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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인간에겐 욕구원망(願望)의 본능이 있다고 한다. 어느 문헌에 의하면 인간 심리 속엔 자신의 존재 확인 및 뜻을 밝히며 선양(宣揚)하고 보존하려는 욕구가 있다고 적혔다. 필자 또한 어려서부터 이런 마음이 남달랐나 보다. 걸핏하면 학교 칠판에 낙서를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만 돌아오면 칠판은 필자 차지였다. 교단 위에 올라가 분필로 칠판 가득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 낙서는 다양했다. 산과 냇물, 나무, 초가 등을 그린 후 그림 아래 꼭 단문(短文)을 썼다.

낙서에 대한 추억은 또 있다. 학창 시절 짝꿍 책상은 항상 몸살을 앓았다. 홀어머니와 어렵게 살던 그 애였다. 꿈이 법관이었다. 하지만 적빈(赤貧) 속에 어렵사리 공부를 하는 그 애에게 미래는 불확실 했나보다. 자신이 꾸어온 꿈과 현실 괴리에 갈등하는 눈치였다. 차츰 그 애 언행이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교복 치마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몸에선 담배 냄새도 풍겼다. 아이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친구들을 향한 욕설을 책상 위에 날마다 시피 칼로 파서 낙서를 해댔다. 시험 시간엔 걸핏 하면 연필심으로 필자 옆구리를 찌르며 시험지 답안을 알려달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학교 후미진 곳으로 아이들을 불러내어 돈을 빼앗는 일도 잦았다.

그러던 그 애는 겨울 방학을 며칠 앞 둔 어느 날부터 학교를 결석 했다. 훗날 안 일이지만 어머니가 위독하여 학교를 그만 둔 것이다. 온통 낙서투성인 옆자리 책상을 바라볼 때마다 평소 그 애의 음울했던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최근 최후 만찬이 벌어졌던 예루살렘 방 벽에 시인 바이런이 남긴 낙서 사진을 본 적 있다. 낙서가 훗날 문화재로 보호 받은 경우도 있다. 독일 괴팅겐 대학에 소장된 비스마르크 낙서가 그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낙서가 자연 환경을 훼손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명산마다 바위에 새겨진 글자 때문이다. 한편 '어떻게 이렇듯 단단한 바위에 글자를 새길 수 있을까?' 그 솜씨가 놀라웠다. 견고한 바위에 선명하게 글자를 각인 할 때 쓰인 도구마저 궁금했다

하긴 옛 선조들조차 낙서를 즐겼나보다. 경주 석굴암 본존불(本尊佛) 보수 할 때 일이다. 그곳에서 발견한 낙서가 이를 증명한다. 높은 불상에 올라가 이마에 이름 석 자를 정확히 썼잖은가. 이 뿐만이 아니다. 조상들이 낙서를 통하여 자신에 뜻을 남긴 일 역시 역사가 깊다. 그 예로 세조 때 권신(權臣) 한명회가 지은 정자(亭子)에 적힌 낙서가 그것 아닌가. 정자 이름이 동네 명칭이 된 현재 서울 압구정동이다. 한명회는 두 임금을 왕좌에 앉혔으며 당대 최고 벼슬인 영의정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73 년이나 하늘을 나는 새라도 떨어뜨릴 정도로 막강한 권세를 누린 그였다. 훗날 벼슬자리서 물러나며 이곳에 정자를 짓고 갈매기랑 친하다는 뜻으로 압구정(狎鷗亭)이라 명 했다. 하지만 그가 휘두른 지난날 권력 횡포에 노한 민심(民心)은 이곳에 낙서로써 한명회를 비판하는 감정을 오롯이 표출했다.

"정자는 있으나 그곳에 돌아가 쉬는 자 없으니 누구라 갓 쓴 원숭이라 일러 예이지 않으리요" 라고 말이다. 이로보아 예로부터 선조들은 감상이나 소회 및 자신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낙서를 한 듯하다. 낙서엔 그것이 안겨주는 공포감도 내포 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모 아파트 곳곳에 쓰인 괴 낙서로 말미암아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 뉴스를 대하자 낙서를 비서(飛書)라고 명명한 선조들 뜻을 새삼 짐작할 만하다.

어려서부터 낙서를 즐긴 필자다. 요즘도 수없이 필자 가슴에 적었다가 지우는 글자가 있다.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일을 염원하는 소망이 그것이다. 소박한 바람일지언정 꿈이 있는 한 삶은 행복하잖은가. 이런 연유로 이즈막엔 '건강'이란 낙서를 마음자락에 크게 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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