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청주 백화산은 높지 않다. 가풀막진 곳도 거의 없다. 장거리 산행에 앞선 준비운동으로 좋다. 상당산성 쪽으로 더 가면 다르다. 굴곡진 언덕이 많다.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이치다. 여름을 지나 가을 초입이다. 쏟아지는 햇살이 여전히 따갑다. 가을볕을 피하려 오솔길로 간다. 햇빛이 차단된 숲길이 서늘하다. 바람의 애무가 차다. 골짜기 바람이 변화를 예고한다. 계절의 변화가 확연하다. 활엽수 잎들이 벌써 퇴색한다. 서서히 알록달록 옷으로 갈아입는다. 속이 꽉 찬 도토리와 밤이 보인다. 벌써 떨어져 땅바닥에 뒹구는 놈도 있다. 오송 쪽 하늘의 까치놀이 붉다. 그 덕에 들판의 곡물이 야물게 익는다. 백화산이 화려한 단장을 시작한다.
[충북일보] 속리산 연봉들이 줄을 선다. 서북으로 관음봉과 묘봉이 우뚝하다. 상학봉과 미남봉, 토끼봉이 뒤를 따른다. 선 모습이 기암의 절경이다. 어떤 골산풍경에도 뒤지지 않는다. 서북능선은 충북알프스의 화룡(畵龍)이다. 속리산의 가장 은밀한 속살이다. 묘봉은 점정(點睛)이다. 정규탐방로인데 깊은 오지 같다. 가까운 듯 쉬운 듯 어렵다. 능선길은 급하고 가풀막지다. 어디를 봐도 예사롭지 않다.너럭바위가 이내 하늘바위가 된다. 병풍 속을 걷는 기분이다. 툭툭 터진 사방이 절묘하다. 악어등 같은 바위와 등굽은 노송이 운무에 걸친다. 두 조화가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우중산행의 짜릿한 선물이다.
[충북일보] 암봉마다 근육미 자랑이 한창이다. 울퉁불퉁 알통에 힘을 준다. 하나를 오르고 다시 내려간다. 또 오르고 다시 옮겨간다. 절벽으로 이어진 암릉에 전율을 느낀다.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불안정한 대기가 만든 소나기다. 하산을 서두른다. 비를 피하듯 상학봉을 지난다. 산세는 여전히 범상치 않다. 마치 오지로의 귀환 같다. 기암의 오묘함이 이어진다. 오지의 정취와 기암의 신비가 절묘하다. 풍광 좋은 마당바위를 만난다. 구부러진 노송들이 운치를 더한다. 신정리로 가는 길이 보인다. 일행들의 상태를 슬쩍 챙긴다. 다행히 모두 건강한 모습이다. 지난 온 길을 되돌아본다. 비 맞은 길 위에 버섯들이 떼 지어 피어오른다.
[충북일보]시작부터 가파른 소나무 숲길이다. 험한 비탈을 신음하며 오른다. 바위능선 턱에 걸친 로프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온 몸으로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한참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빼어난 바윗길에 마음을 빼앗긴다. 건너편 바위가 거대하다. 남성미를 뽐내는 묘봉의 웅장함이다. 산전체가 기암전시장이다. 속리산 충북알프스의 산세가 웅고하다. 한 옆으로 북풍한설 견딘 노송의 자태가 고고하다.다시 상학봉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고 고상돈 추모비 앞에 선다. 너무나 초라해 애처롭다. 고개 숙여 전설의 산악인을 추모한다. 불어온 바람에 살짝 한기를 느낀다. 급기야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암벽 지대를 오르내리며 하산을 서두른다.
[충북일보] 묘봉 가는 길이 쉽다. 밧줄 타고 낑낑거릴 일이 없다. 위험천만의 개고생은 이미 추억이다. 사지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저 두 발로 천천히 오르면 된다. 절벽 뒤로 나무계단이 아득하다. 풍경엔 변화가 없다. 고고한 바위 행렬은 여전히 도도하다. 옛 그대로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들꽃들이 반기는 줄선 모습도 흐뭇하다. 가끔은 선정적인 놈이 도발한다. 허리는 야들야들하고 목은 낭창낭창하다. 부러질 듯 간드러지게 바람을 유혹한다. 초가을 구철초의 고결함이 결곡하다. 강렬한 여름 볕으로 피어 야무지다. 흰색의 순수함에 빈틈이 없다. 아홉 마디의 아픔을 이긴 탓이다. 아홉 향기가 산을 타고 흐른다. 사람과 산이 초월적 시간에 깃든다.
[충북일보] 바윗골 마을을 지난다. 정자나무 한 그루가 멋지다. 초가을 신정리 가는 길이 한가롭다. 토요일 하루 소요의 여유를 즐긴다. 아름다운 숲길 풍경이 계속된다. 흰 구름 한 떼가 내려온다. 산 그림자가 신정리 아침을 더 푸르게 한다. 비밀스러운 경관 하나가 슬며시 다가온다. 솔 숲길을 따라 함께 걷는다. 버섯 냄새가 물씬 풍긴다. 다가온 가을 정취가 행복감을 준다. 가을빛으로 고결해진 구절초와 눈을 맞춘다. 기암괴석의 행진과 흰 구름의 경주가 조화롭다. 도리 없이 산을 오른다. 완경사를 버리고 급경사를 택한다. 숨막힘을 뒤로 하고 애기업은바위에 오른다. 아슬아슬한 쾌감이 밀려온다. 저멀리 묘봉과 상학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은 초록세상이다.
[충북일보] 산자락 곳곳에 만물이 깃든다. 동북쪽 동학사가 불사로 바쁘다. 서북쪽 갑사는 여전히 정진중이다. 서남쪽에선 신원사가 조용히 기도한다. 은자들의 거처처럼 은밀한 수행이다. 은선폭포 아래 소와 담이 푸르다. 깊은 골짜기 아래 푸른 소가 아득하다. 골은 언제나 깊고 푸르다. 지난여름처럼 지금도 시리게 파랗다, 쏟아지는 물줄기는 기세등등하다. 뼛속까지 냉기가 전해진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을 바라본다. 동학사 계곡이 아름답다. 모든 게 풍경이 된다. 사시사철 고즈넉한 풍경이다. 갑자기 시끄러운 기계음에 호흡을 고른다. 절집 주변이 온통 불사로 어지럽다.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을 마다한다. 모처럼 마주한 탁족지유의 기회도 물린다.
[충북일보] 계룡산엔 28개 암봉과 7개 계곡이 있다. 최정상은 천황봉(845.1m)이다. 공식적으론 계룡산의 닫힌 정상이다. 아직도 철조망을 두르고 있다. 일반 산객들과 못 만난 지 언 40여년이다. 천황봉은 오늘도 넉넉함으로 세월을 관조한다. 여기서 뻗은 골짜기가 젖줄이 된다. 서쪽능선 끝으로 연천봉이 우뚝하다. 황홀한 낙조가 드리운다. 관음봉의 눈매가 그윽하다. 하늘 위 떠가는 찬 구름이 명품이다. 천황봉 일출은 계룡8경 중 으뜸이다. 남매탑의 명월(明月)을 넘는다. 당연히 산객들에게 돌아가야 할 산정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하루해가 저문다. 내일의 천황봉 일출을 기대한다. 묘한 긴장감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충북일보] 안개 걷히니 햇살이 찬란하다. 적당한 가풀막짐이 되레 좋다. 땀 흘리기에 알맞다. 숲의 신선함을 몸으로 받는다. 무리하지 않고 남매탑으로 향한다. 남매의 지순한 사랑을 떠올린다.나무 그늘이 연이어 펼쳐진다. 가뭄으로 계곡물은 졸졸 흐른다.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가 어울린다. 어느새 목탁 소리와 독경 소리가 들린다. 남매탑 옆 절집이 그대로 청량승경(淸凉勝景)이다. 삼불봉을 지나 관음봉으로 간다. 좌우 경관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기기묘묘한 암반 연봉이 계속된다. 승천룡이 닭 벼슬을 머리에 쓴 형상이다. 서쪽 용문폭포와 동쪽 은선폭포가 동시에 울음을 운다. 산태극과 수태극 길지(吉地)의 산세다.
[충북일보] 머잖아 더위를 그리워할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크다. 밤이면 언제 더웠나 싶을 정도다. 이른 오전 나무들 사이로 하늘이 상쾌하다. 숲과 호흡하기에 적당한 온도다. 계룡산은 숲 전체가 이야깃거리다. '천천히'를 즐길 수 있게 한다. 남매탑 이야기는 마음의 휴식을 선물한다. 지고지순한 오누이의 삶이 불심으로 승화한다. 삼불봉 능선 내내 순결한 영혼을 선물한다. 삶의 토양에 밑거름이 된다. 동학사로 가는 길은 계곡이 좋다. 관음봉까지는 아주 각지고 가파르다. 중간에 만나는 은선폭포가 백미다. 계룡산의 또 다른 맛이다. 관음봉에서 맞는 낙조는 장관이다. 떨어지는 석양에 하산을 잊는다. 가슴에 작은 불꽃 하나를 담아 내려온다.
[충북일보] 빛과 어둠은 항상 함께 한다. 상극이자 상생의 동반자다. 인간은 빛으로만 살 수 없다. 어둠도 있어야 살 수 있다. 한 가지가 빠지면 불완전하다. 편하지도 않다. 빛과 어둠의 공존법칙이다. 요즘 도시인들은 24시간 빛 속에 노출된다. 거의 모든 시간을 빛 속에서 지낸다. 변화의 계절에 어둠을 찾는다. 어둠의 세계가 생각보다 시원하다. 불안할 것 같았는데 포근하다. 지리산 야간 종주길이 생각난다. 어둠 속 기억이 아련하다. 오랫동안 묻혀있던 원시의 감각들이 깨어난다. 꿈틀꿈틀 되살아난다. 아주 작은 풀벌레 소리까지 들린다. 숲 속의 오묘한 향기까지 느껴진다. 야간산행이 주는 귀한 선물이다. 한밤중 자연과 하나가 된다.
[충북일보]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곳은 아직 많다. 비밀처럼 숨어있는 숲이 있다. 외지인은 물론이고 마을사람들도 잘 모른다. 그윽한 아름다움이 더 값지다. 나 홀로 삼림욕을 맘껏 즐긴다.숲은 꼭꼭 숨어 있다. 띠처럼 이어져 약간 길다. 사이사이 그윽한 활엽수들이 촘촘하다. 은은하면서도 품위가 넘친다. 색감이 화선지에 담긴 먹빛 같다. 볕이 들지 않아 서늘하다. 시들었던 몸과 마음이 싱그러워진다. 손을 타지 않아 아직도 싱싱하다. 나뭇잎 위 풍뎅이 오형제가 꼼짝도 않는다. 노송 몇 그루가 숲의 풍치를 뛰어나게 한다. 자연이 만든 경관이 경이롭다. 더 원할 게 없어 되레 서운하다. 섣불리 손 댈 일이 아니다.
[충북일보] 선선해진 바람이 잠을 깨운다. 몸은 가뿐하고 정신은 상쾌하다. 빠른 동작으로 침구를 정리한다. 가을의 손길에 마음이 설렌다. 부랴부랴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다. 험한 구간은 거의 없다. 걷는 내내 길은 민틋하다. 양반길 중간 선유대 풍경이 예쁘다. 족두리 바위가 마치 신부 같다. 반대편 사모바위가 신랑바위다. 괴산호에 펼쳐진 사랑이야기가 슬프다. 덕평 쪽으로 시계가 아주 좋다. 운교리 목교가 한적하다. 가을 전령의 꽃들이 눈에 띈다. 달걀꽃이 지천이다. 계절의 변화가 산길에서 먼저 감지된다. 이즈음 피서객은 보기 어렵다. 물가는 온전히 내 차지다. 상류라서 물빛이 맑고 투명하다. 햇빛 사이로 초록빛이 신비롭다.
[충북일보] 늦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푸른 잎의 극성이 최고조다.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듯 강렬하다. 여전히 성하의 기운이 산 전체를 감싼다. 그래도 가을은 성큼성큼 다가온다. 이즈음 괴산 양반길을 걷는다. 산막이옛길과 분위기가 다르다. 간혹 제법 깎아지른 벼랑이 막아선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매력이 곳곳에 있다. 알지 못한 절벽의 아름다움도 느낀다. 홀로 즐기는 호젓함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산봉우리들이 섬처럼 떠다닌다. 그 사이로 해질녘 운해가 발갛게 물든다. 이내 오렌지색으로 채색된다. 붉은 해가 주황을 토해낸다. 저 멀리 괴산호가 희미해진다. 까만 밤하늘이 온통 별로 가득찬다. 봤다 해도 다 본 게 아니다.
[충북일보] 옹기는 민속자료로 국한되곤 한다. 전통문화로만 다뤄질 때가 많다. 평가절하 된 가치에 옹기들이 항변한다. 뒤웅박 고을의 옹기풍경이 오버랩 된다. 옹기는 엄연히 청자·백자와 같은 반열이다. 가장 길고 강한 역사를 지닌 존재다. 제작 기법과 원료는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둥근 항아리 형태는 청동기시대의 영향이다. 무문토기에서 비롯된 실용성이다. 고구려를 거쳐 고려, 조선으로 계승된다. 가치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필요한 용기다. 한민족 전체가 공유한 평등의 문화재다. 장식이 없고 단순해 담백하다. 계층과 지역에 구분이 없다. 무엇보다 땅의 생명력을 지켜간다. 지구환경을 지켜가는 미래의 도자기다.
[충북일보] 허허로운 공간 속을 질주한다. 광활한 들판에서 팔딱이는 작은 심장이 된다. 세상의 순환은 계속된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사위는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 한결같은 초연함을 유지한다. 인생길엔 직선만 있지 않다. 직선과 곡선이 혼재한 길이다. 마음은 곧잘 곧게 나가길 거부한다. 마음의 행로에서 질서를 거부하기 일쑤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길의 의미는 사는 품성에 따라 엄연히 다르다. 직선은 곡선을 만든다. 곡선은 직선이 되기도 한다. 관대하고 올바른 질서를 만든다. 완만히 굽은 길이 그런 역할을 한다. 하늘 쪽으로 눈을 돌린다. 모든 게 빛 속으로 흩어진다. 뒤웅박 고을의 옹기가 눈에 들어온다.
[충북일보] 8월의 지리산은 아름답다. 중산리 계곡은 길고 넓다. 사람 떼로 몸살을 앓지 않아 맑다. 깊은 골짜기 아래 푸른 소와 담은 아득하다. 한 여름에도 시리도록 푸르다, 쏟아지는 물줄기의 기세가 힘차다. 뼛속까지 냉기를 전해준다.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진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포말을 만든다. 포말은 다시 퍼져 물이 된다, 굉음 같은 요란스러움은 없다. 물은 그저 늘 하던 대로 빙 돌아 나간다. 저 멀리 산청 땅이 보인다. 산자수명(山紫水明)·산고수장(山高水長)의 땅이다. 모처럼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을 만난다. 물놀이의 즐거움 대신 눈이 호사한다. 은자들의 거처를 뒤로 하고 내려온다. 고즈넉함과 호젓함이 되레 아름답다.
[충북일보] 습기의 원시림 숲길이 촉촉하다. 땅바닥의 폭신함이 발바닥으로 전해진다. 활엽수 그늘이 빽빽하다. 나무 둥치에 낀 초록 이끼가 싱그럽다. 숲이 뿜어내는 향기가 짙다. 좀 더 오르니 달라진다. 식물군의 분포가 다르다. 가파른 사면위로 소나무와 구상나무 밭이 펼쳐진다. 사이사이 고사목은 풍경에 의미를 더한다. 제석봉 뒤로 경관이 커튼처럼 쏟아진다. 길은 갈수록 더 가파르다. 천왕봉에 오른다. 저 멀리 흰 구름이 그대로 남아 그림이 된다. 산과 산 사이로 구름이 걸친다. 나무들 사이로 부는 바람이 차분하다. 경관이 아니라 깊이를 느껴본다. 눈이 아니라 오감으로 응시한다. 제석봉의 늠름했던 구상나무 낙원을 회상한다.
[충북일보] 습기의 눅눅함과 더위의 끈끈함을 참아낸다. 헐떡이며 노고단 정상에 오른다. 피부에 닿는 바람이 서늘하다. 긴장한 살갗에 소름이 돋는다. 새벽녘 기분 좋은 서늘함을 맛본다. 가슴까지 상쾌하다. 늦여름 지리능선은 토종들꽃 세상이다. 촛대봉과 형제봉, 영신봉과 연화봉 가는 길이 예쁘다. 한낮 마루금 너머 뭉게구름이 그림자를 만든다. 촉촉한 나무들이 습기를 내뱉는다. 이내 산 전체가 안개 속에 숨는다. 몽환적이다. 마술처럼 안개가 걷힌다. 초록빛이 다시 드러난다. 능선 아래는 진초록으로 완전무장이다. 녹색의 아름다움이 선명하다. 계곡이 짙은 녹색 속에 몸을 숨는다. 돌이끼도 초록으로 무장한다. 지리산은 가봐야 비로소 안다.
[충북일보] 지리산은 울울창창하다. 사방이 1억3천만 평이다. 영과 치, 재가 숲을 둘러싼다. 들어감도 나옴도 아득하다. 손때 덜 탄 숲이 빽빽하다. 녹색에 빈틈이 없다. 첩첩함은 그저 배경이다. 지리산은 기기묘묘하다. 기암괴석이 도처에 널렸다. 비바람의 조화로 만들어진 암석은 선경 같다. 도무지 세속의 풍경이 아니다. 제 색깔로 익어 비경이다. 계곡 물은 언제나 맑고 차다. 수천 년 그래왔듯 흘러가고 또 흘러온다. 그 물을 받은 계곡들이 멋을 더한다. 지리산은 청청유유하다. 관수세심(觀水洗心)의 도량이다. 흐르는 계곡물에 마음을 씻는다. 허허로운 세상살이 때를 물의 힘으로 씻어낸다. 비로소 자연과 사람이 공존한다. 통천의 문이다.
[충북일보] 초록에 지쳐 눈이 부시다. 초록 채색에 사방이 만화경이다. 정령이 툭 튀어나올 것 같다. 이끼마저 초록이다. 시공을 초월한 세계 속에 있는 것 같다. 영혼까지 맑아진다. 지리산의 원시림이 주는 선물이다. 수백 년을 산 나무 풍경은 거대하다. 경외감을 자아낸다. 시간을 되돌리는 것 같다. 유한 존재임을 잊게 한다. 시간의 포로임을 망각케 한다. 선계에 무한토록 머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 같다. 산객들이 불원천리 찾아든다. 이내 유한성을 깨닫는다. 길어야 100년이란 시간을 인식한다. 시간의 포로임을 알게 된다. 유한을 인식한 유약한 존재의 영혼이 떨린다. 잠시 시간의 굴레를 벗어난 행복이었다.
[충북일보] 흘러간 역사의 뒤안길을 걷는다. 앞서 간 이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간다. 짧은 인생길에 큰 흔적을 남긴 위인들의 삶이 보인다. 지나간 시간 속 추억 하나를 끄집어낸다. 그립다는 느낌이 자연스럽다. 숨겨진 비경이 마음을 쿵쾅이게 한다. 가슴 벅찬 즐거움을 선물한다. 찾아가는 설렘이 곧 행복이 된다. 깊은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간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골짜기 전체가 비경이니 기쁨 두 배다. 우암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화양동에 스민 우암의 이야기는 참 많다. 세월 속에 곱게 포장돼 골골이 교훈이다. 숨겨진 이야기 발굴 재미가 쏠쏠하다. 비사(祕史) 하나 둘이 속살을 드러낸다. 화양동 길 위가 그대로 도서관이다.
[충북일보] 마음에 맞는 여름휴가 장소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숙소까지 완비된 장소를 찾기는 더 어렵다. 함초롬한 좋은 숙소는 하늘의 별따기다. 경쟁은 아주 뜨겁고 맹렬하다. 휴가 여행의 성패는 절반쯤 숙소에서 갈린다. 전 국민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적당한 이격을 둘 수가 없다. 쾌적한 휴식의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꼭꼭 숨겨둔 비장의 장소도 별로 소용이 없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벌써 만원이다. 평소 인적이 없던 곳들도 북적인다. 휴가 여행은 곧 휴식과 연결된다. 휴가의 목적은 몸과 마음의 휴식이다. 휴식을 잘 해야 성공적 휴가다. '누가 더 잘 놀고, 잘 쉬고 오는지'의 경쟁이다. 평화와 고요가 깃든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충북일보] 솔숲이 아기자기하다. 키 작은 잡목과 낮게 엎드린 들풀이 독특하다. 그 사이로 아늑한 길이 펼쳐진다. 맑은 하늘빛이 부챗살처럼 퍼진다. 하얀 뭉게구름이 떠간다. 곧게 뻗은 골짜기에서 골바람이 분다. 능선을 타고 넘어온 바람이 시원하다. 소나무 숲이 하늘을 가린다. 마루금을 걷는 내내 햇볕을 막아준다. 걷는 내내 깊은 그늘숲이다. 흥건해진 등줄기 땀이 마른다. 여름 산행인가 싶다. 저 멀리 쌍벽을 이룬 두 산이 보인다. 푸른 풍경 사이로 조망이 늠름하다. 갑자기 소낙비가 내린다. 풍경도 잠시 변한다. 변화무쌍한 산세가 색다른 감동을 준다. 기암괴석의 곡예 맛과 다르다. 정상에 서니 사방에 막힘이 없다. 비 그친 뒤 조망이 호방하다.
[충북일보] 폭염이 절정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입추가 지나도 더위가 식을 줄 모른다. 이즈음엔 걷는 것 자체가 힘들고 고단하다, 시원한 숲길이 절실하다. 느긋하게 평지를 걷는다. 편안한 산길이 이어진다. 길은 넓고 평평하다. 키 큰 소나무들이 햇빛을 막아준다. 한 낮인데도 지열이 별로 없다. 곳곳에 조망처가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석양 무렵 해질녘 풍경이 압권이다.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노을이다. 사색을 즐기기에 딱 좋은 시공이다. 파편처럼 흩어진 역사를 꺼내본다. 남아 있는 유물들을 근거로 이야기를 만든다. 사이사이 숨어 있는 역사의 숨결을 느껴본다. 점차 과거 속으로 빠져든다. 나 홀로 스토리텔링을 한다.
[충북일보]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가 2년 연속 2만8천 명대를 유지했다. 귀농인은 지난 2013년 통계 공표 이래 최저치인 700명대까지 무너졌다. 인구 감소와 함께 의료·문화·교육 등 정주여건 문제가 지속되고 최근에는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없는 '식품사막' 현상까지 나타나며 귀촌·귀농 정책도 대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6일 통계청의 '2023년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귀촌가구는 30만6천441가구로 1년 전 대비 (-3.9%) 감소했다. 충북 귀촌가구는 2만2천931가구로 집계됐다. 충북 귀촌가구는 1년 전 대비 0.9% 증가했으나 2021년(2만4천116가구)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충북으로 귀촌한 사유는 직업(9천464가구)이 41.2%로 가장 많았으며 주택(5천198가구), 가족(5천36명가구), 자연환경(1천56가구), 주거환경(592가구), 교육(234가구)가 뒤를 이었다. 기타는 1천351가구였다. 전국적으로 귀촌한 인구는 40만9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만1천13명(-5.0%) 감소했다.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는 2만8천783명으로 1년 전보다 537명(1.9%) 증가했으나 6년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미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충북이 이 분야를 선도할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도내에 구축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인프라가 속속 가동 중이고,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는 구간이 확대되며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23일 충북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전파플레이그라운드-충북'이 최근 문을 열었다. 이 시설은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인 C-트랙에 자리 잡았다.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차량 시험에 적합한 전파시험 공간으로 조성됐다. 총 1천923㎡ 규모이며 국제 표준규격의 폐쇄형 시험시설이 들어섰다. 레이더 타깃 시뮬레이터, 신호발생기, 스펙트럼 분석기, 네트워크 분석기 등 전파를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도 갖췄다. 전파플레이그라운드는 외부의 전파 간섭이나 피해를 막고 다양한 융·복합 기기의 전파시험을 지원하는 대형 전파 차폐시설이다.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서 중부권 주력 산업인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드론용 탐지센서와 레이더 등 전자파를 활용한 제품 출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같은 장소인 충북대 오창캠퍼스에 둥지를 튼 자율주행자동차 테스트베드는 지난해 4월부터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충북일보] 보은군은 민선 8기 들어 최재형 군수의 군정 철학인 '군민이 행복한 도시형 농촌 보은'을 건설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정주 여건 개선, 귀농·귀촌 정책과 청년정책 추진, 휴식 공간 조성, 교육환경 확대 등 군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펼쳤다. 군의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엔 공무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군정을 이끌어온 최 군수가 있다. ◇ 지역 성장 동력 인구 유입 인프라 구축 민선 8기 반환점을 맞는 그는 지난 2년 동안 지역 활력 타운 조성과 농촌협약 등 인구 유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군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2024년 지역 활력 타운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8년까지 379억여 원을 투입해 보은읍 죽전리 일원 2만2천267㎡ 용지에 '보은 청년 all來(올래)'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군은 도시형 주거단지인 블록형 단독주택 70가구 조성, 생활 인프라와 생활 서비스 조성을 위한 커뮤니티센터 단지개발, 지역 브랜딩,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활력 타운과 연계한 온-누림 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