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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0.31 14:08:15
  • 최종수정2023.10.31 14:08:15

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먼 길 떠난 당신께 문득 편지를 씁니다. 시간의 흐름을 느낄 여유도 없었는데 가을이 성큼 다가왔어요. 오늘 음성에 다녀오는데 사정리 저수지 벚꽃길이 아름다운 단풍길로 변해 있더라고요.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가을은 언제 이렇게 가까이 다가왔을까요? 당신이 있는 그곳은 여기보다 더 아름답고 안락한 곳인가요?

당신이 우리 곁에서 떠난 지 벌써 28개월이 지났어요. 가끔 우리 집 시계가 멈춘 듯 느껴지고 당신은 외출 중인 것 같은데 지난 추석에 제사를 준비하며 떠올리니 우리 시계가 고장 난 시계는 아니었어요.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남아 있는 우리 세 식구 가슴에는 슬픔과 공허함이란 큰 상처가 생겼습니다.

이번 추석에 당신의 8번째 제사를 준비하며 잠시 원망도 했습니다. 함께 즐거워야 할 명절에 당신은 왜 제삿밥을 먹어야 하는지 나는 왜 살아생전보다 더 정성스럽게 당신의 제사상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마주 볼 수도 없는데 어리석은 아내는 당신이 떠나고서야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며 허망하게 제사상만 바라봅니다. 그리고 속으로 깊은 슬픔을 삼킵니다.

당신의 두 딸 주희, 세희는 늘 흐느끼며 절을 하고 손 닿을 수 없는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당신 마음도 우리와 같겠지요. 남편의 빈자리와 아버지의 빈자리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가 봐요. 아버지의 빈자리가 훨씬 더 큰 것 같아요. 매 순간순간 당신 딸들은 나보다 더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 같네요.

당신이 떠난 후 우리 집안의 가장이라도 된 듯 무언의 책임감을 느끼는 당신의 큰 딸이 안쓰러웠는데 다음 달에 결혼해요. 결혼 청첩장을 가지고 집에 오더니 제일 먼저 아빠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나는 청첩장을 먼저 보여 줄 생각은 미처 못했는데 주희는 아빠가 먼저 생각났나 봐요.

듬직하고 잘생긴 사위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게 돼 참으로 기뻐요. 주희가 지난 어버이날과 얼마 전에 같이 가서 인사했으니 당신도 봤을 거예요. 우리 사위 속정도 깊고 믿음직스럽지요.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는 당신 성격에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해도 엄청나게 기뻐했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주희도 지금 모습처럼 예쁘게 잘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당신도 곁에서 지켜주세요.

그렇지만 걱정도 됩니다. 눈물 많은 큰딸이 결혼하는 날 아빠 생각에 울 것은 불 보듯 뻔하잖아요. 지난주 당신에게 간 날 주희에게 말했어요. 이제는 아빠를 웃으며 그리워하자고. 아빠도 그런 우리를 보며 편안할 거란 내 말이 당신 생각과 일치할 거라 믿어요.

당신도 그렇게 우리 곁에서 지켜봐 주세요. 기쁜 일이나 슬픈 일도 언제나 아빠가 곁에서 지켜본다는 믿음으로 우리 딸들도 더 씩씩하게 살아가라고 말해줄게요. 참, 당신은 그곳에서 아버님을 만났을 테니까 조금은 덜 외로울까요. 가끔은 꿈에라도 보고 싶은데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가면 그리움도 삭을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당신과 함께한 추억이 눈덩이처럼 커져만 갑니다. 이제는 가슴 한쪽에 자리한 당신을 향한 그리움도 남아 있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일부분 같아요.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잘 지내길 바랄게요. 먼 곳에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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