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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편지 첫줄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제 엽서가 잘 전해질지 알지도 못한 채 무턱대고 씁니다." 얼마 전 번역 출간된 《카뮈 그르니에 서한집》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서한집은 소설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와 산문집 「섬」의 작가 장 그르니에가 주고받았던 편지 모음집이다. 장 그르니에는 카뮈의 고교 시절 스승이었다. 이들이 서로의 안부에 목말라하게 된 연유는 그때 상황으론 서신을 받아볼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이나 소요돼서 일게다. 특히 전란 통에는 일 개월 넘게 걸리기도 했다.

눈만 뜨면 스마트 폰에서 '까꿍'하며 전해오는 카톡 문자며, 온갖 감미로운 음악을 신호음으로 울려오는 전화가 일상을 지배하는 요즘이다. 이로보아 지난날 카뮈와 장 그르니에가 주고받았던 통신 수단은 한낱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까마득한 옛 일로 치부케 한다. 그래서인지 카뮈의, "이제 막 선생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제 손에 닿기까지 멀리 돌아온 편지였습니다" 라는 내용에선 격세지감마저 느낀다.

'손바닥 안의 세계'라는 스마트 폰 시대여서인지 사람 사이에 소통도 신속히 이루어지고 그만큼 교감도 원활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핸드폰을 통하여 전해지는 어느 문자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마치 허공에 얼비치는 그림자를 바라보는 듯 겉돌곤 한다. 마치 시라도 읊듯 짤막한 내용엔 따스한 정은 고사하고 어느 경우엔 인간미마저 배제되어 있기도 하다. 하긴 좁은 공간에서 구구절절 주절거릴 필요는 없다. 다만 글자 한자에라도 진정성이 담겼음 하는 바람이라면 나만의 욕심일까.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으로 불리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지난날 라디오 아나운서 출신이라서, 혹은 영화배우 출신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격조 높은 말을 쓰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백 여 장이 넘는 작은 카드를 늘 품에 소지 하였다. 그것엔 삼백 여 개가 넘는 명문名文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공자, 레닌, 루즈벨트, 아리스토텔레스 등 동서고금 명사들의 명언 및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말을 발설하기 전 피나는 연습을 거듭하기를 주저치 않았다. 1986년 1월 어느 날 우주 왕복선 챌린저 호 공중 폭발로 일곱 명의 인명 피해를 냈을 때, 그가 한 연설은 온 국민의 가슴을 촉촉이 적셨다. 이 비결에 대하여 누군가가 묻자 레이건은, "첫 번째 연습 때는 감정을 참기 힘들었으나 몇 번 연습을 거듭 하면서 있는 그대로 내 마음을 표현 할 수 있었다네."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직무를 충실하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음 있는 언술이다.

예로부터 언행을 통하여 사람 됨됨이를 가늠하였다. 처음 대면하는 사람도 말 몇 마디 나눠보면 교양, 지성, 사상 심지어 삶의 철학까지 오롯이 그 사람의 면모가 언행 속에 담겨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하물며 허공으로 사라지는 말 몇 마디도 이러할진대 자칫 영구히 남을법한 글자야 더 말할 나위가 없잖은가.

레이건처럼 주위 사람과의 소통을 위하여 일부러 명문을 준비하고, 피나는 연습을 하지는 못할 듯하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자주 만날 수 없는 지인 및 친구들 간에 나누는 문자 한 줄이라도 기품 있는 언어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진심이 담뿍 서린 따뜻한 말을 건네었음 한다. 말도 듣는 이를 염두에 두고 제대로 해야 하겠지만 글자 역시 읽는 이의 생각여하에 따라, 혹은 평소 상대방에게 지녔던 감정에 의하여 본의 아니게 다른 의미로 받아드릴 경우가 있으므로 신중해야 할 것이다. 경험에 의하면 별로 친분도 없는 상대가 무심코 내게 남긴 문자 속에 숨은 뜻이 마뜩찮게 다가와 괜스레 마음이 불편한 적 있다. 이로보아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의사소통의 달인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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