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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요즘 온갖 강력 사건 용의자 이름이 언론을 도배한다. 이런 사건 용의자 이름을 뉴스에서 대하노라면 왠지 온몸이 움츠러드는 기분이다.

반면 이름 석 자만 떠올려도 절로 입 안에 향훈이 감도는 이도 있다. 고인故人인 지인 이름이 그렇다. 평소 음식을 이웃과 나누는 인정 많은 여인이었다. 특히 열무김치를 맛있게 담갔다. 그녀가 담은 열무김치 맛은 요즘도 혀끝에 그 풍미가 감돌 정도다. 여름철엔 그 김치만 밥상 위에 올려도 밥 한 공기 뚝딱 비울만큼 감칠맛이 있었다.

수 년 전 어느 여름날 그녀가 불쑥 찾아와 김치 통을 건넨다. 갑작스런 선물에 의아해하자 그녀는 자신이 직접 담근 열무김치라고 했다. 언젠가 사석에서 매주 친정어머니를 찾아뵙는다는 말을 듣고 내 몫으로 열무김치를 한 통 더 담갔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그녀는 노인 공경심도 남달랐다. 필자 친정어머니를 떠올리며 열무김치를 더 담았다고 하였잖은가. 그녀는 평소 아파트 경비원이나 미화원 분들에게도 각별한 정을 쏟곤 했다. 명절 때는 꼭 양말이라도 몇 켤레 사서 챙겨 주곤 했다. 또한 병든 시아버지를 수년 동안 간병한 효부이기도 하다.

지병으로 그녀가 세상을 뜬 지도 수년째다. 해마다 여름철이 돌아오면 나 역시 열무김치를 담곤 한다. 올 여름엔 폭염도 심했고 폭우에 할퀴어진 들녘이 미처 복구도 안 된 상태에서 태풍 카눈마저 훑었다. 기상 이변 탓인지 장을 보러나가면 농작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음을 피부로 절감한다. 비싸도 열무 2단을 사서 김치를 담갔다.

그런데 참으로 우리네 입맛이 간사하다는 표현이 맞는 듯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폭염에 시달리며 냉면에 열무김치를 먹을 땐 참으로 맛깔스러웠잖은가. 하지만 추분과 추석을 쇠고 나니 지난 삼복더위 때 먹었던 열무김치 맛이 영 아니었다. 이로 보아 언젠가 그녀가 열무김치는 용광로 속 같은 무더위 때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한 말에 전적으로 공감 한다.

열무김치를 담그노라니 갑자기 '삶 속에서 상대방 이름 석 자를 떠올릴수록 그리운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고인이 된 그녀다. 하지만 지난날 열무김치를 맛있게 잘 담그던 그녀 이름은 가만히 입속으로 부를수록 입 안이 향긋해진다. 반면 어떤 이는 그 모습만 떠올려도 몸서리가 쳐지는 사람도 있다. 세상을 불안에 떨게 하는 강력 사건 범인이 그렇고, 세 치 혀로 가슴에 상처를 안겨준 사람이 그러하다. 또 있다. 자신의 욕심 주머니를 채우느라 부정부패를 저지른 위정자들 이름 석 자는 떠올릴수록 역겹다. 어려서 어머니는 훗날 자라서 어른이 되면 이름 석 자를 더럽힐 일은 절대 행하지 말라고 했다. 항상 누가 안 봐도 보는 것처럼 정도와 원칙을 지키라고 누누이 타일렀다.

이즈막 열무김치를 대할 때마다 지난날 가슴 따뜻했던 어느 여인 이름이 그 위에 오버랩 되곤 한다. 필자 또한 누군가에게 그녀처럼 아름답게 불리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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