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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어느 여인을 발견하곤 황급히 등을 돌렸다. 이 때 삶을 살며 가장 경계할 일은, '아는 사람이 먼 발치서나마 자신을 발견하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신과 친분 관계가 있는 이로부터 외면당한다면 진정 그 원인을 스스로 성찰해 볼일이다.

요즘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천중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면 자칫 사회적인 고립과 단절을 의미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마을 호숫가를 산책할 때다. 내게 다가와 목이 마르다며 느닷없이 물병을 달라고 요구하는 낯선 여인을 만났다. 그 이후 중년의 이 여자는 묘하게도 내가 호수를 절반쯤 돌면 꼭 마주치곤 한다. 그때마다 그녀는 마스크도 안 쓴 채 침방울을 튀기며 바짝 다가와 귀찮게 말을 걸어오곤 하였다. 어느 때는 젊은 여성들 뒤를 부지런히 뒤따라가더니 대뜸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어제 호수 둘레 길에서 그녀와 또 만났다. 나는 아는 체도 안하고 마스크를 한껏 올려 쓴 채 재빠르게 그녀 곁을 지나쳤다. 다행히 그녀는 나를 몰라봤다. 이럴 땐 평소 불편했던 마스크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나 할까? 얼마 전 일이다. 귀금속 가게에 강도가 침입해서 망치로 진열장 유리를 마구 깨고 닥치는 대로 귀금속을 털어가는 광경을 뉴스를 통해 보았다. 그것도 주인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란다. 만약 그 범인이 마스크를 안 썼더라면 이런 용맹성(?)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마스크 뒤에 자신의 얼굴을 숨겼기에 더욱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저질렀을 거라는 생각이다.

마스크는 가면에 비해 착용 면적이 적다. 그럼에도 어느 경우엔 이웃 사람도 식별 못한다. 마스크가 이러할진대 가면의 경우는 어떠할까? 온갖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얼룩진 가면 쓴 얼굴은 당시엔 꿀맛처럼 달콤하다. 그 몇 겹의 가면에 혹하면 훗날 낭패 보기 십상 아니던가.

얼굴은 자신을 나타내는 신분증이나 다름없다. 요즘은 이런 인간의 얼굴을 상품화하기까지 한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농부들도 농산물 포장지에 생산자 사진을 떡하니 인쇄하기도 한다. 또 있다. 생체 정보 인식 기술 발달로 얼굴 인식만으로도 스마트 폰 잠금 해제 및 현관문 열쇠 대체 노릇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생체 정보 인식 기술 발달은 얼굴만으로도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사람의 첫인상도 다름 아닌 얼굴로 매겨진다. 나는 첫인상이 좋은 사람보다, 삶의 표상을 지닌 얼굴에 호감을 갖는다. 그 얼굴의 소유자로서 에리히 프롬(1900-1980)을 꼽을 수 있다.' 사회 심리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그는 인류를 위해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중에서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삶이 사회적 구조와 문화에 의하여 형성된다는 사실에 중점을 둔 게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인본주의적 가치'인 생명과 사랑, 성장과 즐거움 등을 창출하는 일에 깊이 고뇌하기도 했다.

실 예로 「사랑의 기술」,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등의 저서들이 에리히 프롬이 지닌 사상적 흐름을 여실히 대변하고도 남음 있다. 지난날 냉전이 극에 달할 때 케네디가 소련에 군비 감축과 비핵화를 제안하는데 프롬의 글과 조언이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 내용을 비추어볼 때, 에리히 프롬의 수많은 얼굴이 인류를 위해 새삼 유용하고 한편 훌륭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가면을 쓴 다중적 성격인 얼굴은 사회적으로 악의 축이 된다. 그러나 인류를 위한 입체적의 다양한 얼굴은 행복한 세상을 이끄는 안전판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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