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해가 저문다. 학습연구년 결과물로 작성한 200여 쪽의 '문해력' 보고서, 그리고 젊은 교사들과 '학습공동체'에서 연주한 "플루존"에는 올해 산남동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젖어 있다. 그 덕에 혹한의 겨울이 오기 전까지 20대 대학생인 줄 알았다. 플라톤의 '국가론'에는 따뜻한 교육론이 녹아있다. 교육의 실제적인 목표는 의료인이나 법률가를 양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도움이 필요 없는 인간에 있다.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할 대상은 아동이 아니라 나이 먹을수록 문해력이 떨어지는 성인이다. 섣부른 문자 지도는 지혜를 부패시킨다. '국가가 정의롭지 않다면, 인간 교육은 없다.' 루소는 '국가론'을 다시 쓴다. 그의 아바타 에밀의 성장 과정을 한 세대 동안 묘사하였다. 보편적 경험이 체계화된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것만을 유일한 교육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삶에서 배우는 자유를 제시하였다. 그의 교육에는 교과서가 없다. 학교는 가정이었고, 환경은 시골이었으며, 교사는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의도된 독서지도는 이성을 부패시킨다. '개인이 자유롭지 않다면, 평등한 사회는 없다.' 존 듀이는, 자신의 사상을 추종하는 1930년대의 진보주의 교육
얼마 전 계룡산을 등반했다. 겨울에 산을 오르는 일은 그만의 매력이 있다. 그중 하나가 꿈틀거리는 산의 적나라한 등뼈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에 올라 겨울 산의 능선을 바라다보면 털 세운 짐승의 기운이 느껴지곤 한다. 풀꽃 씨앗들은 땅속으로 숨고 나무들이 잎을 다 떨군 겨울 산은 계곡의 구석구석과 산허리의 실루엣을 있는 그대로 다 내보여 주기 때문이다. 잎을 떨구고 잔가지까지 다 드러난 겨울 산의 나무들은 물구나무를 선 것처럼, 마치 여름내 땅속에 박혔던 뿌리를 밖으로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마른 잎새가 다 떨어지지 않고 바람에 부스럭거리는 나무를 볼 때면 누구나 한 번쯤 백석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는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라는 시구를 떠올렸을 것이다. 나도 나무에 대해 쓴 시가 있다. 내게는 장시(長詩)를 옮겨 적고 그 옆에 작은 그림도 그려 넣을 만한 크기의 도마가 하나 있어 분명 어느 외진 산허리에 섰던 무릎이었을 것이다./칼질을 하기 전
눈송이에서 시를 캡니다 이예숙 충북시인협회 회원 지금 창밖에는 눈송이가 꽃잎처럼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 눈송이 타고 그대가 오실 것 같아 마음 문 열어놓고 기다리다가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어 팔에다 편지를 걸어놓고 나는 유리창 너머로 그대가 편지를 가져가기를 기대해 보지만 해가 저물고 밤을 지새워 보지만 끝내 그는 오지를 않습니다 아침 또 이렇게 햇살이 설원을 눈부시게 비출 때 까치가 감나무 가지 끝에 달린 감을 쪼며 꼬리를 까딱입니다
[충북일보] 충북대학교 총장선거가 20여일 앞이다. 6명의 후보가 나섰다. 유력후보가 누군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학생들의 높아진 투표참여비율 때문이다. *** 묵직한 CEO총장 필요 전국의 대학들마다 학령인구 감소로 애를 먹고 있다. 정원 충원을 걱정하고 있다. 충북대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수년째 묶인 등록금은 학교 살림을 옥죄고 있다. 연구와 학생복지에 투자할 재원마저 부족하다. 충북대는 지방거점 국립대학이다. 그런데 재정이나 정원 부족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지방대학과 다르지 않다. 한 마디로 위기다. 학내 구성원들은 위기 탈출 총장을 원한다. 이른바 CEO형 총장 선출을 기대한다. '학내연구형' 총장보다 '외부활동형'을 선호한다. 그런 총장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옛날 대학 총장은 아카데미의 수장이었다. 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세월과 함께 모든 게 달라졌다. 대학은 이제 최신 정보와 지식을 보유해야 한다. 경제적 기여와 사회·문화 전반에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 연구의 기능을 넘어서야 한다. 대학마다 경영 능력이 뛰어난 CEO총장을 원하는 이유다. 대학의 학내외 울타리는 없어졌다. 지역사회와
[충북일보] 청주시의회 파행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김병국 의장의 불신임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상 초유의 의장 불신임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의장 불신임은 청주시의회 개원 이래 아직까지 없었다. 청주시의회는 지난 22일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옛 시청 본관 철거비가 포함된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을 가결했다. 시청 본관 철거비가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민주당은 곧바로 의원 총회를 열었다. 야당 몫의 부의장과 4개 상임위원장, 4개 상임위 부위원장, 윤리특별위원장 등 모두 10명이 일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본회의 입장을 거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임시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서 이범석 청주시장과 김병국 시의장의 일방적인 불통행정이 이번 사태의 시작과 끝임을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023년도 예산심의 전 의장에게 갈등유발 예산의 삭감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야당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청주시의 내년도 예산안 통과와 관련해 청주시의회의 여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안 통과에 반발해 강수를 뒀다. 앞서 밝힌 대로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이…
함박눈 장병학 충북시인협회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중앙위원장 하늘 한복판에서 백설탕 온 세상에 줄줄이 은빛 나라로 분칠한다. 너도 나도 바둑이도 꿈 실은 파란 희망 풍선 솜사탕 고향 하늘나라로 보낸다. 온 산과 들녘마다 하얀 솜이불 되어준 함박눈 내년의 풍년도 약속한다.
남북관계는 늘상 협력과 갈등이 점철되었다. 올해 남북대화는 단절된 상태였다. 그보다는 남북대결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남한이 대북제안을 할 때마다 북한이 거칠게 반응하는 형국이 한 해 내내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신냉전구조의 질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이 남북관계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한·미동맹은 강화되고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더욱 밀착해갔던 해였다. 한·미는 5월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안보의 동맹에서 기술, 경제분야와 함께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공유가치까지를 포함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나아갔다. 동맹강화를 증명이나 하듯이 을지연합훈련과 함께 야외기동훈련까지 실시했다. 10월 말에는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축소해서 실시하거나 중단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올해부터 다시 실시한 것이다. 더 나아가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과 중국에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한국은 협력했다. 이러한 한·미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강하게 거부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무력도발이나 거친언사로 맞대응했다. 한·미군사훈련과 관계없는 시기에도 무력도발이 유달리 많았다. 올 초부터 단거리 탄도미사일잠수
BTS의 '진'이 입영을 한다는 소식에 세간이 들썩인 적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병역문제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일정기간 동안 사회생활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겠지요. 마침 어느 월간잡지에 유학 중인 어느 젊은이가 자신의 병역 의무 수행에 대해 진솔한 글을 썼기에 소개합니다. 마음이 고귀한 이 젊은이는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났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워싱턴에 위치한 최상위권 명문 사립대인 조지타운대 외교학부를 졸업했죠. 곧바로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할 예정이었는데 돌연 입학을 유예하고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군에 입대해 육군 병사로 복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국민들이 군인들에게 보내는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병원이나 구청 같은 공공시설은 물론 극장이나 카페처럼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참전용사를 만나면 "당신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Thank you for your service)"라는 말로 고마움을 전하는 모습을 수시로 만났던 것입니다. 당연히 그 나라의 국가정책은, 군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사회적 여론이 그러하니, 현역 군인이나 제대 군인을 우대하는 쪽으로 이어졌
새로운 희망을 안고 시작한 2022년 임인년도 이젠 며칠 후면 2023년 계묘년에 도약이라는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 2022년은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본격 시행되어 진정한 지방분권과 주민자치 실현이라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도민이 중심, 신뢰받는 의회'라는 기치를 내걸고 제12대 충북도의회가 출발한 해이기도 하다. 지금의 지방자치는 관 주도의 단체자치에서 주민 중심의 주민자치로 중심이 옮겨가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충청북도의회는 물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이 자치단체의 정책과 집행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주민참여형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민참여형 지방자치의 핵심인 '주민자치회'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9조에 근거하여 2013년 전국 38개 읍면동에서 시범실시로 시작하여 2021년 12월 기준 전국 1천13개 읍면동에서 시행되고 있다. 또한 기존 조례에 의해 설치된 "주민자치위원회"를 특별법에 근거한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월 초 도내
겨울나무 이담 안광석 충북시인협회 고문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마음을 비워도 늘 풍요롭다 산과 바다처럼 침묵만 하고 있다 쓸쓸해 보인다고 생각하지 마라 지혜롭게 상생하며 환희의 봄을 부르고 있다.
[충북일보] 대학의 학과 신설과 통폐합·정원 조정 등에 적용되던 규제가 완화된다. 교육부는 최근 교사(건물)와 교지(토지),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의 기준을 완화했다. 정원 조정의 자율화와 정부의 대학 평가 폐지도 포함했다. 당장 2024학년도 학생정원 조정계획부터 대학 자율성이 확대된다. 대학 자율성 강화는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게 한다. 먼저 기초학문의 위기를 깊어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방대학의 소멸위기까지 조장할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현재 지방대학은 들어오는 학생은 적고, 나가는 학생만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지금은 점점 현실화되는 형국이다. 2023학년도 대학입학 수시 모집 경쟁률은 서울과 지방 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평균경쟁률은 16.85대1이다. 반면 지방 4년제 대학은 5.72대1에 그쳤다. 서울권 대학이 지방권 대학의 2.94배였다. 수시모집 미달 상태 대학은 전국적으로 96곳, 이 중 지방대가 77곳이다. 애써 신입생을 모집해도 떠나는 자퇴생으로 애를 먹고 있다. 국회 교육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이후 공공의료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가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잊히는 듯하다. 공공의료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공공의료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고 앞으로 공익적인 목적으로 공공의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우리나라는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미국도 부러워하는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왜 공공의료를 새삼 돌아보고 새롭게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연구와 대안제시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현장에서 40여년을 보낸 입장에서 공공의료에 대해 의견을 내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공공의료는 첫째로 국가적 재난에 해당하는 질병과 사고로 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둘째로 의료취약계층과 소외계층을 돌보는 것이며, 셋째는 치료 가능한 환자가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국민 의료보험으로 거의 모든 의료수가가 국가에 의해 정해지는 상황에서 국립병원, 사립병원, 보건소 뿐 아니라 민간병원과 사립병원도 공공의료의…
지방에서 태어난 국민의 대부분은 초중등학교를 마치기까지 고향에서 교육과 문화,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자랐으며, 대학입학과 취업을 위해 서울 등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이주하였다. 고향인 지방은 그들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을 뿐 그들이 고향 발전을 위해 역량을 발휘해 헌신하거나 사업투자 혹은 세금으로 환원하는 기회를 얻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현실에 공감한다면 그들의 고향인농산어촌에서 누렸던 보이지 않는 수혜에 대해 보답하는 방안은 없을까? 때마침 계묘년(癸卯年) 새해부터 초고령화와 절대적인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의 위기에 처한 농산어촌에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다. 지난해 10월 제정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을 근간으로 한 이 제도는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할 수 있으며 모금된 기부금은 해당 지역 주민의 복리 증진에 사용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로 지방자치단체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완할 수 있으며, 기부자는 고향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뿐…
몇 해 전부터 동생들이 3남 1녀 피붙이만의 여행을 해 보자는데 며느리가 걸리고 사위가 켕겨 미뤘더랬다. 막냇동생이 여행 경비를 부담한다며 올해 가기 전에 날을 잡자고 채근한다. 축협 임원으로 제주도를 자주 들락거리더니 현지인처럼 제주도를 안내할 수 있다 하여 2박 3일의 일정 안내를 맡겼다. 노모와 막내 여동생은 다음에 같이 하기로 했는데 여행 계획을 들은 며느리들이 다음엔 자기들만 가겠다 한다. 늘 바쁘다던 큰형이 시간을 내주었다며 공항에 먼저 도착한 동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맞이한다. 임시 가이드는 사전 안내 없이 따라만 오라는데 제주에서의 오전 첫 일정은 한라산 기슭의 1천100고지 어승생악이다. 이제껏 제주도를 여러 번 와 봤어도 여기는 처음 밟는다. 신선한 공기를 가슴 열어 받아들이며 걷는데 어디를 가는 것도 좋지만 누구랑 함께 하는 가에 따라 재미가 다르다더니 정녕 그렇다. 어릴 적 추억을 함께 한 동생들의 살짝 굽은 등을 뒤에서 바라보려니 치솟는 상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다들 참 열심히 살았구나!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차창 밖으로 내리는 햇살이 90년대 배낭여행으로 외국에 갔던 때의 느낌처럼 찬란하다. 점심 후엔 교래자연휴양림의 곶자왈 숲
창문을 열었다. 첫 새벽 사위는 쥐죽은 듯 고요한데 밤하늘을 순례하던 달이 빨갛게 울먹인다. 며칠 전에는 도톰했던 반달이 눈썹처럼 가냘프다. 누군가 송편 한 개 빚어놓은 것도 같고 아니면 손톱자국을 남겼으리. 밤중인데도 어쩜 그렇게 은빛으로 뽀얗게 떠오르는지 또 어쩜 그렇게 감길 듯 착착 고운 실여울인지 몰라. 가끔은 쪽배처럼도 보였다. 명주 올 같이 부드러운가 하면 손이라도 벨 듯 차가운 느낌이다. 똑같은 그믐달도 꽃 피는 봄밤에는 손톱달처럼 예쁜데 한겨울 굴뚝을 서성일 때는 서슬이 시퍼렇다. 언제 그랬냐는 듯. 보름달에서 초승달 그믐달 등 이름도 많다. 보름달은 앞산 모롱이에서 뜨고 그믐달은 나뭇가지에서 빛난다. 초승달은 초저녁에, 그믐달은 새벽녘에 빛난다. 천체의 운행 때문이지만, 들쭉날쭉 떠오르면서 한밤중에도 볼 수 있고 새벽잠이 없는 사람은 그믐달을 보게 된다. 쟁반처럼 둥근 보름달에서 조각달로 바뀐다. 깜깜 모드 때문인지 그렇게 위장이다. 하룻밤에 열 칸 방을 헤맨다더니 예쁘장한 생김으로 밤하늘을 순례하는 알쏭달쏭 조각달. 으슥한 골목에서도 생글생글 웃는 새침데기다. 탱자 울을 넘고 가시나무에 걸려도 낯빛조차 바뀌지 않는다. 보통내기는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려면 먼저 온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어 기다려야 하던 시기가 있었다. 나의 유년시절은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컴퓨터가 없어 아이들과 뒹굴고 뛰어 노는 것이 유일한 낙 이었던 시기였다. 가끔 초등학교를 지날 때면 텅 비어있는 운동장을 바라본다. 저 넓은 운동장이 좁아보이도록 북적이던 아이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운동장에서는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면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있긴 하다. 학교가 아닌 학원가다. 학원가를 지나다 보면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 귀가 차량을 타기 위해 끝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본다. 아이들은 여전히 밝게 웃으며 떠들고 있지만 저 아이들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장과 조금 더 나은 현실을 위한 자아실현을 위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당연한 수순처럼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시대는 지나갔다. 자발적인 의사로 비혼을 고집하는 이들도 늘었고 노총각, 노처녀라는 단어는 잊혀진지 오래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기로 하는 딩크족도 매스컴에서
눈 속에 갇혀 장현두 충북시인협회 회원 눈이 엄청 왔다 나무들은 눈을 바가지로 뒤집어 썼다 장독대엔 항아리마다 두꺼운 하얀 모자를 썼다 하늘엔 나무들이 어느 세상보다 아름다운 눈꽃을 피웠다 햇살은 눈부시고 길은 막혔다 오도가도 못해 약속을 취소했다 하룻밤새 이 보다 더한 천지개벽이 없다 나는 종일 행복할 차례다 커피를 진하게 끓여야겠다
[충북일보] 충북도가 22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인구 구조변화와 지역소멸 공동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영환 충북지사와 황영호 도의회의장,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적극 협력키로 했다. 양 기관은 지역의 인구문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이번 협약을 체결했다. 위원회-지자체 간 저출산 고령화 시책 연구 및 발굴이 대표적 협약 내용이다. 물론 국가 및 지역단위 사업의 선도적 추진으로 삶의 질 패러다임 전환도 있다. 충북도와 위원회는 실무협의회 구성과 함께 협력사항을 원활히 추진키로 했다. 충북의 인구가 2037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충북도가 최근 공표한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지난 10월 말 기준 도내 인구는 163만5천167명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해 2037년 166만8천326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후 하향세로 돌아서는 예측이다. 2040년이면 166만5천471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별 합계 출산율, 사망자 수, 연앙인구(각 해 7월 1일 기준 인구), 전·출입자 수 등을 분석한 결과다. 시·군별 둔
시장 한복판에서 엄마를 놓치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엄마의 치맛자락을 꼭 움켜잡고 있었는데 엄마는 온 데 간 데 없다. 나는 목이 터져라 울었다. 길 잃은 강아지가 어미에게 신호를 보내듯이 말이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동네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는 여기저기 수소문 해 엄마를 찾아다 주셨다. 어마지두 놀란 나는 엄마를 보자마다 품에 안겨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모른다.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장에 가실 때면 종종 나를 데리고 가셨다. 막내이기도 했지만 유난히 병치레가 잦았던 탓에 응석받이로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 하곤 했다. 엄마의 주머니는 늘 가벼웠지만 그래도 주머니를 푸시는 때가 있었는데 그것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사주실 때였다. 그때 빵집은 나무의자 몇 개 놓인 허름한 천막집이었다. 시장에서 유일한 빵을 파는 곳이라 그런지 나무의자는 언제나 비어 있는 때가 없었다. 복작대는 시장 중간에 있던 그 집은 품어져 나오는 하얀 김 냄새로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배를 요동치게 했다. 엄마의 손을 놓쳤던 그날도 나는 빵집 앞에서 정신을 놓고 말았다. 지금이야 마트에 가면 언제든 원하는 물건이 있지만 그 시절은 모든 생
70년대 아버지는 중앙일간지 지방 주재기자로 일하던 중 정부 양곡보관창고에서 나락을 무단방출 한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섰다가 오히려 뇌물수수 혐의로 6개월여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다 고문으로 다리가 부러지고 화병과 지명으로 45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정의롭고, 불의를 묵과하지 않으신 분으로 주변사람들로부터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철 들어서 알았다. 주재기자를 하시는 덕분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신문과 접할 수 있었다. 새벽에 도착하는 잉크냄새 가시지 않은 신문을 마주한다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나 또한 아버지 유전자를 받았는지 반듯하게 살아보려고 무던히 애쓰며 살아왔다. 군 복무시절 계엄령 상황에서 광주 5·18 진압군 투입 문제로 항명하여 헌병대에 잡혀가 3개월여 고초를 겪었다. 그 충격은 오늘까지 이어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현실 도피라 할까? 문학과 음악 그리고 인문학이 배고파 슬픔을 공부하면서 재물과 거리 두고 살아왔다. 가난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난을 안겨주었다. 아버지도 가난했지만 나 또한 가난하게 살아왔다. 있다면 문학과 음악, 인문학에 대한 결핍,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뜨거운 지적 탐구심이다. 우연한 조우에
목화솜 같은 눈이 내린다. 부드럽게 떨어지는 눈송이는 어느 나라의 부서진 전차 위로 내리고, 친구 잃은 자책에 생을 비운 아이의 사진을 덮고, 가스중독으로 쓰러진 노동자의 신음 위에 쌓인다. 한 해가 가는 시간, 눈은 어느새 흰색으로 리모델링을 끝낸다. 기이한 풍경이다. 바닥이 흰빛이니 사물이 밝아진다. 신비로운 빛의 세상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눈 내리는 날 시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상념을 지우며 무겁고 두꺼운 시집을 연다. 눈이 소복소복 쌓였다 축복처럼 네모반듯한 학교 뜰에 크나큰 생일 케이크처럼 쌓여서 빛난다 하느님께서 뽑으신 선수처럼 아이들이 눈싸움을 벌인다 달아나고 쫓기고 되도록 힘껏 힘껏 밟아 자국이라도 깊이 남기고 싶은 듯이 은가루 같은 눈을 다 소유하지 못함이 아쉬운 듯이 눈송이를 뭉쳐 던지던 아이들도 어느새 눈에 묻혀 버렸는지 또 눈은 내려서 수북수북 쌓이고 운동장 저쪽 끝에서 성자처럼 점잖게 한 사람이 걸어오지만, 그도 마침내 눈에 묻히리라 ─ 문덕수, 「눈雪」 전문 눈 오는 날의 정취를 그린 시다. 학교 마당에 쌓인 눈이 화자의 눈에는 '생일 케이크'로 보인다. 흰 크림을 바른 거대한 케이크, 누구의 탄생
나는 안다 유세현 충북시인협회 이사 어깨 위에 걸터앉은 소슬바람은 "넌 잘 될거야" 속삭이며 날아간다 되돌아 생각하니 내 인생 힘듦도 많았다만 그때마다 이겨낸 내가 불현듯 대견하다 오늘보다 더 힘든 날도 있었지만 그때도 난 결국 이겨냈지 머리 위에 맴돌던 새털구름은 "늘 응원할 게 힘내" 토닥이며 올라간다 가만히 생각하니 나만 힘든 것이 아니건만 세상 고난 혼자 다 짊어진 양 실의에 빠졌다 나보다 더 힘든 이도 이겨내고 있는데 다행이다 여기고 자신을 믿고 힘을 내어보자 오늘은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내일은 편안한 내리막길이 오리라는 걸 오늘 흘리는 눈물과 구슬땀은 내일 안겨줄 환희의 씨앗임을 결국, 빛이 있고 희망이 있고 길이 있음을 안다 누군가에게 바람과 구름이 되고 싶다
[충북일보] 국회와 청주시의회의 행동방식이 정말 닮았다. 데드라인을 어겨 예산안 처리 시점을 예상할 수 없는 것까지 똑같다. 준예산 시대 도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주시의회가 국회의 나쁜 점까지 닮아 씁쓸하다. 올해 예산안 심사가 왜 이렇게 난항일까. 국회의 경우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권교체가 맞물려지면서 악순환을 초래했다. 정권교체가 있을 경우 통상적으로 예산안 심사가 어렵다. 정부와 국회 권한이 충돌한 점도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의 가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정부 예산안을 감액할 수도 있다. 정부 원안에 일부 예산안을 삭감하는 형태의 수정안을 처리할 힘과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충돌하는 상황이다. 청주시의회는 어떤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석수가 똑같다. 20일 오전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 예산이 여야 갈등에 불을 붙였다. 본회의를 앞두고 출구 없는 대치 국면에 접어들게 했다. 이 예산은 민주당이 다수인 상임위에서 삭감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다수인 예결위에서 다시 살아났다. 본회의는 여야 1대 1 동수다. 민주당은 본회의 출석 거부까지 예고했다. 여야는 협상을
지난 11월 24일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일본으로부터 환수한 임진왜란 시기 영의정을 지낸 하회 류성룡 선생이 작성한 《류성룡비망기입대통력》을 공개했다. 《류성룡비망기입대통력》이 주목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통력의 표지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 순국 장면을 묘사한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노량해전을 치르며 왜적들의 거센 공격에도 앞장서 진두지휘하는 이순신 장군에게 부장들이 "대장께서 스스로 가벼이 나서면 안 됩니다"고 만류하였으나 듣지 않고 '전투를 직접 독려하다 결국 날아 온 총알을 맞고 죽었다'고 적혀있다. 1598년 음력 11월 19일 새벽 무렵, 지난주 12월 12일이 바로 이순신 장군 순국 424주년 되는 날이다. *** 장군 죽이려는 어리석은 임금 임진왜란을 일으킨 왜적이 손쉽게 한양도성과 평양성까지 함락시켰으나 마침내 명나라 군대가 참전하고 조선 의병들이 활약하는데다가 바다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남해와 서해를 통한 왜적의 병참보급을 저지함으로써 왜적은 남하를 거듭하면서 강화협상을 이어간다. 왜적은 부산포를 중심으로 남해안 주변에 웅거하며 강화협상을 진행하고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 삼도수군통제영을 중심으로 제해권을 장악하여 대치
예전의 우리 조상님들이 그리 믿었을 절기 중에 대설(大雪)에는 큰 눈이 온다. 대설 보름 전에 소설(小雪)이고 소설 보름 전에 입동(立冬)으로 겨울은 이미 한 달 전에 시작되었건만 눈은 오지 않았고 대설에 와서야 첫눈이 내렸다. 눈은 두어 시간 내렸으나 온 대지를 하얗게 만들었다. 가을이 죽어간 색 바랜 지푸라기 같은 모든 이파리들을 한 편의 추억으로 묶어 말끔히 보내버렸다. 서설(瑞雪), 상서로운 눈이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인가. 보기 싫은 모는 것들을 일거에 쓸어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선물하였다. 마치 아무 그림이나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리라고 흰색 도화지를 받은 느낌이다. 요즘 우리 사는 땅에 너무 당혹스럽고 마음 아픈 일이 많다. 10·29참사로 158명이나 되는 젊은 꽃 같은 생명들이 숨 한 번 쉬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그 죽음의 순간은 참으로 참혹하여 상상이 안 된다.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의 쓰라림과 평생을 두고 지울 수 없는 불도장을 찍었는데도 우리 사회가 뭔가 따스하고 시원한 대답을 못해 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에 요즘에 유튜브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는다. 그중에서 듣는 노래마다 가슴 구석구
[충북일보] 충북도내에 많은 가을비가 내리면서 괴산댐이 수문 전부를 열고 수위 조절에 나섰다. 21일 한국수력원자력 한강수력본부는 이날 오전 현재 괴산댐 7개 수문 전부를 개방해 초당 800t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댐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이미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부터 수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면서 "괴산댐 유역인 청주·보은·괴산지역에 이날 오후 7시까지 최대 100㎜가량의 비가 더 쏟아질 것이란 기상특보에 따라 하류지역 주민들이 안전할 때까지 수문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문 개방에 앞서 괴산호를 운행하는 유람선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조처했다. 이번 수문 개방은 '댐운영 개선방안'에 따른 '선제적 조처'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7월 위험상황이 닥치면 괴산댐 수문을 모두 열고, 비상점검터널까지 개방하는 내용의 댐운영 개선안을 밝힌 바 있다. 1년 전 발생한 댐 월류(越流)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괴산댐 수문 하나의 크기는 너비 8m, 높이 7m다. 괴산 / 주진석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차량을 들이받은 뒤 카페로 돌진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상당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60대)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밤 9시 30분께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카페로 돌진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이날 A씨는 용암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 3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후 사고 현장을 이탈한 A씨는 약 1㎞ 운전하다가 차량 4대를 추가로 들이받고 인근 카페로 돌진한 뒤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카페 출입문과 가구 등이 파손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경찰이 음주 측정을 진행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1%로 면허 취소 기준(0.08%)을 훨씬 넘은 만취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에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임성민기자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