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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겨울 동짓달은 유난히 밤이 길다. 이 때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일 때마다 애꿎은 베개만 수없이 고쳐 베곤 하였다. 필자의 베개는 참으로 오래된 베개다. 친정어머니께서 혼수로 장만해 준 베개다. 이 베개 베갯모엔 모란과 봉황, 대나무가 한 땀 한 땀 색색의 실로 정성껏 수놓아졌다. 또한 베개 속엔 흰 국화 말린 것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은 베갯속 마른 국화의 형체마저 부식 시켰다. 생각 끝에 메밀껍질로 대체 시킨 베개다. ·

신혼 시절, 그 베개를 벨 때마다 향긋한 국화 향기가 마치 어머니 체취처럼 풍겨왔다. 그 내음에 취하여 밤마다 절로 잠이 들곤 했었다. 어디 이뿐이랴. 형형색색의 고운 빛깔로 수가 놓인 베개다. 그것을 베노라면 눈앞에 봉황이 날아들고, 바람에 서걱이는 대숲의 바람 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듯하다. 또한 새댁 시절엔 탐스러운 모란이 밤마다 활짝 피어나는 듯한 착각에 친정을 떠나온 시름마저 잠시 잊곤 하였다.

어머니는 혼수인 베갯모에 수를 놓으며 우리 부부의 백년해로와 부귀영화는 물론, 가정의 평안을 간절히 염원 하였을 것이다. 이로보아 베개는 단순한 침구만은 아니었다. 삶을 살며 숱한 고투와 맞닥뜨릴 때마다 필자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는 어머니의 손길이나 다름없었다. 베갯모에 수놓아진 문양 속엔 행복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절절한 간구懇求가 그 속에 깃들어 있어서다.

삶에 지쳐 밤잠을 못 이룰 때마다 그 베개를 가슴에 끌어안고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새삼 느꼈다면 지나칠까. 이는 지난날 결혼 생활이 녹록하지 않아서이다. 결혼 후 가난을 극복해야 했고, 그로 말미암아 젊은 날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아이들 양육과 남편 내조에 헌신해야 했다. 남편의 수차례 사업 실패, 그에 따른 어마어마한 빚 등은 우리 부부에겐 참으로 무겁고 가혹한 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그 때는 푸른 시절이어서인지 결코 삶의 장애물 앞에 무릎 꿇지 않았다. 이 때 비로소 노력만큼 값지고 크나큰 보람을 안겨주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앞 만보고 내달렸다. 그 결과 기적에 가까우리만치 필자의 양 손에 재물이 쥐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젊은 날 노력한 덕분에 많은 빚도 다 갚고 아파트도 너른 평 형 대로 옮길 수 있었다. 물론 당시 겪은 삶의 고초는 이루 필설로 형언할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모든 문을 여는 열쇠는 결국 돈이라는 사실도 그 때 뼈저리게 절감하기도 했다. 이런 풍상을 겪어서인가. 주위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의 고충을 충분히 헤아린다. 이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자 만이 인생의 참의미를 알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이 때 간절히 원했던 것이 바로 '고침무우'高枕無憂 였다. 중국시대 식객 풍훤이 맹상군孟嘗君의 걱정 근심을 덜어주자, '근심이 없어서 베개를 높이 벤다'라는 이 말이 유래됐잖은가. 또한 성경 창세기 내용을 살펴보면 도피 생활을 하던 야곱이 돌베개를 베고 자다가 좋은 꿈을 꾸었다는 얘기도 있다. 뿐만 아니라 백제 무령 왕비의 널 속에서 목침이 나온 것으로 미뤄봐 베개의 역사가 꽤 오래인 듯하다. 베개는 베갯모의 무늬에 따라 '학 침', '목단 침', '연화 침', '수복 침' 등이 있다. 다 알다시피 베갯속으론 팥, 마른 국화, 메밀껍질, 결명자, 등이 쓰인다. 언젠가 어느 대통령이 선물로 받은 베개가 화제였었다. 베갯잇에 금빛 봉황무늬마저 새겨졌을 거라는 상상을 할 정도였다.

요즘도 민초에겐 오로지 등 따시고 배부른 게 최고다. 목 디스크가 찾아올망정 '고침무우高枕無憂' 라는 말이 어울릴법한 마른 국화나 눈에 좋다는 결명자가 속을 꽉 채운 베개가 딱 제격일 듯하다. 코로나 19및 폭염, 고물가와 대적하느라 삶에 지친 우리들의 심신을 잠잘 때만이라도 잠시 안락하게 해줄지 모르잖은가. 이 베개야말로 야곱의 돌베개가 부럽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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