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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젊었을 때 사람을 판단하는 눈이 더 정확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즈막엔 시력이 흐릿해져서인지, 아님 심상(心想)이 무뎌져서인지 웬만하면 다 인격자로 보인다. 특히 풋풋한 외양의 젊은이들을 대하면 전부 곱고 멋지다.

이는 아마도 필자 자신에게 닥친 심신의 노화 때문인 게 분명 하다. 나이 들고 보니 젊음 그 자체가 아름다움과 멋있음의 표상(表象)으로 비치니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실은 연령에 관계없이 외모보다 내면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간다. 특히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별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다.

이는 눈만 뜨면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이기적이고 그릇된 욕망에 의하여 종잇장처럼 얄팍한 사람 등과 부대끼노라니 더더욱 이런 사람이 그립다.

언젠가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일이다. 갑자기 그녀가 현재 마음 고생하는 사연을 하소연 해 왔다. 그녀는 평소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겨온 이타심 강한 여인이었다. 늘 타인이 어려움에 처했거나,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자신의 힘을 보태곤 했다. 그런 그녀가 어느 여인의 일을 사심 없이 돕곤 했는데 그로부터 배신을 당했단다.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녀 일로 미뤄봐 "타인에게 덕을 쌓아야 복 받는다"라는 말도 실은 헛말이었다. 복 받기는커녕 토사구팽 당하기 일쑤 아니던가. 그녀는 상대방이 도움이 될 성 싶으면 온갖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곤 했단다. 그러다가 조금치라도 자신의 뜻대로 안되면 돌연 수없이 등을 돌리는 언행을 일삼았단다. 그녀는 이제 이런 몰염치한 사람과는 인간관계를 끊어야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비쳤다.

그녀 말을 듣노라니 비록 남의 일이지만 왠지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이 각박한 세태에 타인 일에 누가 자신의 일처럼 신경을 쓰는가. 이렇듯 표리부동한 사람을 대하노라면 심히 입맛이 씁쓸하다. 사람답지 않은 이중적 처신에 실망감마저 든다. 그러고 보니 사람도 한우 고기(?)마냥 분명 등급이 있다면 지나치려나.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진실하여 신의를 지키는 사람에게서는 곁에만 가도 인향(人香)이 풍긴다. 이런 사람은 최상급 인격자란 생각이다. 그러나 사특한 인간성을 지닌 사람을 만나면 경계심마저 앞선다. 이런 자는 눈앞의 사소한 이익 위하여 타인의 진심도 짓밟기 예사다. 뿐만 아니라 의와 정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기도 한다. 최고 하위급에 속하는 인간이란 생각이다.

이성만이 이상형이 있는 게 아니었다. 대인관계 시에도 자신의 사상이나 삶의 철학이 일치하는 사람과는 그 친분이 오래간다. 이로보아 이제는 사람도 가려서 사귀어야 할 나이다. 나이 들어서 그야말로 코드가 맞지 않는 타인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 또한 질병못지 않게 고통스럽다. 마치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질질 끌며 천 리길을 걷는 것만큼 고역스럽다고나 할까.

이런 생각에서인지 일명 마당발(?)이 되는 게 썩 내키지 않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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