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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음식물 쓰레기를 바라보노라니 왠지 민망하다. 치킨 조각, 고등어조림, 심지어 허연 쌀밥 한 덩어리도 들어있어서다. 눈여겨보니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었던 음식 아닌가. 그럼에도 버려진 음식물들이 다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음식 쓰레기를 대하자 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심경은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본 어느 남자의 호소가 갑자기 떠올라서다.

그는 사흘을 굶었단다. 이런 자신에게 국밥 한 그릇 값만 보내달라는 하소연을 해왔다. 얼마나 굶주림이 힘들면 커뮤니티를 이용하여 이런 부탁을 해왔을까· 이 내용을 읽은 후 그에게 연민의 정이 일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끼니를 굶는 이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는 내 배가 부르니 타인의 어려움엔 무관심 했던 게 사실이다.

삶을 살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질병 못지않게 배고픔 아니던가. 먹을 게 넘치는 요즘 세상이다. 이러한 풍요 속에 국밥 한 그릇조차 먹을 수 없는 빈자貧者가 주위에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 남성은 일용직 노동자란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하였다. 그야말로 가난하면 몸이라도 성해야 했다.

당시 이 남성에겐 허기를 해결할 따끈한 국밥 한 그릇이 필요했다. 다행히 그의 절박함이 많은 사람의 가슴을 움직였다. 이 남자의 딱한 처지를 접한 이들이 18만원이라는 돈을 보내왔다고 한다. 이 성금으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는 그의 답 글을 보며 비로소 안도를 했다. 가난과 병의 궁지에 몰리노라니 그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다는 말 때문이었다.

이 남성에겐 많은 돈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오로지 국밥 한 그릇 값이었다. 이런 그에게 주위에서 보내온 따뜻한 마음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안겨주고도 남음 있었다. 이 기사를 읽자 절로 손이 가슴으로 갔다. 언제부터인가 절실함을 상실해서이다. 무엇보다 절약과 내핍을 등한시한 삶인듯하여 더욱 그러했다. 멀쩡한 가구, 그릇, 옷가지들을 아파트 쓰레기장에 마구 내다 버렸잖은가. 지인이 구멍 난 양말을 기워 신는다고 말하면 궁색한 일로 치부하기도 했다.

이는 그동안 겉볼안에만 치우쳐서이다. 돌이켜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과 멋만 좇은 실속 없는 삶이었다. 이에 다시금 성찰의 시간을 가져본다. 경제 난 속에서도 명품을 찾은 게 새삼 뉘우쳐져서다. 명품 핸드백 한 개 가격이면 국 밥 한 그릇이 간절한 이 남성에겐 억만금 못지않을 큰 자산 아닌가. 그만큼 고가다. 어쩌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에겐 목숨 줄로 작용할 금액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생각에 이르자 이젠 백화점 명품 가게엔 발걸음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마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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