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각연사(覺淵寺)는 명찰(名刹)이다. 아름다운 산사(山寺)다. 절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안다. 여름에도 여전히 고즈넉하다. 산사의 한적함과 자연미가 한껏 어우러진다. 절집의 여름은 부처님도 잘 모른다. 언제 왔다 갔는지 느낄 새가 없다. 정진의 시간마저 부족하니 알 리가 없다. 무더위는 그저 속세에나 있는 심술이다. 비로전 풍경(風磬)에 매달려 앙탈을 부린다. 그래도 소용없다. 범종소리가 난다. 칠보산을 넘는다. 제수릿재에 닿는다. 절집이 불심으로 가득 찬다. 스님의 목탁구멍 속으로 더위가 꼬리를 감춘다. 목탁소리와 범종소리에 맞춰 풀벌레가 합창을 한다. 칠보산 꼭대기서 내려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충북일보] 한 여름 절집은 느긋한 휴가 여행에 제격이다. 굳이 절을 하지 않아도 좋다. 절집을 그저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각연사 비로전 내 석조비로자나불은 유명하다. 영험성을 믿고 찾는 이들도 제법 있다. 각연사엔 담도 경계도 없다. 첩첩한 지붕 기와가 웅장했던 옛 흔적을 표현한다. 정갈한 마당에 서 자연스레 두 손을 모은다. 발밑의 폭신함이 평화를 전한다. 제집처럼 비로전으로 든다. 깊게 숨은 나를 끄집어낸다. 운무가 산자락을 휘감는다. 절집 아래 작은 폭포가 정겹다. 계곡의 습기가 되레 청량하다. 잠시 적막함 속에 머문다. 대웅전 옆 범종이 옛 시간을 알린다. 세월이 비워낸 흔적을 본다. 지금 비워야 할 게 뭔지 생각한다.
[충북일보] 비로전 앞에서 숲길을 따라 한참 걷는다. 계곡 건너 길을 따라 가니 탑이 하나 보인다. 통일대사탑비(보물 제1295호)다. 칠보산 청석재 가는 길 왼편 숲속에 있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채 여전히 변함없는 자태다. 활목재 쪽으로 방향을 튼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헐떡이며 오른다. 칠보산과 보배(개)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굽어보는 산봉우리들이 마치 연꽃송이 같다. 우뚝 솟은 산들이 절집 주위를 장엄하게 두르고 있다. 칠보산과 보배(개)산, 덕가산이 법당 안으로 들어온다. 비로전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위에 장엄한다. 목탁소리와 범종 소리가 풀벌레 장단에 맞춘다. 본래면목을 찾아가는 마음 여행을 시작한다.
[충북일보] 산길을 걷는 까닭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연과 교감을 위해 걷는 이가 많다. 어떤 이는 타인과의 관계 정리를 위해 걷는다. 제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걷기도 한다. 칠보산은 괴산의 명산이다. 드물게 아름다운 산악미를 자랑한다. 설악을 닮은 암릉미가 일품이다. 굽이굽이 눈 아래 펼쳐지는 절경이 뿌듯하다. 각연사에서 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가풀막지다 보니 사람 관계가 되레 쉽다. 먼저 간 사람이 뒤 오는 이의 손을 잡는다. 뒷사람은 먼저 가는 이의 뒤를 밀어준다. 그런 다음 너른 바위에 앉아 함께 숨을 들이쉰다. 가지고 온 물과 음식을 나눠 먹는다. 나눔이 곧 회복의 시작이다. 산길이 이내 '청량관계회복제'가 된다.
[충북일보] 아침볕이 뜨겁다. 하늘은 파랗다. 마음은 여전히 아득하다. 몸은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 갈 곳이 마땅치 않다. 홀연 각연사에 마음이 꽂힌다. 호기심이 절박함이 된다. 무작정 그곳으로 간다.각연사 마당에 다다른다. 칠보산 끝이 살짝 보인다. 절집 뒤로 길이 나 있다. 역사의 길이자 사색의 길이다. 내겐 치유의 길이다. 찌든 몸과 마음을 숲길에 맡긴다. 삶의 무게가 떨어져나간다. 시원하게 정화된다. 금방 머리 감은 기분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본래면목(本來面目)은 어디에 있는 걸까. 모든 게 덧없다. 순간 칠보향이 쏟아져 들어온다. 오랫동안 산과 숲, 절집 냄새를 맡는다. 자연의 농담(濃淡)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충북일보] 부봉 주변엔 워낙 잘난 산들이 많다. 내로라하는 기운찬 명봉들이 즐비하다. 군웅할거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탁월한 전망은 언제나 빼놓을 수 없다. 부봉의 진짜 매력은 암봉 타기다. 험준한 암릉미 맛보기다. 직벽처럼 느껴지는 슬랩도 있다. 설악처럼 거대하진 않다. 대부분 고정 로프가 있어 어렵지 않다. 그래도 간혹 버티고 선 바위가 엄청난 높이로 다가온다. 부봉은 전형적인 골산이다. 거칠지는 않다. 되레 친근감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하다. 6봉은 부봉 매력의 완성점이다. 마지막까지 암릉 산행 특유의 묘미를 맛보게 한다. 풍경은 언제나 격이 높다. 앞에 펼쳐진 파노라마가 환상적이다. 낮게 엎드린 굽은 소나무가 웃는다.
[충북일보] 옛길 곳곳에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걷는 내내 옛사람들과 만난다. 돌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염원 하나 하나가 쌓은 돌무더기다. 선조들의 간절한 소망을 읽는다. 자연스럽게 지나간 날들을 확인해 본다. 햇빛을 머금은 숲이 묘하게 채색된다. 바람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교합한다. 온 몸의 땀을 거둬간다. 솔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한결 가뿐하게 다시 걷는다. 모든 게 조화롭고 경계가 없다. 마음이 순려해진다.누구도 앞질러 가려 하지 않는다. 경쟁을 꿈꾸지도 않는다. 아픔과 슬픔과 불행이 없다. 마냥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숲이 마음을 다루고 있다. 옛 향기가 바람을 타고 올라온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충북일보] 조령3관문을 빠져나온다. 거의 제2관문까지 내려간다. 왼쪽으로 우뚝 솟은 여섯 봉우리가 아득하다. 사계절 변함없는 부봉의 위용이다. 계곡을 지나 숲길을 한참 걷는다. 높게 자란 산죽이 앞을 가로막는다. 된 비알에 땀방울을 제법 쏟으니 능선이다.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이어진다. 부봉 제6봉의 암반위에 다다른다. 독야청청 소나무들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6색(色)을 탐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래서 바라보던 봉우리를 비로소 만난다. 새재길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백두대간 능선이 저 멀리 찬란하다. 운무에 갇혀 더욱 신비롭다. 급경사 구간으로 내려선다. 동화원으로 날머리를 잡는다. 구름에 숨었던 해가 나와 반긴다.
[충북일보] 조망권은 확실하다. 온통 암봉이니 막힘이 없다. 곳곳이 명품 전망대다. 삐죽삐죽 솟은 바위는 절묘하다. 소나무와 조화를 이뤄 멋지다. 부봉의 제6봉은 최고를 연출한다. 풍경은 그대로 선물이다. 구름 물결이 한없이 펼쳐진다. 운무를 담은 풍경은 그대로 선계다. 조령산 쪽으로 백두대간이 길게 이어진다. 신선암봉이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빠트릴 수 없는 한 폭의 동양화다. 산허리까지 내려온 구름 떼가 신비롭다. 가는 곳마다 각진 암릉이 이어 달린다. 계절과 상관없는 부봉의 위용이다. 나부죽한 너럭바위는 따뜻한 위안이다. 언제나 산객들의 전용 공간이다. 되레 가을·겨울·봄 못지않다. 저 멀리 조령3관문이 구름 아래 있다.
[충북일보] 장마철 하늘의 채색이 오묘하다. 흰 구름과 검은 구름이 섞여 교차한다. 푸른빛의 하늘이 구름 뒤에 있다. 뒤섞임이 만든 채도가 절묘하다. 연풍새재로 간다. 새재계곡은 길고 서늘하다. 육중한 아름드리 소나무가 반긴다. 여름의 절정이 알차게 깃들어 있다. 암청의 터널을 통과한다. 숲속 활엽수가 바람에 흔들린다. 짙은 녹색의 나뭇잎이 찰랑인다.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한다. 온전한 여름을 만나 마음이 풍덩 빠진다. 계곡을 따라 한 참을 더 걷는다. 그늘 속으로 한 발 두 발 걸음을 옮긴다. 작은 폭포 소리가 팽팽한 긴장감을 깬다. 묵언 중이던 새 한 마리가 화들짝 놀란다. 부봉 너머로 검은 구름이 드리운다. 비가 내린다.
[충북일보] 월악산은 역사의 비원을 품고 있다. 그 옛날 상흔이 구비 구비 서려 있다. 미륵리 마의태자 이야기엔 한이 있다. 덕주골 덕주공주 전설은 시린 슬픔이다. 미륵사지 석불과 덕주사 마애불은 그렇게 슬픈 그리움이다. 나말의 슬픈 사연이 천년을 지난다. 현대의 수몰민 한도 점점 더 깊어진다. 시대별 한과 슬픔이 나란히 영봉에 걸린다. 참으로 수없는 사연을 지켜본 영봉이다. 영봉이 어제의 아픔과 오늘의 슬픔을 보듬어 안는다. 산줄기가 가파르게 뻗는다. 영봉의 신령스러움이 서기를 뿜는다. 비로소 충주호의 잔잔한 물결이 눈에 들어온다. 낮아진 호수 위로 산무리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호수와 산맥이 기차게 어우러진다. 어제도 오늘도 장관이다.
[충북일보] 구담봉과 옥순봉은 둘 다 단양8경에 든다. 언제나 명산 반열에 오른다. 호수와 어우러진 풍경은 그대로 명품이다. 산자락을 들고난 물굽이가 압권이다. 마치 북구의 피오르 해안 같다. 장회나루서 보면 확연하다. 구담봉 가는 마지막 길은 아주 가풀막지다. 200여 개의 계단을 쉼 없이 올라야 한다. 수고로움은 행복감과 비례한다. 장쾌하게 뻗은 풍경이 기쁨을 선물한다. 굽이치는 호수와 산야가 장대하다. 풍운이 함께 하니 장쾌하다. 옥순봉 쪽도 뒤지지 않는다. 광대함이 구담을 뛰어넘는다. 발품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가능한 호사다. 충주호 풍경은 높은 곳에서 볼수록 빼어나다. 요즘은 가뭄으로 드러난 옛 물골이 이색 선물이다.
[충북일보] 한쪽 끝은 단양이다. 다른 쪽 끝은 제천이다. 구담봉까지는 단양이다. 옥순봉부터는 제천 땅이다. 다행이 경관에 우열은 없다. 구담과 옥순은 감정 상태에 따라 변한다. 명품 풍경을 보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두 발로 걸어 오르는 방도 외에는 없다. 가는 길은 별로 어렵지 않다. 구담봉의 마지막 200여 계단은 짜릿하다. 이 구간 최대 난코스다. 옥순봉 가는 길엔 오르내림이 잦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진 않는다. 노고는 충분히 보상받는다. 산정에 서는 순간 알게 된다. 펼쳐진 파노라마에 압도당한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첩첩하다. 산과 호수가 만나 명품을 만든다. 어떤 풍경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산 위로 시원한 청풍이 분다.
[충북일보] 말 없는 바람이 산 위로 오른다. 풍경 하나가 마음을 붙잡는다. 솔숲에 감춰진 작은 바위 하나가 감동적이다. 주변 풍경에 비하면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어둡고 깊은 곳에서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시간의 순서를 따라 걷는다. 옥순봉과 구담봉 아래로 충주호가 활주로 같다. 그 옛날 굽이치던 남한강 모습이 드러나 유난하다. 유람선 한 척이 물살을 가른다. 정적 속의 한낮 고요가 깨진다. 순간 염천의 혹독한 뙤약볕을 체감한다. 걷고 또 걷는다. 아쉬움에 발길을 돌려 되돌아간다. 빈 공간에 홀로 선 작은 바위가 선연하다. 오랜 외로움이 느껴진다. 오래 묵은 향기가 그윽하게 배어난다. 보이지 않는 곳을 더 자세히 본다. 구석진 곳까지 살핀다.
[충북일보] 날씨가 오락가락 한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산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영혼까지 씻어지는 기분이다. 충주호가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200계단을 고되게 오른다. 빼어난 구담봉의 머리에 선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이 반긴다. 산고수장(山高水長)을 몸소 느낀다. 구담의 산그늘이 호수에 드리운다. 기암단애와 호수 풍경이 절경을 만든다. 수위가 낮아져 옛 풍경까지 보인다. 유람선 한 척이 호수를 가로지른다. 갑자기 풍경이 처연하다. 파란 물빛에 슬픔이 담긴 듯하다. 하얀 포말마저 눈물처럼 슬프다. 수몰민의 아픈 사연은 이내 노래가 된다. 저 멀리서 수몰연가가 들려온다. 구름 한 조각이 하늘 위를 떠간다.
[충북일보] 이른 아침부터 햇살에 성이 났다. 길가 나무에서 새소리가 우수수 떨어진다. 고요한 아침이 날아간다. 감춘 듯 은은한 바람이 자리를 메운다. 새 한 마리가 물속으로 풍덩한다. 천천히 무심천 길을 걷는다.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 세상을 바라본다. 무심천이 텅 비어 가득하다. 걷는 내내 비우고 또 비움을 거듭한다. 이윽고 마음이 한가득 차오른다. 비우니 비로소 가득 찬다. 다시 걷는다. 아침 길에서 또 배운다. 시간을 몸에 새기며 사는 법을 익힌다.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린다, 저만치 용화사가 보인다. 무심천에서 바라보는 불국토(佛國土)다. 여름날 아침 시원한 바람이 분다. 관음전에서 달려온 목탁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충북일보] 녹음은 여름의 싱그러운 상징이다. 7월 중순 충주호 주변 산야는 다채로운 녹색이다. 산골짜기 사이사이로 깨끗한 물이 흐른다. 호수 따라 조성된 걷기 길엔 이야기가 가득하다.호수 풍경은 하늘과 닮았다. 심연에서 퍼 올린 쪽빛이 명품이다. 호수는 녹음의 산야를 반사한 덕에 더 짙게 푸르다. 시선 닿는 곳마다 시원하다. 마음 내키는 대로 발걸음을 뗀다. 구간마다 다 맛이 다르다. 여름날에도 걷기 어렵지 않다. 길은 호수와 나란히 흐른다. 걷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풍경이다. 길은 곳곳에서 원시림과 연결된다. 손쉽게 비경 속으로 빠져든다. 그 속에서 다시 신비로움을 경험한다. 한 차원 다른 몽환의 세계다.
[충북일보] 한낮 뙤약볕 아래 연꽃이 한창이다. 그윽한 연향이 은은하다. 연꽃은 7월 조금 지나서부터 핀다. 8월까지 감상할 수 있다. 지금 속리산 연꽃 공원이 인기 절정이다. 연꽃은 철학적이다. 불교에서도 유교에서도 애지중지한다. 연꽃은 교육용으로 좋다. 환경·경제적 효용성도 탁월하다. 물을 맑게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어떤 수생식물보다 탁월하다. 연잎과 연자(씨앗), 연근은 식재료로 쓰인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는다.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을 왼다. 연꽃 밭에 가니 몸도 마음도 깨끗해진다. 여름날 내 마음의 연꽃을 피운다. 옴마니반메훔.
[충북일보] 숲길이 온통 초록 세상이다. 더 이상 짙푸르기 어렵다. 남김없이 짙은 녹색이다. 부드러운 오르내림이 한 동안 이어진다. 물소리가 커졌다가 작아지길 반복한다. 청량한 공기가 들숨을 따라 밀려온다. 장각폭포를 지나 장각동 마을을 경유한다.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점점 커진다. 넘친 물이 폭포를 만들어 소리를 연주한다. 폭포 아래 고인 소가 다시 넘친다. 아름다운 경관과 어울려 웅장한 조화를 이룬다. 걸어보면 안다. 풍경은 '밖'이고 걸음은 '안'이다. 그래서 걷기는 곧 내 안의 풍경 들여다보기다. 경관에 마음을 뺏기지 않는 무념의 걸음이다. 무엇을 향한 목적의 걸음이 아니다. 그저 걸음을 통해 내 안을 살펴보면 된다.
[충북일보] 성하의 계절이다. 이 시기 산 속 모든 길은 암청색이다. 수목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다. 심원의 그 곳에서 생명수를 길어 올린다. 약동하는 숲을 만드는 원천이다. 더위를 피해 자꾸 숲으로 들어간다. 먼저 걸어간 이들을 따라 걷는다. 길은 부드럽고 낮다. 연보라빛 수국이 바람에 흔들거린다. 낯선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란 모양이다. 천천히 걷는다. 소나무 숲을 지난다. 가만히 자연의 지혜를 경청한다.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옮긴다. 바람이 오가는 소리를 듣는다. 우수수 떨어진 새소리가 고요를 깬다. 숲은 길과 나무와 새와 함께 한다. 이내 길을 되짚어 나온다. 몸과 마음이 가볍다. 천천히 산을 내려간다. 산란했던 마음이 평온해진다.
[충북일보]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등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진다. 한반도를 지탱하는 가장 큰 줄기다. 남덕유는 백두대간에서 조금 비껴 있다. 한 여름 산 속이 점점 매혹적이다. 각진 능선은 남덕유의 매력이다. 산등성이는 골골이 가파르다. 충층바위 병풍이 산 전체를 감싼다. 여름이면 들꽃들이 병풍에 수를 놓는다. 철 계단마저 기품 있다. 진록의 골짜기와 울창한 숲은 덤이다. 영각공원지킴터에서 정상(1507m)까지 오른다. 월성치와 삿갓봉을 지나 삿갓재에 닿는다. 황점 마을까지 총 12.5㎞를 오르내린다. 풍경이 주는 정취가 만족스럽다. 모두를 달뜨게 한다. 두 발로 만끽하는 기쁨이다. 새로운 감동 하나가 가슴에 머문다.
[충북일보] 남덕유 가는 길이 가파르다. 그래도 풍경에 반해 힘든 줄 모른다. 동봉 능선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닫힌 문이 열리듯 가슴이 시원하다. 쌓였던 근심과 잡념이 훅하고 날아간다. 산 속 시간이 혼자 흐른다. 길은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천상으로 가는 계단이 그림 같다. 아름다운 풍경은 계속된다.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본다. 암릉 주변이 암청색으로 빛난다. 풍경 한 자락을 싸들고 내려간다. 저만치 운무에 쌓인 지리산 능선이 신령스럽다. 반대쪽으로 덕유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길을 바꾼다. 키 작은 관목 숲길이 이어진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린다. 새 소리가 이어진다. 아름답고 호젓한 산 속 풍경이다.
[충북일보] 차고 맑은 물이 수정 같다. 산중에 차고 넘친다. 계곡의 품새가 깊고 수려하다. 한 발 물러나 마음 닦기에 좋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정 나눔에 제격이다. 탁족이 민망하다. 작은 소와 못 위로 물살이 하얗게 부서진다. 비스듬히 누운 와폭이 여러 개다. 우람한 직폭은 숲 뒤로 저만치 숨어 있다. 짙은 녹림이 하늘을 가린다. 폭포수가 부챗살처럼 물살을 퍼뜨린다. 계곡이 길을 따라 굽이친다. 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다. 맑고 찬 물이 연중 흘러내린다. 폭포 위쪽이 짙은 숲으로 가려져 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친 볕이 포말에 마법을 건다. 순간 형광등을 켠 듯 순백으로 환하다. 숲의 어둠과 물의 환함이 극적이다. 내 마음이 촉촉이 젖는다.
[충북일보] 신록이 우거질 대로 우거졌다. 바위 타고 흐르는 물이 차고 맑다. 7월 첫 주말에 찾은 남덕유산 월성계곡이 시원하다. 폭포 물줄기 떨어져 길게 이어진다. 산고수장(山高水長)의 시원(始原)이다.골짜기마다 작은 폭포 여럿을 품고 있다. 물길 따라 가면 절로 흥나고 운치 있다. 유유자적하던 옛 시인 묵객 흉내를 낸다. 물줄기 흩어지는 바위 위에 앉으면 그대로 정자다. 신식으로 휴대폰에 글귀 남기면 그대로 시다. 아래로 보면 깨끗한 물길이 이어진다. 위로 보면 수량 풍부한 폭포가 연이어 있다. 크고 작은 소와 바위가 경관 빼어난 골짜기를 만든다. 울창한 숲과 깨끗한 물길, 바위가 쉼 없이 유혹한다. 시린 물살에 발을 담근다.
[충북일보]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가 2년 연속 2만8천 명대를 유지했다. 귀농인은 지난 2013년 통계 공표 이래 최저치인 700명대까지 무너졌다. 인구 감소와 함께 의료·문화·교육 등 정주여건 문제가 지속되고 최근에는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없는 '식품사막' 현상까지 나타나며 귀촌·귀농 정책도 대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6일 통계청의 '2023년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귀촌가구는 30만6천441가구로 1년 전 대비 (-3.9%) 감소했다. 충북 귀촌가구는 2만2천931가구로 집계됐다. 충북 귀촌가구는 1년 전 대비 0.9% 증가했으나 2021년(2만4천116가구)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충북으로 귀촌한 사유는 직업(9천464가구)이 41.2%로 가장 많았으며 주택(5천198가구), 가족(5천36명가구), 자연환경(1천56가구), 주거환경(592가구), 교육(234가구)가 뒤를 이었다. 기타는 1천351가구였다. 전국적으로 귀촌한 인구는 40만9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만1천13명(-5.0%) 감소했다.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는 2만8천783명으로 1년 전보다 537명(1.9%) 증가했으나 6년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미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충북이 이 분야를 선도할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도내에 구축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인프라가 속속 가동 중이고,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는 구간이 확대되며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23일 충북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전파플레이그라운드-충북'이 최근 문을 열었다. 이 시설은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인 C-트랙에 자리 잡았다.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차량 시험에 적합한 전파시험 공간으로 조성됐다. 총 1천923㎡ 규모이며 국제 표준규격의 폐쇄형 시험시설이 들어섰다. 레이더 타깃 시뮬레이터, 신호발생기, 스펙트럼 분석기, 네트워크 분석기 등 전파를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도 갖췄다. 전파플레이그라운드는 외부의 전파 간섭이나 피해를 막고 다양한 융·복합 기기의 전파시험을 지원하는 대형 전파 차폐시설이다.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서 중부권 주력 산업인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드론용 탐지센서와 레이더 등 전자파를 활용한 제품 출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같은 장소인 충북대 오창캠퍼스에 둥지를 튼 자율주행자동차 테스트베드는 지난해 4월부터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충북일보] 보은군은 민선 8기 들어 최재형 군수의 군정 철학인 '군민이 행복한 도시형 농촌 보은'을 건설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정주 여건 개선, 귀농·귀촌 정책과 청년정책 추진, 휴식 공간 조성, 교육환경 확대 등 군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펼쳤다. 군의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엔 공무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군정을 이끌어온 최 군수가 있다. ◇ 지역 성장 동력 인구 유입 인프라 구축 민선 8기 반환점을 맞는 그는 지난 2년 동안 지역 활력 타운 조성과 농촌협약 등 인구 유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군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2024년 지역 활력 타운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8년까지 379억여 원을 투입해 보은읍 죽전리 일원 2만2천267㎡ 용지에 '보은 청년 all來(올래)'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군은 도시형 주거단지인 블록형 단독주택 70가구 조성, 생활 인프라와 생활 서비스 조성을 위한 커뮤니티센터 단지개발, 지역 브랜딩,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활력 타운과 연계한 온-누림 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