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3.5℃
  • 맑음강릉 2.3℃
  • 맑음서울 -1.7℃
  • 구름많음충주 0.6℃
  • 맑음서산 0.2℃
  • 구름많음청주 1.8℃
  • 구름많음대전 2.2℃
  • 구름많음추풍령 0.8℃
  • 맑음대구 3.4℃
  • 맑음울산 3.2℃
  • 흐림광주 3.2℃
  • 맑음부산 5.1℃
  • 흐림고창 0.8℃
  • 맑음홍성(예) 1.3℃
  • 흐림제주 8.2℃
  • 구름많음고산 8.1℃
  • 맑음강화 -2.3℃
  • 맑음제천 -0.4℃
  • 흐림보은 0.7℃
  • 맑음천안 0.8℃
  • 흐림보령 2.3℃
  • 흐림부여 2.8℃
  • 흐림금산 1.8℃
  • 구름많음강진군 4.3℃
  • 구름많음경주시 3.2℃
  • 구름조금거제 5.2℃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5.01.14 15:49:17
  • 최종수정2025.01.14 15:49:17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많을수록 좋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잠시 망설이다 '웃음과 사랑이 아닐까'라고 답했더니 듣는 이가 웃는다. 그 웃음이 어쩐지 비웃음같이 느껴져 고개가 움츠려 든다. '틀린 답인가보네' 말끝을 흐리며 멋쩍게 같이 웃어주었다.

이렇게 쉬운 문제를 못 푸느냐는 지청구와 함께 알려준 정답에 실소가 터졌다. 바로 '돈과 머리숱'이란다. 돈과 머리숱, 얼마나 현실적인 정답인가. 웃음은 그렇다 치고 사랑까지 들먹인 나의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슬쩍 민망해진다. 그래서 다시 웃었다. 세상에 많을수록 좋은 것이 웃음이라 답했으니 그냥 계속 웃어줘야겠다는 결기가 섞인 자조적 웃음이다.

하지만 새해 들어 첫 번째로 들은 소중한 충고를 허투루 버릴 수는 없는 법이다. 스마트 폰에 저장할까 잠시 망설이다 벽걸이 달력에 '돈과 머리숱 사수'를 적어 넣기로 했다. 잊지 말아야할 계획을 기록하고 매일 확인하는 데 달력만큼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박또박 박아 넣으면 달력을 같이 보는 사람이 어리둥절해 할까봐 달력 한쪽 귀퉁이에 대충 흘려 써 넣었다. 사실은 의아함보다 유치하다 지적을 받을까 부끄러운 마음이 더 커서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돈이다. 돈을 벌고 모아야하는 이유를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한 글들이 여기저기 넘쳐나지만 단순 무식하게 정의하자면 돈 없이는 숨도 쉴 수가 없다.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오는 과정부터 들기 시작한 돈은 죽어서 시신을 처리할 때까지 요구를 멈추지 않는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은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단계에서부터 차례로 충족되어야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대한 연구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생리적 욕구로 의식주에 대한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그 위 단계인 안전, 사회적 관계, 존중, 자아실현 등의 상위 욕구를 충족할 수 없어 행복과 괴리된다고 했다.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여 인간답게 살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돈이겠다.

수입이 늘어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될수록 점점 행복이 커지지만 소득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돈과 행복감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설이 있다. 그 시점이 대충 연봉 1억 정도란다. 하지만 수입이 늘어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씀씀이도 커질 테니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 조사결과다.

돈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실수록 갈증이 난다고 한다. 비유처럼 재산을 축적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쏟고 몸을 학대하며 머리를 쥐어짜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악착같이 건강을 바쳐가며 모은 돈으로 사람들이 하는 일은 여가생활이나 봉사활동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벌기위해 잃은 건강을 찾으려 평생 번 돈을 쏟아 붓게 되기 쉬우니, 건강을 바쳐 돈을 벌고 번 돈으로 다시 건강을 찾는 미련한 동물이 사람인 셈이다.

달력 한쪽에 '돈 벌기'대신 '돈 사수'를 적어 놓은 것은 겸손하게 지닌 것에 만족하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사수(死守)라는 단어가 찜찜하게 걸린다. 목숨을 걸고 지켜야할 만큼의 가치인가 싶기도 하지만 가진 것이 워낙 변변치 않아서다.

새 달력 첫머리에 돈과 머리숱 사수를 적어 두었다고 했더니 한 친구가 아예 돈 달력을 걸어놓지 그랬느냐며 웃었다. 조폐공사의 달력을 돈 달력이라 부르는데 올해 달력에는 각종 지폐와 주화 이미지가 잔뜩 들어있다고 했다. 돈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로 당근에서 제법 높은 가격에 거래될 만큼 인기가 좋다는 정보에 귀가 솔깃해진다.

한국조폐공사의 달력이 행운을 준다는 소문을 타고 인기몰이를 하자 조폐공사 측은 '달력이 단순히 일정을 기록하는 용도를 넘어 국민에게 행운과 희망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앞으로도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는 사장의 자랑도 들어줄 만하다.

어디서 이런 돈 달력을 구할 수 있을지 궁리하다 많을수록 좋은 것이란 돈과 머리숱을 다시 생각해 본다. 모두 가지고 싶지만 아무래도 돈과 머리숱을 함께 유지하기란 버거운 노릇일 게다. 돈을 많이 벌려고 머리를 앓으면서 머리카락이 온전히 남아 있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 것이니. 그나마 남아있는 머리숱이라도 지키려면 돈과 머리숱 사수 중 '돈'자는 지워버려야 할까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