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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8.11 15:29:08
  • 최종수정2021.08.11 15:29:08

김혜식

수필가

행복의 조건은 각자 다르다. 부와 명예를 지니는 게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라고 여기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으므로 이는 아마도 인지상정일 것이다. 어느 지인은 부와 명예보다 자신이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고락(苦樂)을 함께 하는 일이야말로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하긴 어찌 보면 인간이 가장 기쁠 때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평탄하게 여생을 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필자의 경우 인간의 많은 복중에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무병장수가 아닐까 한다. 이는 인간 소망의 최고 목표치다. 그러나 우리 몸엔 인체 시계라는 게 있어 유전적 요인은 피할 수 없나보다.

며칠 전 나는 뜻밖의 비보를 접했다. 그 소식을 듣고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어려울 때 상대 마음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지난날 남편 사업 실패와 운영하던 교육 사업이 밑바닥으로 추락할 즈음 참으로 많은 도움을 준 여인이다. 자신은 재래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며 늘 어려움에 허덕이면서도 선뜻 거액의 돈을 손에 쥐어줬다.

"너는 언젠가 꼭 무엇으로든 성공할 거야. 난 너의 무한한 잠재 능력과 올곧은 성품을 누구보다 믿는다. 꼭 성공해라"하며 등을 토닥이던 친구다. 이 뿐인가. 큰 딸아이가 예술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일이다. 악기 케이스가 낡은 것을 보고 고가임에도 그것을 사주기도 했다. 단지 그녀로부터 물질적 도움을 받아서가 아니다. 평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주위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으로 가슴 따뜻하고 덕기(德氣) 있는 여인이다. 요즘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도 모자라서 타인 밥그릇까지 넘보는 각박한 세태 아닌가. 이런 세상에 친구는 보기 드문 인간적 면모를 갖춘 정 많은 사람이었다.

수 년 전엔 그녀의 친정아버지께서 후두암의 병마를 피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이번엔 친구가 그것의 손아귀에 목숨 줄을 잡히고 말았다. 하늘도 참으로 무심하다. 어찌 곱디고운 심성을 지닌 여인을 데려가려고 할까. 청천벽력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목소리를 지니지 않았던가. 누군가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면 한걸음에 달려가 따숩고 정겨운 목소리로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충언을 아끼지 않았잖은가. 또한 정작 자신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제대로 된 옷 한 벌, 화장품 한 가지 사 쓰지 못 했다. 그럼에도 타인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런 친구의 지상에서 가장 고운 목소리를 하느님은 기어코 빼앗아 간단 말인가. 어느 사이 무서운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졌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녀가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에 뼈저린 슬픔을 쓸어내리는 사람이 어찌 필자뿐이랴. 많은 사람들은 이타심 많았던 정감 어린 목소리와 그녀가 잡아주던 따뜻한 손을 영원히 잊지 못하고 있다.

그 친구와의 머잖아 찾아올 별리는 생각만 해도 참으로 가슴 아프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더욱 슬프고 애통하다. 한마디 말도 못하고 내 곁을 떠날지라도 지난날 시린 손을 따뜻이 잡아주던 그 온기만큼은 평생 내 가슴을 사랑의 습윤(濕潤)으로 흠뻑 적실 것이다. 십자가 앞에 서면 버릇처럼 두 손을 모은다. '오 하느님! 그녀와 늘 같이 있게 해주세요' 유행가 중에 '같이 있게 해 주세요' 라는 이 노래를 입속으로 부르노라니 갑자기 목이 멘다. 친구에게 보내는 선물은 이 노래뿐이다. 음치지만 북받치는 슬픔을 억누르고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마주보는 미소로 같이 있게 해 주세요. / 마주 잡은 손길로 같이 있게 해주세요. / 울고 웃는 인생길이 고달프다 하지만 / 갈라진 옷소매를 매만져 주면서 / 당신의 외로움을 당신의 괴로움을 / 달래줄 수 있어요. (생략)' 이 노래를 입속으로 부를 때마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뜨거운 눈물이 콧등을 적신다. 오늘도 하느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그녀의 정겨운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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