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58년 서울시 성북구에 종암 아파트를 시작으로 공동주택을 짓기 시작한 이래, 2015년 말 기준으로 전체 주택 1천636만7천호 중 공동주택이 74%인 1천218만9천호를 차지한다. 이 중 사업주체(건설사)가 하자보수책임을 지는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있는 공동주택은 353만호이고, 하자담보책임기간은 경과했으나 민사상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되지 아니한 공동주택까지 합하면 무려 798만호에 이른다. 1958년 이후 공급된 전체 주택의 과반수가 하자보수가 진행되고 있거나 하자로 인한 소멸시효기간이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해 분양시점이 사용검사일 또는 사용승인일(준공) 전·후 언제냐에 따라 분양계약의 법률적 성질과 사업주체의 하자담보 책임이 달라진다. 이를 준공 전에 분양하면 선분양(사전분양)이라 하고, 준공 이후에 분양하면 후분양(사후분양)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분양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공동주택관리제도는 물론, 하자담보책임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신축주택은 최초로 분양하는 시점이 준공 전ㆍ후 언제냐에 따라 사업주체의 하자담보책임을 주문주택의 성격인 분양계약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판매주택의
2015개정교육과정에 초등교과서 한자표기 방안 연구내용을 토론하기 위한 최종공청회가 서울대 호암 교수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지난해 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차 공청회에도 한자병기를 주장하는 충주지역인사 40여명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공청회 장소인 교원문화관 앞에는 상복을 입은 사람과 상여를 놓고 장례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한글이 죽었다고 장례를 치르며 행사를 방해하여 약 40여분 늦게 공청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거센 반대에 밀려 교육부는 결정을 못하고 해를 넘겼었는데 이번엔 한자표기연구결과를 토론하는 자리였습니다. 올해도 토론장 입구에서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며 반대발언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작시간이 되자 토론장 앞에 피켓을 들고 나타나 서로 옥신각신하며 소란을 피워 지난해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찬성 측에서 자리를 양보하고 서서 참관하는 모양새로 겨우 토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김동일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하였으며 공동연구자인 신명선 교수(인하대)와 김남옥 교수(경인교대)의 연구내용발표를 듣고 여섯 명(박용규 교수, 안재철 교수, 이건범 대표, 김창진 교수,…
힐링 프로그램 안내 공문이 왔다. 법주사 템플스테이라니 내가 열망하던 거였다. 선정 결과 공문을 보자 생각이 과거로 달린다. 우리 딸애가 초등학생 시절 보좌신부님을 모시고 화양동 서원으로 해서 속리산 법주사를 들렀었다. 대웅보전 옆문에서 고개만 살짝 기웃하여 내부를 보려는데 신부님이 불쑥 신발을 벗고 같이 들어가잔다. 얼떨결에 마루를 밟고 한편에 엉거주춤 서 있으려니 신부님은 정중히 예를 올리곤 단정히 무릎 꿇고 한참 기도까지 하신다. 그런데 열렬 천주교 신자도 아니요 그다지 신심이 돈독하지 않은 나는 무릎조차 굽히지 못하겠다. 금동미륵대불 기단에 모셔진 용화전 금동보살 앞에서 신부님은 또 무릎 꿇고 기도하고 나는 뻘쭘하니 서 있던 기억이 그 때의 불편했던 느낌과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템플스테이에 가면 108배는 물론 새벽 예불부터 저녁 예불까지 불교 의례에도 적극 참여하리라 마음먹었다. 평소 연습하는 대금곡이 '영산회상불보살'이고, 김영동님의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예불가도 들어본 경험이 있다. 여기에 법고와 범종 소리가 어우러진 가운데 스님들이 낭랑히 드리는 예불 모습을 가까이에서 접한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 아닌가. 3시 20분의 새벽예불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은 늦가을을 지나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이다. 앙상한 몸은 잎을 모두 떨군 겨울나무 모습이다. 건드리기만 해도 뚝 부러질 것 같이 애잔하다. 바짝 마른 그는 작은 바람에도 쉼 없이 흔들릴 것 같다. 볼 살도 빠졌고 까칠한 얼굴엔 깊은 한숨이 묻어난다. 늘 밝은 얼굴로 분위기를 띄우던 모습은 간데없고 얼굴엔 표정이 없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저마다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그 친구는 조용하다. 친구를 유심히 살펴보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무슨 걱정거리 있어·" 하고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남편하고 싸웠어?" 하고 또 묻는다. 남편하고 트러블이 생기면 그걸 감추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사람 나를 너무 힘들게 해 뭔 고집은 그렇게 센지 모르겠어! 그 인간 바보야 이제 지쳤어 이혼 할 거야!"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었다. "마누라가 없어져야 마누라 귀한 줄 알지"하면서 핏대를 세우던 모습도 사라졌다. 그냥 모든 것이 덤덤하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기 싫고 모임도 나오고 싶지 않단다. 특별히 즐거운 일도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다며 한숨을 내쉰다. 무엇이 그 친구를 그렇게 무력하게 만들었을까 늘 건강하고 밝으며 성실
최근 중국 당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조치로 한류 관련 업체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화장품업계 등의 주가가 폭락하고, 한류스타들의 중국진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들이 날아든다. 중국 한류 금지령이 한국 정부의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결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정부기관인 광전총국의 편집 담당인 옌웨이는 지난 8월 자신의 웨이보 계정 한류 금지하는 중국의 목적을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르면 한류 금지령은 중국 민족문화산업을 보호하고, 중국 연예인의 국민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과연 한류 금지령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며, 중국 당국의 의도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우선 한류(韓流)가 뭐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 한국 드라마가 중국,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류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아울러 "한류는 길어야 3년이다"란 자조적인 비판이 한류의 태동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류는 20년 넘게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것은 단연 미국 대중문화이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과 같은 주요국의 대중문화는…
[충북일보]교육계가 국정교과서 문제로 들끓고 있다. 교육부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면서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라고 밝히고 있으나 곳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교육계 전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교육계가 정부의 국정교과서에 대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집필 기준과 내용, 방법 등에 있어 모두가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집필진이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것도 주된 이유가 됐다. 다시말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데다 교육현장 여론과 배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미화 또는 강조하고 있는데다 대한민국의 임시정부 역사와 항일독립운동사를 축소시켜 친일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전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정권과 교육부가 고집을 세워가면서 만든 국정역사교과서가 '역사교육 대란'을 불러온 셈이다. 역사를 국가에서 좌지우지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정치권력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과서를 집필을 해 학생과 국민들에게 획일적인 역사를 주입하겠다는 것은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이같은 정책은 민주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데다…
[충북일보]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닭과 오리농장주들은 AI 차단을 위해 밤잠을 아끼고 있다. 지금 전국에 창궐하는 고병원성(H5N6형) AI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확산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H5N1형과 H5N8형 AI는 잠복기가 길었다. 하지만 H5N6형 AI는 상대적으로 짧다. 1일 현재까지 충북도내 고병원성 AI 확진농가는 모두 38곳 이다. 음성군 맹동면 닭(육용종계) 사육농장도 확진판정을 받았다. 올해 도내에서 닭이 AI에 감염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역학조사위원회 회의 결과 H5N6형 바이러스가 중국 등 해외에서 철새 등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음성군 맹동면 등 지역별 최초 발생농장 주변에도 대부분 철새서식지와 농경지가 있다. AI의 확산 기세를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감염원과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최대한 이동을 줄이고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 통제 가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의 발 빠른 대응과 도민들의 협조가 필요한 이유는
[충북일보] 12월2일, 국회가 사상 최대 규모인 400조 원대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법정 시한 마지막 날이다. 그런데 시한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물론 탄핵 정국 때문에 예산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리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다행히 어제 3당 정책위 의장들이 모여 향후 3년간 누리과정 예산을 위한 특별회계 설치를 정부에 요구하자는 데에 합의했다. 특별회계 규모는 연간 1조 원 가량으로 잠정 합의했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해결된다면 야권도 법인세 인상법이나 세법개정안을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모처럼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모든 건 정부가 3당 정책위 의장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정부 역시 누리과정 논란이 더는 반복되길 원치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모쪼록 정부가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냈으면 한다. 20대 국회는 그동안 법인세·소득세율 인상,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둘러싸고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역대 국회는 그동안 예산안 처리에 성
우린 열린 세계적인 다양한 문화사회에 살면서 경제적 불안. 정치적 갈등. 윤리붕괴· 다양한사기· 성범죄· 사이버범죄 등,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살면서 사람들은 이 사회를 부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많다. 우리 행복한 삶의 참모습은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행복한 삶을 원할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 47위라고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 삶을 긍정적인 밝은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면 행복해 질것이다. 하지만 요즘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는 사건들이 이 사회에 벌어지고 있어 우린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요즘 최순실게이트로 200만 시민들이 서울에 모여 5번째로 청와대문턱을 대고 대통령 하야하라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고 대통령탄핵문제로 3개월간 국정마비상태가 지속되며 정부가 너무 혼란스럽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대홍수를 당해도 5차 핵실험까지 하며 우리안보를 위협하고 있고 우방국인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우리외교안보가 흔들리지 않을까, 매우 걱정스럽다. 요즘 국민들은 혼란정국을 바라보면서 너무나 불안초조하고 답답하며 가슴이 따들어 가는 마음이다. 하지
겨울이 되면 내겐 새로 생기는 품목이 두 개 있다. 크리스마스에 와이프와 나는 매년 선물을 서로 사준다. 학교 다닐 때 했던 일종의 선물 교환식(?) 인데, 나는 4년 전부터 야구모자를 선택한다. 선물을 받는 것이지만, 난 내가 받을 선물을 지정한다. 야구모자는 지금까지 4개이고, 올해가 지나면 5개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목도리다. 목을 따뜻하게 해줌과 동시에 겨울의 작은 맵시로 폼나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나는 목도리를 좋아한다. 내게 추위는 세 군데를 통해 접해진다. 다리와 손, 그리고 목.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이 세 군데를 집중적으로 커버한다. 그 중 목도리는 가장 신경쓰는 품목이다.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폼을 내며 다가올 때나, 슬근슬근 내게 침투하려 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차단해주는 방패역할을 한다. 목을 단단히 감싸줄 뿐만 아니라 더러는 귀까지 덮을 수 있다. 그리고 운전을 하거나 버스를 탈 때는 허벅지부분을 덮어주기도 하니 보온이라는 기능상의 역할을 제대로 해줌과 동시에 두터운 아우터로 몸을 휘감고 있는 40대의 겨울 겉 패션에 조금이나마 포인트를 줄 수 있으니 내겐 겨울의 필수 지참물이 된다. 내 기억으로 첫 번째 목도리는 어머니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되뇌어 볼수록 멋진 말이다. 더글라스 맥아더가 수많은 전장과 군문에서의 영욕을 뒤로 하고 물러나면서 던진 이 한 마디는 파이프담배, 선글라스와 함께 오버랩 되며 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근자에는 그가 등장하는 영화까지 만들어져 꽤 많은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6․25 전쟁 중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그의 명성에 대해서는 어릴 적부터 접한 바가 있다. 그러나 전쟁 와중에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트루먼과의 의견 충돌로 해임되어 옷을 벗게 되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로 말미암아 한 마디 어록을 남기고 담배연기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노장군을 지금 이 시점에 다시 불러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일본을 예로 들기도 하지만 그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하니 장차 이것이 몰고 올 후폭풍이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농어촌 지역 같은 곳은 이미 붕괴 직전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 절대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은 물론 남아있는 숫자에서 차지하는 노인 인구의…
바야흐로 거짓말의 계절이다. 서초동 검찰청사에 모인 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고 외면을 하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혹시나 누군가 먼저 정황을 고백하면서 선처를 바라는 등 죄수의 딜레마를 연출하는 것일까. 미국이나 한국에서 분명한 것은 거짓말을 잘하는 것이 고관이나 대작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인 듯하다. 즉 거짓말은 곧 권력의 기초인 것이다. 믿을 信이란 사람들 사이에 말을 통해 존재하는 절대 가치 중의 하나인데 이러한 말을 바꿀 수 있는 능력으로서 거짓말은 곧 권력인 것이다. 솔방울로 팝콘을 만들 수 있다거나 오줌으로 맥주를 만든다는 북한의 절대 권력자의 능력은 이미 나치 독일이나 소비에트 연방 등 공산국가의 경우 선전선동이라는 이름으로 양산되었었다. 사회 속에서 서로의 이해관계와 상황에 의해서 그 관계를 긍정하고 과장하거나 부정한다면 사람과 사람과의 계약에 의해서 사회가 유지된다는 J. J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천박함을. 살아오면서 (거짓말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선의의 거짓말은 약간, 아니 조금 많이 ...사실은 수도 없고 원 없이 해봤으니 그다지 거짓말에 대한 아쉬움은…
장작에 불을 붙일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얼기설기 잇대 놓고 검불이나 종이에 불을 댕긴 후 옮겨 붙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럴 경우 넣는 게 불쏘시개다. 보통 갈잎이나 검불을 쓰는데 여느 때는 후르르 꺼져서 짜증스러웠던 것이 불쏘시개로 쓸 때는 무척 편하다. 촘촘하게 넣은 뒤 불을 붙이고 장작개비 두어 개씩 넣어 주면 금방 불이 붙고 뒤미처 훨훨 타오르는 것이다. 오늘 모처럼 시래기를 삶았다. 동지가 지나 짱짱하게 추워지면 가으내 매달아 둔 시래기는 부스러지도록 마른다. 그것을 삶아 국도 끓이고 나물을 해 먹는데 특별히 장작을 때면 훨씬 부드러워서 겨울이면 몇 차례 화덕에 솥을 걸어 삶는다. 그 외에 정월 열나흘, 나물로 먹을 토란 대와 고사리와 묵나물을 삶기도 하면서 그럴 때마다 장작을 지피는 등 분주를 떠는 것이다. 일단 불이 붙고 나면 틈틈이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 생각하니 화덕을 거느라 청소도 미처 끝내지 못했다. 느긋하게 걸레질을 치고 나와도 계속 타는 중이다. 통장작 두어 개를 집어넣은 뒤 양말을 빨아 널고 와도 여전하다. 손이 시리게 추운 겨울도 장작이 타는 아궁이 앞에서는 하나도 춥지 않다. 불을 붙이기가 힘든 대신 붙고 나면 한나
인구의 고령화 현상은 지구촌 모든 국가에서 경험하게 되는 21세기의 도전이고 당면과제이다. 선진국형 인구구조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가 인구 고령화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노년양육비, 의료비, 주거비 등 사회적, 경제적 모든 분야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고령사회 즉, 본격적인 실버시대가 열리면서 두드러진 사회현상 중 하나가 노인관련 요양시설 등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6년 1월 기준으로 노인요양병원이 1천410곳, 노인요양시설이 2천933개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노인요양병원 등 관련시설이 민간시설을 중심으로 10배 이상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을 앞세우다보니 안전관리에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신규로 설치되는 요양병원은 면적에 상관없이 스프링클러 또는 간이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가 의무화되고 기존에 운영 중인 요양병원도 2018년 6월 30일까지는 소방시설 설치를 완료해야한다. 하지만 강화된 법적 소방시설만으로는 판단능력이나
나라가 몇몇 파렴치한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모두다 대통령이 만든 유행어를 써가면서 왜 이렇게 밖에 살수 없는지에 대한 자괴감에 빠져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물어도 누구하나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사람 없습니다. 좌절과 절망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근본 원인을 파헤쳐 봐야합니다. 정치적이나 법률적인 단죄로 해결되는 미시적, 근시안적인 진상조사가 아닌, 사회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을 찾는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래야 다시는 이러한 망국적 국정농단이 되풀이도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커다란 사태가 발생하면 정치적 법률적으로 누군가를 단죄하려는 진상조사에 집착한 나머지 근본적인 문제에는 접근을 하지도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똑같이 잘못된 사건들이 도처에서 어제도 오늘도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몇몇 사람을 단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장기적이고 거시적 처방이 있어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조심스럽게 세상에 대한 가치를 뚜렷이 다시 세우자는 제안을 하고자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우리 자녀들에게 심어주었으면 합
[충북일보] 청주대학교에 또 사태가 났다. 끊일 날이 없다. 이번엔 총학생회장 선거 부정 논란이다. 자칫 경찰 수사와 법정 소송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청주대와 총학생회장 입후보자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실시된 총학생회장 선거 투·개표 과정에서 투표용지 초과 사례가 발견됐다. 이어 투표함이 무단 반출되고 하루 뒤 일방적 선거 무효 선언이 있었다. 다시 말해 부정선거 논란이 발생했다. 게다가 부정 선거를 문제 삼아 '선거 전면 무효' 선언을 강행하려 한 대학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학교 측의 조종이 있었다는 선거 개입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청주대의 총학생회장 부정선거 논란에 개입할 의도가 추호도 없다. 다만 연일 계속되고 있는 청주대 내홍이 안타까울 뿐이다. 청주대가 대학 본연의 임무와 책임을 다하길 바랄 뿐이다. 청주대를 바라보는 청주시민들의 눈은 이제 차갑다. 계속된 실기에 비난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칫 이번 문제로 경찰 수사라도 받게 되면 청주대 명예는 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한수이남 최고의 명문사학이란 말은 그저 자조에 그칠 뿐이다. 청주대는 한동안 한수이남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불렸다. 그 명성에 결코…
[충북일보] 암울한 시대에 자주 등장하는 특징 중 하나가 블랙리스트(Black List)다. 물론 정권 때마다 블랙리스트는 존재한다. 드러났느냐 않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게 정설이다. 블랙리스트는 정계, 재계, 교육계, 예술계, 언론계, 지역, 세대 등을 막론하고 있다. 어느 곳에나 대상이 있다. 이번엔 문화예술계에서 터졌을 뿐이다. 다른 분야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또 존재하는지는 모른다. 현 정권이 만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존재설은 그동안 수없이 떠돌았다. 다만 쉬쉬하며 물밑에서만 돌았다. 그러던 중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명단에 든 문화예술인들의 유형도 다양하다. 이유가 모호한 인물들도 많다. 충북지역 문화예술인들도 상당수 명단에 올랐다. 충북블랙리스트소송단은 즉각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다. 문화예술인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검열을 주도한 관계자들의 대대적인 인적청산을 촉구했다. 블랙리스트는 경계를 요하는 사람들의 목록이다. 대개는 개인을 만신창이로 만들곤 한다. 한 마디로 아주 나쁜 명단이다. 반대 개념으로 화이트리스트(White List)란 용어가 있다. 허용되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에서 열린 젓가락페스티벌이 지난달 27일 폐막했다. 5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하니 젓가락이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듯하다. 젓가락 문화권의 재미있는 전래동화가 있다. 어떤 사람이 천국과 지옥을 구경했다. 먼저 지옥에 갔는데 마침 식사시간이었다. 지옥사람들은 1미터가 넘는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데 열심히 팔을 휘저었지만 젓가락 길이 때문에 자신의 입에 음식을 넣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천국 구경을 갔다. 천국도 1미터가 넘는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들 앞에 있는 음식을 집어서 상대방 입에 넣어 주고 있었다. 젓가락 사용에 대한 유명한 일화도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펄벅 여사가 1960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경주의 어느 식당에서 어린 아이가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어 먹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도토리묵을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에 "한국인의 젓가락질은 밥상 위의 서커스를 보는 것처럼 신기하다"고 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별난 협회도 다 있다. 일본 최대 젓가락 회사인 효자에몽의 우라타니는 세계젓가락문화협회를 설립했다. 1998년 설립된 이 협회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와 경상북도와의 도계에 위치한 하늘재는 2008년 12월 26일 명승 제49호로 지정되었다. 한반도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신라본기에 '阿達羅尼師今 三年 夏四月 開鷄立嶺路'라고 적힌 글이 나온다. '신라 아달라이사금 3년(156년) 4월에 계립령로를 열었다는 의미다. 길에 대한 첫 기록이고 기록상 최고(最古)의 옛길이다. 이어 2년 뒤인 서기 158년에 죽령을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 2,0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하늘재는 정말로 다양한 이름을 가진 고갯길이다. 신라시대에는 계립령(鷄立嶺)이나 마목현(麻木峴), 또는 마골점(麻骨岾), 고려시대에는 계립령 북쪽에 대원사가 창건되면서 절의 이름에서 따 대원령이라 불렀다. 이후 조선시대로 들어서면서 고개 부근에 한훤령산성이 있어 한훤령이라고도 불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발음이 약화되어 한원령으로 변했다. 하늘재는 남한강의 수운을 이용, 한강 하류까지 일사천리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로서. 신라는 일찍이 하늘재를 교두보로 한강으로 진출하였고, 백제와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했던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전략거점이다 보니 하늘재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고구
국민들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중앙정부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미국외교협회(CFR)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선임연구원은 최근 기고에서 대한민국의 혼란 상태가 몇 달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정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최근 들어 도정은 괜찮은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이 혼란스러우니, 지방정부도 당연히 같을 것으로 예상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평온할 정도로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특히 충청북도는 2017년 정부예산을 사상 최대로 확보함은 물론, 기업이 몰려오고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등 오히려 안정 속에 전진을 계속 하고 있다. 왜 그럴까? 말 그대로 지방자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방자치가 아니었다면, 최근의 사태에서 지방이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아마 전국의 모든 관공서가 술렁이고 나라 전체가 지금보다 더 큰 혼란에 빠졌을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방정부가 20여 년간 쌓아온 지방자치 시스템이 버텨줘서 '국정'은 혼란스러워도 '국가'는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이 국정을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가가 위기일수록…
[충북일보] 결론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확대 해석하면 획일적인 국정교과서는 '전체주의(全體主義)'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주의는 개인의 모든 활동이 민족·국가와 같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이념이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이다. 극단적인 전체주의로는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을 꼽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파시즘과 나치즘이 통용되지 않는다. 이를 국민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희박하다. 교육계의 예고된 반발 교육부가 지난 28일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오는 12월 23일까지 시민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최종본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계는 당연히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도 "국정화 작업 자체가 단편적인 사관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이미 정부가 교과서 배포를 강행하면 시·도 교육청 간 공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의 국정교과서 폐기를 주장하면서 대안교재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대
[충북일보] 국립충주박물관 설립이 추진되면서 충주의 역사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충주의 옛 명칭은 중원(中原)이다. 그런데 이 중원은 중국에서 황허(黃河)강 중·하류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허난(河南)성 대부분과 산둥(山東)성 서부 및 허베이(河北)·산시(山西)성 남부가 여기에 포함된다. 중원은 천자(天子)가 다스리는 지역이다. 변방 오랑캐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한국에서 중원은 예로부터 충주와 인근 지역을 일컬어왔다. 이곳에선 금속성 재료나 비석 따위에 글자를 새긴 금석문(金石文) 등이 자주 발견됐다. 선사시대 유적지도 발굴됐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다양한 문화적 층위가 확인되고 있다. 출토된 다양한 문화재가 증명이고 증거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대로 된 박물관이 없다. 그러다 보니 발굴된 각종 문화재가 다른 지역 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다. 충주시민들이 국립충주박물관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원문화권에서 출토된 유물 등 각종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전시하기 위해서다. 중원문화권 유물 5만2천229점을 한데 모아 보여주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 국립박물관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시선이 미치는 곳마다 진귀한 보물이…
[충북일보] 오송첨단산업복합단지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그룹의 화장품 기업 '셀트리온 스킨큐어'가 투자 의향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스킨큐어는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오송2산단)에 생산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투자금액은 1천억~1천5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청주 출신 서정진 회장이 최근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투자 계획이다. 셀트리온 스킨큐어는 그동안 자체 생산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후보지를 물색해 왔다. 이를 알고 충북도와 청주시가 셀트리온의 투자 유치에 공을 들였다. 조만간 충북도와 청주시, 셀트리온 스킨큐어 간 투자협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송첨복단지에 좋은 일은 또 있다. 싱가포르 프레스티지 바이오제약(주)이 오송에 바이오의약품 연구소와 바이오시밀러 생산시설 설립 등 2천억 원대 투자를 약속했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과 지난 15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2017년-2025년까지 오송에 2천억 원 규모를 투입할 계획이다. 메티컬지구 등이 완성되면 고용인원만 200명에 달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제품질관리 전문가를 고용하는 등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무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 필자의 농장이 있는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대덕리를 갑니다. 추수가 끝난 논과 밭이 한가로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연 모두가, 초록의 윤기를 뽐낼 새봄을 기다리며 다소곳이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미원면사무소를 지나 중리저수지 쪽으로 들어서자 조금 풍경이 살벌하게 변합니다. 지나치는 길가에 현수막이 가득합니다. '좌구산 광산허가 결사반대', '청주최고의 청정지역 광산개발 결사반대', '광산개발 웬말이냐· 청정자연 통곡한다', '청주․증평의 최고봉 좌구산 광산개발 결사반대', '상수원 발원지에 광산개발 웬말이냐·' 현수막에 나타난 대로 이곳의 주민들은 지금 한창 전쟁(?) 중입니다. 농사철이 끝나 산야의 자연처럼 휴식을 취하며 다가올 새봄을 기다려야 할 시기인데 민간 사업자가 좌구산 지하의 규사(硅砂)를 파낼 계획을 갖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비밀스럽게 진행되던 채굴 계획을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주민들은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몇 대에 걸쳐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로 유기농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모든 것이 한꺼번에 날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좌구산은 청주․증평의 주민들에게…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7일 충북지역 각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전국에 있는 60여만 명의 수험생들은 이날 결과로 지난 12년간의 학업성취도를 평가받고,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하고, 잃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학부모들은 간절하고, 수험생들은 긴장하고 최선을 다 한다.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 해도 이에 대해서 승복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대학입시 제도에 대한 공정성이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을 담보로 한다. 최근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은 대한민국 공교육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을 뿌리째 흔들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의혹은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공정성이 생명인 대학 입시 제도가 돈과 권력에 무너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부모들과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무력감과 박탈감에 빠졌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대학입시는 계층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다리 역할을 했고, 그 준비과정에서 경제적 환경에 따른 유불리는 있다고 인정할지언정 똑같은 시험을 보고 그에 따른 공정한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믿고 있었던 최후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리는 옥샘정에서 해준다. 장 담그기가 사라진 아파트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장을 원하는 이들은 많다는 뜻이다. 집에서도 발효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장 담그기 키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옥샘정에서는 모든 장류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산 재료를 100% 활용한 장이다. 인근 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