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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어느덧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나를 비롯한 친구들도 부모님 모시고 병원을 찾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주 동생한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숨 쉬기 힘들다며 집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해서 가는 중인데 그 후 통 전화연결이 안 되니 거리상 가까운 나한테 빨리 가보라는 연락이었다. 허겁지겁 가는 중에 별의별 상상을 하며 도착해보니 상황이 안 좋았다. 119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이 왜 이리 멀기만 한지.

갑자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어르신들한테 백세 시대에 걸맞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어릴 적 만해도 한 동네에 일가친척이 모여 함께 생활했었는데 지금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집안 사정을 훤히 알고 서로를 돕고 살던 그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숱하다.

어느 곳을 가나 출입통제가 엄격하다.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취해지는 일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지 갑갑한 마음이 비오기 전 우중충한 하늘빛과 같다. 엄마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함이 오늘따라 나를 더 움츠러들게 한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의료진을 믿고 마음으로 쾌유를 빌어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병실에 누워서 무슨 생각을 하며 보내고 계실까 생각하니 죄송하기만 하다.

이제 엄마한테 얘기해야지. 홀로 생활하다가 갑자기 아프면 제일 먼저 자식들한테 전화하지 마시고 119에 도움을 청하라고. 자식들한테는 119 부른 다음에 전화하시라고. 자식들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차례로 칠 남매한테 전화하다 보면 위급해질 수 있으니 제일 먼저 119에 전화하시라고. 어찌 보면 나 자신한테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생활을 해야만 하니까.

은행 창구가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은행을 가지 않아도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고 현금을 갖고 다니는 사람보다는 카드로 모든 거래를 하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머리가 아파온다. 얼마 전 재택근무를 하면서 느꼈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론은 매뉴얼대로 따라 하지 않은 탓이지만. 보안 등의 문제로 설치해야 할 것도 많은 것이 코로나로 심란한 사회처럼 내 맘과 머리도 너무나 복잡했다. 사이버로 공부하면서 느끼는 새로운 기기에 대한 두려움과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 무기력해짐도 느낀다. 그러니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외쳐도 보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낙오자인가 조용히 반문도 해본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다른 한쪽에서는 그렇게 과학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자연을 벗 삼아 농촌 체험을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기를 바라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오십대 이상의 연령층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세팅된 새로운 기기의 습득을 젊은 세대들보다 앞서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문명의 발달로 노령 인구는 증가하고 출산율은 저조한데 사회생활방식은 젊은 층 위주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삶의 방식이 젊은이들에게 맞춰져야만 하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말을 한다. 나 때는 말이야 하며 젊은 세대에게 꼰대 짓 하지 말라고. 과연 문화를 주도한다는 MZ세대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가야만 하는가. 아니면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에게 옳고 그름도 말해주며 살아가야 하는가.

세월이 흐르며 흘러간 시간이 이룬 문화도 돌고 도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지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세계인들은 열광한다. 내가 어릴 적 했던 딱지치기, 달고나, 줄다리기 게임이다. 몇 십 년 전 문화가 어린 시절이 그리운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문화에 맞추어 발전한다. 젊은 세대 문화는 기성세대 복고풍을 가져와 또 다른 그들만의 문화로 만들어가고 있다. 달고나 앞에 앉아 있던 어린 나한테 묻는다. 나는 꼰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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