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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단풍이 꽃처럼 곱던 지난 가을 날이다.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만산홍엽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어느 관광지를 찾았다. 그곳에 이르자 나또한 형형색색으로 불타오르는 단풍 숲에 와락 안기고 싶은 충동마저 일었다.

이 때 구수한 빈대떡 부치는 냄새에 이끌려 어느 식당을 찾았다. 그곳에서 식사는 물론 빈대떡, 도토리 묵, 그리고 막걸리 몇 병을 앞에 놓고 모처럼 우리 가족은 어머니를 모시고 늦가을 감흥에 한껏 젖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 식당 음식 맛이 참으로 정갈하고 담백했다. 역시 소문이 맞는 성 싶다. 사실 이 식당은 이곳 관광지를 다녀간 지인이 강력히 추천해줘서 들른 곳이다.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가서인지 노인들 입맛에 맞도록 밥도 햅쌀로 금방 지어서 뜸을 푹 들여서 내왔다. 반찬도 노인의 치아 상태를 배려한 듯 나물도 물렁하게 삶은 나물로 무쳐냈다. 맛깔스런 굴젓이며, 조미료가 첨가 되지 않은 된장찌개 등은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다. 특히 구수한 숭늉이 일품이었다.

그곳서 음식을 먹고 식당 문을 나설 즈음 주인인 듯한 여인이 느닷없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관광하면서 어머니 갈증 나면 드리라고 그곳 특산물로 만든 동동주를 한 병 덤으로 건네준다. 사소하지만 손님을 배려하는 주인의 마음이 참으로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관광지에서 바가지요금 및 불친절을 겪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관광객에게 친절한 식당을 대하자 시간이 허락되면 또 이곳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단 한 사람의 관광객일지라도 손님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친절히 대한다면 그야말로 수많은 손님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정재승이 지은 『과학 콘서트』 내용에 의하여 더 정확히 인지 할 수 있다. 이 책 내용엔 한 때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크게 유행 했던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라는 게임이 소개되고 있어 흥미롭다.

케빈 베이컨은 영화 '자유의 댄스'로 우리에게 첫 선을 보인 후' 일급 살인', '슬리퍼스', 등 수많은 외화에서 개성적인 연기를 과시한 연기파 배우다. 이 게임의 규칙은 참으로 간단하다고 했다.

영화에 함께 출연한 관계를 제 일 단계라고 한다면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과 몇 단계 만에 연결 될 수 있는가를 찾는 게임이란다. 가령 예를 들어서 로버트 레드 퍼드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메릴 스트리프와 주연을 맡았단다. 메릴 스트리프는 케빈 베이컨과 '리버 와일드'에 함께 출연했기에 로버트 레드 퍼드는 케빈 베이컨과 두 단계 만에 서로 연결된단다. 또한 줄리아 로버츠는 덴젤 워싱턴과 '펠리칸 브리프'를 찍었으며 덴젤 워싱턴은 톰 행크스와 '필라델피아'에 출연했단다. 톰 행크스는 케빈 베이컨과 '아폴로 13'에 함께 했다. 이로보아 줄리아 로버츠 경우 세 단계 만에 케빈 베이컨과 인맥이 이루진다. 이 책 내용의 게임만 살펴봐도 그날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은 그냥 뜨내기 손님 만은 아닐 것이다.

당장 나서부터도 그렇다. 내가 관광지 식당에서 겪은 기분 좋았던 상황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한다면 그들이 그곳을 찾았을 때 그 식당을 방문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 할리우드 배우들이 여섯 단계 이내에서 케빈과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게임은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서양의 오래 된 통념을 반영한 놀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여섯 다리를 거치지 않아도 단 일,이 단계만으로도 좋은 인맥이 이루지곤 한다. 이로보아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광범위한 인맥 맺기를 꺼려한단다. 많은 이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자신 만의 시간을 더 중요시 한단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진리도 깨우쳤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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