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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입추, 경칩이 지났다. 하지만 동장군은 좀체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봄은 멀리 있는 듯 추운 날씨의 연속이다. 며칠 전엔 햇김치를 담그려고 오랜만에 근동에 위치한 재래 시장을 찾았었다.

마침 찾아간 재래 시장 안은 추위 탓인지 한산했다. 늦은 오후도 아닌데 일찌감치 상가가 문을 닫은 곳도 여러 군데 눈에 띈다. 시장 안은 썰렁했다. 마침 불어오는 찬바람에 비닐봉지만이 허공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단골로 찾았던 야채 가게도 문이 닫혔다. 이 때 저만치서 어느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귀 기울여보니 장터에서 노점상을 하는 상인의 호객 행위였다.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둘러보았다.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생강 사가세요. 씨알이 굵고 싱싱합니다." 라고 외친다. 이 말에 이끌려 노점상 앞에 이르자, 그는 허리를 굽혀 생강 더미 속에서 실한 생강 만을 골라 비닐봉지에 담는다. 그리곤, "좋은 물건으로 골라 드릴 테니 1kg 만 사가세요." 라고 권한다. 생강은 양념으로도 쓰임새가 있지만 겨울철 차로 끓여서 마셔도 건강에 좋다. 이 생각에 선뜻 그가 권하는 량의 생강을 샀다. 그리곤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그에게 건넬 때이다.

"아주머니 손이 추위에 얼어 빨갛군요. 생강 봉지 들고 가시려면 손이 시릴 텐데 이 장갑이나마 끼고 가세요." 라며 그는 자신의 점퍼 호주머니를 뒤져서 면 장갑 한 켤레를 권한다. 당시 안 그래도 추위 탓인지 손이 몹시 시린 상태였다. 그가 건넨 장갑은 작업용이었다. 궁여지책으로 그 장갑을 끼자 언 손이 금세 난로 불을 쬐듯 녹는 느낌이었다.

그날 생강 장수 남성을 떠올리자, 문득 얼마 전 뉴스 내용이 머리를 스친다. 어느 주민이 거액인 아들 암 수술비를 실수로 쓰레기장에 버렸다는 애달픈 소식을 듣고 세종 시 미화원들이 보여준 따뜻한 인정이 그것이다. 그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집하장을 일일이 뒤졌다. 이 때 많은 량의 쓰레기 더미도 그러려니와 악취 역시 심한 쓰레기 집하장 아닌가. 그럼에도 몸 사리지 않았던 미화원들이었다. 이렇듯 타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은 그분들 덕분에 그 주민은 잃어버린 수술비 일부를 되찾게 된 것이다. 이 뉴스를 접하자 가슴에 온기가 돌았다.

요즘 세상이 살얼음판 같아서인지 더욱 그분들의 노고가 고마웠다.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져도 '나 몰라라' 하기 일쑤 잖은가. 뿐만 아니라 변칙과 위법을 저지르고도 그것을 합리화, 정당화 시키는 것도 능력이라고 추앙 하곤 한다. 이기심이 팽배하고 살벌한 세태여서인지 타인에게 이타심을 보이는 생강 장수 남자, 그리고 세종 시 미화원들이 요즘 따라 부쩍 남달라 보인다.

이렇듯 정(情)은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다. 정의 온도는 그 수치를 잴 수조차 없으리만치 뜨겁다. 그래 정은 태산(泰山)도 움직이고, 북극의 빙하도 녹이는 힘을 지녔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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