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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유독 겁이 많다. 자동차 운전을 못한다. 수 십 년 전 취득한 운전면허증은 지갑 속에 얌전히 숨어 있다. 운전을 하려고 핸들만 잡으면 눈앞이 노래지고 손이 벌벌 떨려서 종내는 운전을 포기했다. 한편 어찌 보면 겁이 많은 게 다행이라고 소심증을 자위해 본다. 이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대기오염 때문이다. 필자만이라도 대중교통을 이용 및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일을 실천한다면 적으나마 공해를 줄이는 일에 일조하는 일이라면 지나칠까.

그럼에도 때론 불편하다. 행동반경이 좁아져서이다. 요즘은 자동차 없는 삶은 상상도 못할 만큼 운전은 필수다. 이런 시대여서인지 주택도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을 선호하기도 한다. 또 있다. 교통수단이 발달한다면 그 지역 부동산값도 덩달아 들썩인다. 교통 발달이 실은 썩 달갑지만은 않다. 내가 무슨 자연 보호 운동가는 아니나 무엇이든 항상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기 마련 아닌가. 우선 교통이 좋아 자동차가 많아지면 차량 배기가스로 공기 오염이 심각하다. 현대인의 암 등 희귀병도 실은 대기 오염과 밀접한 관계가 있잖은가. 소음도 무시 못 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고속전철 굉음은 몇 미터 밖에서도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문명의 이기(利器)가 안겨주는 소음 공해 외에 아파트 층간 소음은 살인까지 야기 시키잖은가. 소음을 논하노라니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들려주던 '열녀초'가 생각난다. '열녀초'는 산나물이다. 어린 날 할머니를 따라 외가 뒷산에 오르면 할머니는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나에게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에 댔다. 의아해 하자 할머니는 음성을 낮춰 열녀초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이 풀은 소리에 매우 예민해 바람 소리에도 스스로 잎을 오므릴 정도라고 했다. 소리만 나면 풀숲에 제 몸을 숨기므로 이 식물 곁에선 주의해야 뜯을 수 있단다. 할머니는 이 나물을 채취할 시엔 조심스레 행동한다고 했다. 이 말씀에 어린 마음에도 귀가 없는 식물이 소리에 민감한 게 참으로 신기했다.

훗날 풀이나 관목 중에도 소리에 반응하는 식물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하지만 그동안 이것들이 소음 자극으로 말미암아 생태적 피해를 입는다는 일엔 무관심했다. 그러나 한낱 식물도 소음 공해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어디선가 읽은 후 비로소 새삼 경각심을 지녔다. 일본 후지 산에 1천900m 도로를 낸 후 그것이 원인이 되어 1천500m 산 아래쪽 나무나 잔디가 집단으로 죽었다는 보고 때문이다.

이런 자연의 피해 현상을 대하자 우리나라 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어 왠지 기우가 앞선다. 일예로 설악산엔 2㎞의 케이블카를 비롯 내장산에도 1.7㎞의 모노레일이 깔렸잖은가. 이는 근처의 산자수명(山紫水明)한 풍광을 높은 곳에서 제대로 감상하며 즐기려는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발상 때문 아닌가. 그러나 간과한 게 있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하여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신선하고 맑은 공기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푸른 숲이 서서히 병들 수 있다는 것은 외면한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랴.

더구나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 국내 여행이 자유롭지 않자, 자동차를 캠핑카로 개조 걸핏하면 이것을 몰고 경치 좋은 산과 바다 등을 찾잖은가. 삶에 억눌릴 때마다 자연을 찾아 위무를 받으면서 인간의 욕심 탓에 정작 자연이 훼손돼 신음하는 일엔 도외시 하고 있는듯하다. 동물 및 식물조차 병드는 자연이라면 우린 어찌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영위 할 수 있으랴.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곳이면 으레 전원주택 분양지 및 휴양지를 개발 하려고 산을 깎고 들판을 헐기 예사 아닌가. 진정한 보금자리는 이렇게 자연을 파괴하며 얻은 곳이 아니라 무성한 푸른 숲, 청아한 새소리, 향긋한 솔바람이 불어오는 자연의 품이 곧 안락한 우리 안식처란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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