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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한 때는 누구나 어느 분야에 능력만 갖추면 별다른 스펙 없이도 쉽사리 취직이 보장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어떤가. 남다른 학력, 스펙을 갖추고도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할 직장을 구하기란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는 형국이다.

 그래서인지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즈막, 대학 졸업 후 직장 구하기에 안간힘 쓰는 젊은이들이 왠지 안쓰럽다. 그동안 젊은이들이 기피하던 중소기업마저도 전과 달리 이젠 취업문이 현저히 좁아졌다고 한다.

 지인 딸은 대학 졸업 후, 수 십여 군데 이력서를 냈으나 단 한군데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젊은이들의 극심한 취업난을 겪노라니 언젠가 모 미술관에서 관람한 지석철 화가의 '부재의 서사(ANarrative of Absence)'라는 개인전에서 본 그림이 떠올랐다.

 그의 그림은 전람회 제목처럼 '부재의 서사(ANarrative of Absence)' 다웠다. 인간 존재의 은유라는 점에서 더욱 그 그림들이 심금에 와 닿는다. 특히 도심지 한복판 빌딩 꼭대기 허공 위에 덩그렇게 놓인 의자 그림이 유독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재( Absence)'라는 제목의 그림이었다. 그림 속 의자는 인간 내면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여 눈을 뗄 수가 없다. 어쩌면 이 그림 속 의자는 궁둥이를 대고 걸터앉는 단순한 도구인 의자에 대한 표현만은 아닐 성 싶다. 지석철 화가의 그림에 대한 개인적 감상을 피력하자면 이러하다.

 그림 속 의자는 마치 하늘 높이 떠 있는 별이나 다름없이 비쳤다. 한편 현대인들의 불확실한 미래를 암시 하는 듯하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안정된 삶을 획득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랴.

 이 그림을 관람하며 모처럼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삶 속에서 나만의 의자를 얻기 위해 많은 것을 갈구하고 탐하기 바빴다. 하늘 높이 올려 진 의자는 신분 상승의 의미도 내재돼 있잖은가.

 그것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게 인간사다. 혹여 방심하다가 자신이 추구하는 의자에 오르지 못할까봐, 애면글면하고 전전긍긍한다. 지나친 경쟁 심리로 질투, 시기심, 열등감, 좌절 등이 발현하는 것도 이 때일 터. 그러나 삶을 살며 가장 경계할 심리적 병소(病巢)는 좌절이라는 생각이다. 한 점의 그림을 감상하며 엉뚱하게 좌절감을 떠올려본다. 그림 '부재( Absence)'라는 명제가 인간 존재의 해명에 대한 묘사를 역설적으로 안겨준 탓인가 보다.

 다시금 지난 시간을 반추해 본다. 삶을 살며 수많은 난관 앞에서 얼마나 무릎을 꿇었던가.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강인함을 철학으로 삼기도 했다. 강하다는 것은 유연함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오뚝이처럼 자신을 정립하는 일이야말로 역경과 고통을 이겨내는 지혜이지 않는가.

 고난은 인간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내면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오죽하면 '고난과 손실을 겪고 나야 사람은 더욱 겸손하고 현명해진다.'라는 영국 속담마저 있을까 싶다.

 독수리가 하늘높이 자유자재로 날 수 있는 것은 강풍 속에서도 수없이 약한 날개를 땅에 처박는 시련을 감내했기 때문일 게다.

 이런 고통을 인내하지 못했다면 하늘을 날 수 없고 땅위만 기어 다닐 것이다. 청년들이 오늘날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꾸준히 자기 계발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하늘의 별따기인 취업문을 통과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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