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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글을 쓸 때마다 정성껏 안경알을 닦는다. 이때 마음의 거울도 함께 닦는다. 이는 한 점 오염 없는 심연의 사유를 위한 준비 단계다. 정갈한 마음의 눈을 갖추기 위해서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특히 수필은 주제와 소재, 그리고 제목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된 고밀도를 요하는 문학 작품 아니던가. 그야말로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니잖은가. 또한 수필 작품 한 편엔 작자의 체험과 남다른 상상, 명료한 주제 해석 및 자기 관조와 성찰이 용해돼 있다.

이 때 작자의 사상과 철학을 진솔하게 토로하려면 구체적, 직관적 사유가 필요하다. 이런 연유로 글을 쓰기 전 내밀한 심연을 외모 못지않게 꽃단장 해야 한다.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기 전 먼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 온갖 잡다한 번뇌를 머릿속에서 내려놓기 위함이다.

필자 같은 경우 그 방편 중 하나가 우선적으로 안경 렌즈를 말끔하게 닦는 행위라고나 할까. 아울러 그동안 독서를 해온 책들 중에 유독 심금을 흔들었던 책을 다시금 정독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이는 잠자는 영감을 다시금 깨우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식견을 넓히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며칠 전 한 편의 소설을 읽노라니 새삼 번쩍하고 영감(靈感)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친다. 달도 차면 이지러지듯, 욕망에 의해 이루어진 인간의 꿈도 언젠가는 달처럼 비워진다는 사실이 그려져서다. 또 있다. 세상 끝에 내몰린 삶에서 좌절을 딛고 일어설 때 인간은 강철처럼 강해진다는 점도 새삼 깨닫게 한다.

풀 오스터 작 '달의 궁전'이라는 소설 내용이 그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포그'라는 청년이다. 이 소설은 자칫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게 인상적이다. 포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다. 외삼촌 손에 의하여 성장했으나 그마저 세상을 떠났다. 포그는 세상에 홀로 남게 되자 자신의 삶마저 내팽개쳤다. 대학을 졸업했으나 직업도 선택하지 않았다. 삶의 밑바닥으로 스스로 추락하길 자처했다. 두 개의 달걀을 실수로 깨트릴 때 우주가 완전히 사라질 것 같은 절망감도 맛본다. 이 좌절감은 그를 공원에서 노숙케 하였다.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물도 섭취하게 했다. 얼마 후 그는 죽음을 목전에 둔 에핑이라는 괴팍한 노인을 만난다. 그를 위하여 책을 읽어주고 산책을 시켜주는 일자리를 얻는다. 포그는 그 노인을 통하여 사물의 이면을 깊게 헤아리는 혜안을 얻는다. 이 소설 내용의 감동은 주인공의 삶이 극빈과 온갖 수난 속에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강인한 정신력과 긍정적 사고였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포그에겐 물질과 가족 애 등이 결핍의 가장 큰 요소였다. 그럼에도 포그는 나락 끝이 자신 삶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했다.

이로보아 인간은 불우한 환경은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내재됐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결핍은 자칫 병소(病巢)로도 작용한다. 내 안의 결핍은 과연 무엇일까? 가슴에 손을 얹은 결과 여전히 헛된 욕심이 결핍의 비늘을 돋게 한다. 마음의 허기증이 그것이다.'한 편의 글을 창작하기 전 아무리 안경알과 마음의 거울을 선명히 닦으면 무엇 할까?'이즈막엔 이런 반성마저 생긴다. 마음이 맑아야 좋은 글을 창작할 수 있어서다. 머리로 쓰는 글은 알속이 없잖은가. 문형(文形)의 눈금을 아름답게 채우는 일에 가장 적합한 것은 작가의 맑은 혼이다. 작가의 순수한 나상(裸像)으로 표현된 작품은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치 않다. 특히 수필 문학 작품이 그러하다. 이제부터라도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마음에 진선미(眞善美)를 갖추도록 평소 수양에 애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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