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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일주일에 한 번 봉사로 가는 방문 수업을 마치고 대상자와 같이 집 밖으로 나왔다. 태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인데 매년 태국 고추와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심어 친구들에게 판매도 한다. 집 옆에 있는 작은 비닐하우스 안의 모종들을 빨리 심어야 하는데 날씨가 추워서 밭으로 옮겨 심지 못한다고 했다. 작년에도 고추를 늦게 심어서 수확이 많이 줄었는데 올해는 날씨 때문에 또 늦어진다고 걱정이다.

농사짓는 밭의 크기도 적지 않았고 직장을 다니는 남편 대신 혼자 하는 일이라 쉽지 않을 텐데 일하는 것은 두렵지 않다며 친환경으로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 태국 고추의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처음 보는 채소와 요리 방법도 새로웠다. 눈썰미가 좋아서 뭐든 한 번 알려주면 잘 기억하고 내게도 태국의 채소를 소개하며 먹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알려준다.

집 주변을 돌아보면 다 그녀의 일거리들이지만 내 눈에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설명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예쁘게 핀 꽃들을 구경하는데 비탈진 밭둑 군데군데 소복하게 올라온 쑥 무리에 눈길이 머물렀다. 외진 곳이라 공기도 깨끗한 곳이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같이 밭둑에 난 쑥을 삼십 분 남짓 뜯었다.

쑥은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는 그녀지만 손이 빨라서 나보다도 더 쑥을 뜯는 속도가 빨랐다. 시골에서 오래 살았지만 막상 쑥을 뜯으려면 쑥 비슷한 것들이 구별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녀에게도 줄기와 잎 뒤가 하얀 것만 뜯으라고 했다. 자리를 옮겨 가며 뜯다 보니 쑥이 아닌데 뜯은 흔적이 있어서 이것도 뜯었는지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쑥이 아니라고 잘못 먹으면 몸이 안 좋을 수도 있다고 했더니 얼른 골라낸다. 그녀가 매번 태국 채소들의 이름을 알려줘도 내가 다시 묻는 것처럼 눈이 밝은 그녀도 쑥 비슷한 것들이 헷갈리나 보다.

조금은 뜨거운 햇볕이었지만 도란도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쑥을 뜯는 여유로움이 좋았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 이야기도 해 주며 곰이 마늘과 쑥만 먹고 지내다가 백일이 지나 예쁜 여자가 되었다는 건국 신화 이야기도 해 주니 정말이냐며 웃는다.

그렇게 뜯은 쑥을 우리 집으로 가져와 골라 다듬어 씻고 삶아서 불린 쌀과 함께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빻아 왔다. 다음 수업에 가져가서 같이 쑥개떡을 만들자고 했더니 떡을 집에서 만들어 본 적이 없다며 신기해했다. 쑥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하고 동글동글하게 만든 후에 예쁜 모양으로 도장도 찍었다. 찜기에 올려 익기를 기다리며 추석에 먹는 송편도 이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도 하며 생각지 않게 한국문화 체험 수업이 되었다.

떡은 푹 익혀 뜸이 들어야 맛있다. 식은 후에 먹으면 더 쫄깃하고 맛있을 거라며 먹기를 권했다. 사진부터 찍더니 처음이라며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다. 맛을 묻는 내게 쑥 향기는 괜찮은데 달지가 않다고 한다. 그러면 꿀을 가져와 찍어 먹으라고 했더니 꿀을 찍어 먹는 게 훨씬 입에 맞는 모양이다. 쑥국이나 쑥전 등 다른 요리들도 알려 주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것도 해보자고 하니 좋다고 한다.

오랜만에 쑥개떡을 만들어 먹으니 나도 좋았다. 쑥향도 좋고 함께 하는 시간도 좋았다. 쉽지만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쑥개떡. 손으로 꾹꾹 눌러 만들기에 모양도 안 예쁘고 식감도 좋지는 않다. 오죽하면 개떡 같다는 말도 있을까. 하지만 봄이면 흔했던 그 쑥개떡도 요즘은 웰빙 식품으로 인기도 좋고 추억의 맛으로 귀하게 대접받는다.

쑥은 시골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흔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흔한 쑥이지만 토양에 있는 온갖 중금속을 다 흡수하기 때문에 차가 많은 다니는 도로 옆에서 뜯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계획에 없었지만 즐겁게 쑥을 뜯고 쑥개떡까지 만들며 한국문화 체험도 한 데다가 추억의 맛도 먹을 수 있어서 그 모든 시간이 좋았다. 그녀도 좋은 체험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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