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2℃
  • 흐림강릉 0.6℃
  • 흐림서울 2.4℃
  • 흐림충주 ℃
  • 흐림서산 2.7℃
  • 흐림청주 2.5℃
  • 흐림대전 3.5℃
  • 흐림추풍령 0.4℃
  • 흐림대구 2.7℃
  • 울산 3.8℃
  • 흐림광주 4.7℃
  • 구름많음부산 4.2℃
  • 흐림고창 3.1℃
  • 흐림홍성(예) 2.4℃
  • 흐림제주 7.7℃
  • 구름많음고산 7.3℃
  • 흐림강화 1.6℃
  • 흐림제천 1.5℃
  • 흐림보은 1.1℃
  • 흐림천안 2.4℃
  • 흐림보령 4.3℃
  • 흐림부여 3.4℃
  • 흐림금산 2.1℃
  • 흐림강진군 4.8℃
  • 흐림경주시 3.7℃
  • 구름많음거제 4.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5.03.04 14:57:45
  • 최종수정2025.03.04 18:16:06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끼는 허기를 채우는 음식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밥 한 번 먹자'거나 '밥 먹으러 와'란 인사는 유난히 따뜻하다. 당신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싶다는 관심과 마음이 느껴져서다.

하물며 생계가 힘들어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이들에게 갓 지은 밥이 주는 의미는 긴 수식이 필요 없는 위로일 게다. 더구나 그 밥을 대가없이 베풀었다면 그 어떤 덕행보다 귀한 공덕이라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남에게 베푼다. 탐내는 마음이 없어 자기가 지은 공덕을 이웃에게 돌린다. 그런 보시가 보시 가운데 가장 훌륭하나니, 살아서 그 복을 얻고 죽어서 천상의 복을 누리리라" 불교경전 '증일아함경'에 언급된 부처의 말씀이다.

먹을 것이 넘쳐나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요즘, 끼니를 걱정하는 절대 빈곤층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묻게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노인 빈곤율이 높다. 경제활동이 쉽지 않은 독거노인은 한 번 빈곤에 빠지면 건강까지 나빠져 계속 빈곤의 늪에 갇히게 된다. 밥 한 끼를 해결하기 힘든 이가 우리의 가까운 이웃일 수 있는 것이다.

컵라면으로 일주일을 버틴다는 한 독거 할아버지는 치아가 부실해 질긴 고기반찬은 힘들다며 가장 드시고 싶은 음식이 시래기국과 배춧국, 콩나물국이라고 했단다. 이 분처럼 아무도 찾지 않는 방 한 칸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홀몸노인이나 저소득층 등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급식소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의 주식이 밥이라서 이런 급식 나눔 활동을 '밥퍼'라고 한다. '밥을 퍼 준다'의 줄임말이다. 빵을 만들어 전달하는 '빵퍼'라는 말도 생겼다.

혹한이 한풀 꺾인 지난 주 수요일, 금천동 효성병원을 지나다 효성메디컬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무료급식 봉사현장을 발견했다. 오전 10시쯤이었는데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20여 명이 야외 간이주방에서 급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마침 현장에 배식봉사를 위해 도착한 청주시 새마을회 용암 1동 회원 다섯 분이 있었다. 곁에서 같이 배식 봉사를 거들 수 있느냐 물었더니 흔쾌히 동참하라 했다. 봉사가 일상인 분들에겐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난생처음의 밥퍼 봉사다.

지난 2009년 4월부터 시작해 코로나 거리두기로 잠시 쉬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주 수요일마다 지역 소외 계층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오늘이 639회째라는 설명을 바쁜 직원에게 들었다.

무심천의 매운바람을 막기 위해 두터운 비닐막을 쳐 마련한 급식장소에는 노인들이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배식을 기다리며 빈자리 없이 앉아 있었다. 급식이 있는 수요일이면 오전 7시나 8시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계신단다.

이 분들이 이처럼 아침 일찍 급식소를 찾는 까닭은 시장함보다 정서적 교류가 목말라서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지내는 방에서 대충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들에게 담소를 나누며 따뜻한 밥까지 먹을 수 있는 수요일의 무료급식소는 소풍처럼 설레는 모임 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각 오전 11시부터 시작하여 낮 12시 30분까지 실시하는 배식 봉사에 식판 나누어 드리는 일을 맡았다. 부실해 보이는 내 모습이 음식 배식을 맡기기엔 미덥지 않았나보다. 순서가 한꺼번에 밀리지 않도록 수저와 식판을 나누어 드리는 제일 쉬운 일을 하면서도 서툰 일꾼은 긴장으로 다리가 뻣뻣했다.

김이 나는 잘 지은 밥에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양배추 피망 가지나물 볶음, 알맞게 익은 깍두기와 요구르트 한 병을 받은 300여 명의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며 송수권 시인의 시 '혼자 먹는 밥'이 떠올랐다.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숟가락 하나/놋젓가락 둘/그 불빛 속/딸그락거리는 소리'

혼자가 아닌 여럿이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이 얼마나 정다운지 가슴이 더워졌다.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이가 만든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어려운 기업 환경, 발로 뛰며 돕겠다"

[충북일보]"늘 지역 중소기업 곁에서 이들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8년 만에 충북으로 다시 돌아온 황인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충북지역본부장은 지난 한 달간 반가움과 새로움, 안타까움이 교차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황 본부장은 "8년 전 보다 충북 경제와 중소기업들이 많이 성장한 것 같아 기쁘고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며 "이와 동시에 최근 어려운 경기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임감도 느끼고, 하루 빨리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황 본부장이 진단한 충북 지역의 중소기업 리스크는 산업 전환기에 맞딱뜨리는 어려움이었다. 충북지역의 산업 구조는 소부장, 식품, 기계부품 등과 같은 전통산업과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와 같은 첨단산업이 혼재돼 있다. 이와 동시에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황 본부장은 "특히 경기와 산업구조 변동에 민감한 첨단산업분야인 이차전지 부진과 반도체 산업의 회복 저하로 관련 업종의 중소기업 매출 감소와 수익성 저하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성장통이 있다. 이에 맞는 체질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