과학자들은 하루 종일…
너무 멀리 온 건 아닐까. 돌아가 기억해 내기엔 빛이 바랬잖은가. 이미 건너버린 세월의 강, 단절되어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해 낼 수 있을까. 약속 날을 잡고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성과 만나는 것도 아닌데 밥을 먹기보다는 분위기 있는 카페를 택했다. 그런데 이 설렘은 뭔가. 날짜가 다가오자 전날부터 설레는 거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이 옷 저 옷 입었다 벗는 일 또한 오랜만이다. 그런데 어쩌면 좋단 말인가. 누구와 약속을 하면 미리 가서 기다리던 평소 습관과 달리 자주 가던 카페건만 입구를 놓쳤고, 공사 중이라 한참 가서 유턴하다 보니 15분은 늦을 것 같다. 첫 만남부터 망쳤다. 우정이라 말하기조차 흐릿한 여린 기억들을 의존하며 길을 나섰는데…. 망쳐버렸다. 우리 사이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은 그녀도 같을 것이다. 어릴 적에 우리 집에 몇 번 놀러 왔던 기억이 전부일 뿐이니 추억이랄 것도 없는 사이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자' 하며 그녀 음성을 소환했다. "너는 늘 궁금했어…." 반세기를 넘겨 연결한 첫 통화 중 그녀가 한 말이다. '너는' 이란 말을 되뇌다가 그녀 기억 속에 내가 남아 있었다는 말로 단정하며 기분을 전환했다.…
충남 예산의 ㅅ고교에서 선비교육을 했다.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은 교육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입교 과정과 학교의 요청으로 지도위원들이 학교로 가는 '찾아가는 선비체험'을 한다. 외부 인사를 초청하는 교장은 담대하다고 하며, 학생들의 수강 자세 때문에 부르지 못한다는데 더욱 고등학생들이다. 그래서 아침 준비회의에서는 지도위원들이 단단한 각오로 최상의 교육 효과를 만들자고 다짐도 했다. 1교시 수업 시작 5분 전에 컴퓨터 준비를 하러 들어가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밝게 맞이한다. 시작종이 울리자 반장의 구령에 맞춘 학생들의 인사말에 귀를 의심했다. '효도하겠습니다!' 21세기 교실에서 이런 인사말을 들을 줄은 몰라 잘못 들었나 했는데 맞다. 어떻게 이런 인사를 마련했는가 묻자 학급회의의 결정 사항이란다. 위국헌신으로 견위수명의 모범을 보인 매헌 윤봉길 의사의 고향이라서? 아님 인근에 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의좋은 형제가 있던 고장이라서?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칭찬을 먼저 해야 한다.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라는 인류 불후의 명저를 낸 영국의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박사가 세상을 뜨기 2년 전인 86세 때에
우리 옛 노래중에 '돈타령'이 있다. '여보소 이 돈이 웬돈인가? 이돈이 웬 돈이여'로 시작해서 '잘난사람은 더 잘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생긴 돈, 생사지권을 가진 돈, 부귀영화가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돈봐라 돈돈돈돈 좋다 돈봐라'로 끝이 난다. 사람 목숨도 부귀영화도 돈이면 다 된다며 돈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찬양한다. 옛날도 그럴진대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동취(銅臭) 라는 말도 있다. 개성 봇짐장수들은 돈을 산적들에게 빼앗길까봐 버선속 발밑에 깔고 다녀 구린내가 났다고 한다. 개성장사치의 발 구린 돈에서 나는 동전 냄새를 일컷는 말이다. 이런 동취는 돈으로 벼슬을 산 사람을 비웃는 말로 쓰이는데 오늘날에는 뇌물로 일을 성취시키려는 모든 행위나 인물을 가르키는데 두루 쓰이고 있다. "'화천대유'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네면 아 네 감사합니다 '천하동인'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인사말이 유행하고 있다. 대선과 관련해 여당 유력후보가 준 특혜니 아니니, 신생 자산관리회사가 자본금 5천만 원으로 1천10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게 된데는 대법관을 비롯한 초호화 자문단의 도움이 있었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해 여름,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던 세계인의 관심인 도쿄 올림픽, 세계 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환호하고 아쉬워했던 그 시간 우리에게 환호와 아쉬움을 준 그 결과를 위해 노력한 선수들이 가장 중요시한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승리의 목표를 위한 성과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올림픽 참가의 의의를 두고 서로를 선의의 경쟁자로 여기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패배에 멋지게 승복하며 각자의 목표를 위해 도전하는 올림픽 정신일 것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 국가대표 조구함 선수가 보여준 매너에 세계는 극찬을 보냈다. 승자가 아닌 패자가 보여준 스포츠 정신은 올림픽을 지켜본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유도 남자 100㎏ 결승전에서 상대인 애런 울프와 연장전까지 간 끝에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조구함 선수는 승자인 울프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밝게 웃으며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상대가 강했다. 패배를 인정한다"라며 "다시 일어나 챔피언 자리에 도전하겠다. 파리올림픽으로 향하는 동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건강검진의 활성화와 영상학적 검사방법의 발전으로 담낭의 용종성 병변의 발견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되는 담낭 용종성 병변의 유병률은 3-6% 정도로 흔하며, 여기에는 담낭용종, 국소적 선근종증 등이 포함된다. 담낭용종은 담낭 내부 점막의 융기성 병변으로 대부분은 양성병변이지만, 3-8% 정도는 악성이거나, 차후 악성화 될 수 있는 신생물성 용종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콜레스테롤 용종이 가장 흔하며 전체 담낭 용종의 2/3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레스테롤 용종은 다수의 지질을 포합하고 있는 포말양 대식세포가 점막의 고유층에 침윤하여 마치 용종의 형태를 보이는 질환이다. 때문에 가성 용종이라고 불리며, 악성화 하지 않고, 대부분 증상도 없다. 하지만 극히 드물게 용종이 점막층에서 떨어져 나와 췌장염, 담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선근종증은 담낭내압의 증가나 염증성 변화에 의하여 담낭벽의 근층과 장막층이 비정상적으로 비후되어 발생하는 양성 증식성 질환이다. 병변 모양에 따라 저부형, 분절형, 미만형으로 분류되며, 이중 국소형인 저부형이 담낭 용종과 감별이 필요하다. 국소적 선근종증은 악성
[충북일보] 국내 체류 외국인 코로나19 확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인구 대비 발생률로만 보면 내국인의 9배다. 정부의 거듭된 외국인 백신 접종 대책 발표에도 별 소용이 없다. 충북 청주지역도 초비상이다. 청주시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PCR검사와 백신 접종 독려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감염 확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9~25일 국내 발생 외국인 확진자는 2천305명이다. 같은 기간 전체 확진자의 16.2%다. 주간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208명이다. 절대적인 유행 규모는 수도권에서 압도적으로 컸다. 지난주에만 서울과 경기도에서 각각 675명, 687명의 외국인이 확진됐다. 다만 상대적인 비중을 기준으로 삼았을 땐 좀 다르다. 비수도권 상황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신규 확진자 중 외국인의 비율은 충북, 충남, 광주, 대구에서 모두 30%를 넘겼다. 이렇게 급증한 이유로 낮은 백신 접종률이 꼽히고 있다. 지난 26일 0시 기준 등록외국인의 1차 접종률은 65.2%였다. 내국인 대비 8.9% 포인트 낮았다. 미등록 외국인의 1차 접종률은 훨씬 더 낮은 53.7%로 추정됐다. 폐쇄적인 외국인 공동체…
목도강수욕장 심억수 충북시인협회 부슬비 내리는 목도강 수변산책로를 걷는다. 소금 배 드나들던 나루터 여울목에 높다랗게 놓인 다리 유원지 조성으로 강물은 빨라지고 강변은 모래톱을 잃었다 어릴 적 물속을 아무런 방해 없이 헤엄치던 곳 휴양객 군상의 등쌀에 몸살 앓는 목도강 인위적으로 다듬어진 둔치에 서서 눈을 감아본다 세월의 유속에 흘러간 기억들이 물안개로 일어서는 벅참 겉치레로 닫았던 자연의 소리가 아마득한 시간을 흔드는 아찔함 구름은 바람의 장단에 흩어져 멧부리에 걸린다 수변공원 미명에 염치없이 자맥질하는 목도강수욕장 젖은 바람의 채근에 터벅터벅 물러서는 알량한 발자국 빗물 머금어 무거워진 하루가 앞장서간다. *목도강수욕장 : 충북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
정치와 행정기관은 도민의 안전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논란이 됐던 가경천공사를 보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난해 9월 수십 년간 잘 키워온 가경천 주변 가로수인 살구나무를 베어 내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룬 적이 있다. 가경천 하천정비공사는 요즘 기상 이변으로 인해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집중호우 시 하천이 범람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제방둑을 높여 주민들의 거주지를 하천 범람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예방 공사다. 공사 내용을 보면 하천정비구간은 흥덕구 복대동에서 서원구 남이면 석판리에 이르는 총 7.8㎞에 이른다. 또한 콘크리트 블록과 홍수 방어벽을 설치하고 교량을 재가설 하는 등 사업량이 비교적 큰 편에 속하며 공사기간도 약 6년이나 소요된다. 더욱이 일부 공사 구간은 주민들의 생활공간과 인접해 있어 공사도 까다롭고 민원 발생 소지도 많다. 지난해 살구나무제거 문제로 논란이 있었던 곳도 이 공사구간 중 한 곳인 죽천교와 발산교 사이의 구간이다. 제방둑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방에 심겨 있던 수목 제거 공정도 포함돼 있고 설계상 제거해야 할 수목의 양은 총 829그루이다. 그 중 지난해에 157그루를 베어 냈고 67
오랜 군사정권의 잔재가 남아 있던 1991년 첫 지방의회 의원 선거를 통해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된다.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막 발을 내딛기 시작하던 청주시 의회는 지방행정은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청주시 행정정보 공개 조례'를 1991년 12월 26일 112회 6차 본 회의장에서 전체 42명 중 찬성 39명, 반대 3명의 압도적 표 차이로 가결해 전국 최초로 1992년 1월 4일 청주시 조례 제1호로 시행하게 된다. 당시'청주시 행정정보 공개 조례'는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져 청주시장의 재의 요구 및 대법원 제소 등 법적 논란이 있었으나 1992년 대법원의 합법 판결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고, 이후 정부는 뒤늦게 1996년 12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전국적 차원의 정보공개 제도를 정비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꾼 전무후무한 역사적 쾌거로 기록되고 있다. '청주시 행정정보 공개 조례' 제정은 한 지역을 넘어 국가 전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지방자치의 꽃을 피운, 역사의 미래'를 만들었으며, 국민들에게 알 권리와 정보공개법의 중요
"우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되면 그 순간은 기억에서 잘 잊히지 않는다. 아름다운 풍경, 감동의 선물, 멋진 이야기 등 다양한 곳에서 이런 감탄사 한 번 쯤은 내뱉어봤을 거다. 우리 삶은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뇌리에 남아있는 기억들은 카메라 셔터로 눌러놓은 한 장의 사진으로 고정되어 기록되는 것 같다. 나는 대학친구들과 함께 보았던 지리산 천왕봉의 해돋이 장면,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만든 카네이션을 몰래 숨겨놓았다가 어버이날 아침 꺼내 달아주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한참을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철학자들은 끝없이 논쟁해왔지만 지금은 살아온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는 것에 힘이 실린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미적 감수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겠다 싶은 일이 생겼다. 장학사 시절, 같은 팀 주무관님과 학교방문을 가고 있었다. 늦가을 시골길을 달려가는데 그날따라 은행잎 가로수가 유난히도 예뻤다. 적당히 내려앉은 가을햇살에 빛나는 은행잎이 차가 지나는 내내 반짝거리고 있었다. 바닥에 소복이 떨어져 노란 연못을 만들어 놓은 나무도 있었
-수호지 양산박(梁山泊)의 최고 두령, 급시우(及時雨) 송강(宋江) 모셨습니다. "영광이면서 두렵고 떨립니다. 인물 선택을 잘못한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분 맞네요. 늘 작은 키에 검은 얼굴로 소개되던데, 직접 뵈니 봐드릴 만합니다. 외모 때문에 마음 상하신 적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외모는 내 잘못이 아니니 그냥 받아 들여요. 제게는 그런 면들이 경계심을 없애고 인간관계를 사과(辭過) 받으며 시작할 수 있어 좋았던 때가 더 많았어요." -그렇게도 이해할 수 있네요. 말이 나왔으니 여쭤볼게요. 많은 이들이 왜 선생을 그렇게 좋아하고 따를까요? "저도 궁금해요, 다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제게 앞장서라고 하시니 이상한데, 그것도 반복되니 익숙해지데요. 굳이 찾자면 '만만함'이나 '내편 의식' 정도가 아닐까요?" -항복하는 장수들에게 선생이 손수 일으키며 주인이 돼달라고 요청할 때가 많아요, 처음 통성명 할 때도 자주 과해 보이던데 연기(演技)하신 건가요? "전 '연기(演技)'에 '연(演)'자도 몰라요. 늘 제 진심을 표할 뿐입니다." -뜻밖이네요.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선생의 호가 급시우(及時雨) 곧 '때맞춘 단비'라는 뜻이죠,
[충북일보] 내년 6월 지방선거가 9개월도 남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고위직 공무원들의 출마 경쟁이 한창이다. 확인되지 않은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직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행정 누수와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고위직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깊게 파인 행정의 싱크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미 출마지역 자치단체에 주소를 옮겨놓은 이들도 있다. 업무는 뒷전인 채 행사장만 찾아다니기도 한다. 공천을 받기 위한 정치권 줄 대기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충북지역도 다르지 않다. 내년 6월 1일 치러지는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도내 고위공무원들의 출마가 본격화하고 있다. 공무원 신분을 벗어던지는 명예퇴직 신청이 신호탄이다. 이재영 충북도 재난안전실장은 9월 초 정년이 3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38년여 몸담은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 실장은 증평군수 선거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 영동 출신인 정경화 충북도 농정국장은 10월 초 명예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영동군수 선거에 도전하기로 뜻을 내비친 상태다. 음성이 고향인 임택수 청주부시장과 맹경재 충북도의회 사무처장은 음성군
[충북일보] 청주의 가을철 대표적 볼거리 낭성면 추정리 메밀꽃밭이 극심한 가뭄과 폭염을 이겨내고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국내 토종벌 명인 1호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에 따르면 22일 기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1리 메밀밭 1만여평의 25%가 꽃을 피웠다. 추정리 메밀꽃은 이달 말께 활짝 피어 10월 초 절정을 이룬 뒤 같은 달 20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청주의 가을이 통째로 내려와 앉은 것 같은 환상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메밀밭을 조성한 추정리 경관·밀원 추진위원회와 메밀꽃행사 추진위원회는 24일 추정1리 334번지 메밀밭 입구에서 마을장터 개장식을 갖고 '2024 추정리 메밀꽃행사' 시작을 알린다. 개장식에서는 충북세종가야금연구회의 축하공연도 열린다. 추정리 메밀꽃행사는 이날부터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28일부터 행사장 입장 때는 초등학생 이상 1인당 요금 5천원이 부과된다. 메밀꽃 개화 초기인 개장일부터 27일까지 입장요금은 면제된다. 입장요금 가운데 2천원은 농산물상품권으로 되돌려 받아 메밀밭이나 마을장터에서 지역생산 농산물, 음료수, 농산물가공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행사장 입장가능 시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충북도가 2년 만에 받는 현장 국정감사를 도정 주요 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는다. 도는 여야 의원들에게 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 등 국회 차원의 지원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22일 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다음 달 17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현장 국감을 받은 도는 지난해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습을 위해 피감기관에서 제외됐다.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광희(청주 서원) 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같은 당 박정현(대전 대덕) 의원과 함께 행안위 소속 충청권 의원이다. 도는 이 자리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지원을 적극 건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감과 관련해 세부적인 일정이 확정되면 건의 목록과 설명 자료 작성 등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현안에는 지난 9일 국회의원 초청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건의한 도정 현안과 내년도 국비 확보 사업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당시 도는 주요 현안으로 14개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대형가속기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카이스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