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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올해도 거지반 반년의 시간이 무심히 흘렀다. 세상은 역병 창궐로 뒤숭숭하지만 시내 근교 너른 들판 풍경 속에선 적으나마 희망이 엿보인다. 지난봄에 씨를 뿌린 곡식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장하는 모습은 바라만 봐도 왠지 마음이 흐뭇하다.

무엇보다 땅 심을 받아 파랗게 자라나는 어린모들이 인상적이다. '어린모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자라 결실을 맺어 들녘은 금세 황금벌판을 이룰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자 세월이 참으로 화살처럼 빠르다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

반면 아파트 담장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붉은 장미꽃들과 온 천지에 우거진 녹음방초綠陰芳草를 바라보노라면 절로 터지는 한숨을 주체할 수 없다. 이렇듯 세상은 온통 자연의 아름다운 풍취風趣로 눈부시련만 코로나 19 공포로 말미암아 삶이 위축되고 있잖은가.

살갗을 간지럽히는 훈풍, 전과 달리 맑은 공기로 바깥세상은 상쾌하고 쾌적하다. 하지만 좀처럼 우리 곁에서 사멸될 줄 모르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다. 이것의 공격에 따른 두려움 탓에, 집안에 갇혀 지내노라니 계절이 안겨주는 미감美感마저도 제대로 만끽할 겨를이 없다.

코로나 19는 우리의 소소했던 일상은 물론, 삶의 일부를 완전히 잠식시켰다. 이제 머잖아 폭염이 기승을 부리겠지만, 서민들의 쉼터였던 동네 은행도 출입이 망설여질 듯하다. 학생들의 학교생활도 전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또한 많은 이들이 코로나 여파로 직장을 잃었고 일부는 월급이 삭감되기도 하였다.

안 그래도 세계적 불황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이번 코로나 19 발병으로 말미암아 점점 서민들의 삶이 위협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떤 경로로 코로나 19바이러스 공격을 받을지 몰라서 전전긍긍 하노라니 일상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가져선 안 되며 그렇다고 주의를 게을리 해서도 안되는 게 요즘 우리네 실상이다. 하지만 나약한 게 인간이다 보니 솔직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두렵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산천은 알고나 있을까. 유월이 찾아오자 들녘에 곡식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지 않는가. 지금쯤 시냇가엔 물고기들이 유유히 떼를 지어 헤엄쳐 다닐 것이며, 울울창창숲이 우거진 산속에선 다람쥐, 산토끼들도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나설 것이다. 푸른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르는 새들도 청아한 울음소리로 우짖고, 꽃들은 저마다의 색과 향기를 뽐내며 피어나고 있다.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자연 현상들이 올핸 왠지 유독 새삼스럽다. 자연은 변함없건만 우리의 삶만 이렇듯 판도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즈막은 여행도 맘껏 다닐 수 없다. 설령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다녀왔다손 치더라도 괜스레 주의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인다. 생활 속 거리가 강조되는 이즈막 나돌아 다닌다는 게 썩 바람직하지만은 않아서이다.

어디 이뿐인가. 이제는 몇몇이 운집하는 소모임도 가질 수 없다. 만약의 경우 모임을 가졌다가 그중에 확진자라도 발생한다면 이 보다 더 큰 낭패가 없잖은가. 일예로 얼마 전 돌잔치를 하다가 확진 자가 발생하였잖은가. 이태원 클럽 발 확진으로 많은 이들이 수차에 걸쳐 코로나19에 전염되기도 했다. 또한 모 택배 회사의 직원들 확진으로 불안감이 가중 되고 있다. 이로보아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그 말이 꼭 맞는 성 싶다.

다가올 무더위에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하는 답답함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백신 및 치료제 상용화의 더딘 소식이다. 이게 더 숨통을 옥죈다.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이젠 병원성 미생물과 언제까지 우리가 공생해야 할지 그날을 기약할 수 없어 신록을 자랑하는 유월이련만 우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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