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시간이 찰나처럼 흐른다. 여름의 매력을 노래한 지 엊그제다. 색색의 단풍잎으로 물든 세상이다. 비밀처럼 숨은 나무 하나가 바탕화면이 된다. 야음을 틈타 매복했던 기암괴석이 우뚝 선다. 청남대 단풍나무 이파리가 온통 빨갛다. 나무마다 노랑과 빨강으로 눈부시다. 빛깔이 하루하루 선명해진다. 가을이 순식간에 폭죽처럼 터져 퍼진다. 순간 일제히 공격하는 게릴라 같다. 가을 한날 아름다움을 압축한다. 단풍의 기습이다. 저 멀리 산 풍경이 조각보처럼 펼쳐진다. 남은 초록과 붉은 단풍이 삼각 사각으로 교직한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경관 하나를 보탠다. 대청호변 누런 갈대가 바람에 흔들린다. 보병처럼 길게 늘어선다.
[충북일보] 대청호의 수위가 한참을 내려갔다. 상류 쪽은 이미 습지로 변했다. 습지의 경관이 그대로 그림이 된다. 아침마다 안개가 피어오른다. 낮엔 가을볕으로 물든다. 한 옆으로 비켜난 숲길이 한적하다. 제법 너른 흙길로 길게 이어진다. 원시림이라 할 만큼 깊고 짙다. 대청호 주변 어느 곳이라도 좋다. 언제든 산 그림자를 볼 수 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산 풍경을 볼 수 있다. 일찌감치 불붙은 단풍도 만날 수 있다. 어느 길로 들어서든 좋다. 길은 간명하고 걷기 편하다. 원하는 만큼 마음껏 숲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숲은 언제나 촉촉한 습기를 머금고 있다. 낙엽 아래서 수런거리며 피는 버섯도 만날 수 있다. 청정한 숲과의 조우는 언제나 활력소다.
[충북일보] 억새의 계절에 가을을 만난다. 가을을 재촉하는 단풍나무가 변신한다. 열매가 바람에 실려 날아간다.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부메랑 같다. 다음 생을 위한 처연한 아름다움이다.파란 하늘, 노란 단풍, 붉은 낙조가 가을수채화 재료다. 들판이 온통 가을볕으로 눈부시다. 고개 숙인 알곡들이 황금빛으로 물결친다. 꼭두서니 빛 너머로 낙조가 황홀하다. 해질 무렵 가을 정취가 고즈넉하다. 절기상 상강이 멀지 않다. 단풍과 함께 가을꽃이 한창이다. 활엽수들이 마지막 몸단장에 나선다. 온 힘을 다해 제 몸을 물들인다. 온몸을 불살라 천상의 풍경을 만든다. 유난히 붉은 당단풍이 곱다. 내 얼굴에도 빨간 물 짙게 든다. 고운 풍경에 위로받는다.
[충북일보]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화려한 가을빛에 현기증이 난다. 산은 이젤을 펴고 채색 중이다. 색색의 물감을 풀어놓고 있다. 때깔과 향기가 깊고 짙다. 가을 산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단풍이다. 산행 안내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시월 산행지의 70~80%가 설악산이다. 불빛 절정의 설악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파리의 변화는 소백산 일대에도 나타난다. 나무마다 오색 빛깔로 탈바꿈 중이다. 역시 단풍이다. 꽃이 되고 싶은 이파리가 일을 낸다. 강열한 욕망이 스스로를 불사른다. 제 몸 살라 변신을 꾀한다. 그 어떤 변신보다 강렬하고 황홀하다. 붉은 농도가 하루하루 짙어진다. 가을 산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만산홍엽이 멀지 않다.
[충북일보] 가을날 저물어가는 아름다움과 맞닥뜨린다. 이른 새벽 강가에서 뽀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한낮의 숲은 여전히 울울창창이다. 한 옆에선 단풍잎들이 곱게 불타오른다. 저무는 계절이다. 지나온 시간에 맞춰 걷는다. 지워져 가는 옛길 위에서 뒤돌아본다. 매혹적 풍경들을 단풍잎처럼 줍는다. 마음의 책갈피에 하나하나 끼운다. 산 그림자와 하늘 구름까지 담는다. 유화 같은 가을풍경이 계속된다. 억새꽃의 흔들림이 자연스럽다. 가을 낮과 썩 잘 어울린다. 발길 뜸한 길이 가을 야생화 밭이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등 가을꽃이 한창이다. 가을볕 아래서 제 몸을 환하게 채색한다. 버려진 길이 되레 숲으로 아름다워진다.
[충북일보] 높이가 주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다. 때론 황홀경도 맛볼 수 있다. 그래도 높이가 산 매력의 다는 아니다. 길이가 주는 즐거움을 무시할 수 없다. 종주산행의 보람이 주는 행복감도 만만치 않다. 상당산에서 구녀산을 잇는 길은 제법 길다. 걷는 내내 고즈넉함을 느낀다. 낙엽의 사각거림마저 크게 들린다. 오롯이 혼자 즐기는 행복감이 크다. 길이가 주는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걷다보면 산이 살아 꿈틀댄다. 전에 놓친 풍경도 보게 된다. 단풍과 함께 국화가 핀다. 색색이 가을을 확인한다. 잊었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숨 가쁜 오르기로 놓친 풍경을 선물한다. 느린 하산 길에 다시 확인한다. 좀 더 깊게 주위를 살핀다. 바람이 반기며 응원한다.
[충북일보] 가을을 탐한다. 은빛 억새의 군무에 파묻힌다. 억새의 은빛 물결이 매혹적이다.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다. 달빛 아래 서면 차라리 유혹이다. 은은한 억새 무리가 은빛 군무를 준비한다.억새의 군무는 화려하다. 곱게 물든 단풍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시간의 차이만 있다. 산 마루금을 따라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산객들의 발걸음을 붙드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억새는 가을 서정이다. 바람에 떠밀려 하늘하늘 흔들린다. 은빛 물결 출렁이는 가을 바다를 만든다. 가을빛 억새 물결이 일렁인다. 가을 수채화가 만들어진다. 일상의 시름을 날려 보낸다. 이내 산이 살아 꿈틀댄다. 가을 산을 다시 탐한다.
[충북일보] 또 한 번 계절이 옷을 갈아입는다. 산 속의 나무들이 자연의 섭리에 따른다. 단풍나무 잎이 그새 진한 색이다. 내 집 밖의 화초도 묵묵히 받아들인다. 시간의 윤회가 계속된다. 히말라야 산군엔 오늘도 태양이 뜬다. 그러나 금방 환해지지 않는다. 안나푸르나 정상에 빛이 하나 비춘다. 그 오렌지 빛이 이쪽저쪽 봉우리를 되비춘다. 서로의 빛이 반조되면서 서서히 환해진다. 생명이 있는 존재와 같다.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관계다.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한다. 도와주고 협조하는 본래의 마음이다. 어둠이 왔다고 항상 어둡지 않다. 길을 잃었다고 영원히 헤매지 않는다. 깜깜한 밤 별빛을 보며 기도한다. 주위를 좀 더 깊게 살핀다.
[충북일보] 감정은 다양하다. 수십 수백 가지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 땅, 물, 불, 바람의 감정이다. 가스통 바슐라르를 떠올린다. 스피노자의 조언을 참고한다. 기초적인 감정은 작고 귀엽다. 대지에 피는 새싹과 같다. 변덕스러운 감정은 격정적이다. 굴곡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고도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마치 흐르는 물 같다. 화려한 감정은 쉽게 쇠락한다. 모닥불의 가녀린 떨림 같다. 차가운 감정은 허허롭다. 들리지 않는 차가운 바람소리 같다. 나 자신만의 감정수업을 시작한다. 이성의 닻을 걷어 올린다. 대신 감정의 돛을 편다. 온전히 내 감정에 이르도록 마음을 편안히 한다. 어느 한 감정에 빠지지 않는다. 다시 산에 든다.
[충북일보] 빈 마음으로 산에 든다. 가을의 보석들이 풍요롭다. 피톤치드가 숲 전체에 흐른다. 공기 속에 잘 섞여 편안한다. 서쪽 저편이 꼭두서니 빛으로 물든다.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소란스럽다. 다음날 새벽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온다. 꿈에 보았던 그 길에 선다. 숲이 울창한 계곡을 따라간다. 흐르는 계곡물에 나뭇잎 배를 띄운다. 나무와 흙이 주는 편안함에 안도한다. 원시림의 냄새가 주는 마법이다. 숲 냄새의 의미를 깨닫는다. 달은 밤마다 자신의 몸을 조금씩 깎는다. 보름동안 다시 살찌운다. 가을의 풍요와 행복은 혼자 만들지 못한다. 유연하게 흘러가는 삶을 꿈꾼다. 히말라야의 룽다와 타르초를 떠올린다. 가을이 물든 한 밤에 행복을 꿈꾼다.
[충북일보] 화사한 꽃밭 길을 걷는다. 꽃들과 눈 맞춤을 계속한다. 낯선 인연을 만날 기대감으로 설렌다. 제 몸 내주고 주변 살리는 꽃을 생각한다. 꽃의 행렬이 이어진다. 흰 구름이 내려와 구절초로 환생한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오름 계단이 계속된다. 오늘보다 찬란한 내일을 기대하며 걷는다. 매혹의 자연과 유구한 역사가 함께 한다. 느낌표 한 점이 시간의 정거장이다. 바위의 행렬이 장관이다. 산행길이 때론 순례길이다. 모험의 길이 된다. 호락호락한 산은 어디에도 없다. 한 발 물러서 있는 절집에 든다. 파란 하늘과 연분홍 연꽃이 잘 어울린다. 곧추세운 하늘 길을 바라본다. 오늘도 가을수채화에 빠진다.
[충북일보] 걷기명상을 다시 한다. 봄은 바다에서 온다. 가을은 산에서 시작한다. 성을 쌓을 바위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마침내 구름 속 봉우리가 하나 둘 모인다. 신비로운 마법의 성이 우뚝하다. 그다지 높지 않은 골산을 넘는다. 산은 때로 예술을 꽃피우는 공간이 된다. 자연에 깃든 이야기가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그림으로, 시로, 음악으로 되살아난다. 새 생명을 얻는 순간이다. 마분봉이 어느새 또 표정을 바꾼다. 저녁 하늘 태양이 온 힘을 다한다. 죽을힘을 다해 사위를 붉게 물들인다. 까치놀이 붉은 주황빛으로 물든다. 짧지만 강렬하게 하루를 마감한다. 그 빛에 만물이 에너지를 얻는다. 내게도 나다운 꽃을 피울 힘을 준다. 산상명상에서 건진 깨달음이다.
[충북일보] 조금만 가면 닿을 것 같다. 산도 구름도 하늘도 멀지 않다. 청명함이 주는 원근감이다. 시원한 바람이 풍경을 응원한다. 이내 산이 살아 내게 꿈틀댄다. 꽃보다 붉은 단풍을 기다린다. 마분봉(776m)은 그리 높지 않다. 단풍이 내리면 산 전체가 홍엽(紅葉)으로 물든다. 암릉길은 붉은 기운으로 불탄다. 산객들의 마음까지 붉게 한다. 빨간 물 짙게 든 얼굴로 만든다. 입가엔 새빨간 웃음을 띠게 한다. 파란 하늘 위로 조각구름이 둥실 떠간다. 사위가 흰 수건으로 뽀드득 닦아낸 듯 환하다. 하늘이 '쨍그랑'하고 깨질 듯하다. 산속의 청량한 공기가 가을날을 축복한다. 이렇듯 청명한 날 산길을 걷는다. 세상사 시름 다 내려놓는다.
[충북일보] 청주엔 고봉이 없다. 야트막한 동산뿐이다. 1000m는 고사하고 500m도 없다. 그래도 어느 곳이나 항상 붐빈다. 산길은 언제나 반들거린다. 잘 다져져 윤이 난다. 주살나게 찾는 이들 덕이다. 우암산과 상당산은 동쪽으로 내달린다. 선도산과 선두산은 남쪽으로 기지개를 편다. 서쪽으론 부모산이 얕게 자리한다. 북쪽으론 구녀산이 우뚝하다. 모두 1000m엔 턱 없이 모자란다. 대신 간간이 터지는 조망이 위안이다. 황금빛 들녘이 발아래 펼쳐진다. 가을걷이를 기다리는 모습이 풍요롭다. 해질녘 꼭두서니 빛이 신비롭다. 바라보는 것 자체가 호사다. 산성 저 멀리 지나온 마루금이 아스라하다. 유장한 산줄기가 실루엣을 남긴다.
[충북일보] 빈 마음으로 산에 든다. 깊은 곳으로 향한다. 숲이 깊어지자 눈과 귀가 열린다. 코 평수도 평소보다 넓어진다. 오감이 예민해진다. 느끼는 만큼 보인다. 보는 만큼 알게 된다. 말간 햇빛이 푸른 숲의 녹색에 부딪친다. 더 이상 눈부시지 않다. 잘 썩은 나무냄새가 좋다. 숲의 향기를 풍성하게 한다. 바람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소나무 너머로 하늘이 작게 보인다. 흔들리는 갈참나무 소리가 자작거린다. 얽매였던 긴장의 끈이 풀린다. 마음의 여유는 산이 준 큰 선물이다. 공기 속에 섞인 숲 향기가 편안하다. 치유의 호르몬이 온 몸에 흐른다. 비로소 모든 행위가 선(禪)이 된다. 걷기명상을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행선(行禪)에 접근한다.
[충북일보] 일교차가 아주 크다.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하다. 밤공기가 차갑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그리움의 계절이다. 빈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농촌 들녘이 황금색으로 꽉 찬다. 노란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인다. 농막 옆으로 대추가 빨갛게 익는다. 과수원의 배는 예년보다 유난히 크다. 메밀꽃밭은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얗다. 서리가 내린 건지 구분이 어렵다. 모두 잘 익어 결실을 맺는다.산에도 가을이 살포시 물든다. 성질 급한 활엽수는 벌써 노랗다. 몇 놈은 그새 낙엽이 돼 길가에 나뒹군다. 숲은 점차 울긋불긋한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다. 녹엽의 세상을 홍엽의 세상으로 바꾼다. 이즈음 산객들의 마음은 자꾸 설렌다. 가을이 반가워 춤을 춘다.
[충북일보] 청주에 가을이 살포시 왔다. 소리 없이 다가왔다. 맑은 고을에 푸르게 왔다. 그 빛깔이 여전히 맑고 푸르다. 한낮의 볕은 아직 뜨겁다. 숲과 들판을 익히는 에너지가 된다. 우뚝 선 소나무가 기운차다. 가을볕을 받아 더욱 기세가 오른다. 참나무엔 붉은 단풍이 스르륵 다가온다. 이즈음 산길엔 호젓함이 넘친다. 용암동 포도밭 너머로 알밤이 툭툭 터진다. 가을이 달콤하게 익어간다. 산성동 소류지에 아침 안개가 피어오른다. 솔숲 너머 골짜기가 흰 안개로 가득 찬다. 농담 짙은 수묵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현실 속의 산골풍경이 몽환적이다. 산성동 소류지의 아침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안개 품은 소류지가 산수의 주인이다.
[충북일보] 부석사 은행나무에 햇살이 떨어진다. 들머리부터 줄지어선 자태가 곱다. 저녁노을에 천천히 물든다. 의상과 선묘의 사랑이야기 만큼 예쁘다. 은행나무 길을 걷는다. 단풍이 아직 멀지만 참 곱다. 완만하게 굽어진 길과 잘 어우러진다. 가을 서정을 잔뜩 뿜어내는 풍경이다. 급하게 걸을 수 없어 오르면서 볼 수 있다. 절집을 찾는 이들에 대한 배려다. 화엄의 대교에서 나온 지혜다. 해넘이 두 시간 전 경내로 들어선다. 무량수전이 해질녘 풍광을 압도한다. 기둥 하나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운데가 볼록한 배흘림기둥이 우아하다. 황금빛 노을 풍경은 그저 덤이다. 한동안 말없이 절집 앞마당을 서성인다.
[충북일보] 소백산 자락의 천년고찰로 간다. 역사책에서 봤던 부석사를 마주한다. 고색창연함이 고풍스럽다. 무량수전의 천하제일미가 신비롭다. 명찰과 경승지의 면목을 스스로 알린다. 부석사 앞 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다른 절집과 달리 아주 가파르다. 일주문까지 한참을 걷는다. 다시 천왕문을 통과한다. 앞에 보이는 돌계단이 아득하다. 비로소 부석사 절집에 발을 내디딘다. 저 멀리 무량수전이 보인다. 세월이 살아 숨 쉰다. 상쾌한 균형과 절제가 멋지다. 지붕의 추녀 곡선이 예쁘다. 추녀와 기둥의 조화가 절묘하다.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다. 배흘림기둥에 기대 절집 풍광을 눈에 담는다. 조용히 합장하며 절한다. 희열이 밀려온다.
[충북일보] 하늘이 깨질 듯 푸르다. 햇살은 쨍그랑 소릴 낼 듯 맑다. 그 사이로 뭉게구름 하나가 둥실 떠간다. 청량한 바람이 마을 안길까지 온다. 고요하고 편안하다. 가을이 축복처럼 지나간다. 너른 논에서 풍요가 넘실댄다. 강이 마을을 굽이돈다. 물이 돌아 물동이동이다. 산태극과 수태극의 지형을 만든다. 물위에 활짝 핀 연꽃과 같다. 연화부수형의 천하제일 길지다. 신이 빚어낸 발복의 땅이다. 서쪽 강가 언덕이 서애(西厓)다. 부용대 앞에서 나룻배가 뜨지 않는다. 천천히 마을로 되돌아간다. 곳곳이 고건축 박물관 같다. 옛 모습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 가게문 앞에 걸린 하회탈이 웃는다. 혼자 조용히 따라 웃는다.
[충북일보] 가슴에 구멍이 난 듯 허전하다. 마음에 심한 안개가 낀 듯 답답하다. 정신은 앞뒤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혼미하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눈물방울이 살짝 매달린다. 훔치고 싶지 않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가고 싶다. 상처 입은 시간 속을 담담하게 걸어가고 싶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고 싶다. 머뭇거림 없이 받아들이고 싶다. 삶은 축복이다. 존재 하나하나가 선물이다. 이슬 맺힌 나뭇잎 하나가 반짝인다. 한 줌의 빛마저 고마워한 추사를 떠올린다. 유배지에서 그 마음이 고요하고 명상적이다. 가을햇살 좋은 창가에 앉는다. 추사의 마음을 닮아본다. 소창다명 사아구좌(小窓多明 使我久坐).
[충북일보] 청주의 야경은 새 명물이다. 우암산에서 보는 까치놀이 퍽 예쁘다. 전망대쯤에서 일몰을 만나면 최고다. 적막과 고요의 시간이 온전하다. 우정과 사랑의 감흥이 겹친다. 야간 산행은 주로 해거름에 시작한다. 도심은 어느새 화려한 불빛으로 뒤덮인다. 이즈음 하늘에선 별이 반짝인다. 황홀한 별빛과 화려한 불빛이 어울린다. 도심의 야경을 절묘하게 만든다. 그 어울림은 온전하게 내 소유다. 특별한 가을밤을 가슴에 담는다. 해가 뉘엿 넘어가는 어느 날이라도 좋다. 우암산 숲길에 서 보는 것도 좋다. 동서남북 발길 닿는 대로 갈 수 있다. 갈림길이 많아 내 멋대로 갈 수 있다. 그 때 그 때 밤풍경의 색감이 달라진다. 우암산이 촘촘하게 연결된다.
[충북일보] 서울여행 하는 맛이 좋다. 고풍의 북촌 한옥마을이 북적인다. 옛 것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차고 넘친다. 외국인들은 전통체험에 푹 빠져 함박 웃는다. 전통공예가 꿈틀 빠져나와 인사한다. 북촌이 살아 움직인다. 감고당길에 기타 선율이 울려 퍼진다. 회백색의 담벼락에 잔잔한 음악이 물든다. 나뭇잎과 함께 가을색으로 채색된다. 나들이객들이 잠시 걸음을 멈춘다. 골목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 한옥과 갤러리, 공방의 조화가 절묘하다. 거리에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흐른다. 옛 선비의 정가도 있다. 고수와 소리꾼의 호흡도 느낀다. 인도음악도 맛본다. 거기서 젊음을 만난다. 북촌축제에 살짝 빠진다. 구름 한 점 없는 서울의 하늘을 본다.
[충북일보] 골목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도시형 구조의 한옥에 잠시 머문다. 생활의 편리성이 눈에 띈다.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의 구분이 없다. 큰방과 작은방의 단순구조다. 시간이 멈추지 않고 흐른 흔적이다. 가회동 31번지 골목을 걷는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즐겁다. 다른 골목으로 접어든다. 마을 꼭대기에 이른다. 옹기종기 모인 한옥의 기와지붕을 본다. 아래쪽 현대의 도심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창공의 풍경이 시원하다.코리아 목욕탕 굴뚝이 우뚝하다. 벽면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빨간 벽돌에서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청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목욕탕의 게스트하우스 변신이 이채롭다. 하루쯤 묵고 싶은 기분이 든다.
[충북일보] 서울로 간다. 600년의 역사가 흐른다. 굽은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한옥의 네모마당에 볕이 잘 든다. 툭 터진 툇마루가 시원하다. 파란 가을 하늘이 고혹적이다. 첫 걸음부터 느리게 내딛는다. 솟을대문을 지나니 장독대가 소박하다. 담장 옆 소나무와 대나무가 자연미를 더한다. 여유로운 삶의 정취가 묻어난다. 도심 속의 맑고 깨끗한 마을이다. 집집이 담은 역사가 다양하다. 젊은 남녀가 커피를 즐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한다.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감고당길을 따라 내려간다. 한 무리가 길 한 귀퉁이를 메운다. 발걸음이 들뜬 흥분으로 변한다. 북촌축제가 거기에도 있다.
[충북일보]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가 2년 연속 2만8천 명대를 유지했다. 귀농인은 지난 2013년 통계 공표 이래 최저치인 700명대까지 무너졌다. 인구 감소와 함께 의료·문화·교육 등 정주여건 문제가 지속되고 최근에는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없는 '식품사막' 현상까지 나타나며 귀촌·귀농 정책도 대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6일 통계청의 '2023년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귀촌가구는 30만6천441가구로 1년 전 대비 (-3.9%) 감소했다. 충북 귀촌가구는 2만2천931가구로 집계됐다. 충북 귀촌가구는 1년 전 대비 0.9% 증가했으나 2021년(2만4천116가구)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충북으로 귀촌한 사유는 직업(9천464가구)이 41.2%로 가장 많았으며 주택(5천198가구), 가족(5천36명가구), 자연환경(1천56가구), 주거환경(592가구), 교육(234가구)가 뒤를 이었다. 기타는 1천351가구였다. 전국적으로 귀촌한 인구는 40만9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만1천13명(-5.0%) 감소했다.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는 2만8천783명으로 1년 전보다 537명(1.9%) 증가했으나 6년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미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충북이 이 분야를 선도할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도내에 구축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인프라가 속속 가동 중이고,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는 구간이 확대되며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23일 충북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전파플레이그라운드-충북'이 최근 문을 열었다. 이 시설은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인 C-트랙에 자리 잡았다.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차량 시험에 적합한 전파시험 공간으로 조성됐다. 총 1천923㎡ 규모이며 국제 표준규격의 폐쇄형 시험시설이 들어섰다. 레이더 타깃 시뮬레이터, 신호발생기, 스펙트럼 분석기, 네트워크 분석기 등 전파를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도 갖췄다. 전파플레이그라운드는 외부의 전파 간섭이나 피해를 막고 다양한 융·복합 기기의 전파시험을 지원하는 대형 전파 차폐시설이다.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서 중부권 주력 산업인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드론용 탐지센서와 레이더 등 전자파를 활용한 제품 출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같은 장소인 충북대 오창캠퍼스에 둥지를 튼 자율주행자동차 테스트베드는 지난해 4월부터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충북일보] 보은군은 민선 8기 들어 최재형 군수의 군정 철학인 '군민이 행복한 도시형 농촌 보은'을 건설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정주 여건 개선, 귀농·귀촌 정책과 청년정책 추진, 휴식 공간 조성, 교육환경 확대 등 군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펼쳤다. 군의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엔 공무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군정을 이끌어온 최 군수가 있다. ◇ 지역 성장 동력 인구 유입 인프라 구축 민선 8기 반환점을 맞는 그는 지난 2년 동안 지역 활력 타운 조성과 농촌협약 등 인구 유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군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2024년 지역 활력 타운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8년까지 379억여 원을 투입해 보은읍 죽전리 일원 2만2천267㎡ 용지에 '보은 청년 all來(올래)'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군은 도시형 주거단지인 블록형 단독주택 70가구 조성, 생활 인프라와 생활 서비스 조성을 위한 커뮤니티센터 단지개발, 지역 브랜딩,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활력 타운과 연계한 온-누림 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