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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에 숨겨진 비밀 - ③ 놀이문화와 한국인

민중 삶의 양식이 놀이로 승화

  • 웹출고시간2008.08.10 20:26:3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한국인의 놀이문화는 민간에서 발생해 민간에 의해 전해 내려왔다. 현재 정리된 민속놀이는 약 120가지가 있으며 대부분 정월대보름과 정월, 단오, 한가위 등 4대 명절에 집중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민속놀이는 전국에서 행하는 국 중 놀이, 일부 지역에서만 행하는 향토놀이, 황해도와 강원도 북부를 경계로 해 이남에서 행해지는 남부놀이, 이북에서 행하는 북부놀이로 나누어지며 내용은 풍작을 기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충북지역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대표 놀이문화를 살펴보고 놀이문화의 역사적 변천과 과정이 어떠했는지 알아본다.

19세기 후반 김준근이 그린 '기산풍속도첩'

△한국인과 전통놀이문화

한국인의 놀이문화는 세시풍속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남자들은 ‘치기’와 ‘차기’ 중심의 공격적이고 격렬한 놀이를 하는데 비해 여자들은 ‘손놀림’과 율동적인 ‘뛰기’ 중심의 놀이를 즐겼다.

놀이문화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남녀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 이것은 관습과 성차별이 차츰 극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속놀이는 그 시대의 민중성을 승화된 형태로 간직하고 있다. 억압된 삶의 양식, 왜곡된 시대의 구체적 생활이 승화된 모습으로 민속놀이에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민속놀이 외에도 조선시대 상민들이 행한 대표적인 놀이로 윷놀이와 사대부가 행한 승경도 놀이가 있다.

우리민족의 대표적 민속놀이인 윷놀이.

윷놀이는 정초부터 정월 대보름 사이에 여럿이 함께 즐기는 놀이로 한 뼘 남짓한 길이의 곧고 둥근 막대기를 둘로 갈라 만든 4개의 윷으로 즐기는 놀이다. 윷가락은 엎어지거나 젖혀지는 두 가지의 가능성을 가지므로 4가락을 종합하면 도·개·걸·윷·모의 5가지 경우가 생긴다. 셋이 엎어지고 하나가 젖혀질 때 '도', 둘이 엎어지고 둘이 젖혀질 때 '개', 하나가 엎어지고 셋이 젖혀질 때 '걸', 넷이 다 젖혀졌을 때 '윷', 넷이 다 엎어졌을 때 '모'이다.

또 승경도 놀이는 양반 자제들이 즐겨하던 놀이로 4명에서 8명이 즐길 수 있으며 놀이기구는 승경도와 윤목이 사용된다.

승경도는 대개 폭 1미터, 길이 1.5미터의 종이에 3백여개의 칸이 있고 각각의 칸에 관직의 이름이 적혀 있다. 처음 '은일', '문과', '무과', '남행', '유학' 중 하나의 칸에서 시작하며 '문과'에서 시작한 경우는 영의정을 거쳐 봉조하에, '무과'에서 시작한 경우는 도원수에 먼저 올라 퇴직을 한 사람이 이기게 된다.

윤목은 일종의 주사위로 길이 한 뼘 두께의 3Cm 나무를 5면이 나도록 깎아 만들고 각 모서리에 1에서 5까지의 눈금을 세기고 이를 굴려 나온 눈금에 따라 승경도를 진행한다.

소규모로 행하는 놀이는 연령, 성별, 신분 등에 따라 종류와 내용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조선시대 어린이들은 단순한 인형을 실내에서 가지고 놀며 실외에서는 팽이·연·썰매 등을 즐겼다. 청소년이상의 남자들은 윷·장기·바둑·투호 등을 즐겼으며, 처녀들은 윷·널·그네 등을 즐겼다.
양반층 부녀자들은 놀이가 극도로 제한돼 있어 옷을 치장하는 애장물을 노리개 삼아 즐겼으며 대부분 부녀자들의 경우 윷놀이가 고작이었다.

개화기 이후 일본에서 화투가 전래되고 서구에서 카드가 전래됨에 따라 이전의 윷놀이와 승경도놀이를 점차적으로 대신했고 놀이의 형태와 종류도 다양화 됐다.

청주에서 재현된 청주 줄다리기와 대동 줄 당기기 모습.

△충북의 대표적 공동체 놀이인 ‘줄다리기’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 전승된 대표적인 공동체놀이로 줄다리기를 꼽을 수 있다.

줄다리기의 시기를 살펴보면 부산 동래에서는 단오, 제주도에서는 추석에 줄다리기를 했다는 기록이 있고, 전라도 서해안 지역에서는 2월 초하룻날에 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정월보름에 줄다리기를 했다.

충북지역의 경우 제천에서는 겨울, 충주와 괴산에서는 2월, 그리고 영동에서는 추석에 줄다리기를 즐겼고 그 밖의 지방에서는 모두 정월보름에 행했다.

다만 음성에서는 정월보름과 팔월보름에 두 번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봄, 가을로 지내는 동제처럼 정월보름의 줄다리기는 춘기제(春祈祭), 팔월보름날 줄다리기는 추보제(秋報祭 ; 풍년을 감사하는 놀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 영동에서 추석날 행하는 줄다리기도 추보제의 성격을 지녔다.

청주의 경우 78년전 전국 최대 규모로 열린 청주줄다리가 있다. 충청지역에서 열렸다 일제시대에 명맥이 끊겼지만 오는 10월 17일부터 3일 동안 청주에서 열리는 2008청주문화의달 축제 기간에 재현될 예정이다.

옛날 청주에서는 쌍줄다리기를 행했는데 ‘암줄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기풍주술로, 암줄이 이기는 것으로 결판을 내는 전통적인 농경의례의 줄다리기가 열렸다.

청주줄다리기는 정월보름날 지금의 무심천변이나 남석교에서 3일 동안 계속되다가 청주시가를 중심으로 동편과 서편으로 패를 나누고 50~60리 안에 있는 진천, 증평 주민들이 참가해 줄꾼의 수가 수천에 이르렀다고 한다.

충주의 경우 엄정면 목계리에서 전승된 목계 줄다리기가 정월 보름날부터 시작해서 2월 초순경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동편과 서편으로 나눠 아기줄다리기를 하다가 나중에 어른줄다리기로 이어져 승부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줄다리기 도중 동서 양편에서 이웃 마을에 지원을 요청하면 이웃마을 사람들이 농악대를 앞세우고 원군을 와 나중에는 줄꾼이 수백 명에 달했다.

줄다리기가 끝나고 나면 줄은 강변에 그대로 두었다가 장마가 질 때 띄워 보냈다고 한다. 충주의 목계 줄다리기는 3년마다 거행됐으나 20년 전에 중단됐다가 최근 들어 재연되고 있지만 규모와 내용이 많이 축소됐다.

음성지역에서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갑산놀이(거북놀이)가 재연되고 있다.

△무병장수 기원하는 거북놀이

충북지역 일부와 경기 남부지역에서는 음력 8월 15일 한가윗날 마치 거북놀이를 즐겼다. 거북놀이는 수숫대를 벗겨 거북 모양을 만든 다음 그 속에 2명(앞에 1명, 뒤에 1명)이 들어가 마치 거북처럼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노는 놀이이다.

거북 앞에는 거북몰이가 거북의 목에 줄을 매어 끌고 가고, 그 뒤에는 농악대가 꽹과리·북·소고·징·장구 등 타악기를 치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돈다. 그 다음 비교적 부유한 집을 찾아가는데 대문 앞에서 농악대가 농악을 울린 다음 그 집 마당에서 한바탕 춤을 추면서 논다. 이 때 일행 가운데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나 꽹과리 치는 사람이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 만석 거북아 놀아라/ 천석 거북아 놀아라/ 이 집에 사는 사람 무병장수 하사이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 무병장수 하사이다”라고 축복의 주사를 부르는데, 한 구절이 끝날 때마다 꽹과리를 친다.

그렇게 한바탕 놀다가 거북이 땅바닥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자 거북몰이가 ‘쉬이’ 하고 손을 저어 춤과 음악을 중단시키고 주인을 향해 “이 거북이 동해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오느라고 지쳐 누웠으니, 먹을 것을 좀 주십시오” 한다.

주인집에서는 떡 ·과일 ·술 ·밥 ·반찬 등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내놓는다. 일행은 음식을 먹은 뒤 잠시 쉬었다가 차례로 큰 집을 돌아다니며 즐겁게 보낸다. 음성군 소이면 갑산리 지역에서는 독특하게 행해졌던 갑산 거북놀이가 재연되고 있다. 갑산 거북놀이에는 30명이 참여해 용기수를 비롯해 길라재비, 거북, 어릿광대, 여종, 농악대, 꼽추 등의 역할을 맡아 거북을 통해 인간의 장수를 빌고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놀이다.

거북은 바다 동물 중에서는 가장 오래 살고, 또 병이 없는 동물로 알려져 있어, 십장생(十長生)의 하나이다. 거북놀이는 거북처럼 마을 사람들의 장수(長壽)와 무병(無病)을 빌고, 또 마을의 잡귀 ·잡신을 쫓는 데서 발생된 것으로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놀이로 행해진 듯 하다.


/ 기획취재팀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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