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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예로부터 미인의 칭송으로 삼상(三上), 삼중(三中), 삼하(三下)를 손꼽았다고 한다. 마상(馬上), 장상(墻上), 누상(樓上)을 일컫는 게 삼상이라고 했다. 마상은 말 위에 앉은 여인의 자태, 장상은 담장 위로 살짝 내민 여인의 얼굴, 누상은 누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의미한다고 했다.

 삼중은 여중(旅中), 취중(醉中), 일중(日中)으로써, 여중은 여행 중인 여인, 취중은 술에 취해 있는 여인, 일중은 햇살에 뽀얀 살결이 드러나는 여인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삼하는 월하(月下), 촉하(燭下), 염하(簾下)를 뜻한단다. 월하는 교교히 흐르는 달빛을 받으며 거니는 여인의 자태를 말하며, 촉하는 촛불 아래 은은히 비치는 여인의 수줍은 듯한 얼굴을, 염하는 주렴 아래로 얼비쳐 보이는 여인을 이른다고 했다.

 이런 옛 여인의 모습은 당시 남정네들 애간장을 태우고도 남을 법하다. 요즘은 어떤가. 영상 매체에 노출된 여인들 모습에서 식상함마저 느낀다. 무엇보다 성형 술과 진한 화장술에 의존한 외양은 인위적이어서 별다른 매력이 없다.

 쪽진 머리의 반듯한 가르마, 가늘고 긴 눈, 도톰한 입술이 자아내는 단아함이 표출된 미인도이다. 이것에서 옛 여인의 미를 발견할 땐 한국적인 미인상에 매혹돼 그림 속으로 한껏 흡인되곤 한다. 반면 이러한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습과는 달리 예로부터 미인 축에 끼지 못하는 평범한 여인네를 절구통 같은 허리, 메기 같은 입 등에 외모를 빗대어 왠지 입맛이 씁쓸하다.

 무엇보다 요즘은 외모지상 주의에 길들여져서인지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겉볼안이 만연돼 이점 또한 못마땅하다. 외양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내면이 이지(理智)에서 멀어지면 외려 천박하지 않던가. 여인의 몸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이창배 수필가는 자신의 수필 '중년 부인'에서 중년 여인의 허리를 일러 아랫배에 지방이 붙고 굵어져 몸에 안정감을 느낀다고 예찬하기도 했잖은가. 하물며 새 생명을 잉태한 임신부의 몸이야 말로 얼마나 숭고한가.

 몇 시간 전 일이다. 동네 공원을 산책할 때 보았던 임신부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막달에 이른 듯 남산만한 배가 아래로 축 처졌다. 한 쪽 손으론 자신의 처진 배를 받쳐 들고 넘어질세라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 임신부의 뒤태를 바라보며 불안하기까지 했다. 작달막한 키라서 더욱 배가 불러 보이는 임신부이다. 뒤에서 바라보니 우리 집 거실에 놓인 돌절구 모습과 흡사하다. 그럼에도 그 여인이 유독 아름답게 보이고 심지어는 대견스러웠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오늘 아침 텔레비전에서 시청한 뉴스 내용 때문이다. 다름 아니고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1%인 육백 만 가구가 일인 가구란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개중엔 혼자 사는 젊은이들도 포함 됐다는 말 아닌가.

 젊은이들이 결혼 적령기를 훨씬 넘겨 점차 만혼으로 치닫더니 급기야는 결혼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이르렀잖은가. 이런 세태를 지켜보며 격세지감마저 느낀다. 베이비부머 세대 때는 혼기가 차면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을 의무로 알았다.

 현대는 어떤가. 젊은이들이 예전처럼 결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라면 머잖아 우리나라 인구는 현저히 줄어들게 불 보듯 뻔하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아이들 셋을 데리고 택시를 타려면 택시 운전기사로부터 걸핏하면 냉대와 지청구를 듣기 예사였다. "요즘 세상에 애를 셋씩이나 낳아가지고 택시를 탑니까?"라며 택시 운전기사는 눈까지 흘겨대며 볼멘 목소리로 매몰차게 승차 거부를 했다. 어디 이뿐인가. 아이들이 많으면 셋방을 얻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즈막 그 시절이 왜 이리 속절없이 그립기만 한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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