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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9.18 14:06:22
  • 최종수정2024.09.18 14:06:22

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어느덧 9월이 되어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이 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연휴를 보내며 여러 곳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일은 추석과 같은 명절과 긴 연휴 기간에 유독 증가한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의 삶은 늘 '이동성'에 기반한 다양한 관계 속에서 유지되거나 확대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공간, 즉 학교나 회사에서 혹은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등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추석과 설 같은 명절 혹은 긴 연휴 기간에는 버스 터미널이나 공항, 기차역, 고속도로 등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들과 많이 만나게 된다. 이때 우리는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된다. 식당과 편의점, 커피숍, 티켓 창구 등에서 점원과 만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우리가 이용하는 각종 시설의 위생과 청결을 담당하는 사람들과 종종 스치기도 한다. 이외에도 사람들의 이동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우리는 정말 많은 관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늘 가족이나 친구 등을 포함한 밀접한 관계를 지향하고 그것을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는 한다. 개인주의 성향과 문화적 폐쇄성이 증대되면서 특정한 관계 맺기 이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선호하거나 실제로 아파트에 많이 살다 보니 아파트의 폐쇄적 문화로 인해 공간에 대한 경쟁 및 점유 욕망이 높고 가족 이기주의 성향 및 문화적 폐쇄성이 점차 증가하거나 강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간적이고 문화적인 폐쇄성이 증가하는 한편으로 이동성에 기반한 개방성 또한 증가하고 그에 따라 느슨하게 연결된 관계들 또한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느슨하게 연결된 관계'는 정서적으로 친밀하거나 밀접하지 않더라도 개인 삶의 편의성과 효율성 증대와 관련하여 맺게 되는 여러 관계를 일컫는다. 따지고 보면 우리 각자는 모두 누군가의 삶이 좀더 풍요롭고 편리해지도록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중요한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가 복잡해지고 이동성이 증가하는 만큼 느슨하게 연결된 관계도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되거나 확대된다. 요즘 우리의 필수적인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은 배달앱 문화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편리하게 앱을 이용해 상품을 구매한다. 이는 우리가 불필요하게 집을 나가 이동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수고를 덜어줌으로써 개인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을 주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동과 접촉 없이 받아든 상품에는 우리를 대신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이동과 사람과의 접촉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노고와 땀이 묻어 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사람들이 여러 곳으로 이동하는 만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곳곳에서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의 활동이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다. 때로 잠시 스쳐 가는 사람들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든 그들의 노고 속에서 추석 명절이 더욱 평안하고 따뜻한 시간이 된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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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문화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기를"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