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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1.30 17:05:00
  • 최종수정2023.01.30 17:05:00

김양희

전 충북도의회 의장

충청권이 서로 협조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에도 갈수록 걱정이 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세종시의 KTX세종역 신설 주장이다. KTX세종역 신설 주장은 세종시 관할 지역에 역을 하나 세워달라는 단순한 내용을 넘어 현재 오송역이 맡고 있는 역할의 많은 부분을 세종역이 가져가겠다는 것이어서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종시의 요구대로 세종역이 신설되면 오송역은 치명적 타격을 받아 흔들릴 것이 분명한데 충북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지난 5일 최민호 세종시장이 충북도청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충청권지역발전협력회의 자리에서 세종역 신설을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충북도민 면전에 대고 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세종시는 세종시 건설 이유와 과정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위해 취할 자세가 무엇인지 모색하기를 권한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대의를 실현하려는 이유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수도권 집중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국가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충청권에 건설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바로 세종시이다. 이러한 세종시의 성공적 건설과 안착을 위해 충북도민들이 신행정수도 원안사수에 힘쓰고 충북의 땅과 도민까지 세종으로 편입시켜 준 것은 충북인들이 그만큼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상생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세종시가 충청권 상생의 큰 틀을 외면해가며 세종역 신설을 끈질기게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 충청권에 분열이 생겨도 좋다는 독불장군 식의 자세여서 안타깝다.

2019년 이춘희 전 세종시장과 이해찬 전 민주당대표가 KTX세종역 신설이 필요하다며 집권당의 힘을 앞세워 여론 형성에 나섰을 때 나는 충북에 'KTX세종역저지 및 KTX오송역사수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9년 10월 29일 특별대책위원회 발족 성명서에 "KTX세종역 신설 추진은 충청권역 내에서는 상생과 공조를 깨트리고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이며, 전국적 단위에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일거에 훼손하는 결말을 가져 올 게 뻔하다", "KTX세종역 신설은 곧 KTX오송역 파국으로 가는 첫 단추이므로 청주시민과 충북도민들이 결사 저지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충청권 상생을 위해서나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나 이해찬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이 결코 선택해서는 안 될 카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이나 지금이나 세종역 반대 논리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세종시가 내세우는 세종역 신설 논리가 갈수록 바뀔 뿐이다.

세종시의 가장 최근 세종역 신설 논리에는 국회세종분원과 대통령제2집무실세종설치가 추가되었다. 예전에는 없던 국회분원도 결정됐고 대통령제2집무실도 설치하게 되었으니 더욱 세종역이 타당하다는 논리이다. 교통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새로운 논리가 추가되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국회분원과 대통령제2집무실 설치 결정 이전에도 세종역을 주장했고 이같은 요인이 없었다고 해도 세종역 주장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세종시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상생의 시대적 과제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이쯤에서 세종역 설치 주장을 중단하는 것이 옳다. 바로 이웃에 붙어있는 충북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되고, 이해 당사자인 충북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세종시 건설 이념에 역행하고, 충청권 공존을 깨는 세종역 신설 추진은 불가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2016년 KTX세종역 신설 사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B/C)이 0.59로 나와 불가 판정이 났고, 2018년 이낙연 전 총리와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이 "KTX세종역 신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세종역 설치 여부는 충청권 시·도간 합의에 따르겠다"고 공언했다. 충청북도는 세종역 설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세종시가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충청권은 세종역 신설 여부를 놓고 불편을 겪을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충청권 4개 지자체가 공동 유치한 2027하계세계대학경기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세계 속의 충청권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충청권메가시티 구축이 진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충청권에 앞서 부산·울산·경남이 부울경메가시티(부울경특별연합)를 추진했으나 작년 말 최종 무산되었고 대구경북행정통합도 진척없이 끝난 데서 보듯이 이해관계가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하나의 메가시티로 자리 잡아 기능을 발휘하는 건 결코 만만치 않다. 한편에서는 충청권메가시티를 말하면서 또 다른 한편에서는 충청권 결속을 깨는 세종역 신설 목소리를 높인다면 충청권 상생이 가능할 수 없다. 어떤 이유와 논리로도 KTX세종역은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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