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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평소 존경해 온 모 문인은 수필집을 발간하면 어김없이 "축하 한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분의 편지를 대하노라면 요즘 소셜 네트 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에 익숙한 삶에 격세지감마저 느낀다.

문명의 휘황한 불빛은 인공지능을 삶 속으로 현실화 시켰다. 이에 신속함과 편리함에 길들여진 현대인이다. 이런 세태 탓인지 불현듯 옛 것을 떠올리노라면 향수와 정취마저 느낀다. 오래된 것들의 향기로써 편지를 손꼽을 수 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여도 의사전달은 단연 편지가 으뜸이었다. 백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에는 보내는 이의 정성이 담뿍 담겨있다. 그것을 펼치는 순간 보낸 이의 체취를 한껏 느낄 수 있어 정겨웠다. 뿐만 아니라 형식을 갖춰 쓰는 글이니만큼 편지 한 장을 쓰면서 은연중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방법을 익히기도 했다.

다 알다시피 편지글은 형식을 갖춘 글로써 첫머리를 계절에 맞는 인사말로 시작한다. 그리고 본문에선 하고 싶은 말을 구구절절 쓴 후 말미엔 상대방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말로 끝을 맺는다. 아울러 날짜를 쓴 후 편지 받는 이가 어른이면 글쓴이 이름 끝에 '올림'을 명기明記한다. 무엇보다 편지는 자신의 마음을 글로써 상대방에게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잖은가.

요즘은 어디선가 보내온 메일을 읽어보면 인사말을 거두절미한 본문만의 글을 대하기 일쑤다. 메일도 편지글과 같아 형식에 맞게 예의를 갖춰 써야 할 것이다. 또한 날만 새면 수많은 글들이 스마트폰에 올라오곤 한다. 대부분 글들이 한 편의 단장短章 시를 읽는 느낌이다. 물론 좁은 칸에 미주알고주알 많은 말 보다는 촌철살인의 비수처럼 꽂히는 자극적인 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카톡의 경우, 하고 싶은 말을 짧게 쓰다 보니 정작 전하려는 말의 뜻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또한 상대방의 그날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별다른 의미가 아닌 글이지만, 예민한 반응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맥락은 전화 통화도 매한가지다. 가령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 목소리가 심상치 않으면 "어디 아프냐?"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말을 터놓고 지낼 수 없는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목소리가 매우 힘이 없거나, 아님 퉁명스러우면 전화를 끊고 나서 왠지 기분이 찜찜하다. 오죽하면 이웃나라 일본은 새내기 직장인들에게 전화 목소리도 디자인하라고 교육을 시킬까. 하긴 친절이 몸에 밴 그들 아닌가.

옛날엔 먼 곳에 소식을 전하는 방법으로 산봉우리에서 봉화를 올렸고, 파발로 의사를 전달했다. 이즈막은 인터넷 시대로써 SNS, 스마트 폰이 소통에 필요한 도구로 자리했으나 편리한 만큼 그에 따른 소소한 부작용도 없잖아 있다.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들도 저마다의 울음으로 뜻을 전하고, 나무에서 온종일 울어대는 매미들도 제짝을 부르는 신호로 '맴 맴 매앰!' 하는 울음소리를 보내잖은가. 미물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의사 표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깝다.

부부 간에 대화부족이 그것이다. 얼마 전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 통계가 눈길을 끈다. 부부 세 쌍 중 한 쌍은 하루 삼십 분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단다. 부부 사이 대화 단절의 주된 원인은 바빠서란다. 부부간의 대화 주제 중 40%가 자녀문제에 국한될 뿐, 부부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15%에 그친다고 했다. 언젠가 노부부 사이가 악화돼 대화를 잃은 채 칠 년 동안 메모지로만 의사를 나누다가 황혼 이혼을 한 사례도 있다.

부부는 물론이려니와 요즘 코로나19로 말미암아 타인과의 대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인간관계에서 말이 끊어지면 정도 사라질 듯하다.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 언어 소통이다. 말이 통하면 우주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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