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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탄성으로 표현할 때 감탄사를 쓴다. 한탄과 놀라움, 기쁨 등을 드러낼 때 주로 사용하지만 때로는 거친 한숨도 감탄사 구실을 한다. 영어의 감탄사는 우리말보다 훨씬 쓰임이 다양하다.

기쁨과 놀라움을 표현할 때는 Wow, Yay를 부정하고 싶은 상황엔 Oh no, Oops를, 분노나 짜증을 표현 할 땐 Ugh를, 환기나 경고가 필요할 땐 Look, Watch out, Shh 등을 쓴다. 상황에 따라 다른 뜻으로 변하는 Aww같은 감탄사도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 관련 소식을 전한 게시글을 공유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결집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에 실린 사진에는 태극기 그림과 함께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 '계엄 합법! 탄핵 무효!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팻말을 든 여성의 뒷모습이 담겨 있다. 화제가 된 것은 'WOW(와우)'라고 적은 머스크의 댓글이다.

테슬라,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며 도널드트럼프 차기 미국행정부에서 정부효율성부(DOGE)의 공동 위원장에 지명된 트럼프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고 '와우'라는 감탄사를 남겼으니 충분한 이슈거리가 된 것이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지만 어떤 구구한 의견보다 'WOW'란 감탄사 한마디가 강렬하다. 자격지심인진 몰라도 감탄보다는 탄식처럼 여겨져서 더 그렇다.

탄식을 생각하면 같은 말 다른 뜻인 두 망양지탄이 떠오른다. 첫 번째 망양지탄은 넓은 바다를 보고 감탄한 하백의 망양지탄(望洋之歎)이다.

옛날 황하 중류의 맹진에 황하를 관장하는 하백(河伯)이란 신이 있었다. 하백은 자신이 다스리는 황하가 세상에서 제일 큰 줄 알고 우쭐해했는데 어느 날 아침 강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는 하백의 뒤에서 늙은 자라가 나타나 황하에 견줄 수 없이 넓은 북해 바다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맹진을 떠나 본 적이 없는 하백은 그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가을 강이 범람하자 늙은 자라의 말이 맞는 지 강 하류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하백이 북해(北海)에 이르니 과연 그곳은 황하보다 더 크고 넓은 바다였다. 하백은 북해의 해신 약(若)을 만나 자신의 식견이 좁았음을 인정하며 부끄러워했다.

북해의 신이 웃으며 위로했다. "바다를 몰랐다면 우물 안 개구리로 사물의 도리를 모를 뻔했으나 이제 그대는 거기서 벗어났소."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감탄했다는 하백의 망양지탄(望洋之歎)은 다른 사람의 위대함을 보고 자신의 미흡함을 부끄러워한다는 뜻이다. 혹은 제 힘이 미치지 못할 때 하는 탄식으로도 쓰인다.

두 번째 망양지탄은 달아난 양을 찾다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낭패를 겪게 된 망양지탄(亡羊之歎)이다. 양자(楊子)의 이웃에서 키우던 양 한 마리가 달아났다. 양의 주인이 온 동네 사람들을 이끌고 법석을 떨며 양을 쫓아가자 양자가 물었다. "한 마리 양을 찾으려 어찌 그리 많은 사람들이 뒤쫓아 가는가" 이웃 사람이 도망간 쪽에 갈림길이 많기 때문이라 대답했다.

한참 뒤 사람들이 돌아와 양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양자가 양을 포기하고 돌아 온 이유를 묻자 그들이 말했다. "갈림길에 들어가면 또 다른 갈림길이 있어 양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양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제자들이 자기 양도 아닌 이웃집 양 한 마리를 잃은 일에 우울해 하는 스승을 의아해 했다. 훗날 양자가 설명한다. "큰 길에는 갈림길이 많아 양(羊)을 잃기 쉽고, 학문의 길은 무수한 학설들에 빠져 본성(本性)을 잃기 쉽다."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복잡한 갈림길과 같아서 길을 잘못 든 양을 찾는 것처럼 갈팡질팡할 수 있음을 경계한 양자의 말씀은 학문에 국한된 충고가 아니다. 근본을 잃고 헤매는 작금의 정치현실 역시 망양지탄(亡羊之歎) 꼴이 아닌가. 부디 망양지탄(望洋之歎)을 되새기며 자신들을 돌아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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