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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 후 밤잠을 못 이루었다. 연애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자신의 딸이 좋은 배필을 만나 드디어 결혼을 한단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더니,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의 경사이련만 솔직히 나는 속이 쓰렸다. 아직 세 딸들이 결혼을 미루고 있어서다.

하긴 연애 못하는 병이라 일컫는 소위, '연못병'에 걸린 젊은이들이 나의 딸들만은 아닌 성 싶다. 직장일이 바빠서 연애도 못하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단다. 무엇보다 취업난에 허덕이느라 결혼도 미처 꿈꿀 수 없는 젊은이들이 다수다. 반면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고 남성의 경우 가전제품 발달로 일인 가구로 살아도 별 불편함을 모르고 지낸단다. 이런 세태니 젊은이들이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낄 법도 하다.

우리 세대만 하여도 조혼이 유행이었다. 요즘은 만혼인데다가 비혼(非婚)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결혼하여 내 집 장만하고 아이 낳아 양육하는 것을 엄청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이런 시대적 조류 때문인지 마을에서 임신한 젊은 여성을 대하면 왠지 반갑고 한편 대견한 생각마저 든다.

어렸을 때만 하여도 동네에서 임신부들을 흔히 대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엔 늦은 나이에 이르도록 노산(老産)을 하는 임산부들도 적잖았다. 평균 칠, 팔남매를 낳아 키우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던 시절이다. 우리 집 만 하여도 여러 형제다. 먹고살기 힘들었지만 그야말로 삼신할미가 점지해 주는 자식만큼은 꼭 낳아야한다는 신념이 보편적이었다. 심지어 새 생명들은 저마다 먹을 복을 타고난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무지하다고 탓할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뒤따랐다. 빈번한 임신과 출산으로 여인들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못했다.

이 때는 임신했던 여인의 배가 꺼질 만 하면 또 삼신할미는 주책 맞게 아이를 수태케 했다. 다행이랄까? 해마다 연년생 터울로 아이를 낳던 여성의 경우 산아제한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으니 다름 아닌 피임약 덕분이었다.

어머니도 나중엔 피임약을 복용했다. 나의 어머니 뿐 만이 아니었다. 친구인 순자 어머니는 그동안 열 명의 아이를 출산하였다. 잦은 임신으로 말미암아 순자 어머니의 불렀던 배가 한 번도 제대로 꺼지지 않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순자 어머니는 나이 사십이 넘어서까지 또 열한 명 째 아이를 임신했다. 그 아이를 태중에 품고도 희한하게 배가 안 불러와 평소 임신인줄 모르고 지냈단다. 매달 있던 달거리가 끊긴 게 갱년기라 그런 줄 알았단다. 그러다가 어느 여름 날 평상에서 낮잠 자는 순자 어머니 배가 갑자기 요동을 치더란다. 아기가 뱃속에서 발길질을 하여 배가 들썩 거리자 곁에서 이를 지켜본 순자 아버지가, " 이 뭣고?" 했단다. 그래서 요즘도 우리 친구들 사이에 순자 동생을 호칭할 때 별명으로 '이 뭣고'라 부른다.

남성용 피임 기구는 삼천 년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피임약이 상용화되기 전 정작 여성에게는 자신의 임신과 출산을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이 때 피임약 등장은 세계 여성들을 임신과 출산에서 해방시키는 묘약이 되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순자 어머니도 막둥이 '이 뭣고'를 출산 한 후 줄곧 폐경기에 이를 때까지 피임약을 복용 하였다고 했다.

피임약 에노비드가 미국 식품 의약국(FDA)승인을 받은 것은 1960년대다. 이 약 덕분에 지난날 아이를 한 명, 아니면 두 명만 낳는 산아제한 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임약 개발을 하면서 미처 미래는 내다볼 줄 모른 듯하다. 이 약의 효능이 고령사회를 앞당기는 원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하게 될 줄이야…. 이로보아 생활 수단을 편리하게 해주는 발전된 문명의 이면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기 마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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