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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인간은 학교에서 얻은 학문이 학식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회서 직장 상사나 아님 동료들로부터 또 다른 삶의 방식, 사회성, 그리고 지켜야 할 예의와 처세를 습득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인간 수업은 어려서 부모에 의한 가정교육이 그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어머닌, 어린 날 우리들에게 남이 내 발등을 밟으면 외려 내 쪽에서 발등을 밟혀 미안하다고 사과하라고 타일렀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남의 눈을 가리는 거짓은 행하지 말라고 하였다. 남 앞에서 당당해지려면 어디서든 떳떳한 언행만 행하라고 누누이 타일렀다.

그때는 언뜻 그 말씀이 마치 바보나 행함직한 일들이 전부라는 생각에 쉽사리 납득이 안 갔다. '발등을 밟힌 내가 왜? 밟은 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까?' 어린 마음에도 이런 생각이 컸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훗날 그 말씀이 나의 사상과 삶의 철학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어느 사이 매사 겸양을 내 안의 심연에 쌓아두고 있었음을 느꼈다.

하여 이기심을 멀리하기에 이르렀고, 솔직하다보니 어느 경우엔 손해 보기 일쑤였다. 이는 타인 일에 앞장서서 소매를 걷으면 색안경 끼고 바라보고, 진실은 걸음이 느리고, 거짓말이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세태에 살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런 어머니 말씀을 언행의 거울로 삼아 대물림으로 세 딸들에게도 은연중 교육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하였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실은 매우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일이 있었다. 얼마 전 딸이 자신이 다니는 직장 상사를 칭찬하는 말에 내 자신을 성찰한 게 그것이다. 직장 입사 한지 얼마 안 돼 딸은 일이 서툴러 실수를 몇 번 저질렀다. 그럼에도 딸아이 상사는 단 한 번도 인상 찡그리지 않고 질책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딸아이 실수를 자신의 과오로 돌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업무로 메모를 딸아이에게 전 할 때도 꼭 단문 끝 부분에 '올림'이란 말을 잊지 않는단다. 딸아이 직장 상사는 연배로 치자면 거지반 딸아이와 이십 여 년 차이가 나련만, 오히려 항상 부하 앞에서 자신을 낮춘다고 했다. 상사로서 아랫사람한테 자신을 낮추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딸아이 상사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은 가정 교육못지 않는 큰 배움으로 딸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에 갑자기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가르친 밥상머리 교육이 완벽 했었나 뒤돌아보게 돼서이다.

아이들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인가? 어쩌면 어머니란 자식에게 가장 최초의 교사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머니를 일컬어 자신의 성장 소설 및 교양 소설로 한 시대를 풍미한 문호 헤르만 헤세는 장편소설 《지성과 사랑 》의 말미에 이런 글귀를 남겼다.

"어머니가 있어야 사랑을 할 수 있고, 어머니가 있어야 죽을 수 있다" 내게도 이 문구는 유효하다. 삶에 부대끼다가도 어린 날 어머니께서 막사발에 보리밥을 손수 비벼주며, "사람은 사람답게 행동할 때 가장 어여쁘단다. 남을 위하는 게 곧 너 자신을 위하는 일이니, 결코 말 한마디라도 남을 해 하지 말라" 라고 말씀했다. 이즈막도 힘든 삶 속에서 지난날 어머니 말씀을 떠올리면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절로 얻곤 한다.

이젠 연로하여 치매에 시달리는 어머니지만, 인생 여정에서 헛발질을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나를 올바르게 정립시켜주는 호된 채찍이 되어주고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거울이나 다름없다. 지난날 어머니가 주신 내 마음의 거울을 꺼내보니, 온갖 세진世塵 투성이다. 이것만이라도 깨끗이 닦아낸다면 나또한 딸아이들을 늘 명징하게 비쳐주는 거울이 될 수 있을까.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종교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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