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민주적이다. 누구에게나 제공한다. 공유하게 한다. 다만 각자의 느낌이 다를 뿐이다. 아름다움은 곳곳에 있다. 수없이 많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도 시시각각 다르다. 때론 경이로움으로, 때론 환희로, 때론 실망으로 나타난다. 걷기는 풍경을 향한 자기개방이다. 언제나 두 가지 얼굴을 대면시키곤 한다. 어떤 이에겐 더 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어떤 이에겐 섬뜩한 두려움마저 황홀한 기쁨일 수 있다. 또 다른 이에겐 그저 소소한 일상일 수 있다. 맑은 하늘을 배경 삼은 청주의 봄 풍경이 새롭다. 분위기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몇 번씩이나 되풀이 된다. 비로소 내면의 희열과 평정을 허락한다. 걷기의 힘이다.
이른 아침 홀로 자연을 독차지한다. 강가의 옅은 물안개가 산과 함께 어우러진다. 넘실거리며 옅은 수묵화를 만든다. 습자지에 먹물 스미듯 온 대지가 물기를 품는다. 산과 들에 훈훈한 봄물이 오른다. 두 발로 직접 걸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내가 그 안에 스밀 수 있다. 그 때 진짜 행복이 내게 깃든다. 걷는 동안 산이 건네는 사연을 듣는다. 숲 한 가운데서 한 무더기 전설도 만난다. 큰 바위 구멍에선 슬픈 옛 역사를 본다. 온전히 내 세상 속이다.봄기운이 능선을 타고 오른다. 어느새 산골짜기를 가득 메운다. 최면에 걸린 듯 산객들의 마음이 평온하다. 계곡을 에두르는 물소리가 풍요롭다. 한 무리 들꽃들이 고단한 산객들을 위무한다.
얄궂은 황사가 사라졌다. 그래도 미세먼지는 조금 남아 있다. 맘먹고 근교 산행에 나선다.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펼쳐진다. 그 위로 봄의 미소가 담긴다. 시원한 솔숲을 만난다. 상당산성 가는 길에 백화산이 생동한다. 소나무 터널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향이 짙다. 숲은 새 생명의 기운들로 숭고하기까지하다. 골짜기 나무들이 수줍은 기지개를 켠다. 가끔 찬바람이 날카롭게 귓불을 할퀸다. 겨울 끝자락의 시샘이다. 상당산성은 청주의 동쪽에 있다. 고산준령이 없어 시야가 탁 트인다. 동남쪽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한남금북정맥의 마루금이 유장하다. 소나무 사이로 춤추는 봄바람을 맞는다. 봄날 오후 산행이 여유롭다.
꼭꼭 숨겨놨던 성무봉을 찾는다. 구름이 햇살을 막아 적당하다. 걷기 좋은 풍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 청주 풍경이 평화롭다. 오솔길 사이를 걷는 운치가 쏠쏠하다. 숲 사이로 새가 난다. 옛길 풍경이 점차 사나워진다. 미테재까지 허물어지고 있다. 애환 가득한 옛 사람들의 정취가 무너져 내린다. 산비탈을 따라 심한 상처가 그대로 움푹 드러난다. 평화로운 산 속에 시련이 한 가득이다. 미테재를 지나 관봉에 오른다. 무심천과 용암동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무봉 정상이다. 청주 일대가 시원하다. 하산 길에 왕암사에 들른다. 대웅전 앞에서 조용히 관조한다. 성무봉이 병풍처럼 나를 품는다.
산을 찾는 까닭은 다 다르다. 어떤 이는 건강을 위해 간다. 전신에 고통을 주며 온통 근육을 혹사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끝내 정상에 이른다. 밀려오는 희열에 가치를 둔다. 운동의 쾌감이다. 어떤 이는 정신을 다잡기 위해 간다. 굳이 산 정상을 찾지 않는다. 그냥 낮은 곳의 숲길에 든다. 거기 있는 것만으로 기쁨을 얻는다. 호젓한 흙길을 밟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산정에서 쾌감과 다르지 않다. 두 종류의 가치가 자주 충돌한다. 등정주의와 등로주의로 대표된다. 두 가치를 만족시켜주는 곳이 가까이 있다. 대청호 둘레길은 높고 낮음이 자주 반복된다. 만족감에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취향과 선호에 따라 다를 뿐이다.
봄 산행은 정말 좋다. 헉헉대며 산정에 다달 때 행복감은 최고다. 탁 트인 시야가 눈 앞에 선물처럼 펼쳐진다. 물론 사정은 그 때 그 때 다르다. 정상에서 조망이 더 답답한 곳도 있다. 볕 좋은 봄날 산마루금은 끝없이 이어진다. 최고의 풍경을 선물한다. 굽이쳐 내달리는 산줄기는 속을 후련하게 한다. 운무는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피로를 잊게 한다. 탁 트인 시야가 없어도 좋다. 산에 깃든 것만으로 충분하다. 만족감이 차고 넘친다. 이즈음 풍경은 시원하다. 하늘이 비로소 푸른색을 띤다. 유장한 능선이 한 없이 내달린다. 어느 곳에 가도 툭 터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풍경 위에 꽃 풍경이 일렁일 기세다.
볕이 따뜻하다. 바람의 향기가 훈훈하다. 양지 바른 언덕 아래 새 쑥이 고개를 내민다. 노란 봄볕이 미호천 강물 위로 건들거린다. 청주 백화산 길 주변 나무에도 봄물이 올랐다. 생강나무에서 그새 움이 튼다. 노란 얼굴을 수줍게 내민다.도심 주택가에도 살포시 봄 냄새가 난다. 어느새 찾아들어 만물을 생동하게 한다. 맥동의 봄꽃이다. 봄이 주는 가장 위대한 선물은 꽃이다. 겨우내 얼었던 마음을 푸근하게 녹여준다.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료한다. 생명의 심령술사다. 내 맘의 봄도 있다. 벌써 저만큼 창밖에 와 있다. 그리움과 기다림을 알고 조심스럽게 온다. 온 몸이 신열에 들뜬다. 3월, 봄이 장대하고 위대하게 왔으면 한다.
광양매화가 3월 꽃소식을 전했다. 섬진강 변 매화마을이 봄꽃 향연 준비로 분주하다. 제천 의림지에선 너도바람꽃이 꽃망울을 터트린다. 뭐가 그리 급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섬진강은 벌써 황홀한 풍경을 선물한다. 수십만 그루의 매화나무가 앞 다퉈 꽃망울을 터트린다. 봄볕 쏟아지는 매화마을 산기슭마다 하얀 솜사탕이 떠다닌다. 달콤함이 청주까지 전해진다. 무심천은 아직 때가 아니다. 그래도 서서히 화사한 기운이 감돈다. 일곱 불상의 전설을 품은 용화사 주변도 꿈틀거린다. 머잖아 꽃이 필 것 같다. 벚꽃 구름의 무심천길이 눈에 선하다. 용화사 위로 나비 한 마리가 난다. 청주에도 봄이 온다.
산수유는 겨울의 끈을 빨리 놓는다.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트린다. 엎치락뒤치락 매화와 다퉈가며 봄소식을 전한다. 노란 산수유 꽃은 '영원불멸의 사랑'을 상징한다. 한결같은 고귀함이다.남쪽 꽃소식이 한창이다. 섬진강, 화엄사, 쌍계사 발 급보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달콤한 향기가 진하게 묻어난다. 청주에도 산수유 꽃 소식이 들려온다. 곳곳에서 불멸의 사랑을 꿈꾸며 노란 꽃을 피운다. 꽃향기가 짙게 퍼진다. 향긋한 냄새에 한 번 취한다. 무리 지은 노란 꽃 대궐 비경에 두 번 취한다. 노랗게 물든 꽃밭이 그대로 캔버스 안에 있다. 노란 수채화다. 산수유 꽃과 더불어 나비 한 마리가 노랗게 난다.
3월 꽃샘추위가 절정이다. 아침부터 추위에 떤다. 새들도 푸드득 날지 못한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매섭다. 참 매운 날씨다. 내일 모레까지 계속될 모양이다. 한낮 무심천 둔치에 사람 발길이 뚝 끊겼다. 천변의 벚꽃나무가 세차게 흔들린다. 다시 한겨울을 맞은 무심천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3월은 무심천 봄을 온전히 지배하지 못한다. 봄이 오기까지 참 고되고 고통스럽다. 꽃샘추위는 '되돌이 한파'다. 따뜻함 중에 불현듯 닥쳐온다. 겨울과의 이별을 방해한다. 겨울의 끝자락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미련이 남은 듯 아련히 여운을 남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나 보다. 봄기운에 떠밀려 겨울이 총총히 떠나간다.
하루하루 삶이 벅차다. 고산을 넘는 것만큼이나 험난하다. 산행을 하면서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한다. 마음 치유에 적합한 처방을 찾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내 길을 쭉 간다. 속리산 상고암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언제나 평화를 선물하는 작은 절집이다. 감춰 두고 혼자 찾을 만한 곳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 좋은 장소다. 곶감 빼먹듯 빼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곳엔 언제나 평화가 있다. 산새 몇 마리가 '푸드득' 난다. 노을 속으로 빠르게 몸을 던진다. 시간이 지나자 산 속에 어둠이 깃든다. 모든 것들이 어둠 속에 동질화된다. 고단한 내 삶 한 자락을 내려놓는다. 비로소 어둠이 주는 위안을 받아들인다.
진천 보탑사에 다녀왔다.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를 보았다. 드러난 껍질은 세월의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뒤엉킨 뿌리는 거대한 힘줄처럼 역동했다. 절집 옆으로 작은 계류가 흐른다. 위쪽으론 나무숲이 울울창창하다. 절집 앞뒤로 만뢰산과 태령산이 병풍을 친다. 그 안에 보탑사가 고요하게 깃든다. 오래된 다른 절집과 다른 매력이다. 마른 볕을 쬐는 메주 풍경이 정겹다. 별로 춥지 않다. 봄인 모양이다. 더 머물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 한다. 절집을 한 바퀴 돌아 느티나무 아래로 내려선다. 까치집을 품은 절집 나무의 자비를 본다.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긴다. 마음속 묵은 때가 살짝 벗겨진다. 평안이 찾아온다.
동백이 선혈처럼 붉은 꽃을 떨군다. 남녘에서 마지막 겨울을 보낸다. 그 곁에서 하얀 매화가 팝콘처럼 튄다. 이름 모를 꽃도 덩달아 꽃망울을 터트린다. 3월 초엔 겨울과 봄이 함께한다. 두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앞쪽엔 겨울이 있고 뒤쪽엔 봄이 있다. 이미 당도한 봄은 상큼하다. 이르게 닥쳐온 봄이다. 햇살이 생선 비늘처럼 반짝인다. 생동하는 봄이다. 이즈음 볕은 오래 머문다. 봄이 당도하는 속도가 빠르다. 이제 막 터지는 꽃봉오리가 신비롭다. 한 발 다가서니 꽃 냄새가 묻어난다. 봄꽃의 귀함이 느껴진다. 혹독함을 이겨낸 인내 덕이다. 봄은 벌써 담장 밑으로 왔다. 살포시 다가온 봄이다.
6일이 경칩이다. 산 속 눈도 거의 다 녹았다. 능선 응달에 약간씩 남았다. 산마다 마루금을 드러내고 있다. 샅샅이 속을 보인다. 유장한 능선들이 멀리서도 한눈에 보인다. 준령에 걸친 흰 구름이 신령스럽다. 산 하나가 마음을 끈다. 그 곳의 풍경은 사계절 다르다. 그 때 그 때 자랑을 달리 한다. 눈 녹은 지금도 더 없이 좋다. 골짜기가 유난히 깊고 길다. 계곡의 수량도 풍부하다. 거센 물살이 잠든 나무들을 깨운다. 정상은 거대한 암봉이다. 불쑥 튀어나온 모양새가 기이하다. 탁 트인 조망은 압권이다. 가슴이 뻥하고 뚫린다. 지금 대야산에 가면 정상의 탁월한 조망을 맛볼 수 있다. 내려오는 길에 봄맞이 목축임도 가능하다.
충북은 한반도의 중심이다. 한 가운데 틀어앉았다. 삼국시대 고구려는 남으로 세력을 확장하려했다. 백제와 신라는 북진을 시도했다. 충북 선점을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전쟁의 요충지였다. 유난히 산성이 많다. 상당산성, 삼년산성, 온달산성, 적성산성, 충주산성 등 모두 산성이다. 그 성 틈마다 옛사람의 흔적이 스며있다. 전쟁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시간의 지우개로 말끔히 지우지 못했다. 산성 여행은 역사의 흔적 찾기다. 상당산성에선 백제와 신라를 만날 수 있다. 온달산성에선 검무를 추는 온달장군을 볼 수 있다. 산성마다 전설이 아닌 역사의 궤적을 품고 있다. 산성 여행의 큰 선물이다.
이즈음 속리산 계곡은 급류로 시끄럽다. 눈 녹은 물이 격랑을 만든다. 거센 속도에 겨울도 봄도 아닌 어정쩡함이 화들짝 달아난다. 속리산 천왕봉에 결기가 맺힌다. 설악산 대청봉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속리산은 한반도 중원 이남에 백두기운을 공급하는 펌프다. 중심을 잡는 무게의 축이다. 한반도를 지탱하는 삼태극의 정점이다. 천왕봉은 낙동강과 금강, 남한강의 수계를 가른다. 3대 강의 시원을 나눈다. 속리산 천왕봉은 주변의 산을 읽는 곳이다. 목적지가 아닌 시작점이다. 북쪽으론 제천 단양에서 들어오는 백두대간 고봉들을 볼 수 있다. 남동쪽으로는 영동 저 끄트머리에 엷은 실루엣을 드러낸 민주지산을 조망한다.
파란 하늘 위로 구름이 떠간다. 장각폭포 물줄기가 시원하다. 천왕봉에서 시작된 계류가 절벽을 타고 떨어진다. 높이는 그리 높지는 않다. 그 아래 소는 아주 깊고 투명하다. 폭포 옆 정자가 소박한 선경을 만든다. 한참을 더 들어간다. 경사는 점차 가팔라진다. 아직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많다. 오른쪽 옆으로 문장대가 멀리 보인다. 왼쪽으론 천왕봉이 구름에 걸친다. 헬기장은 이름 모를 산악회 시산제로 시끄럽다. 윗대목골로 날머리를 잡는다. 물오른 나무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우리를 지켜본다. 건강한 숲 덕에 폐가 넓어진다. 함께 한 이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조각된다. 흐르는 계곡물이 웃는다.
날씨가 화창하다. 오후만 되면 봄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남도에서 울리는 매화타령이 귀에 아른거린다. 성질 급한 청주 사람 몇이 벌써 남쪽으로 향한다. 시나브로 봄이 완성되고 있다. 그래도 아직 겨울과 봄 사이다. 산을 걷는다. 느리게 걷는다. 오르다 지치면 산기슭을 굽어보며 쉰다. 찬바람이 구름에 묻혀 지나간다. 겨울은 그렇게 봄으로 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산정에서 부는 바람은 아직 세차다. 시샘하고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앞이 환하다. 곧 봄이 터질 것 같다. 직지는 언제나 청주의 봄을 선물한다. 봄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겸손히 길을 가라는 남은 겨울의 가르침이다.
봄은 꽃을 타고 성큼 다가왔다. 영동에 봄소식이 당도했다. 읍내 신이리 비닐하우스에서 복숭아꽃망울이 터졌다. 활짝 피워 봄을 재촉하고 있다. 바람의 말이 청주까지 소문을 냈다. 하우스 안은 꽃향기로 가득하다. 봄의 교향곡을 서로 연주한다. 따스한 햇살이 봄의 서기를 돕는다. 아련한 마음이 든다. 혹독함을 이겨내고 한껏 핀 꽃망울이 고맙다. 봄의 전조가 곳곳에서 느껴진다.남녘에선 봄꽃 경쟁이 한창이다. 충북에선 아직 하우스 꽃소식이다. 그래도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내 인생의 봄꽃 소식도 기다린다. 인고의 시간 뒤 피어난 화려한 '인생화'를 상상한다. 밖은 여전히 춥다. 바람도 차다.
넉넉한 오후다. 풍성한 사유가 가능한 시간이다. 발끝에 툭 하고 생각 하나가 떨어진다. 오늘 과연 행복한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각양각색의 마음풍경이 일렁인다. 바람이 분다. 한 고개를 넘어서면 다른 풍경이 있다. 계곡에서 보지 못한 풍경을 언덕에서 본다. 산정에선 더 넓게 조망한다. 계곡 풍경과 언덕 풍경은 다르다. 높은 산의 꼭대기 풍경은 넓다. 인생길의 풍경도 가지가지다. 파란 하늘이 없어졌다. 온통 희뿌옇다. 청주가 황사로 덮였다. 화려한 불빛이 지배할 무렵 비로소 생기를 찾았다. 도심 같은 색채를 뗬다. 하굣길 소녀들이 비누방물처럼 웃음을 터트린다. 가로등 불빛이 따라 웃는다.
이 땅에 볼거리는 많다. 그중 괴산은 으뜸이다. 감탄사를 품은 풍경이 참 많다. 이즈음 화양동엔 장엄한 기운이 돈다. 힘찬 소리가 난다.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는 소리다. 계곡은 앙상한 나무들만으로도 충분히 웅고하다. 산허리를 도니 바위 절벽이다. 눈길이 자꾸 풍경에 사로잡힌다. 발길이 느려진다. 잠시 걸음을 멈춘다. 물가의 왕버들이 눈치를 본다. 사이사이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피우려 애쓴다. 바람이 부드럽다. 바위 절벽을 한참 바라본다.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드럽다. 위에서 아래로 각지다. 찬찬히 들여다본다. 해가 웃는다. 보는 즐거움으로 한나절이 간다. 하루가 짧다.
봄은 아직 저만치 있다. 꽃소식은 남녘에만 머물고 있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다. 성급한 사람들은 혹시나 하며 남쪽으로 마중을 간다. 실망감이 절벽을 타고 떨어진다. 급한 마음 접어두고 무심천변으로 내려선다. 강에는 고요만 흐른다.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여전히 말이 없다. 그 덕에 더 많은 것을 얻는다. 강물의 유속이 느리다. 시간 역시 느리게 흐른다. 나도 느리게 걷는다. 봄은 내 가슴에서 시작된다. 편안함을 느낀다. 폐가 커진다. 얼굴이 달뜬다. 만족스러움이 건강한 표정으로 조각된다. 버드나무 뒤로 구름이 숨는다. 안개가 자리를 옮긴다. 옮겨가면서 나를 지켜본다. 구름이 강물처럼 느리게 간다.
우수가 가깝다. 그래도 곳곳엔 겨울이 남아 있다. 날씨는 늘 변덕스럽다. 높은 산 길 바닥은 얼어붙어 있다. 강풍은 온몸을 날려버릴 기세로 휘몰아친다. 걸음이 늦어진다. 모든 게 위험 요소다.이즈음 하루해는 여전히 짧다. 그래도 한 가지 변치 않는 게 있다. 설산의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하얀 면사포를 둘러쓴 자태가 신비롭다. 순결한 신부 같다. 설화는 눈과 서리를 감싸 안고 핀다. 그 어떤 꽃보다 눈부시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햇살이 쏟아진다. 그 빛을 받아 눈꽃이 수정처럼 부서진다. 보석처럼 빛난다. 영롱하다. 눈부시다. 설 연휴 '산설국'이 보내올 초대장을 기대한다.
산이 내게 말한다. 수많은 말들을 쏟아 붓는다. 제 이마 언저리에 딛고 서 있는 나를 보며 떠든다. 무언의 입술까지 내민다. 내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산은 아무 말이 없다. 그랬다. 각호산에 오른다. 민주지산을 지난다. 석기봉을 거쳐 삼도봉에 닿는다. 뻥 뚫린 시퍼런 하늘을 올려다본다. 산꼭대기에 서서 가만히 생각한다. 아니 듣는다. 고함치는 듯 쌩쌩한 칼바람이 살을 파고든다. 춥다. 새삼 깨닫는다. 산은 내게 이미 선물을 했다. 내 둘레의 존재들을 좀 더 이해하도록 했다. 겸허한 눈길로 껴안을 수 있게 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도록 했다. 마음을 새롭게 고쳐준 큰 선물이었다. 이타자리였다.
여유롭게 미호천 변을 달린다. 강은 조용히 흐르며 풍경을 만든다. 마음이 잔잔해진다. 강 위로 철새가 난다. 대형을 갖추지 않아 되레 자연스럽다.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자유의 공간이다. 달릴수록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날씨가 흐려 별로일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구름 사이로 황홀한 빛의 커튼이 올라간다. 문주리 앞은 그대로 가장 멋진 풍경이 된다. 용호리는 하늘 속에 떠 있다. 절묘한 어울림이다.날씨는 좀 차다. 그래도 햇살이 나면 따뜻하기까지 하다. 좀 더 달린다. 강 아래 철새들이 훨씬 가깝게 보인다. 물속으로 머리도 박고 장난도 친다. 한가로운 한때다. 세종시가 멀리 보인다. '쿠쿵' 하고 KTX가 지나간다.
[충북일보]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가 2년 연속 2만8천 명대를 유지했다. 귀농인은 지난 2013년 통계 공표 이래 최저치인 700명대까지 무너졌다. 인구 감소와 함께 의료·문화·교육 등 정주여건 문제가 지속되고 최근에는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없는 '식품사막' 현상까지 나타나며 귀촌·귀농 정책도 대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6일 통계청의 '2023년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귀촌가구는 30만6천441가구로 1년 전 대비 (-3.9%) 감소했다. 충북 귀촌가구는 2만2천931가구로 집계됐다. 충북 귀촌가구는 1년 전 대비 0.9% 증가했으나 2021년(2만4천116가구)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충북으로 귀촌한 사유는 직업(9천464가구)이 41.2%로 가장 많았으며 주택(5천198가구), 가족(5천36명가구), 자연환경(1천56가구), 주거환경(592가구), 교육(234가구)가 뒤를 이었다. 기타는 1천351가구였다. 전국적으로 귀촌한 인구는 40만9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만1천13명(-5.0%) 감소했다.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는 2만8천783명으로 1년 전보다 537명(1.9%) 증가했으나 6년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미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충북이 이 분야를 선도할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도내에 구축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인프라가 속속 가동 중이고,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는 구간이 확대되며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23일 충북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전파플레이그라운드-충북'이 최근 문을 열었다. 이 시설은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인 C-트랙에 자리 잡았다.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차량 시험에 적합한 전파시험 공간으로 조성됐다. 총 1천923㎡ 규모이며 국제 표준규격의 폐쇄형 시험시설이 들어섰다. 레이더 타깃 시뮬레이터, 신호발생기, 스펙트럼 분석기, 네트워크 분석기 등 전파를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도 갖췄다. 전파플레이그라운드는 외부의 전파 간섭이나 피해를 막고 다양한 융·복합 기기의 전파시험을 지원하는 대형 전파 차폐시설이다.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서 중부권 주력 산업인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드론용 탐지센서와 레이더 등 전자파를 활용한 제품 출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같은 장소인 충북대 오창캠퍼스에 둥지를 튼 자율주행자동차 테스트베드는 지난해 4월부터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충북일보] 보은군은 민선 8기 들어 최재형 군수의 군정 철학인 '군민이 행복한 도시형 농촌 보은'을 건설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정주 여건 개선, 귀농·귀촌 정책과 청년정책 추진, 휴식 공간 조성, 교육환경 확대 등 군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펼쳤다. 군의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엔 공무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군정을 이끌어온 최 군수가 있다. ◇ 지역 성장 동력 인구 유입 인프라 구축 민선 8기 반환점을 맞는 그는 지난 2년 동안 지역 활력 타운 조성과 농촌협약 등 인구 유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군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2024년 지역 활력 타운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8년까지 379억여 원을 투입해 보은읍 죽전리 일원 2만2천267㎡ 용지에 '보은 청년 all來(올래)'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군은 도시형 주거단지인 블록형 단독주택 70가구 조성, 생활 인프라와 생활 서비스 조성을 위한 커뮤니티센터 단지개발, 지역 브랜딩,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활력 타운과 연계한 온-누림 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