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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1.16 14:50:48
  • 최종수정2024.01.16 14:50:48

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2024년의 태양이 떠오를 때 한 해 소망을 빌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막상 1월이 되고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이렇게 매달 바쁜 일상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한 해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때로 일 년 동안 의미 없이 산 것 같아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빛의 속도로 우리 곁을 지나가 버리는 시간을 그나마 잠시라도 곁에 붙잡아 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소망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워라밸', '소확행' 같은 신조어가 탄생하고 일과 행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고 붙잡아 두려는 관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한다. 시간이 이렇듯 중요한데 과연 우리는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으며 어떻게 보내야 할까.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인 만큼 한 해 동안 내가 보낼 시간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스마트폰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누구나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속 가능한 다양한 매체에는 각종의 정보들이 넘쳐나고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이슈들이 소개된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어 우리의 일상을 점령하고 대중의 말초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경우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친 정보의 생산 그리고 그에 대한 추종과 소비는 오히려 개인의 삶에 풍족함보다는 결핍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는 잠시 흥미롭고 새로운 정보들을 통해 일상의 피로를 풀고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다. 가령, 여행에 목마른 사람이 관련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언젠가 떠날 여행에 대한 꿈을 키우며 정보를 얻고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정보들의 대부분은 소비를 위해 마련된 상품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정보들 속에서 '마음'의 시간보다는 '소비'의 시간을 보낸다. 소비는 또다른 소비를 부르기 마련이다. 소비의 시간은 외부의 자극에 자신을 내맡겨 잠시 일상을 잊게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신을 돌아볼 여유의 틈을 주지 않은 채 채워지지 않는 정보에 대한 갈증만을 키울 수 있다. 여행을 갈망하는 사람에게 매체의 정보들이 잠시 여행의 판타지를 제공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소비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여행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정보의 소비에만 몰입하며 공허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때로 다양한 정보들이 가져오는 파장은 무척 파괴적이기도 하다. 얼마 전 사회를 들썩이게 한 유명 영화배우의 비극적 사건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바쁜 일상의 쳇바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다양한 사회적 환경과 여러 층위의 자극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정보들의 수위는 모두 다르겠지만 그것들은 근본적으로 소비에 현혹된 개인들을 미끼로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를 부추기면서 우리로 하여금 왜곡된 정보를 소비하면서 시간을 보내게끔 한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마음의 이정표를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일과 행복의 균형을 잘 잡고 의미와 가치를 지닌 시간을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소비 자체를 부추기는 외부의 정보들과 어느 정도 객관적 거리 유지를 함으로써 스스로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바쁜 일상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외부의 자극을 찾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개인의 소비를 미끼로 삼아 무한 증식하는 외부의 자극적인 정보들이 지닌 파괴력을 감안할 때 개인의 올바른 태도와 마음의 방향 설정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는 나에게 불현듯 닥치는 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고 구원하는 일이 될 뿐만 아니라 한 해의 삶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음의 이정표를 바로 세움으로써 소비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이자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2024년에는 모두가 새롭게 마음에 새긴 이정표를 잊지 않고 좀더 단단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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