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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일상이 고통의 연속이다. 역병의 창궐도 두려운 데 이젠 기나긴 장마가 삶을 위협한다. 코로나 19의 경우 단순히 인간 육체에 질병의 고통과 죽음만 안겨주는 게 아니다. 세상사가 코로나 19로 말미암아 단 몇 개 월 만에 그 판도가 확 뒤바뀌었다. 갑작스레 변모한 이 사회적 현상에 익숙하지 않아 한편 삶이 여러모로 힘들고 불편하다. 이 탓에 미래를 조망할 능력도 잃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지인들을 만나면 식당에서 구수한 보리밥을 앞에 놓고 맘껏 수다도 떨며 정을 나눴다. 이렇듯 장대비라도 소리치며 쏟아지는 날에는 근처 커피숍을 찾아 그윽한 커피 향에 매료되기 예사였다. 이젠 지난날 소소한 일들이 코로나 19로 말미암아 옛 시절 이야기로만 치부해야 할 형편이다. 도무지 코로나19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또한 이번 폭우로 곳곳에서 귀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실종됐다. 또한 아까운 재산과 애써 가꾼 농경지를 수마水魔에게 빼앗겼다. 이런 형국이니 삶이 무미건조 하여 삭막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우리의 이 고통은 언제쯤 멈출 것인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 '삶이 아무리 힘들지만 어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만 할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난 달 폭우로 부산 지하 차도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로 인해 딸을 잃은 어느 어머니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차오르는 물속에서 잡았던 딸의 손을 놓치고 자신 만 살아남은 그 어머니 심경은 오죽할까.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서울 구의 역 지하철 스크린 도어 작업 중 숨진 젊은이의 부모를 비롯, 세월 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애통함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뻐근하다. 이들을 지켜보며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일 것이다.

자식을 잃은 통한은 동서고금이 다를 바 없다. 바티칸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조각상 피에타(1498-1499) 경우만 하여도 그렇다. 숨진 그리스도를 품에 안고 슬퍼하는 성모마리아의 비통함이 역력하다. 독일 여성 작가 케테 콜비츠의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1937-1938)라는 조각상 역시 매한가지다. 콜비츠는 1914년 자신의 둘째 아들 페터를 전쟁에서 잃었다. 콜비츠 작품인 이 조각상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는 전혀 다른 질감을 지닌 피에타다. 그녀는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에 대한 존재를 '희생자'의 실체로 바라봤다. 이것을 모티프로 형상화 한 조각상이 바로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상이다. 이 조각의 어머니 상이 바로 콜비츠 자신이다.

몇 해 전 전쟁과 폭력 희생자 추모관인 독일 베를린의 '노이에 바헤'에서 이 조각상을 대하자 그 위에 친정어머니 모습이 겹쳤다. 남다른 슬픔을 지닌 어머니다. 그 때문인지 푸른 시절 복사꽃 같았던 어머니 모습은 흔적조차 없다. 굽은 등과 척추질환으로 간신히 걸음을 걷는 어머니다. 지난날 그토록 우아하고 정갈했던 어머니의 청춘은 어디로 갔는가.

십 수 년 전 막내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어머닌 그 충격으로 정신 줄을 놓기 예사다. 길을 가다가도 뒷모습이 동생을 닮은 청년만 발견해도 그 아이 이름을 목청껏 부르며 뒤쫓곤 한다. 척추 수술로 밤마다 온몸이 쑤셔서 진통제의 조력으로 일상을 버티는 어머니다. 그러나 어머닌 그런 당신 몸의 통증보다 가슴에 묻은 자식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뼈를 깎는 듯 늘 고통스럽다고 토로한다.

어머니의 자식 잃은 슬픔은 어쩌면 당신한테는 죽음보다 더 가혹하다. 이 고통이 아니어도 인간의 불행엔 한계가 없다. 어쩌면 인간은 불행을 운명적으로 타고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인간 삶을 고해(苦海)라 이르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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