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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2.05 16:50:58
  • 최종수정2023.12.05 16:50:58

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아침에 일어나서 베란다 창문을 연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제라늄과 미니 바이올렛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반긴다. 한 개씩 쳐다보며 눈을 맞춘다. 재작년부터 들이기 시작한 식물들인데 겨울에는 좁은 거실에서 함께 생활하며 매 순간 눈맞춤으로 함께 생활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밤새 안부를 묻고 퇴근해도 제일 먼저 가서 나의 존재를 알리던 식물들이다.

밖에서 일할 때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집에 혼자 있으면 가슴 한 켠에 휑한 찬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마음 둘 곳이 없을 때 올망졸망 모여 있는 미니 바이올렛을 보며 위로받았다. 얼핏 보기에는 다 똑같아 보였지만 각자 가진 이름이 있었고 각기 다른 색의 예쁜 꽃이 피어 나를 웃게 했다.

한동안 미니 바이올렛만 바라보다 제라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인터넷 카페를 들락거리며 보게 된 다양한 제라늄꽃에 눈길이 머물렀다. 화사한 제라늄 꽃송이들이 나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 시기에 다른 꽃들을 봤다면 그 꽃들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면 허허로움을 채우기 힘든 시기였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 살며 그렇게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식물을 키우기도 한다. 반려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식집사라 부르는데 식집사의 길로 접어들면 새로운 품종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꽃으로 받는 치유 효과를 알기에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품종을 분양이나 교환도 한다.

나도 그렇게 몇 개의 유럽 제라늄을 분양받았다. 내가 절실해서 받은 식물이라 그런지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처럼 정이 갔다. 익숙하지 않은 식물 이름을 외우기도 어렵지만 추운 겨울을 함께 보내며 말동무도 되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친구처럼 위로도 받는다.

시간이 지나 다시 따뜻한 봄이 됐고 긴 겨울을 함께 했던 미니 바이올렛과 제라늄들을 베란다에 내놓았다. 따사로운 햇살은 베란다의 식물들을 내 손길보다 더 부드럽게 어루만져 줬다. 햇살에 식물을 맡기고 나니 내게는 무기력이 찾아왔다. 만사가 귀찮아졌다. 식물들과 눈을 맞추는 시간도 일상의 생활들도 번거롭기만 했다. 귀차니즘에 빠진 것이다. 나의 귀차니즘은 식물들에도 바로 영향을 미쳤다. 초록의 싱그러움은 사라지고 제라늄은 줄기만 앙상한 뼈라늄이 되었고 미니 바이올렛은 누런 떡잎 속에서 한 개 한 개 죽어 버렸다.

무기력으로 찾아 온 귀차니즘은 내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식물들조차 소홀하게 했다. 매일 바라보면서도 말을 걸지 않았다. 미안함도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가을이다. 가을은 내게 치유의 계절인지 꽃 화분에 다시 눈길을 주게 되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분갈이를 해서 들여놔야겠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함께 해준 고마운 반려 식물. 식물은 추운 겨울이 가장 힘든 계절이다. 나의 힘듦을 말없이 지켜보며 예쁜 꽃으로 치유받을 수 있도록 위로해 준 반려 식물을 이제 다시 돌보며 함께 해야겠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 집 식물들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내가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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