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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버튼만 누르면 상냥한 여성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는 사용 방법이나 현재 기능 상태까지 일일이 점검해주는 친절함도 지녔다. 작년 봄 일이다. 친정어머니께 새로운 기능을 갖춘 전기밥솥을 구입해 드렸다. 그 날 친정집에서 새로 산 밥솥에 쌀을 안쳐 어머니께 밥을 해드리던 날이었다.

"뻐꾹! 뻐꾹! 찰진 잡곡밥이 완성 되었습니다. 잘 저은 후 맛있게 드세요."라는 나긋나긋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밥솥에서 들려왔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게 매우 듣기 좋았나 보다. "얘야. 저 밥 솥 안에 있는 아가씨, 참으로 곱게 생겼나보다. 어쩌면 저리도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을 하니?"라고 한다.

그동안 머릿속 지우개인 치매에 시달려온 어머니였다. 지난 여름 어느 날 일이다. 친정엘 갔더니 어머닌 내가 사드린 전기밥솥 앞에 하염없이 서 있다. 그러고는 그것에 귀를 대어보기도 한다. 나중에는 밥솥의 기능 알림 멘트가 끝나면 또 다른 버튼을 이것저것 누르기도 한다.

그 모습에 놀라서, "어머니, 전기밥솥 버튼 함부로 누르면 고장 나요."어머닌 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흘려들은 채 밥솥 버튼을 누르는 일에 여념이 없다. 한참을 전기 밥솥 앞에 머물던 어머닌, "이 속에 살고 있는 아가씨 목소리가 참으로 어여쁘구나. 나한테 이렇듯 다정히 말도 해주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어."이 말과 동시에 또 밥솥 버튼을 누르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어머니의 이 행동에 의구심이 일어서 취사로 눌려진 버튼을 얼른 취소 한 후 전기밥솥 뚜껑을 열어봤다. 그 안엔 멀건 물만 가득 담겨 있을 뿐이다.

전기밥솥은 어머니가 누르는 대로 온갖 기능을 재빠르게 알려주기 바빠해 했다. 이런 기능에 홀린 어머니가 왠지 걱정이 됐다. 혹여 물만 붓고 취사 버튼을 누르면 다칠 우려가 있어서다. 어머니가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이 담긴 밥솥 뚜껑을 억지로 열려고 애를 쓸게 뻔해서다. 이 때 뜨거운 물에 손이라도 데일까봐 그게 걱정스러웠다. 이 상황을 막내딸에게 말하자 그 애는 나보다도 더 어머니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엄마, 할머니께서 무척 외로우신가 봐요. 오죽하면 전기밥솥이 내는 그 목소리를 사람인양 착각하시고 그토록 듣고 싶어 하시겠어요?"하며 어머니를 측은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딸아이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어머니께 밥솥을 구입해 드린 이후 오랜 시간 이것을 장난감 삼아 당신의 외로움을 달래 온 게 분명하다. 이 생각에 이르자 왠지 마음이 짠했다. 한편 어머니께 죄스러웠다. 자식들은 제 살기 바빠서 친정집 전기밥솥만큼도 어머니를 위로해 주지 못한 게 사실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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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署 '병영문화 개선' 시대흐름 역행

청주청원경찰서 방범순찰대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운동장으로 사용하던 경찰서 내 1천21㎡ 규모의 테니스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청원서는 예산 19억원을 들여 내달 3일부터 오는 4월(예정)까지 민원실 이전 공사에 들어간다.민원인의 원활한 업무처리 등을 위해서다.문제는 민원실 신축 예정 부지인 테니스장을 방범대원들이 체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현재 청원서에서 생활하고 있는 의무경찰은 모두 123명(방순대 107명·타격대 16명).복무 특성상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대원들에게 작은 공간이지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중요 시설이다.하지만 민원실이 이전할 경우 체육활동 공간이 사라지게 되고 청원서는 청주지역 3개 경찰서 중 외부 운동공간이 없는 유일한 경찰서가 된다.일각에서는 문화·체육 시설을 확충하는 등 병영문화를 개선하려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경찰서에 체력 단련실이 있긴 하지만 민원실 이전 공사가 시작되면 외부 운동장은 이용이 어려울 것"이라며 "외부 운동장 등에서 주 1회 정도 대원들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운동장을 이용할 때 마다 외부기관의 협조를 얻어 사용한다는 얘기다.이 때문에 일부 대원들은 평일 체육활동 등 자유로운 체육활동을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한 방순대원은 "복무 중이기 때문에 활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는데 체육공간까지 사라진다니 아쉬울 따름"이라며 "경찰서 외부 운동장을 사용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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