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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평행이론' 출간 임정매 시인

금강 변에 살며 '관계의 철학' 담은 시편 수록

  • 웹출고시간2023.12.06 15:51:21
  • 최종수정2023.12.06 15:51:21

임정매 시인

[충북일보] 이름도 없이 역사 속으로 스러져 갈 들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절하고 순정한 눈빛으로 형상화한 시집이 나왔다. 옥천군 이원면 금강 변에 귀촌해 살면서 사람과 자연의 말씀을 받아 적고 있는 임정매 시인이 첫 시집 '수상한 평행이론'(도서출판 애지·128쪽)을 출간했다. 임 시인은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2018년 '작가마당'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임 시인을 만나 옥천살이와 시집 출간 배경에 관해 들어봤다.

◇이 시집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지향점은.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이 영원한 진리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관계'의 생장사멸(生長死滅)과 순환을 통해 기대와 고통, 슬픔을 딛고 기쁨을 맞는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두려움과 그리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으로 이루어가는 크고 작은 범주의 관계들, 이에 관한 관찰과 사유의 결과를 시로써 꾸준히 지면에 발표해 왔습니다.

우리의 두 눈이 밖을 향해 있는 것에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상을 통해 자신을 더 선명하게 마주하라는 의미로 다가왔어요. '관계'에 내재한 무수한 가시와 장미, 다시 사람을 통해 피어나고 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앞날이 캄캄할수록 사람을 품어 안으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우리의 이웃들, 이름도 없이 역사 속으로 스러져 갈 들풀 같은 사람들에게서 배운 '관계의 철학'을 시로 담고자 하였습니다.

◇표제작인 '수상한 평행이론'을 쓴 배경은.

'가장 생생한 시'는 저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의 수상쩍은 이론은 평생을 자연과 함께한 삶의 결과입니다. 제가 세 살 되던 해 무병을 앓던 어머니는 무녀의 삶이 아닌 어머니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식들 때문이었지요. 고명딸이던 제게 그 삶이 이어질까 여러 피할 방편을 일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을 빌려 딸이 세상에 우뚝 서길 바라기도 했습니다.

학교 문턱도 가본 적 없지만 낮은 꽃잎 하나 지나치지 못하고 '예쁘다' 말해주는 분이자 '아카시아꽃 필 때가 참깨 심을 때'라며 절기를 읽는 방법도 특별하신 분입니다. 이러한 어머니의 '죽음학'을 '수상한 평행이론'에 담았습니다. 보름날 태어나신 어머니가 기어코 보름날 떠나고자 하시는 이유가 제게는 감동으로 다가왔거든요.

◇시집 속의 시 가운데 아끼는 시 5편을 고른다면.

표제작인 '수상한 평행이론'과 '어떤 감정에 대하여' '진화 혹은 퇴화' '잡곡밥' '심천역에서'를 꼽고 싶습니다. '수상한 평행이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삶과 죽음의 관계에 관한 어머니의 수상한 이론을 옮겨 놓았고요. '어떤 감정에 대하여'는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두려움'과 '그리움'으로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길 기다리는 현대인의 감정을 담았습니다. 등단작이어서 더 애틋한 작품입니다. '진화 혹은 퇴화'는 '관계'를 주제로 시적 변화를 추구한 첫 작품이고, '잡곡밥'은 검은콩 두 알을 보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땅의 철학'을 옮긴 시입니다. '심천역에서'는 불면으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면서 쓴 시인데요, 잿빛 불안 속에서도 끝끝내 기적소리를 듣고 마는 희망을 노래한 작품이어서 더 각별합니다.

◇옥천으로 귀촌한 까닭과 옥천 살이 느낌은.

사람은 강의 모습을 닮고 강은 또 사람의 모습이 되어 흘러가지요. 그래서 크고 작은 물줄기들을 품어 안고 쉼 없이 흘러가는 금강을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 내리 딸만 낳은 죄인으로 시가에서 쫓겨나 어느 강줄기로 합류했을지 모르는 전 주인의 사연이 담긴 옥천의 한 농가 주택을 구해서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먼 곳으로 직장 발령이 나 주말과 휴일에만 옥천에 있습니다. 금강의 여울을 바라보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작게나마 농사도 짓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겹게 살아가니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첫 시집에 관한 시인의 바람은.

저의 첫 시집을 통해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로 잊혀가는 무수한 관계의 흐름을 읽더라도 다시 사람을 품어 안을 수 있는 따스한 힘을 독자가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굳게 내려진 관계의 블라인드, 다소 거칠지라도 순정한 시로써 저 유구한 강줄기처럼 독자들에게 가닿고 싶습니다.

옥천 / 김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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