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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하늘은 마음의 도화지였다. 어린 날 바라본 맑고 푸른 하늘이다. 솜구름이 유유히 떠다니는 하늘은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 했다. 너나없이 적빈(赤貧)이었던 그 시절 평소 배불리 먹고 싶었던 쌀밥이었다. 이것을 하늘가에 마음으로 그리곤 했다. 그러노라면 다소 허기가 달래어지는 기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일이다.

학교가 파한 후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일하러 나가고 텅 빈 집안의 적막과 고요만이 먼저 반기곤 했다. 집안에 아버지의 부재는 더욱 궁핍에 발목을 잡히게 했다. 당시 양조장을 경영하던 친구 집이다. 그곳에 놀러 가면 따끈한 쌀밥을 그릇에 수북이 담아 먹는 그 애가 참으로 부러웠다. 학교가 파할 무렵이면 허기 탓인지 발걸음을 옮길 기운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 툇마루에 벌렁 누워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로 주린 뱃속을 달래곤 했다.

이 때 변덕스러운 여름철 날씨는 걸핏하면 하늘색을 돌변케 만들었다. 갑자기 몰려온 먹구름으로 인하여 하늘은 회색빛으로 낮게 드리워졌다. 그토록 강렬히 타올랐던 태양도 금세 구름에 가려졌다. 얼마 후 한바탕 소낙비가 쏟아졌다.

비를 내리게 하는 먹구름의 심술이 어린 마음엔 왠지 굶주림보다 싫었다. 하늘 가득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날엔 심적 상상화를 더 이상 하늘에 그릴 수 없어서다. 그래서인가. 요즘도 먹구름만 대하면 지난날 가난했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이 탓에 흐린 날이 싫다. 이 구름은 인생사에도 자주 등장하지 싶다. 날씨도 해 뜰 날, 궂은 날이 있잖은가. 어찌 기나긴 인생 도정(道程)에 행복하고 기쁜 일만 있으랴.

인생살이에 때때로 먹구름이 낄 때는 삶 속에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에 의해서다. 언젠가 방한했던 미국 음식 평론가인 김순애 씨에 대한 신문 기사를 접했다. 이 내용을 읽은 후 인간 승리 이면엔 처절한 생존에 대한 통증이 뒤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 경우만 해도 그렇다. 한국 어 판으로 『서른 살의 레시피』를 출간하였다. 또한 요리와 여행을 버무린 자전적 책을 출간하여 뉴욕 타임즈 지에도 크게 보되기도 한 화제의 인물이다. 그녀는 세 살 때 부모로부터 시장에 버려져서 배고픔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런 기막힌 운명을 그녀가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슬픔과 맞선 강인한 의지 덕분이다.

그녀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고통에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불굴의 의지로 자신을 뒤덮었던 역경의 먹구름을 오롯이 걷어낼 수 있었다. 20대 젊은 시절에 자신이 겪은 실수를 솔직히 토로 하기도 했다. 3세에 미국으로 입양돼 17세에 그 집을 뛰쳐나왔다고 한다. 그리곤 프랑스, 스웨덴을 떠돌았다. 그런 그녀가 나이 스물한 살에 스웨덴의 세계적 화장품 업체 록시탕의 올리비에 보송 사장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열일곱 살 연상인 그와 열애에 빠지기도 했단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남자에게서조차 찾지 못한 그녀는 그 사랑마저도 결별하고 말았다.

사랑과 이별 역시 여인에겐 감당 못할 아픔이자 크나큰 슬픔이기도 하다. 여인에게 있어서 사랑만큼 소중한 게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녀는 그 불행 앞에 결코 무릎 꿇지 않았다. 자신에게 닥쳐온 고난을 꿋꿋이 감내하면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현재 그녀는 미국 유명 생활 잡지 '코티지 리빙(cottage Living)'의 음식부문 편집장으로도 활동 한다. 그녀의 지난 파란만장하고도 기구한 삶이었다. 이제 지난 시간 역경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로 보아 인간의 강한 의지와 투혼 앞에선 불운도 비켜가고 인생도 역전을 맞이한다. 우리네 인생처럼 날씨도 그러하다. 소나기가 쉬지 않고 쏟아지는 게 아니다. 장마도 폭풍우도 멈출 때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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