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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수 십 년 전, 흑백 텔레비전 등장은 동심을 신세계로 이끌었다. 당시 만화가게, 동네 이장 집에나 한 대 있을 정도로 귀했던 텔레비전이다. 학교만 파하면 가방을 내팽개치고 동네 만화가게로 달려가기 일쑤였다. 그리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그 때 뉴스 내용이 어린 눈에도 가끔 거슬렸으니. 가짜 꿀, 참기름 등을 마치 진짜인양 속여서 판매한 상인들에 비양심적인 내용이 그것이다. 그 당시엔 '왜? 어른들은 거짓말에 익숙할까?' 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궁금증은 훗날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풀렸다. 진실을 말하면 어느 경우엔 자신에게 불리하다. 또한 이익이 적으며 진실이 거짓보다 훨씬 걸음이 느리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이즈막도 난무하는 온갖 거짓과 위선을 대할 때마다 왠지 입맛이 씁쓸하다. 이에 독일에 문학가이자 철학자인 헤르더 언술이 떠오르곤 한다. '인간은 결함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헤르더 언명의 함의가 사실인 듯, 먹거리에 대한 속임수는 여전히 변함없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의술을 펼치는 의료기관 조차 의료기 판매상인이 수술을 집도 하여 환자가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는 뉴스도 있다. 병원은 어떤 곳인가? 환자가 의학과 의사를 철석 같이 신뢰하고 자신에 심신을 맡기는 곳 아닌가. 이게 아니어도 우린 흔히 과학에 근거한 사실 앞에선 의심할 여지없이 어느 내용을 믿기 십상이다.

일예로 진시황이 북방 흉노족 침입을 막기 위해 건설했다는 만리장성만 해도 그렇다. 중국은 어마어마한 노동력과 자국自國의 강한 통치력을 과시하느라 길이 육천삼백 킬로미터에 성벽을 쌓았다. 이 만리장성을 말할 때 항상 뒤따르는 수식어만 살펴봐도 우리가 과학적 근거 앞에 얼마나 속수무책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달에서도 보이는 유일한 건축물'이라는 말로 만리장성에 대한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와는 다른 전혀 근거 없는 거짓이란다. 달에서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만리장성은 보이지 않는단다. 나사(NASA)에 속한 한 어느 우주 비행사 말에 따르면 지구상 어떤 인공 건축물도 날씨와 상관없이 우주 어느 곳에서도 전혀 보이지 않는단다. 아마도 이 거짓말은 미국 인기 퀴즈 쇼인 '제퍼디 '(Jeopardy!)에서 거론되면서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과학을 앞세워 마치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짓말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어린 시절 그 때는 참기름, 꿀 같은 경우 함량을 속이거나 물품 질 자체를 딴 물질로 희석 시켜 소비자의 눈을 가렸다. 요즘은 어떤가. 외국 농, 축, 수산물이 우리나라에 수입되면서 이젠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거짓에 능란해졌다.

그렇다면 왜? 우린 이토록 불신 시대에 살아야 하는가?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사람은 처세에도 뒤떨어진다는 어느 신문 기사다. 이 내용만 살펴봐도 거짓말에 대한 유익함을 짐작할 만 하다. 그 신문 기사 내용엔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 사회적응력이 높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어찌 보면 이 신문 기사 내용도 일리가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세상은 수많은 가면을 필요로 하는가보다. 가령 예를 들어서 직장인 인 경우 상사가 맘에 안 들어도 감정 그대로 행동한다면 단 한시도 그 직장에서 배겨날 수 없을 것이다. 상사와의 갈등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내해야 하기에 이 문제로 직장인들 스트레스가 가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실과 원칙이 바로 설 때 신용 사회를 이룩하잖는가. 가짜가 판치는 세상, 가짜가 득세하는 세상에선 진실이 바로 설 수 없다. 거짓이 만연하는 사회는 반목과 불안감이 조성된다. 돌아오는 2020년 새해부터는 거짓이 드리운 음습한 그늘이 사회 전반에서 말끔히 걷히기를 새해 소망으로 지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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