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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에 숨겨진 비밀 ④술과 음주문화

집단문화속 인간관계 소통위한 탈출구

  • 웹출고시간2008.10.06 20:35:2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한국인들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술자리를 갖는다. 한 장소에서 술자리를 끝내지 않고 몇 차씩 자리를 옮겨 다니며 술을 마시는 ‘차(次)’ 문화가 있다.
특히 폭음문화와 대작문화는 다른 문화권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술 문화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음주문화와 세계의 다양한 술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본다.
최근 취재차 우리나라에 온지 얼마 안 된 외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인터뷰를 하다가 한국문화 가운데 어떤 것들이 가장 낯설었는지 몇 가지 물어봤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가 술 문화였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문화인 술 문화가 외국인에게 낯설게 느껴졌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만큼 한국인의 술 문화가 독특하다는 얘기다.

△한국인의 술 문화

한국인들은 다른 문화권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술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 장소에서 술자리를 끝내지 않고 몇 번씩 자리를 옮겨다니는 ‘차(次)’ 문화가 있다.

차수가 거듭될수록 술을 취해 가고 결국 끈질기게 남은 몇몇 사람들만 끝까지 술자리를 지킨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모 그룹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달 술값과 책값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 한 달 술값이 책값의 열배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고 술자리를 1차로 끝내는 사람은 1/3정도에 그쳤고 나머지는 2~3차까지 간다고 답했다.

술을 마시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은 한번 마시면 뿌리를 뽑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폭음문화와 상대방과 보조를 같이하면서 술을 마셔야만 예의로 인정되는 대작문화 등 지구상에 유례없는 독특한 술 문화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주벽이 이 정도다보니 언론에는 정기적으로 술 문화에 대한 비판론이 게재되거나 연말이 되면 요령 있게 술 마시는 법 등이 기사로 실리곤 한다. 경찰이 주요 도로를 점령하고 음주 측정을 해도 좀처럼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국인인 듯싶다.

사람들은 흔히 한국 땅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살아가기란 정말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짜여 진 사회·문화적 풍토 때문일 것이다. 문화란 집단 구성원끼리 공유한다는 특성이 있는데 집단성 또는 집단 문화가 강한 한국문화에서는 더욱 실감나는 말이다.

한국인의 술 문화는 단순히 한국인의 체질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독특한 술 문화가 만들어지고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의 술 문화가 예전과 달리 많이 바뀌었다고들 하지만 실제로 젊은이들이 술 마시는 모습을 살펴보면 한국인이 가진 독특한 술 문화는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지속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술의 종류나 술집의 구조 등은 바뀌었지만 앞으로 살펴볼 한국인의 술 문화의 기본적인 구조는 쉽게 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리쿼리움’ 입구.

△세계의 술을 한눈에 보는 박물관 ‘리쿼리움’

건전한 술 문화를 비롯해 술에 관한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술 박물관 ‘리쿼리움’이 충주 가금면 일대에 조성돼 있다.

술박물관 리쿼리움(Liquorium)은 술(liquor)과 전시장소(rium)의 합성어다. 국보6호인 중앙탑이 눈앞에 있어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박물관은 700여㎡의 대지에 약 300㎡의 건물 안을 관람객들이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세계 각국의 술과 문화, 예절을 함께 체험 할 수 있다.

술통으로 장식된 한 전시관 입구.

박물관 설립자인 이종기 관장과 직원들도 술회사인 오비맥주와 오비씨그램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술박물관은 와인관, 오크통관, 동양주관, 증류주관, 맥주관, 음주문화관, 음주체험관으로 나눠져 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약 3천500여 가지의 술과 관련된 자료, 3천400여 가지의 미전시 소품이 소장돼 있다.

최근 웰빙붐을 타고 와인에 대한 열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여기서 와인을 불로 증류 시키면 꼬냑이 된다. 꼬냑, 위스키, 럼주, 진 등은 불로 가열해 증류시킨 술이다.

박물관에서는 술의 정의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와인, 위스키, 보드카, 데킬라, 진, 술잔의 종류, 주전자, 유리잔 잡는 법, 술에 예절, 음주 문화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술병의 종류와 변천사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병따개.

와인관에서는 고대 와인 문화의 발달과 전파 경로를 답사할 수 있다.

특히 중세의 기독교에서는 와인을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서 신성하게 여겨 대부분의 와인이 수도원에서 양조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포도원에서는 어떻게 포도가 재배되며 와인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월령을 12개월로 나눠 볼 수 있다. 수 백 가지 품종의 포도 중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10가지가 있고 포도원이 갖춰야할 토양과 기후 조건을 파악할 수 있다.

중세로부터 사용되던 포도 수확기구와 양조용 도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레드 와인을 비롯해 화이트, 강화와인(포트, 쉐리와인)과 샴페인 등의 제조 방법이 해부도를 통해 실감 있게 나타나 있다. 세계의 유명 와인 실물과 상표 읽는 법도 배울 수 있다.

맥주관에서는 전세계 술 소비량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대중의 술 맥주를 소개하고 있다.

맥주는 극지방으로부터 열대지방까지 생산 될 수 있으며 어떤 곡물로도 만들 수 있는 술이다.

맥주관에서는 맥주의 역사와 제조방법 그리고 갖가지 오프너와 맥주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양주관에는 아시아 각국의 술과 관련된 용기 등을 볼 수 있다.

충주지방의 민속주인 청명주(淸明酒)를 비롯해 문배주, 이강주, 안동소주 등이 있다.

기원전 3천여년 경 하(夏)왕조 시대부터 빚기 시작했던 중국의 곡주는 동양주의 원조로 중국의 양조 기술이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파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증류주관에서는 리큐르, 보드카, 위스키, 브랜디, 진, 럼, 데퀼라 등 서양 증류수와 동양의 백주 및 소주에 대한 실물과 제조 방법을 알 수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증류기.

또한 술이 숙성되는 신비한 과정과 기기묘묘한 모양의 증류주가 전시돼 있다. 1830년부터 150여년 간 브랜디를 증류하던 알라딘 램프 같은 모양의 꼬냑 증류기도 볼 수 있다.

음주문화관은 한·중·일 3국의 음주문화를 비롯해 서양의 음주문화도 엿볼 수 있다.

각국의 술 정책과 통계표가 전시돼 있고 음주의 신체적, 정신적 영향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향음주례는 세종대왕이 각 향교나 서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했던 6예(관, 혼, 상, 제, 상견, 향음주) 가운데 하나다. 언행을 바르게 지키면서 술을 마시는 예절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소학에서 술에 임하는 예법을 익힘으로써 술로 인한 추태나 분쟁이 거의 없는 예의의 나라가 됐다. 우리 조상들은 공개적으로 술좌석을 가졌고 그 아들이나 제자들을 동행해 술심부름을 들게 함과 동시에 술 먹는 법도를 익히게 했다.

음주문화 체험장은 2층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계절별 칵테일을 맛보고 테이블 매너를 익힐 수 있는 체험장은 단체실습을 위해 80석을 갖추고 있다.

관람객 김모(56·충주시 문화동)씨는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와 올바른 음주문화를 배워갈 수 있는 장소”라며 “세계의 술과 관련된 모든 자료도 보고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자연도 만끽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술은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발전했고 적당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약이 된다.

음주운전을 고집하거나 연이은 술자기로 자기관리가 안 되는 이들에게 올바른 음주문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곳이다.


/ 기획취재팀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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