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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한 마리의 토끼를 기르며 새삼 생명의 존엄성을 절감해 보는 이즈막이다. 얼마 전 지인이 자신이 기르던 토끼가 새끼를 낳았다며 한 마리 건네준다. 알록달록 회색 빛 털을 지닌 토끼는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프리만치 귀엽고 사랑스럽다. 사육 환경이 아파트라는 사실도 순간 잊은 채 선뜻 그 토끼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온 나는 얼마 안 돼 난감해 했다. 토끼풀을 뜯을 일이 그렇고, 무엇보다 토끼가 쏟아내는 배설물의 악취가 문제였다. 배설물 중 토끼 오줌 지린내는 유독 악취가 심하다. 미처 토끼장을 마련 못한 나는 큰 플라스틱 바구니에 신문지를 깔고 토끼를 넣었다. 어린 토끼는 환경이 바뀐 탓인지, 아니면 어미젖을 갓 떼어서인지 두 귀만 쫑긋 세운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건네주는 풀도 먹지 않는다. 이 토끼를 어찌 달래주어야 할지 몰라 지인에게 문의 해보니 토끼가 어미 품이 그리워서 먹이도 안 먹고 몸을 웅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토끼 몸을 자주 쓰다듬어 주면 안정을 되찾을 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인의 말대로 보드라운 털을 지닌 토끼의 등을 자주 쓰다듬자 어인 일로 풀을 먹기 시작한다. 토끼를 키우며 사람은 물론 모든 동물들은 스킨십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 스킨십은 어찌 보면 관심이기도 하다. 어미 곁을 떠난 불안감을 토끼는 나의 스킨십으로 다소 해소한 듯 보였다. 이런 토끼를 바라보며 문득 인간에게도 왜 스킨십이 필요한지 새삼 깨닫는 시간을 가져봤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머니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는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 질환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의학계 연구도 있다. 외국에서는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출산하면 어머니가 아기에게 자주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게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이로보아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사랑을 원하는가 보다. 관심은 사랑이다.

삼십여 년 전 연년생으로 두 딸아이를 키울 때 일이다. 큰 아이가 동생을 얻자 걸핏하면 배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렸다. 이것을 본 나는 아이가 뮌하우젠 증후군을 앓는 것이 아닐까 싶어 아이를 자주 안아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큰 아이는 종전의 건강을 되찾았다. 뮌하우젠 병이란 병이 없는데도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자해를 하는 일을 의미한다.

이렇듯 인간이나 동물이나 관심과 사랑은 필수적이다. 이를 두고 '마치 어머니가 외아들을 아끼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 한량없는 자비심을 베풀라' 라고 법구경은 이르고 있다.

법구경의 내용과 달리 우리는 상대방에게 보이는 관심도 여러 형태이다. 어떤 이는 험담도 관심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 말도 일리 있는 말이다. 관심이 없으면 상대방 이름 석 자조차 입에 거론할 필요가 없는 게 사실이다.

관심과 애정을 표현 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다. 나는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얼싸 안기를 좋아한다. 또 길을 지나치다가 혹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귀여운 아기를 보면 머리를 쓰다듬고 싶고 통통한 볼을 만져보고도 싶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일들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자칫 성희롱으로 비칠 수 있으니 스킨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실의에 차 있는 사람, 삶의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선 마음의 포옹은 해줄 수 있잖은가. 따뜻한 가슴의 넉넉한 품새로 삶에 지친 이들을 한껏 안아주고 싶다. 가슴의 온기를 피부로 직접 전해주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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