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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인간만이 여성을 학대한다.' 이 말의 어원은 잭 런던 소설, 「길」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 소설 속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인간만이 여성을 학대한다는 점이다. 비겁한 이리나, 가축으로 타락한 개조차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유리 천장이 사라지고 성 평등 시대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들은 삶 속에서 성폭력과 가정 폭력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식 속엔 여자는 조신하고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며칠 전 동네 앞 공원을 산책 할 때다. 내 앞에 젊은 여성들 세 명이 힘차게 걷고 있었다. 그 중 어느 여성이 갑자기 '뽕'하고 방귀를 뀌고는 민망한 듯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이 방귀 소리를 들은 양 내 뒤를 바짝 뒤따르던 할아버지 두 분이, " 요즘 젊은이들은 본대가 없어. 젊은 여자가 길 다니며 방귀를 뀌다니…."라며 혀를 끌끌 찬다. 할아버지들의 혀 차는 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일이다. 마침 자전거를 탄 초로初老의 남성이 길 맞은편에서 바람처럼 달려오며 묘하게도 그 역시 방귀를 '뿡' 하고 뀐다. 그리곤 태연한 표정으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저만치 사라진다. 그 남자의 방귀 소리를 들은 노인들은 이번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별다른 말이 없다.

집에 돌아와 그 상황을 곰곰이 돌이켜 보았다. 할아버지들의 언행에 모순점이 있어서다. 여성이 뀌는 방귀는 금기시 하면서 왜? 남성이 뀌는 방귀는 흉허물이 안 되는 것일까? 남녀는 성별만 다를 뿐 방귀 및 대소변 배설 등의 인체 생리작용은 똑같잖은가. 여자라고 해서 방귀도 마음 놓고 못 뀐다면 얼마나 구시대적 발상(發想)인가.

그날 내가 본 노인들 언행은 남성권위주의의 발로가 아니고 무엇이랴. 이게 아니어도 요즘도 여성들이 공개 석상이나 점잖은 좌석에서 난데없이 방귀를 뀐다면, 눈총을 받는 게 사실이다.

방귀를 논하노라니 얼마 전 친척 결혼식장에서 일이 문득 떠오른다. 주례사를 듣던 신부가 큰 소리로 방귀를 뀌었다. 그리곤 부끄러운 듯 어쩔 줄 몰라 한다. 이 모습을 본 예식 진행자가, "여러분, 오늘 아름다운 신부는 어떤 난관도 이겨내며 백년해로 할 것이니, 박수 한번 크게 쳐 주세요." 라며 예식장 안의 어색한 분위기를 재치 있게 수습했다. 이 때 하객들의 박수 소리 속에는 "킥, 킥"거리는 웃음소리도 함께 묻어 있었다. 그날도 만약 신랑이 그 자리에서 방귀를 뀌었다면 이런 돌발적 현상이 벌어졌을까· 라는 생각이다.

이로보아 여전히 성차별의 그늘이 남아있다는 방증이다. 이 그늘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인도 속담에 의하면, '여자 아이가 태어나거든 내버려 두라. 선인장처럼 자랄 테니까. 허나 남자 아이가 태어나거든 장미나무 가꾸듯 신경 써라'라는 내용이 있다. 이 속담엔 성차별 및 남아선호 사상이 짙게 내재돼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아들, 딸 모두 소중한 자식이다. 그럼에도 여아가 태어나면 별 신경 쓰지 말고 방치하란다. 반면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아름다운 꽃 가꾸듯 귀하게 다루란다.

또 있다. '명태와 여자는 두드려야 부드러워진다'라는 우리네 속담만 하여도 여성을 폄하 하고 비하하는 내용이 전부다. 요즘 사회적 문제인 가정 폭력이 이 속담에 솔깃한 남자들의 힘자랑인 듯하여 왠지 입맛이 씁쓸하다. 또한 '남자가 버는 것은 황소걸음이요, 여자가 버는 것은 거북 걸음이다.' 라는 말만 살펴봐도 얼마나 여성의 능력을 하찮게 여기고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이젠 이 속담들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훌륭한 능력을 지녔으며, 심지어는 사회 각계각층의 고액 연봉자 다수가 여성이기도 하다. 내가 무슨 여권 운동가는 아니나,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는 오명으로 포장된 편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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