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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사이다. 우리네 행·불행 또한 예기치 않게 찾아오지 않던가. 이 때문인지 인생은 그 자체가 의문인 동시에 의문의 해답이라는 말이 맞는 성 싶다. 이런 진리를 체득해서인지 단 한시도 허투루 삶을 살 수 없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삶과 죽음은 그 거리가 불과 지척에 있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 있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 어느 날 밤, 남편과 함께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이다. 어둠 속 고속도로는 내리는 비로 차선마저 흐릿해 보였다. 무엇보다 달리는 차량의 불빛이 빗물에 반사되어 운전을 방해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량 속에서 졸음을 쫓을 즈음이다. 갑자기 자동차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운전석 남편을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차량 속에서 남편은 자신이 잡은 운전대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곧이어 우리가 탄 자동차가 중앙 분리대를 스치면서 고속도로 중간에 가까스로 멈추었다. 불과 몇 초 동안 일어난 불의의 사고였다. 뜻밖의 사고인지라 정신 줄을 놓고 있을 무렵이다. 누군가 자동차 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빨리 자동차 안에서 나오셔서 피하세요. 위험합니다." 라고 한다. 겨우 정신을 차린 우리는 어느 청년이 이끄는 대로 황급히 사고 차량을 벗어났다.

자동차에서 나온 지 불과 몇 초도 안 돼 많은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치 맹수처럼 달려오기 시작한다. 곧이어 차량 2대가 우리와 비슷한 사고를 당하며 도로 중간에 또 급정거를 한다. 이 때 자세히 도로를 살펴보았다. 고속도로에 떨어진 타이어 2개가 저만치 보였다. 돌이켜보니 도로에 떨어진 타이어에 의한 사고였다. 그 청년도 우리와 같은 상황으로 사고를 당했다고 하였다. 그리곤 다른 차량 사고를 막아야 한다며 웃옷을 벗는다. 청년은 위험을 무릅쓰고 타이어가 떨어진 지점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옷을 흔들며 차량들에게 낙하 물을 주지시켰다.

112에 이 상황을 알리자 경찰차가 왔으나 타이어를 낙하시킨 차량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도로에 떨어진 타이어를 발견한 경찰은 화물차 스페어타이어 같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일부 화물차량이 고속도로의 흉기로 대두되고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과속은 물론 물량을 과적하여 도로에 낙하 물을 발생시키기 일쑤란다.

고속도로는 속력을 내어 많은 차량이 질주하는 장소이다. 그날 겪은 사고는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 차량은 안전한 운전을 위해서라도 물건을 과적하지 말고 물건이 낙하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일이다.

그 날 하마터면 2차 사고가 일어날 뻔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 내외를 갓길로 피하도록 도와준 그 청년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또한 많은 차량을 위험물로부터 보호 한 그 청년의 선행은 생각할수록 장하다.

예전보다 삶은 풍요롭다. 반면 인정이 메마르고 윤리와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 이 탓에 이기심과 인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세태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착한 마음처럼 큰 재산은 없다. 그래 영혼까지 매혹 시키는 힘을 지닌 게 고운 마음씨다. 이 청년을 보며 '덕을 얻는 것은 세상의 지식을 얻는 것보다 어렵다. 그리고 젊은이가 그것을 상실한 경우에는 되찾기 어렵다'라는 영국의 철학자 존 룩크의 말이 무색함을 새삼 느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였던가. 모르긴 몰라도 이 청년의 미래는 장밋빛처럼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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