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品格)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이다. 다양한 대중매체의 발달과 각종 SNS 때문에 일부 사회 지도층의 품위 없는 행동이 공개되어 망신을 당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품격은 순간의 가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 등의 삶의 방식으로 정해지는 것이며, 자신의 내면이 외부로 표출되는 행동 양식일 것이다. 철학자 포에르 바하는 "무엇을 먹느냐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정한다"고 했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음식에도 품격이 있다면 너무 비약된 것일까? 현대인들의 식생활은 만드는데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라면을 비롯하여 전자레인지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완성되는 냉동식품 등 편의식품과 패스트푸드로 한 끼를 때우고 또 다시 경쟁과 속도전의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패스트푸드는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햄버거와 피자, 핫도그, 프라이드치킨 등이 주 메뉴이다. 용기는 주로 일회용이고, 조리도 오븐에서 데우는 정도로 간단하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은 첫째, 열량이 높고, 지방질 함량이 많아 비만을 유발할 수 있고, 영양소의 불균형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신
[충북일보]4·13총선이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과반수 달성에 실패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악조건 속에서 선전했다. 국민의당은 당초 예상보다 대승했다. 충북에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5석과 3석을 차지했다. 20대 총선도 19대 못지않게 혼탁선거로 치러졌다. 지역대표를 뽑는 화합의 장으로 승화는 애초부터 잘못된 기대였다. 어김없이 상호비방과 흑색선전 등 혼탁선거가 재현됐다. 지역·계층·지지자간 반목의 상처도 남겼다. 소지역주의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당선돼야 한다는 조급함에 정책선거가 뒤로 밀리기도 했다. 그 사이 민심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국민화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빙 구도로 치러진 선거구가 많다 보니 이런 현상이 더 심했다. 결과에 따라 정치인은 물론 지역민들, 공무원에서부터 기관단체장, 언론인과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양분화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갈등과 대립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후유증은 오래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안아줘야 한다. 당선자에게는 영광이, 낙선자에게는 허탈이 남게 된다. 물론 서로 상반된 감정이기 때문에 선뜻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도 할 수 없다. 후유증…
[충북일보] 교사와 관련된 사건은 신문이나 방송 뉴스로 자주 취급된다.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 도덕성 일탈과 관련된 사안의 경우 여지없이 주요기사로 다뤄진다. 그만큼 교사에게 부여된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충북이 또 교사의 성추행 관련 추문으로 시끄럽다. 일부 교사들의 성범죄 등 일탈행위가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다. 민망함을 넘어 창피하다. 교사 임용 과정과 절차에 대한 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다. 충북도교육청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김병우 교육감 취임 이후 강조한 교사윤리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누구보다도 도덕적이고 모범적이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은 크다. 교사는 스스로 엄격한 도덕성을 유지할 때 존경의 대상이 된다. 성추행 의혹에 휘말려 경찰의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고개를 들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의 문제 교사는 회식자리에서 모두 4명의 여교사를 성추행 했다고 한다.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도교육청의 처리 과정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첫 추행이 일어났을 때 신속히 조처했다면 제2,제3, 제4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추행 사실을 확인하고도 상급기관에 신속히 보고하
민족의 명산 금강산과 충청도 지방의 젖줄인 금강을 비롯하여 금오산, 김해, 김제, 김포, 금화, 금산 등 지명에서 '금'이 쓰이는 예가 많이 있으며 널리 알려진 지명 이외에도 금곡, 금동, 금실, 금당, 금암, 금내, 금천, 금거리 등등의 자연지명이 주변에 너무나 많이 보인다. '금(金)'은 부(富)와 재(財)의 대명사로 쓰이는 황금의 의미와 예로부터 강력한 힘의 상징인 철(鐵)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지명에서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졌고 지명의 유래도 이들의 의미와 관련짓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김포(金浦)'라는 이름의 유래에서는 고려 때 이조년, 이억년 형제가 길가에서 금덩어리를 주웠다가 그 금으로 인하여 형제간의 우애가 상할까 걱정되어 한강에 금을 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경남의 김해(金海)는 글자 그대로 '쇠바다'요, 이 지역이 삼한시대부터 쇠의 주산지로서 낙랑, 대방, 일본과의 무역 중계지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또한 경남 남해군의 금산은 신라 문무왕(서기 683년) 때 원효대사가 절을 짓고 산 이름을 보광산으로 하고 절의 이름도 보광사라 하였는데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던 중 꿈을 꾸었다고 한다. 절의 주지스님에게 꿈 이야기를 하였
완연한 봄기운이 겨울을 이겨내고 찾아왔다. 꽃샘추위도 봄기운의 포근함에 녹아들었다. 만첩홍매화는 탐스런 꽃망울을 터트렸다. 버들강아지는 고물고물 빨간 꽃과 솜털을 드러냈다. 미호천의 봄은 우리에게 꽃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봄바람의 끝은 매서움이 있고 옷섶을 여미게도 했다. 메마른 대지에도 작은 생명의 꽃이 피어났다. 큰 개불알풀, 냉이, 꽃다지, 별꽃, 광대나물 등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에는 작고 소중한 생명들이었다.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에 들어서면서 미호천은 비로소 하천다운 모습을 보였다. 칠장천과 합류하면서 하폭도 넓어지고 모래사장도 만들어졌다. 수량이 증가하면서 오염원도 많이 정화 됐다. 겨울을 난 물고기들은 자유로이 노닌다. 수달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모래위에 물오리, 고라니, 너구리 발자국도 보인다. 먹을 것이 있으니 야생동물 및 조류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물가 옆으로 은사시나무 숲이 하천과 조화를 이룬다. 숲길이 아름답다. 하천의 버드나무와 함께 어우러진다. 미호천 유역을 생태하천 답사길로 만들 이유이다. 그곳에 자연스레 낚시터가 형성됐다. 나무뿌리가 하천으로 뻗으면서 좌대가 만들어 졌다. 그 옆으로는 낚시꾼이 투기한 것으로 보이는 부탄…
올해도 어김없이 사월의 봄이 왔다. 길가에 개나리꽃 행렬은 두해의 봄을 기억하며 노란 리본 되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봄은 흐느낌으로 울음 되어 저 먼 바다에서 불어온다. 춘래불사춘인가. 온 세상이 꽃으로 피었건만 아직도 세월호에서 내리지 못한 착하디착한 젊음들은 바다 속에서 살려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그 무엇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노란 리본만이 바람에 휩쓸려 진도 팽목항 구석에 처박혀 있다. 노란 리본을 단 가슴들이 휑하니 뚫려 있다. 아픈 꽃 잔치다. 원래 이 노란 리본은 전쟁에서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인식 리본(Awareness Ribbon)'이다. 미국의 남북전쟁 시절 어느 수감자와 그의 연인에 관한 애틋한 기다림의 이야기가 1973년 토니 올랜도와 다운(Tony Orlando & Dawn)이 부른 늙은 떡갈나무에 노란리본을 달아주오(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라는 노래로 만들어져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다. 또한 이 노란리본이 우리 사회에 확산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이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시민들의 자발적
2016년 새해를 맞이하며 타종을 지켜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이다. 시간의 빠른 속도를 몸으로 느끼며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게 된다. 세월은 나이만큼 빠르다 하더니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진 듯하다. 50대 중반인 내가 이렇게 느끼는데 70~90대의 어르신들은 어떠실까? 불현듯 어르신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인생은 되돌아오는 길이 없다고 한다. 한번 출발하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다는 말이다. 100세 시대에 도래해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 세월만큼은 변하지 않으니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사가 머리를 스쳐 간다. '8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 만 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9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10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이렇게 각각의 나이에 이유를 두고 마음의 위안과 행복감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월 속의 나이가 아닐까 싶다.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할 것이다. 지금은 문화적…
[충북일보] 오늘은 4·13 총선 투표일이다. 그동안 여야 후보자와 각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며 혼신의 힘을 쏟았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없다. 4·13총선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이번 선거는 싫든 좋든 차기 대선 전초전이다. 제3당 출현으로 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도 엿보이는 선거다. 하지만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초혼전 지역이 많다. 충북 청주권 선거구 역시 결과를 섣불리 장담하기 어려운 판세다. 우리는 이런 상황이 유권자의 힘과 존재감을 보여줄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다. 투표참여로 좋은 후보와 나쁜 후보, 좋은 정당과 싫은 정당을 가려낼 기회다. 투표참여는 민주정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필수조건이다. 정당의 손익계산을 넘어 '나'를 대신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이다. 유권자의 권리임과 동시에 의무다. 그런데 투표 참여율은 걱정할 정도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의 경우 겨우 50%를 넘었다. 19대 국회의원선거 때는 54.2%였다.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이고 의무인 참정권 행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유권
게이츠헤드(Gateshead)는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지역에 위치한 소도시다. 이 도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제조업 몰락과 함께 공장들이 속속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도시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러다 이 도시는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선택해 도전하고 나섰다. '통하는 문화도시' 지향하다 이후 게이츠헤드의 지역경제는 점차 활성화됐다. 20%를 넘던 실업률은 4%대로 떨어졌다. 고용창출도 이뤄졌다. 인구 6만 여명이 문화산업에 종사할 정도다. 지역민에게는 행복을 주고, 관광객에게는 즐거움을 전하는 문화도시로 부활한 것이다. 게이츠헤드는 버려진 공장과 유휴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어 재생된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이 사례는 문화도시 조성에 나선 청주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마 전 이승훈 청주시장과 관계자들이 '문화도시 조성사업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시는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 5년간 37억5천만원을 들여 '통(通)하는 문화도시'를 비전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은 문화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자원, 문화를 만들고 즐기는 사람, 문화가 발생하는 문화공간,…
[충북일보] 각 지자체들이 지역특산품개발에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주시가 청주국제공항에 청주지역 특산품 판매장을 마련키로 했다. 빠르면 오는 8월 문을 열 예정이다. 판매장은 재단법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맡아 운영하기로 했다. 청주시는 청주공항 여객청사 2층 전시·홍보장 일부 49.7㎡(15평)를 판매 가능 시설로 변경할 계획이다. 시의회 승인을 받아 오는 5월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한 뒤 위수탁 계약, 설계·시공 등 준비를 거치기로 했다. 8월부터 1차 농산물 가공품·완제품, 공예품, 우수 중소기업 제품 등을 전시·판매할 방침이다. 다양한 지역 특산품을 진열해 지역주민들에게는 소득증대효과를, 고객들에게는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주공항 특산품 판매장 계획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의 하나다. 문제는 청주하면 떠오르는 특산품이 별로 없다는데 있다. 청원생명쌀 등 농특산품조차도 몇 개를 제외하면 없다. 우수한 품질에 비해 마케팅 전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주의 특산품은 아직 인지도를 높이지 못한 게 많다. 특히 주요 문화유적지와 연계된 지역특산품 판매
이 아파트로 이사 온지 벌써 스물하고도 다섯 해이다. 생전 늙지 않을 것 같던 남편도 어느새 반백이 되었고, 건강이라면 자신만만하던 나도 요즘 어깨가 아프고 시력도 시원치 않은 걸 보니, 이십 오년이란 세월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가 보다. 하기는 중학생이던 아들이 일가를 이루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초등생이던 딸도 아이 둘을 가진 학부모로 바뀌었으니, 생각보다 긴 시간임에 틀림이 없다. 어디 우리 가족뿐이랴. 맨 날 징징거리던 사층 꼬맹이가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서 한의사가 되었고, 사내아이 같던 칠층 딸내미는 애교 넘치는 예쁜 아줌마로 바뀌었으며 십층 아저씨의 코흘리개 어린애들도 제 몫을 다 하는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삼십대 후반이었던 우리부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고 아파트도 우리처럼 나이를 먹고 늙어버렸다. 낡고 허름한 아파트가 싫어서일까. 아니면 지겨워져서 일까. 이웃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그럴 때마다 뭔지 모를 섭섭함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남편과 나는 이사를 꿈꾸어 본 적이 없다. 자식들이 집을 옮기라고 성화를 부려도 왜 이 집에 미련이 남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스물다섯 해 전, 이 아파트로 이사 온 날이었
내가 살았던 집은 20개도 넘는다. 어린 시절 내 집이 아닌 부모님 집에서 살 때부터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의 하숙집까지 합치면 30개는 거뜬히 넘을지도 모른다. 결혼하고 나서는 참 많이도 옮겨 다녔다. 언젠가 큰 아들이 이전한 주소가 전부 나오는 주민등록등본을 떼고는 한참이나 신기하게 바라보았을 때 나 역시 그 이사 횟수에 놀랐다. 30여 년 동안 수많은 집을 옮겨 다녔지만 그래도 결혼하고 처음 들어간 신혼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7살, 지금의 막내보다 어린 나이에 안동의 고택에 두 평 남짓의 단칸방으로 이사를 했다. 여닫이 창호지 문을 열면 넓은 흙 마당이 있고, 장독대가 보였고, 빨랫줄이 마당을 가로질러 걸려 있었다. 아내는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봉당에 다소곳이 앉아 해바라기하는 것을 좋아했고, 비 내리는 날 코끝에 훅하고 스며드는 흙 내음을 좋아했다. 장롱하나 화장대 하나 달랑 놓여있는 좁은 방에서도 아내는 세상을 다 가진 부자처럼 만족해했다. 하지만 겨울날 그 집은 얼마나 추웠던가. 함석으로 지붕과 담장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부엌엔 날선 칼바람이 사정없이 스며들었다. 큰애의 기저귀를 빠는 동안에도 빨래는 꾸덕꾸덕 얼어붙었다. 안
지난 주말 지인 결혼식장 가는 길 우회전하기 위해 차량 2~3대쯤 뒤에 대기하고 있는데 빵빵거리는 경적소리가 들리고 앞선 차량들이 무슨 곡예라도 하듯 지그재그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피해가는 모습을 보고 교통사고라도 발생했나 싶어 살펴보니 예식장에 온 듯 보이는 노인이 굽은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우회전 차량들은 그 노인을 피해 좌로 우로 비켜 주행하고 있었다. 참으로 위험천만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조금만 기다렸다 가면 될 것을. 물론 개인 사정이야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필자는 뒤에서 경적을 울리든 말든 차를 멈추고 그 어르신이 도로를 무사히 건너간 뒤에야 비로소 안심이 돼 우회전을 했다. 운전자도 자동차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가 되고 도로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이며 누구나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는 것은 불변의 원칙, 또한 우리 부모님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하는가.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이 65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이며 2030년 24.3%, 2040년 32.3%로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노령화
영농의 계절이 시작되면서 최근 농촌지역에서 논밭두렁 태우기로 인해 소방차의 출동이 늘어나고 있다. 봄철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작은 불씨에도 화재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어 화기 취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계절이다. 3~4월 현재 산림과 인접한 지역의 논·밭두렁 태우기로 인해 전국 141건의 화재가 발생 산불 및 건축물 등으로 연소확대 되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특성상 고령화로 인해 노인들이 논·밭두렁을 태우는 중 산림 등으로의 연소확대로 인해 불을 끄려다 연기흡입 등으로 인해 쓰러져 다치거나 불에 타 숨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논·밭두렁 태우기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행위로 잘못된 관습은 버리고 논·밭두렁 태우기를 금지하는 새로운 관습을 습득해야 할 것이다. 부득이하게 논밭두렁 소각 시에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피하고 마을별로 안전책임자를 선정해 안전책임자 입회하에 마을별로 공동 소각해야 할 것이다. 산림 인접 부근을 먼저 조금씩 태우고 나서 소각을 해야 산림으로의 연소 확대 위험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논·밭두렁을 태우는 것이 병해충 방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봄이 물감처럼 번지던 날, 강진 만덕산 산행에 나섰다. 움츠렸던 마음을 풀고 몸을 마구 혹사시켜 상쾌한 느낌을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하산하는 길에 다산초당에 들르는 코스가 선뜻 나를 일으켰다. 만덕산기슭에서 다산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로 전날부터 달떴다. 오래 그린임을 만나러 가듯 설렘 한자락 배낭에 넣고 관광버스에 올랐다. 좋은사람들과 함께하는 강렬한 이 느낌, 여행의 진미중 하나이다. 차창 밖의 봄을 구경한다. 봄의 전령사 산수유만 보일 뿐 다른 꽃들은 아직 이다. 용문사에 도착했다. 앞마당에 잘생긴 동백 한그루가 있다. 파란이파리 사이사이로 붉은 꽃들이 봉긋봉긋하다. 두 기의 토불 불상이 있다하여 본전을 들여다보니 금분으로 개금(改金)하여 치장돼 있다. 만덕산 정상 깃대봉에서 백련사를 보고 다산초당으로 내려오는 412m코스, 그리 길지 않으니 완만하리라 여기며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것이 산이다. 평탄한 길도 있지만 인생사처럼 거친 바위를 넘나들어야 하는 곳이 많다. 숨소리가 거칠어질 때마다 노랗게 분칠한 산수유가 배시시 웃고, 진달래가 진홍손수건을 나폴나폴 흔들어대며 정신을 빼앗는다. 뒤를 돌아보니 날카로운 용의 등
[충북일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셍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공약 실천 의지 분명히 보여줘야 20대 총선이 하루 남았다. 유권자 표심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 여야 후보들의 마음을 바짝바짝 태우고 있다. 20대 총선판엔 뚜렷한 이슈가 없다. 서슬 퍼런 배신의 정치심판론도 사라졌다. 현 정부에 대한 경제심판론도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그 바람에 선거 이틀 전까지 부동층이 30%에 달한다. 정치 불신 때문이다. 어느 선거 때보다 '격전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승패를 확신할 수가 없는 곳이 많다. 충북에선 청주권 선거구가 혼전 양상이다. 어느 누구의 우세를 함부로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 후보들이 일제히 '애원모드'로 나섰다. 여야 모두 "상대 당의 청주 4석 싹쓸이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나서는 양상이다. 믿을 수 있는 건 그래도 절대적 지지층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은 민심을 얻는 과
[충북일보] 요즘 충주에선 동량면 조동리 선사유적지에서 출토된 '굽잔토기'가 화제다. 20년 만에 고향인 충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충주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협조로 4월1일부터 8월29일까지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 선사유적박물관에서 굽잔토기 진품을 전시하고 있다. 청동기 시대 토기로 1996년 조동리 선사유적 발굴조사 당시 조동리 1호 집터에서 나왔다. 이 토기는 발굴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토된 완형의 고배형 홍도(高杯形 紅陶)로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고운 바탕흙을 써서 겉면에는 산화철을 바른 뒤 도구로 갈고 구운 붉은간토기다. 실용성보다는 제사와 같은 특수한 용도로 쓰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일반인들이 진품을 감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희귀성으로 국립중앙박물관 1층 선사·고대관에 전시돼 국제적인 시선을 끌기는 했다. 이런 귀한 유물이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일반인들에게 전시되고 있다. 충주시민들의 감회가 남다른 이유도 여기 있다. '모든 유적과 유물은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 가치가 있다'는 게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좀 심하지만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울의 국립 중앙박물관 내부로 옮겨져 전시된다고 가
[충북일보] 내일이면 20대 총선이 막을 내린다. 충북은 8개 선거구에서 26명이 출마해 3.2대1 경쟁률을 보였다. 20대 총선도 19대 못지않게 혼탁선거로 치러졌다.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래가지 않도록 서로 보듬고 안아야 한다. 당선자에게는 영광이, 낙선자에게는 허탈이 남게 된다. 서로 상반된 감정이다. 선거로 인해 생긴 갈등과 감정의 골은 선뜻 치유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노력해야 한다.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을 위해 서로의 앙금을 씻어내야 한다. 그래야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의 일을 할 수 있다. 그 방법을 모색하고 찾아내야 한다. 그동안 치열한 생존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뭐든 했다. 가족, 친지, 동문, 선후배, 친구 등이 나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후보자와 함께 뛰었다. 그 바람에 수많은 상처도 남게 됐다. 운동원과 유권자들까지 지지정당이나 후보에 따라 반목과 질시의 골을 키웠다. 이번 선거에서도 소지역주의는 여지없이 나타났다. 당선돼야 한다는 조급함에 정책선거가 뒤로 밀리기도 했다. 흑색선전이나 비방 등 난타전이 이어졌다. 그 사이 민심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국민화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제 선거기간 동
문화재청은 지난해 1월 전국체전부지인 충주시 호암동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돌무지나무널무덤에선 세형동검 7점, 청동잔줄무늬거울 1점, 청동투겁창 3점, 청동꺽창 1점, 청동도끼 1점, 청동새기개 4점, 청동끌 2점 등의 청동유물 19점과 검은 간토기가 출토됐다"고 공개했다. 충주시는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청동무덤 주인공에 대한 명칭공모를 해 '중원왕'으로 정하고 이를 체전 마스코트와 캐릭터로 활용할 것임을 밝혔다. 반도에서 앞선 찬란한 금속문명을 꽃피운 고장임을 알리기 위한 이런 노력은 박수를 받을 일이다.은 하지만 결과는 역사왜곡을 했다. TV역사 드라마 '근초고왕'을 보면 최고통치자를 '어라하(於羅瑕)'라고 부른다. 이는 '얼+하'로 '얼=알=태양'이며 '하'는 '폐하, 전하' 등에 붙는 극존칭 접미사로 볼 수 있다. '어라하'는 최고의 태양, 태양과 같은 분 등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이를 후일 한자로 옮긴 것이 '王'이다. 물론 신라도 초기에 '거서간, 마립간' 등으로 '왕'이 아닌 고유의 호칭이 있었다. 보다 앞서 초대환웅의 존호가 '거발환(居發桓)'임이 원중동의 삼성기에 기록됐다. '하, 한, 환, 간, 칸,…
8살인가 유년 시절에 아버지와 달리기 시합을 한 적이 있다. 결과는 나의 승리였다. 아버지는 어린 나에게 잘 달릴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려고 달리기 시합을 제안하셨지만 나는 그다지 승리의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필자의 아버지는 상이용사다. 한쪽 다리를 잘 쓰지 못하신다. 한국전쟁 때 백마고지 전투에서 포탄을 맞아 부상을 당하셨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지만 아버지는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것 같다. 17살에 군 입대를 자원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도 그 영향을 받아서 국기를 계양하는 것만 봐도 가슴이 뭉클했던 적이 있다. 필자의 아버지와 얽힌 추억은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함께 한 추억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아버지의 발을 씻겨 드리는 일이었다. 그것은 언제나 장남인 내 몫이었다. 예수도 십자가에 죽기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는 세족식을 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본을 보인 것처럼 너희도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것은 말씀으로 가르치셨지만 섬기는 일은 몸소 본을 보이신 것이다.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옛날 신문을 검색하다가 아름다운 미담을 읽게 되었다. 27세의 처녀가 옆집에 사는 학생이 소아마비
[충북일보] 4·13 총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 논쟁이 선거를 혼탁 과열로 몰아가고 있다. 선거 종반전이면 빚어지는 현상이다. 지난주 충북 청주 청원 선거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공방전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허위사실 유포'였다. 야권은 새누리당 오성균 후보가 "선거 공보물에 허위사실을 게재한 것 아니냐"며 공격했다. 새누리당은 변재일 후보가 후보자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허위사실로 규정하고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10일 현재 20대 총선과 관련, 충북도선관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적발된 공직선거법 위반 건수는 19대 선거 때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선거기간과 선거 종료 뒤 6개월간의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기간까지 감안하면 지난 선거 때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건수 모두 27건(42명)으로 지난 19대 선거 43건(50명)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금품 사범은 340%, 네거티브 사범은 200%나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금품사범 7건(19명) △네거티브사범 4건(4명) △인쇄물 배부 4건(10명) 등이다. 선거전이 치열할 땐 소문을 사실인양 유포하는 낯 뜨거운…
[충북일보]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치러진 4·13 총선 충북지역 사전투표율이 12.85%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12.19%를 웃도는 수치다. 도내 전체 유권자 128만 7천9명 가운데 16만 5천9명이 참여했다.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13.3%보다 다소 낮다. 시·군·구별로는 영동군이 20.75%로 가장 높았다. 보은군 19.77%, 진천군이 18.29% 등으로 뒤를 이었다. 청원구가 10.83%로 가장 낮았다. 사전투표제는 별도의 부재자 신고 없이 신분증만 지참하면 전국의 모든 읍·면·동사무소에서 투표가 가능한 제도다. 지난 2013년 4·24 재·보궐 선거 때 처음 도입됐다. 이후 같은 해 10·30 재보선과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등 총 세 차례 실시된 바 있다. 이제 본 투표가 남았다. 물론 상당수 유권자는 아직도 정치권에 화가 나 있다. 선거구 늑장 획정과 공천 추태를 잊지 않고 있다. 정책 포퓰리즘과 이슈 부재도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심하게 했다. 그렇다고 참정권을 포기할 순 없다. 투표 기권은 어불성설이다. 선거에서 투표는 정치개혁을 위한 1차 행위다. 민주주의 발전의 견인차가 유권자란 말이다. 마음에 드는
요즈음 인구감소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 된지 오래이다. 인구소멸, 지방멸망, 도시축소 등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는 이슈의 핵심은 인구감소로부터 촉발된 상황이다. 인구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지방정부의 재정력을 좌지우지 하는 척도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해당지역 발전 가능성을 판단하는 잣대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경험에서 그 흔적을 하나둘 파헤쳐 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텐데, 정부나 정치권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안타까움만 더 할 뿐이다. 총선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지만 정치권의 어느 누구에게서도 인구감소문제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창성회의 의장인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지방소멸'이라는 책에서 향후 30년 이내에 '대도시만 생존하는 극점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일본은 2008년부터 순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인구감소의 속도가 도쿄보다 지방에서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화 시기 청년층의 지방유출은 '수도권 성장→분수효과((bottom-up effect)→지방의 동반성장→지역 간 격차 완화'로 이어졌으나, 현재의 청년층 인구 유출은 전반적인 일자리 감소 국면 하에서 지방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번 선거는 크게 3당구조로 치러지게 되었다. 선거판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고사성어(故事成語) 중 '어부지리'라는 말은 중국 전국시대 나라간의 세력다툼에서 유래되었다. 진(秦)나라는 세력이 막강하여 천하를 제압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병탐(倂貪)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趙)나라와 연(燕)나라 사이에 마찰이 생겨서 조나라가 연나라를 침략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나라 소왕(昭王)은 소대(蘇代)를 조나라에 밀사(密使)보내어 혜왕(惠王)을 설득하도록 하였다. 조나라에 도착한 소대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혜왕을 설득하였다. "오늘 제가 역수(易水)의 물가에 이르자 마침 큰 조개 한 마리가 물가에 나와 입을 딱 벌리고 햇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물가를 거닐 던 황새가 조개를 잡아먹으려고 쪼자 조개는 입을 꽉 다물었습니다. 황새가 하는 말이 '비가오지 않으면 목이 말라 죽고 말 걸' 조개가 이 말을 받아 '내가 놓지 않으면 굶어죽고 말걸'하면서 서로 양보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때 옆을 지나던 어부가 이 광경을 보고 황새와 조개를 손쉽게 잡았다고 합니다." 조개는 연나라, 황새는 조나라, 어부는 진나라에 비유
속리산에서 흘러내린 봄물이 서원계곡을 적시고 있다. 봄물을 머금어서일까 물소리가 맑고 투명하게 들린다. 계곡을 따라 펼쳐진 들판 경작지에는 이미 봄이 와있다. 농사준비를 위한 비닐이 씌워져 있고, 비닐 구멍 속으로 따뜻한 바람이 들어갈 적마다 훅하고 콧속까지 훈기가 전해진다. 바람과 흙 내음이 향기처럼 느껴진다. 봄이 건네는 자연의 향기다. 산과 들, 계곡 그리고 흐르는 물이 고향처럼 감싸고 있는 곳. 고즈넉한 서원(書院) 앞이다. 문이 굳게 잠겨있다. 혹시나 하고 마을 분께 말씀 드려보나 '들어가야 볼 거 없다'는 대답이다. 외양(外樣)만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맨 앞에 외삼문이 있고 가까이에는 묘정비가 있다. 묘정비를 지나 몇 발자국 들어가면 내삼문 안쪽에 보이는 노회한 상현사가 전부다. 유생들의 강당이 서원 철폐령 때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이 사라졌다고 역사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지금도 이곳엔 조상들의 숨결이 살아있다. 사당엔 다섯 분의 선현이 배향되어 있다. 충암김정(金淨), 동주성제원(成悌元), 대곡성운(成運), 중봉조헌(趙憲) 그리고 우암 송시열 선생이시다. 모두 조선시대 문인이며 학자들로 이 지방 보은과 직접연고가 있거나 인
[충북일보]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에 교육과 체험을 통해 애국정신을 고취하고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는 복합 교육시설이 들어섰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오는 30일 오전 11시 '청남대 나라사랑 교육문화원' 건립 부지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환 충북지사를 비롯해 강정애 국가보훈부장관, 이양섭 충북도의장, 윤건영 충북교육감, 이범석 청주시장, 보훈기관 및 단체장, 문의면 지역주민 등 각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청남대 나라사랑 교육문화원은 2022년 5월 상수원관리규칙이 개정된 후 청남대 내에 최초로 건립된 교육연구시설이다. 총사업비 198억여 원(국비 72억·도비 125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천222㎡ 규모로 조성됐다. 지하 1층에는 100명씩 수용이 가능한 구내식당과 세미나실, 지상 1층은 2개의 강의실과 영상실로 꾸며졌다. 지상 2·3층은 생활관 32실이 마련돼 72명의 숙박이 가능하다. 청남대는 교육문화원을 활용해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교육정원 청남대'를 비전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청남대는 준공식을 마친 후 다음 달부터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시가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동안 이어온 '교육도시' 타이틀을 충주시에 뺏길 위기에 놓였다. 충주시가 다음달 2일 '교육도시 선포식'을 열고 본격적인 브랜딩 작업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충주시는 선포식에서 향후 충주지역을 교육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교육도시를 표방하는 많은 시·군들이 있지만 충북도내에서는 청주시가 대표적인 교육도시로 인식돼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충주시의 교육도시 선포로 청주시는 교육도시의 이미지를 완전히 잃어버릴 상황에 놓였다. 청주시는 광복 이후 수십년 간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교육업 종사자였을 정도로 충북 도내에서는 교육도시로 불려왔다. 지역 명문고등학교였던 청주고로 타 시·군 학생들이 유학을 올 정도였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괴산 청천중학교를 졸업하고 청주고로 유학을 왔고, 직전 도지사였던 이시종 전 지사도 충주중학교에서 청주고로 유학을 왔다. 게다가 올해로 개교 77주년을 맞은 한강 이남 최초의 사학 청주대학교도 청주시의 교육도시 이미지 강화에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교육도시 청주' 이미지는 언젠가부터 도민들과 시민들의 머릿 속에서 흐릿해져갔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