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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2.12 15:11:04
  • 최종수정2025.02.12 15:11:04

김혜식

수필가

나이 탓인가 보다. 타인과 새로운 인연을 맺는 일이 예전처럼 수월하지 않다. 이는 지난 세월, 삶에 부대낀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상세히 밝힌다면 그만큼 세상 때가 많이 묻었다는 말이 더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젊은 날엔 사람을 만나고 관계 맺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처음 만난 사람과 낯가림이 심하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우선적으로 방어기제부터 발동하는 것은 어인일일까.

그럼에도 바람은 있다. 가슴이 따뜻하여 인간적인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처음 본 사람도 마치 수십 년 지기처럼 단박에 정을 느낄 법 하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기란 좀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며칠 전 스크랩 해 둔 해묵은 신문기사를 접한 후, 내 눈을 의심했다. 이런 사람이 당장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가장 가까운 지인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기사를 눈여겨 봤다.

57세의 김씨라고 만 밝힌 어느 기부자에 대한 기사는 읽는 내내 가슴에 온기를 돌게 하고도 남음 있었다. 신문 기사에 의하면 그가 해 온 일은 두 가지란다. 그 중 한 가지는 2010년 10월부터 경기도 성남시 지하철 역 부근에 5층짜리 빌딩 임대료 수입의 20%를 그곳 가난한 집 학생들을 돕는데 써 왔단다. 당시 자신의 건물 4~5층에 세든 영어 학원이 내는 월 1천830만 원을 저소득층 학생 61명에게 30만 원 씩 대줘서 영어 학원을 다니도록 해왔다. 학생들은 그에게 중간고사·기말 고사 성적을 제출해야 하고, 만약 학원을 다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 한단다.

또 다른 하나는 1~3층에 입주한 병원·미용실·음식점 등에서 나온 임대료 가운데 월 1천만 원을 그 당시 성남시 사회복지 프로그램인 '행복 드림 통장'에 기부해왔다고 했다. 이 통장의 지원 대상은 차상위(次上位) 빈곤계층 가정의 학생들로서 30개월 동안 매달 10~15만 원씩 그들의 통장에 적립, 이 때 학부모도 매달 10 만 원씩 함께 적립하는 조건이라고 했다. 이렇게 30개월 동안 학부모가 적립한 300만 원에 김씨가 지원한 300-450만 원을 합친 돈과 그 이자를 학생들은 받아서 등록금이나 학원비 등에 쓰게 한단다.

김씨는 지난날 고교 졸업 후, 자동차 정비일, 의류업 같은 일을 해오며 부를 쌓았단다. 그의 아름다운 기부는 그냥 무턱대고 남을 돕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도움을 받는 이들에게 자립 노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작금의 세태를 돌아봤다. 자신의 밥그릇 채우는 일에 급급함은 물론, 심지어는 남의 밥그릇까지 넘보는 과욕을 저지르기 일쑤 아니던가. 이런 세상에 비추어본다면 어쩌면 그는 자신의 것을 챙길 줄 모르고 남에게 아낌없이 퍼 주는 바보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그의 기부가 훌륭해 보이는 이유가 딴 데에 있다. 그동안 연말연시만 찾아오면 불우 이웃 돕기를 한답시고 라면 상자를 쌓아놓고 그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사회지도자층의 모습에 식상해서인가 보다. 그는 이런 좋은 일을 하면서도 단 한 장도 기부금 전달 사진을 찍지 않았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는 얼마나 겸손하고 멋진 사람인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분을 꼭 한번 만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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