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6월이 여름 고개를 넘어왔다. 항쟁의 달이다. 역사의 길을 걷는다. 사색의 길을 탐한다. 치유의 길로 이름 붙인다. 한동안 말없이 걷는다. 점차 내가 탈색됨을 느낀다. 난 어디로 가는 걸까. 잘 가고 있는 걸까. 다시 풍경에 넋을 빼앗긴다. 오래 서서 바라본다. 금방 머리 감은 새댁의 얼굴처럼 싱그럽다. 조령을 넘으니 새재길이다. 주변 숲의 농담(濃淡)이 짙다. 거기서 뿜어내는 푸른 향이 감미롭다. 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질인다. 흙길의 부드러운 감촉이 굳은 마음을 풀어준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걷는다. 비로소 역사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온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걸음이 자꾸 더뎌진다. 잠시 아득해진다.
[충북일보] 6월이다. 벌써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쬔다. 활발한 광합성 덕에 숲은 진초록이다. 울창한 숲이 뜨거운 볕을 가려준다. 시원한 계곡 길은 천군만마다. 수량 풍부한 계곡 덕을 본다. 풍경은 점차 바뀌어간다. 길 옆 꽃무지와 풀무지 색깔이 달라진다. 여름 전령사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는다. 여름 나무와 풀들이 원시림을 이룬다. 그 아래로 산나물과 약초들이 가득하다. 여름의 신록이 꽃보다 아름답다. 칠보산 계곡물은 여전히 차다. 폭포와 소, 담이 잘 어울려 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알탕' '족탕'하는 맛이 일품이다. 초여름 산행에서 맛보는 필수쾌감이다. 폭포수의 시원함은 고스란히 선물이다. 산새 소리마저 시원하다.
[충북일보] 이른 새벽 초여름의 진초록이 무성하다. 걷기는 언제나 명상과 사색의 시간이다. 자유로운 시공과의 만남이다. 관성처럼 봐왔던 일상의 가치도 달라진다. 다시 보게 된다. 걷기가 주는 선물이다. 게으른 이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누구의 방해도 없다. 내면의 나와 대화하며 걷는다. 삶의 의미를 물어본다. 스스로 다친 상처를 치유한다. 묵상이 주는 행복을 느낀다. 삶에서 지친 마음을 너끈히 치유한다. 청정한 자연의 기운이 치료제다. 숲을 관통하는 길은 길다. 초록의 숲이 터널처럼 깊다. 다람쥐나 이름 모를 새들과 함께 한다. 꽃향기와 새소리가 불쑥 새 기운을 준다. 행복의 이슬이 콧잔등에 맺힌다. 상처가 하나 둘씩 치유된다.
[충북일보] 여름 기운이 성하면 산중 물이 차고 맑다. 그 덕에 깊은 숲 나뭇잎은 짙고 푸르다. 차고 넘친 물이라고 다 같진 않다. 온 신경을 다 써야 비로소 보이는 물도 있다. 빼곡한 숲 사이로 폭포 하나가 눈에 띈다. 폭포 양쪽은 짙은 숲이다. 턱밑까지 다가가야 겨우 알 수 있다. 마침내 하얀 폭포수가 부챗살처럼 물살을 퍼트린다. 쏟아지는 위세가 웅장하다. 하늘이 꼭꼭 감춰둔 쌍곡폭포의 위용이다.어두운 숲 사이로 폭포가 떨어진다. 폭포수 포말 위로 가는 햇볕이 든다. 물줄기가 마치 형광등을 켠 듯 환해진다. 숲의 어둠과 물의 환함이 아주 극적이다. 컴컴했던 마음의 때가 벗겨진다. 정직한 모습으로 환해진다. 사는 의미를 다시 발견한다.
[충북일보] 괴산 땅에 들면 산이 많다. 당연히 계곡도 즐비하다. 산이 높으니 계곡이 깊다. 물은 계곡을 따라 길게 흐른다. 산고수장(山高水長) 산자수명(山紫水明)의 땅이다. 괴산은 35개 명산을 품어 안고 있다. 산 곳곳엔 기암괴석(奇巖怪石)이 굽이친다. 그 아래 계곡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른다. 너럭바위를 타고 넘는 물소리는 부드럽다. 속된 마음을 닦기에 적당하다. 수천수만의 나무를 키우는 힘이다. 화양동 물은 번잡스러움을 떨치게 한다. 맑은 마음이 들게 한다. 우암 선생이 닦은 맑은 물이 된다. 슬쩍 우암의 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암서재 앞에 선 우암과 선비들의 모습을 본다. 비로소 내가 명경지수(明鏡止水)다.
[충북일보] 올해 봄꽃은 조금씩 일찍 피고 졌다. 이제 산중에 남은 대표 주자는 철쭉이다. 이맘때 가장 아름답다. 입하·소만에 피는 철든 꽃이다. 망종 때까지 남아 여름으로 인도한다. 그 덕에 하기가 든다. 철쭉은 높은 곳을 좋아한다. 5월과 6월 산 위를 물들인다. 황매산의 진분홍 철쭉은 아주 화려하다. 소백산 연분홍은 수줍은 새악시 볼처럼 곱다. 연화봉에선 연분홍 색깔을 담을 수 있다. 풍경은 비로봉까지 쭉 이어달리기 한다. 유독 봄과 여름의 간극이 짧다. 다행이 소백산 철쭉은 지금이 절정이다. 설렘의 꽃송이가 마구 터지고 있다. 마루금을 따라 연분홍 철쭉을 바라본다. 꽃그늘이 그대로 시가 된다. 부질없는 마음이 다시 바장거린다.
[충북일보] 괴산은 이름만큼 독특한 풍경을 간직한다. 개성 강한 산이 즐비하다.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산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천천히 걸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신선봉 가는 길엔 흙길보다 바윗길이 많다. 아름다운 바윗길이다. 오르막은 계속 이어진다. 묵묵히 걷다 보면 작은 암봉을 자주 만난다. 쉬엄쉬엄 걸을 수밖에 없다. 바위능선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풍경에 절로 눈이 간다. 연어봉은 신선봉에 살짝 비켜 있다. 어슬렁거리기 딱 좋다. 그래도 풍경은 아쉬울 순간이 없다. 정상부엔 거대한 연어가 살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 고래로 변하기도 한다. 조망은 앞서 본 것에 뒤지지 않는다. 신선이 머물다 떠나기 아쉬워할 풍경이다.
[충북일보] 구름이 저만치 물러나 있다. 하늘이 참 말끔하다. 숲으로 들수록 색은 짙푸르게 깊다. 덩치 큰 활엽수들이 서로 몸을 비빈다. 작은 녀석들도 닮는 연습을 한다. 탄성이 뿜어져 나온다. 원시림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빽빽한 나무들이 우람하다. 울울창창 사이사이로 볕이 비껴든다. 아래 연초록 잎들이 몸을 뒤친다. 더 아래 쪽 풀들은 바람 따라 고개를 젓는다. 숲의 모든 생명이 향기를 뿜는다. 생각을 내려놓는다. 마루금을 한동안 걷는다. 한 참을 또 걷는다. 왼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두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걸음을 멈추고 풍경 속에 깃든다. 유한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를 확인한다. 저 멀리 안개가 걷힌 세상이 보인다.
[충북일보] 소만엔 볕이 참 좋다. 입하와 망종 사이에 들어 여름 기분이 난다. 보리이삭은 차츰 익어 누렇다. 나무들은 푸른 염료를 온몸에 부지런히 바른다.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시기다.계절이 깊어간다. 초록도 강을 따라 내려간다. 강은 모든 색의 고향처럼 초록을 받아들인다. 초록이 비로소 그리움과 희망을 키운다. 강을 따라 바람조차 푸르게 분다. 무심천색도 덩달아 짙어진다. 대청호 물이 합쳐져 검푸르다. 무심천이 미호천과 몸을 섞는다. 진천과 오창의 하천을 불러 모아 하나가 된다. 넉넉한 품으로 청주의 이야기를 만든다. 강 위로 난 길이 나란히 흐른다. 때론 이별한 연인처럼 토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내 다시 거슬러 손을 잡는다.
[충북일보] 상당산성은 골짜기를 안에 두고 있다. 길은 능선을 따라 한 시간 정도 이어진다. 성벽 바깥쪽은 수직으로 낭떠러지다. 곳곳의 시야가 시원하다. 하늘이 유독 가깝다. 산성 길을 다 걷고 나면 또 걸을 수 있다. 성곽을 딛고 가는 길만 있는 건 아니다. 다른 길도 있다. 상당산성과 명암약수터 잇는 길이다. 한 때 시내버스가 다니던 제법 분주한 지방도였다. 산성터널이 생기면서 통행이 뚝 끊겼다. 올 초부턴 아예 차량통행이 막혔다. 대신 상당산성과 명암유원지를 잇는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이름도 '상당산성 옛길'로 명명됐다. 옛길은 옛길이되 아주 가까운 과거의 옛길이다. 이즈음엔 이 길을 걷는 맛도 좋다. 초록이 많은 걸 선물한다.
[충북일보] 길 맛은 다 다르다. 그 길 위를 걷는 맛도 다르다. 모름지기 다 제 맛이 따로 있다. 흙길은 부드럽다. 돌길은 거칠다. 가파른 길은 숨차다. 평지 길은 넉넉하다. 육산과 골산의 차이다. 휴일 오전 하늘이 맑다. 톡 치면 금방 금이 갈 듯하다. 상당산성 길을 따라 걷는다. 길은 능선을 따라 유연하다. 끊이지 않고 휘어지길 거듭한다. 성벽 너머로 펼쳐진 청주의 풍경이 손에 잡힌다. 만춘휴일 걷는 맛만으로 풍요롭다. 길은 어느새 역사와 함께 한다. 길 위에 삼국시대가 그려진다. 조선시대까지 나와 펼쳐진다. 이렇다 할 기록은 없다. 상당산성은 그저 있는 것만으로 족했다. 300년 지나 만인의 산성 길로 변했다. 구불구불 유순한 길이 됐다.
[충북일보] 숲 속은 온통 초록 세상이다. 신록에서 녹음으로 완전히 건너간다. 고산 활엽수까지 말간 초록으로 채색된다. 들숨과 날숨을 거듭한다. 청량함이 폐부 깊숙이 밀려든다. 계곡의 물소리가 커졌다 작아지길 반복한다. 초록이 무성해지는 입하의 계절이다. 걸음에 마음을 두고 걷는다.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걷는다. 상당산성이 건너다보이는 자리에 선다. 걷기에 한결 차분하다. 소중함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맑은 기운 때문일까, 번잡한 세상 반대쪽의 고요함 때문일까. 슬며시 나를 돌아본다. 지금처럼 살아가는 게 옳은가. 쉼 걸음이 답일까. 더 걸어야 알까. 살아가는 목적과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충북일보] 계절의 전후 조화가 여유롭다. 연록과 청록이 사이좋게 교차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남남이 아니다. 모든 게 하나로 이어져 흐른다. 강물처럼 흘러간다. 봄바람처럼 느긋해진다. 올라가는 산길이 마음을 당긴다. 감춰진 비경이 짜릿함을 선물한다. 은티리 풍경의 매력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이다. 평탄한 길은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먼저 하늘을 떠받치듯 솟은 소나무가 인사한다. 그 뒤에서 푸른 옷의 활엽수가 배시시 웃는다. 바람조차 짙푸르게 분다. 사과밭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숲길로 들어선다. 구왕산 쪽으로 들머리를 잡는다. 희양산 쪽을 힐끗 쳐다본다. 두 산풍경이 마치 이별한 연인 같다. 봄이 깊어간다.
[충북일보] 보탑사 소나무마다 꽃이 폈다. 매달린 연등이 그대로 연꽃이다. 고즈넉한 절집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활짝 핀 봄꽃과 한 폭의 수채화를 완성한다. 꽃과 색의 향연이다.절집이 점점 봄의 정취로 물든다. 청정한 도량이 온통 꽃밭이다. 온갖 색깔의 야생화가 즐비하다. 기린초와 앵초, 물망초와 봉봉 데이지가 앙증맞다. 천상초와 솔채는 귀엽다. 온통 붉은 영산홍은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린다. 꽃 감상에 나선 발길이 잦다. 절집이 싱그러운 빛깔로 방문객을 맞는다. 정진의 손길로 가꾼 꽃들이 인사한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소나무 연등 꽃이 활짝 핀다.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전해진다. 꽃밭에 세워진 이른 오후 절집 풍경이다.
[충북일보] 4월엔 어린잎들이 막 새순에서 피어난다. 보드라운 귀여움이 눈에 들어온다. 새순의 자태는 상큼하다. 숲길도 연록으로 보드랍다. 5월 숲은 작열하는 햇살에 반응한다. 연록의 새순이 짙은 녹색으로 변한다. 4월 산하는 마치 흰 물감을 쏟은 듯 벚꽃으로 가득 찬다. 이른 아침 맑은 호수의 수면에도 반영된다. 풍경은 감탄이 터져 나올 정도의 경관이다. 5월엔 모든 게 변한다. 온통 초록이다. 여름을 향해 더 깊은 녹음을 준비한다. 나뭇잎이 날로 두꺼워진다. 색은 점점 더 짙어진다. 초록의 퍼레이드가 갈수록 길어진다. 그 속에 핀 철쭉의 자태가 유난히 화사하다. 5월의 보탑사는 여전히 꽃 대궐이다. 나무에 매달린 연등이 그대로 꽃등이 된다.
[충북일보] 걷기 좋은 계절이다. 탱천한 충동을 참기 어렵다. 산길을 걷는 동안 꽃과 나무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풍경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신록의 계절이다. 악휘봉 가는 길은 쾌적하다. 입석리를 지나 한참동안 숲길이 평화롭다. 삼거리에서 1시간가량 가풀막지게 오른다. 선바위를 지나니 이내 정상이다. 너럭바위 쉼터에서 조망을 즐긴다. 바위에 박힌 키 작은 소나무도 만난다. 햇빛을 좇는 전형적인 극양수다. 철쭉 군락이 바위틈을 메운다. 시선을 어느 곳에 둬도 좋다. 수많은 꽃과 나무가 생동한다. 키 큰 나무가 햇빛을 가려준다. 이름 모를 들꽃이 땅바닥에 납작 붙어 있다. 어느 놈은 벌써 꽃가루를 날린다. 종족이음 본능이다.
[충북일보] 붉은 꽃잎이 힘없이 떨어진다. 그 위로 연록의 새순이 돋는다. 이내 초록으로 바뀐다. 붉은 꽃이 세상을 아주 잠시 붉게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5월의 승자는 싱그러운 신록이다.시간은 오늘도 쉴 새 없이 흐른다. 아니 줄달음친다. 산 벚꽃마저 자취를 감췄다. 다른 꽃잎들도 뿔뿔이 흩어진다. 대신 연초록 진초록의 활엽수들이 어깨를 비벼댄다. 어떤 놈은 바람을 '빽' 삼아 거들먹인다. 키 작은 풀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바람의 말도 어느새 다가왔다. 아득한 옛날 히말라얀들의 교훈을 전해준다. 산에 들면 모든 게 의미다. 귀 기울이면 행복하다. 투박한 바위에도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나도 당연히 그 안에 있다.
[충북일보]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 부머라고 한다. 한국전쟁이 끝나며 서로 떨어져있던 부부들이 만나며 전쟁 때문에 미뤘던 결혼을 하며 아기들이 태어났다.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이루어졌고 어렵고 힘들었던 이전세대와는 다르게 우리나라가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성장의 박차를 가하던 시절이 이들의 청년기나 아동기가 된다. 다시 말해 오늘의 경제적 성공을 이루어낸 세대가 이들의 아버지였고 이들은 민주화의 주역이 된다.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나아가는 상태라 이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비교적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었으며 해외로부터의 문화는 물론 다양한 미디어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베이비부머들의 사회진출 이후의 삶은 녹녹치 못했다. 이들이 회사의 중간 간부가 될 즈음엔 IMF외환위기가 터져 구조조정으로 도태할 수밖에 없었고 한창 기업의 총괄간부가 되어 활동할 때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져버려 또 한번의 수난을 겪었다. 어찌보면 물리적인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경제위기를 통해 외부로 부터의 강제적인 도태를 당하며 속도 빠른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겪으며 누려온 세대이다. 이제 이
[충북일보] 산자락 나뭇가지에 구름 하나가 걸친다. 그 아래 고개 숙인 할미꽃이 봄볕을 견디지 못하고 존다. 나도 함께 누워버린다. 풀피리를 입에 문다. 잠시 먼 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새 울음소리가 맑다. 소나무 사이로 길이 보인다. 구불구불 숲길이 어느새 꽃길이다. 진분홍 철쭉꽃이 길가를 활활 태운다. 연분홍 꽃은 수줍음 타는 새악시 볼처럼 곱다. 보는 곳마다 눈이 즐겁다. 꽃 피고 지는 봄날이다. 숲은 어느새 푸른 생명들을 우쭐우쭐 키워낸다. 곱기로 따지면 제천의 산야도 발군이다. 빼어난 산과 푸른 청풍호가 있다. 산은 호수를 따라 준동한다. 호수는 산 그림자를 선물한다. 머무는 곳마다 마음이 황홀해진다.
[충북일보] 우리 사회에서 결혼 적령기라는 표현이 사라진지 오래됐다. 결혼할 준비가 되고 결혼할 의사가 있을 때가 각자의 결혼 적령기가 됐다. 동성의 미혼들을 보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나이는 있을 것이다. 남녀별로 그 나이는 몇 살일까·미혼남녀들은 주변의 동성 미혼들을 대하면서 결혼이 늦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나이를 남성은 35세, 여성은 40세로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의 만혼 나이가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 관심을 끈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대표 손 동규)가 결혼정보업체 온리-유와 공동으로 4월 30일 ∼ 이달 6일 사이 전국의 결혼희망 미혼 남녀 536명(남녀 각 268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요즘 동성의 미혼들을 볼 때 몇 살이 지나면 결혼이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이 질문에 대해 남성 응답자의 30.6%가 '35세'로 답했고, 여성은 26.9%가 '40세'로 답해 각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 이어 남성의 경우 '40세'(21.3%) - '36~37세'(18.3%) - '34세'(12.3%) 등의 순이고, 여성은 40세 다음으로 '34세'(25.4%) - '36~37세'(1
산중의 시간은 도심과 다르다. 불과 이주일 만에 산속은 딴 세상이다. 연둣빛 물감이 어느새 진초록으로 변신중이다. 분홍의 진달래 꽃잎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대신 연분홍과 진분홍의 철쭉이 활짝 폈다. 초록이 온 산 봉우리를 뒤덮는다. 초록의 별천지다. 사이사이 작은 바위들이 첨탑처럼 솟는다. 산행이 끝날 때까지 이어달리기를 계속한다. 암릉 구간은 산행에 만족감을 더한다. 아찔한 쾌감이 덤으로 따라온다. 높은 고도는 시원한 조망을 선물한다. 무거웠던 마음을 가볍게 한다. 상큼한 쾌감을 선물한다. 모처럼 산객의 기분까지 좋아진다. 초록의 숲에서 풋내가 난다. 맑고 싱그러운 숲이 향기를 뿜는다. 초록신이 강림한 듯하다.
[충북일보] 연초록 신록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어느새 산정까지 올라와 싱긋 웃는다. 봄 햇살을 받아 춤을 추듯 살랑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날이다. 산과 들에 퍼진 진짜 봄이다. 새뱅이 마을과 아가봉에도 신록의 물결이 한창이다. 보름 전 진분홍 진달래 물결은 사라졌다. 대신 연분홍 철쭉이 화려함을 대신한다. 앙상하던 나뭇가지마다 새살이 돋았다. 산은 어느새 초록으로 물들어간다. 싱그러움이 가득한 봄이다. 5월 색색의 꽃눈이 흩날린다. 풍경 여행하기 딱 좋다. 봄을 만끽하며 걷기 좋다. 강 따라 수려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 따라 봄 향취를 더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물길과 산길이 봄과 잘 어우러진다. 지루할 틈 없는 봄이다.
[충북일보] 봄이 참 야속하다. 너무 짧다. 푸념만 할 시간마저 별로 없다. 춘풍이 맥없이 스러졌다. 벌써 긴소매가 거추장스럽다. 초여름 날씨가 계속된다. 그러나 봄은 아주 간 게 아니다. 아직 남아 있다. 만춘의 정점에서 산야를 화려하게 물들인다. 그 중심에 철쭉이 있다. 꽃을 피우기 전 잎부터 틔운다. 진초록으로 물들기 직전 꽃 사태를 낸다. 남쪽부터 진분홍 연분홍 꽃물결이 올라온다. 봄바람이 살랑인다. 속리산에서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철쭉터널을 상상한다, 연분홍을 그리며 입가에 미소가 돈다. 철쭉은 봄이 건네는 마지막 선물이다. 춘심을 충돌질 하는 유혹이다. 봄바람이 창문을 타고 방 안으로 들어온다.
[충북일보] 산막이길이 시작된다. 걷는 사람이 없다. 홀로 천천히 걷는다. 저만치 보이는 호수가 자랑질을 한다. 길은 스스로 숲이 된다. 몸에 난 상처를 핥는다. 연리지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낮은 돌담길이 정겹다. 달콤함이 입에 맴돈다. 첫 번째 전망대가 반긴다. 깊고 푸른 호수 풍경이 각별하다. 신비감으로 현실감마저 떨어진다. '아름답다'는 형용사론 부족하다. 성에 차지 않는다. 산과 호수가 밤마다 밀회한다. 정령들의 속삭임이 수다스럽다. 그 덕에 길은 활기로 가득하다. 안개가 색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만들기와 지우기로 풍경이 다채롭다. 숲은 윤택하고 호수는 빛난다. 푸른빛이 깊어 상쾌하다. 걷기는 오늘도 행복이다.
[충북일보] 봄날 오전 주르륵 비가 내린다. 산풍경이 연록으로 단아하다. 괴산호는 연초록과 진초록이 섞인 풍경을 연출한다. 거기 나 있는 길이 호수 풍경을 완성한다. 호변 따라 난 데크길이 깔끔하다. 사람과 대지가 나눈 교감의 흔적이다.길은 걷기 열풍으로 다시 태어났다. 산막이길은 오지의 길이다. 잃어버렸던 옛 길이다. 사오랑에서 산막이까지 4km다. 흔적만 남아 이름조차 희미했던 길이다. 나지막한 산을 넘은 길이다. 자연과 교감을 돕는 그리움의 길이다. 봄날 호수 풍경을 찬찬히 눈 속에 담는다. 봄을 가득 안고 숲으로 든다. 숲은 이내 그리움으로 변한다. 자연에 동화되길 주문한다. 오늘 비로소 스스로 숲이 된다.
[충북일보]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가 2년 연속 2만8천 명대를 유지했다. 귀농인은 지난 2013년 통계 공표 이래 최저치인 700명대까지 무너졌다. 인구 감소와 함께 의료·문화·교육 등 정주여건 문제가 지속되고 최근에는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없는 '식품사막' 현상까지 나타나며 귀촌·귀농 정책도 대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6일 통계청의 '2023년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귀촌가구는 30만6천441가구로 1년 전 대비 (-3.9%) 감소했다. 충북 귀촌가구는 2만2천931가구로 집계됐다. 충북 귀촌가구는 1년 전 대비 0.9% 증가했으나 2021년(2만4천116가구)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충북으로 귀촌한 사유는 직업(9천464가구)이 41.2%로 가장 많았으며 주택(5천198가구), 가족(5천36명가구), 자연환경(1천56가구), 주거환경(592가구), 교육(234가구)가 뒤를 이었다. 기타는 1천351가구였다. 전국적으로 귀촌한 인구는 40만9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만1천13명(-5.0%) 감소했다.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는 2만8천783명으로 1년 전보다 537명(1.9%) 증가했으나 6년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미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충북이 이 분야를 선도할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도내에 구축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인프라가 속속 가동 중이고,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는 구간이 확대되며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23일 충북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전파플레이그라운드-충북'이 최근 문을 열었다. 이 시설은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인 C-트랙에 자리 잡았다.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차량 시험에 적합한 전파시험 공간으로 조성됐다. 총 1천923㎡ 규모이며 국제 표준규격의 폐쇄형 시험시설이 들어섰다. 레이더 타깃 시뮬레이터, 신호발생기, 스펙트럼 분석기, 네트워크 분석기 등 전파를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도 갖췄다. 전파플레이그라운드는 외부의 전파 간섭이나 피해를 막고 다양한 융·복합 기기의 전파시험을 지원하는 대형 전파 차폐시설이다.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서 중부권 주력 산업인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드론용 탐지센서와 레이더 등 전자파를 활용한 제품 출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같은 장소인 충북대 오창캠퍼스에 둥지를 튼 자율주행자동차 테스트베드는 지난해 4월부터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충북일보] 보은군은 민선 8기 들어 최재형 군수의 군정 철학인 '군민이 행복한 도시형 농촌 보은'을 건설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정주 여건 개선, 귀농·귀촌 정책과 청년정책 추진, 휴식 공간 조성, 교육환경 확대 등 군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펼쳤다. 군의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엔 공무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군정을 이끌어온 최 군수가 있다. ◇ 지역 성장 동력 인구 유입 인프라 구축 민선 8기 반환점을 맞는 그는 지난 2년 동안 지역 활력 타운 조성과 농촌협약 등 인구 유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군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2024년 지역 활력 타운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8년까지 379억여 원을 투입해 보은읍 죽전리 일원 2만2천267㎡ 용지에 '보은 청년 all來(올래)'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군은 도시형 주거단지인 블록형 단독주택 70가구 조성, 생활 인프라와 생활 서비스 조성을 위한 커뮤니티센터 단지개발, 지역 브랜딩,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활력 타운과 연계한 온-누림 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