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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1.08 17:02:08
  • 최종수정2020.01.08 17:02:08

김혜식

수필가

새해 경자 년은 쥐 띠 해다. 쥐는 인류와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 온 설치류齧齒類이다. 얼마 전 사 만 천 삼백년 동안 묻혔던 레밍이 시베리아에서 발견 됐다는 뉴스가 그것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쥐에겐 전혀 친밀감이 없다. 평소 쥐를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질 정도다. 이는 먹잇감을 찾기 위하여 온갖 추접한 오염물질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쥐의 특성 때문이다. 또한 불결한 물질 속 병균을 온몸에 묻혀 인간에게 전염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게 쥐 아니던가. 쥐의 벼룩이 옮긴 흑사병은 십 사 세기경엔 유럽에서 약 삼 천 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유행성 출혈 병은 이즈막도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작은 생쥐하나로 시작한 글로벌 미디어 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미국의 월트 디즈니(1901.12. 5-1966.12.15)는 먹이를 찾아 기어 다니는 수컷 쥐를 의인화 하여 사랑스런 캐릭터 '미키마우스'로 탄생 시켰다는 설이 있다. 이 미키마우스는 오늘날 디즈니 에니메이션이나 각종 미디어 믹스에 등장하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심볼 캐릭터로 격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날 특정 대상에 대해 지녔던 비호감은 사정이 달라져도 좀체 희석 되진 않는다. 오늘날 아무리 생쥐가 사랑스럽고 귀여운 미키마우스로 변신했다하여도 어린 날 쥐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은 도무지 뇌리에서 지울 수가 없다.

초등학교 시절 경찰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시골 낡은 관사에서 잠시 생활한 적 있다. 이때 밤에 잠을 청하려고 자리에 누우면 쥐들은 천장 속을 자신들의 운동장으로 착각한 듯하다. 밤새 '찍! 찍!' 거리며 뛰어다니는 소동을 벌이곤 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소란스러운지 돌이켜보니 요즘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층간소음 못지않았다. 그 당시 집안에 쥐가 많은 탓에 심지어는 쥐떼들 오줌에 젖은 천장 벽지가 찢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어느 겨울밤이었다. 마침 잠을 청할 때이다. 천장 속 쥐들의 활동이 그날따라 유독 활발했다. 방안 윗목 천장이 며칠 전부터 쥐 오줌으로 젖어 축 쳐져 내려앉았었다. 그러더니 그날 밤 급기야 새로 도배한 천장 벽지가 또 찢어졌다. 동시에 털도 미처 나지 않은 새빨간 알몸의 새끼 쥐 몇 마리가 방안 화롯불에 '툭!' 떨어지는 불상사(·)를 빚기도 했다.

쥐에 대한 몸서리쳐지는 기억은 또 있다. 부엌 시렁에 놓인 삶은 메주콩을 엄마 몰래 훔쳐 먹을 때이다. 무엇이 손에 물컹 잡혀 까치발을 딛고 시렁 안을 살펴봤다. 콩이 담긴 바구니 속에 쥐가 웅크리고 죽어있는 게 아닌가. 그것을 발견한 나는 몇날며칠을 비위가 상하여 밥도 제대로 못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렇듯 쥐에 얽힌 나의 나쁜 기억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요즘은 건축 양식의 발달로 천장을 쥐 놀이터로 짓는 건물은 눈 씻고 살펴봐도 없다. 주부들의 행동반경을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주방의 동선도 편리하게 설계하였다. 또한 집안 인테리어도 최고급 자재를 사용했다. 스마트 폰으로 집안 커튼도 열고 닫을 수 있으며, 집안의 가전제품도 작동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럼에도 간간히 매스컴을 장식하는 반갑잖은 뉴스를 접하곤 한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과 시비가 벌어지고, 이것에 시달린 주민이 이웃을 해하는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집안 천장에서 이제 쥐들은 사라졌지만, 쥐들이 일으키는 소음보다 더 극심한 소음 공해가 사람을 괴롭힌다.

층간 소음을 견디기엔 인내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웃 간에 서로 소통하며 이해와 배려를 한다면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삶 속에서 소음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이웃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볼까 한다. 나 역시 지난 세월 어린아이들을 키웠고, 현재도 소소하지만 이웃에게 소음을 안겨주는 게 사실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남의 눈에 티끌보다는 먼저 내 눈의 들보를 돌아보는 일도 삶의 지혜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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